미투 5개월, 그 후…

초대형 이슈에 쥐 죽은 듯 고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올 상반기는 여느 때보다 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동계올림픽, 북한 비핵화 이슈를 둘러싼 남·북·미 정상회담, 6·13지방선거 등 대형 이벤트가 6개월 새 치러졌다. 여기에 하나의 사회 현상이 각계각층을 휩쓸었다. ‘미투’ 운동이다. 미국발 허리케인은 올해 1월 한국에 상륙해 대형 태풍으로 발전했다. 이후 5개월, 바람은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지난해 한국 사회는 유례없는 풍파에 휘말렸다. 2016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해를 넘겨서까지 사회를 뒤흔들었다. 누적 인원 1300만명이 넘는 시민이 촛불을 들고 겨울 거리를 누볐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됐다.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파란만장 6개월
대형이벤트 몰려

대통령 탄핵으로 같은 해 5월 장미대선이 치러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재수 끝에 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보궐선거 개념으로 진행된 선거였기에 문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업무에 돌입했다. 정치권, 검찰, 경찰, 재계 등 각계각층서 적폐 청산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숨 가쁘게 지나간 지난해에 이어 2018년 역시 연초부터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에는 사회를 달군 이슈가 대부분 국내서 비롯됐다면, 올해는 그 범위가 국내외를 넘나들었다.

먼저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동계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했지만 남북 단일팀 구성, 북한 고위급 관계자 방남 등 개최 직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뜻밖의 성공을 거뒀다. 


그 여세를 몰아 북한 비핵화 이슈를 둘러싼 남북·한미·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렸다.

이후 6·13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동계올림픽, 정상회담 등 전 세계인의 눈이 쏠리는 대형 이벤트와 전국 단위 선거가 6개월 새 이어지면서 그 어떤 이슈도 국민들의 관심을 길게 잡아두지 못했다.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남북 관계 개선 모드에 가라앉고, 지방선거가 드루킹 특검, 북미 정상회담 등에 가려진 형국이다.

그 많던 미투는 어떻게 됐을까
가해자 지목 인사들 ‘우수수∼’

그런 와중에 지난 1월부터 꾸준히 관심의 대상이 된 이슈가 있다. 바로 ‘미투(#Me Too)’ 운동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서 처음 시작된 이 운동은 올해 1월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미투 운동은 대형 이슈 사이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받았다. 성역 없이 각계각층에서 불거진 미투 운동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앞서 미국에선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전 유명 영화제작자의 성추문 사건이 불거졌다. 주인공은 할리우드의 실력자로 알려진 하비 와인스타인. <뉴욕타임즈>는 그가 무려 30여년에 걸쳐 영화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성추행 해왔다고 보도했다.

보도 당일 와인스타인은 “동료들에게 많은 고통을 준 것을 인정하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하나 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가 대표로 있던 와인스타인 컴퍼니 직원들뿐만 아니라 기네스 펠트로, 우마 서먼 등 세계적인 여배우들의 폭로도 이어졌다. 결국 그는 할리우드서 추방됐다.

미국발 허리케인
한국엔 태풍으로

미투 운동의 시초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미국의 흑인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저소득층 지역 젊은 여성 성폭력 생존자들의 치유를 돕기 위해 SNS에 “Me too(미투)”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시작됐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당시 타라나 버크는 성추행 피해를 고백한 10대 소녀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어 답답해하던 중 ‘미투’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투 운동이 공개 운동 성격을 띠기 시작한 것은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이후다. 지난해 10월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SNS를 통해 미투 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SNS에 ‘Me 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MeToo)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방법으로 심각성을 알리자고 주장했다.

알리사 밀라노의 제안 이후 24시간 만에 약 50만명이 넘는 사람이 리트윗 방식으로 지지를 표했고 10만명에 육박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 피해자의 용기와 주변 사람들의 공감, 연대가 합쳐져 파괴력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서 검사는 지난 1월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2010년 겪은 검찰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서 검사는 이날 인터뷰서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했던 2010년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서 안태근 전 법무부 감찰국장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하는 등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법무부장관도 같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안 전 감찰국장으로부터 부당한 인사발령도 당했다고 강조했다.

현직 검사의 공개 고발은 법조계는 물론 각계각층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불씨는 문화예술계로 번졌다. 연극계, 문단 등 해당 분야서 거장으로 불리던 인사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문화예술계는 피해 사실을 고백한 사람의 수가 많고 그 수위 또한 상당했다. 그중 가장 충격을 준 인사는 연극계 거장 이윤택 연출가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지난 2월 SNS를 통해 이 연출가와 있던 일을 폭로했다. 김 대표는 10여년 전 지방공연 당시 이 연출가에게 안마를 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서 이 연출가가 바지를 내리고 신체 일부를 주무르라는 등 성적 행위를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 같은 행위가 여자 단원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이뤄졌다고 고발했다.

연극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이 연출가는 김 대표의 폭로 전 연희단거리패, 가마골소극장, 밀양연극촌 예술 감독으로 활발한 활동 중이었다. 연극계 관계자는 물론 대중들이 나서서 이 연출가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그는 김 대표의 고발 이후 5일 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진정성 없는 ‘반쪽 사과’ 논란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연극계 미투 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이 연출가는 이날 기자회견서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는 있었지만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강압을 통한 성폭행은 없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공을 법정으로 넘겼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이 연출가의 성폭행으로 임신과 낙태를 했다는 김지현 전 연희단거리패 단원의 고발이 나왔다. 또 이 연출가가 기자회견 전 리허설을 했다는 내부 고발까지 터지면서 그는 사면초가 상태에 처했다. 결국 극단원에 대한 상습적인 강제 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연출가는 오는 20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가해자 민낯에
대중 분노 폭발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고은 시인의 성폭력 의혹도 불거졌다. 안 그래도 ‘문단 내 성추행’ 문제로 전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됐던 문학계는 원로시인의 민낯에 만신창이가 됐다. 고은 시인의 경우는 미투 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계간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최영미 시인이 게재한 시 ‘괴물’이 알려지면서 활활 타올랐다.

최 시인의 괴물에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등의 구절이 담겨 있다. 여기서 En에 해당하는 인물이 고은 시인이라는 것. 


류근 시인은 최 시인의 폭로 이후 “고은 시인의 성추행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고은 시인의 행위가 상습적이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예계서도 미투 운동이 크게 불거졌다. 배우 고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등 대중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이 성폭력 가해 의혹을 받고 구설에 휘말렸다. 이들 역시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대학 강단서 교수로 강의를 하던 조민기는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대중을 경악케 했다. 줄지어 불거진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조민기는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가 공개되고, 학과 남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결국 지난 3월 경찰 소환을 앞두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조재현은 김기덕 감독과 함께 시사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전락하는 신세에 처했다.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 감독과 조재현 그리고 조씨의 매니저가 여배우를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지난 3개월 간 그 어떤 대응도 하지 않던 김 감독은 3일 <PD수첩> 제작진과 방송서 인터뷰한 여배우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김 감독은 방송 이후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월 상륙…지금은 조용∼
2차 가해 때문? 여성운동 확산?

정치권에 떨어진 미투 폭탄은 그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현직 도지사였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김지은 전 정무비서의 고발로 정치 생명이 끊겼다. 김 전 비서는 방송에 나와 8개월 동안 4번에 걸쳐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의 폭로로 안 전 지사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서 경찰 조사를 받는 신세로 추락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던 정봉주 전 의원 역시 미투 문제로 낙마했다. 한 언론의 단독 보도로 시작된 정 전 의원의 미투 의혹은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말하는 시간, 장소에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카드 사용 기록이 나오면서 결국 3월 말 출마 의사를 접었다.

서 검사의 폭로 이후 약 3개월 간 미투 고발은 하루에 한 건 꼴로 터져 나왔다. 특정 인물이 검색어 순위에 올라 있으면 십중팔구 미투 관련일 정도였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각 분야의 거장이든 유력 대선후보든 할 것 없이 추풍낙엽처럼 쓸려갔다. 

하지만 최근 태풍은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미투 관련 폭로가 여전히 나오고는 있지만 불과 몇 개월 사이 성량은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대형 이슈가 미투 운동을 잠식했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올림픽 등 대형 이슈가 있던 때에도 미투 운동은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단발성 이슈가 아닌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인식됐기에 관심이 쉽사리 식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최근 미투 운동이 잠잠해진 것을 두고 대형 이슈에 따른 관심 분산보다는 2차 가해가 두려워 다시금 피해자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투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근황, 해명 등을 많이 볼 수 있다. 검찰 고발이 이뤄진 사건은 법정 공방의 진행 상황을, 성폭력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의 반박 자료 등이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폭로 이후 2차 가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조민기의 자살 이후 그를 고발했던 피해자들은 ‘죽이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는 등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고발한 김 전 비서는 신상이 모조리 털렸다. 김 전 비서를 둘러싼 온갖 근거 없는 소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또 미투 운동이 남녀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모습도 나타나면서 불이익을 우려한 피해자들이 다시 입을 다물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투 운동이 한창 진행될 무렵 ‘펜스룰’이 유행했다.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성과의 접촉을 아예 차단하자는 움직임이다. 

일부 기업에선 직원 선발 과정서 아예 여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반면 조용해진 미투 운동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폭발력이 줄어든 대신 광범위한 여성 운동으로 정착했다는 시각이다. 최근 혜화역 시위 등 여성의 주최로 진행되는 일련의 행위가 미투 운동의 연장선상이라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 

혜화역 시위는 홍익대 누드모델 사건에 대한 비판에서 촉발돼 ‘몰카 없는 세상’을 외치는 집회로 발전했다. 두 번의 집회에 각각 2만명이 넘는 여성들이 참여했다.

멈출까 확산될까
본질 훼손 우려도

한편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의 변질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투 운동을 표방하며 불거진 일련의 사건이 공방 끝에 다른 진실을 드러내는 경우가 왕왕 있어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정말로 미투 운동이 필요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이 주변의 연대와 공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