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태] ‘떨고 있는’ 대법관 막전막후

양승태만? 다른 법관들은 괜찮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법 농단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청와대와 재판을 두고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에 사회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과 6·13지방선거가 끝나면 이슈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파괴력은 가늠조차 되질 않는다. <일요시사>가 현재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과 불거지는 대법관 책임론을 살펴봤다.
 

지난달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일부 공개한 문건이 사회 전반을 흔들고 있다. 지난 2월 구성된 특조단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판사 사찰 등에 개입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전·현직 판사들의 업무용 PC서 3만건이 넘는 문서를 확보했다. 이 중 키워드 추출방식으로 한 차례 선별 후 파일 손상과 삭제 등의 이유로 재생이 불가능한 문서를 제외한 나머지 410건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문건 일부에
파장 일파만파

이 중 특조단은 ‘국제인권법 연구회 대응방안’(2016년 3월10일 작성), ‘전교조 법원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2014년 12월3일), ‘현안 관련 말씀자료’(2015년 7월27일) 등 문건의 일부만 공개했다. 

특조단 발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관을 사찰하고 특정 재판을 두고 청와대와 정치적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조단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임기 초부터 핵심 과제로 지목한 상고법원의 입법을 지목했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정부와 국회 등의 지원이 필요했던 법원행정처가 이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판사를 ‘입단속’하는 한편 청와대와 특정 재판을 놓고 ‘흥정’을 벌였다는 취지다.


극히 일부만 공개된 문건이 가져온 파장은 엄청났다. 국정 농단 사태에 이어 사법 농단이 일어났다고 분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논란이 커지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담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심한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셨을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를 인적·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고 행정처를 대법원 청사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의 탈법관화를 추진해 사태 재발을 막겠다는 의도다.

재판거래 의혹 16건 중 대법원 15건
1·2심 승소 노동사건 대법서 뒤집혀

그러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고발 여부는 결정을 유보했다. 김 대법원장은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형사조치를 하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의 의견을 종합한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난의 화살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집중됐다. 사법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자 지난달 1일 양 전 대법원장은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재임 중 법원행정처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그걸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통감하고 있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판 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이나 하급심이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적이 결단코 없다. 하물며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 거래를 하는 것은 꿈도,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해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를 하는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도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여론 악화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이후 비난 여론은 더욱 커졌다. 여러 의혹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 대신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가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또 구체적인 답변 없이 억울하다는 입장만 피력한 것에 오히려 검찰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을 한 날 오후 안철상 특조단 단장은 “재판 거래는 실제로 있지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서 “재판 거래라는 말은 30년 이상 법관으로 재직하며 처음 듣는 말”이라고 전했다. 

안 단장의 발언은 재판 거래 의혹이 과장된 의미로 여론에 전달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조단은 조사 발표 당시에도 법원행정처에서 청와대와의 협상 방안을 검토했다고는 해도 실제 행동에 옮겼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건 작성 자체는 부적절했지만 실제 청와대와 사법부가 재판을 놓고 거래했다는 의혹은 오해라는 뜻을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해당 발언 이후 일각에서는 안 단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을 옹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현 대법원장의 대국민 담화,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특조단 단장의 발언이 연이어 나왔지만 이번 사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재판거래 의혹 당사자들이 양 전 대법원장을 고발하는 등 사실 확인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조단 발표 이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청와대와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들이다. 2015년 7월 작성된 현안 관련 말씀자료 문건에는 16개의 판결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협력 사례’로 적시돼있다. 이 중 15개가 대법원 판결이다.

이 자료에는 과거사 정립 5건, 자유민주주의 수호 2건, 국가경제 발전 3건, 노동개혁 4건, 교육개혁 2건 등 총 16건이 박근혜정부 국정 기조에 맞게 선고됐다고 자평하는 내용이 나온다. 대부분 언론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사건들이다. 

여기에 2015년 11월19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 전략’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사건 등 3건이 추가로 더 언급돼있다.


문건에 적시된 협력 사례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의 과거사 정립(국가배상 제한 등)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사회적 안정을 고려한 판결(이석기·원세훈·김기종 사건 등) ▲국가경제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판결(통상임금·국공립대학 기성회비 반환·키코 사건 등)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KTX 승무원·정리해고·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 ▲교육 개혁에 초석이 될 수 있는 판결(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이다. 이 중 15건이 대법원 사건이다.

국가배상 제한
보수적인 판결

과거사 사건은 국가배상을 최대한 제한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나왔다. 2013년 5월 ‘과거사위원회 보고서만 믿고 국가배상을 결정할 수 없다’, 2015년 1월 ‘생활지원금 등 이미 보상금을 받은 피해자에게 추가배상은 못한다’, 2015년 4월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은 피해자는 배상 안된다’, 2015년 3월 ‘긴급조치 9호 발령은 정치적 행위로 배상 대상이 아니다’ 등의 판결이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에 따른 국가배상 제한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는 등 반발한 바 있다. 당시 민변 등은 “대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에 위헌 결정을 내린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리해고 등 노동 관련 사건은 보수적인 판결이 주를 이뤘다. 특조단 발표 이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KTX 해고승무원 복직 사건에 대해 당시 대법원은 불허 판결을 내렸다. 복직 판결을 내렸던 1, 2심 판결과 180도 달라진 결과다. 

대법원 판결로 KTX 해고승무원들은 4년치 월급에 이자까지 더해 1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한 승무원은 자살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사건 모두 1, 2심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났지만 하나같이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 됐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은 2007년 7월 콜텍 대전공장 폐쇄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전공장의 경영사정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경영 사정을 검토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해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체의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심리하라”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구체적인 판단은 유보한 채였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도 이와 비슷하다.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자를 노조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법외노조로 통보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가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 판결은 전교조에 합법적 노조 지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결론 났다. 그러나 2015년 6월 대법원은 사실상 전교조의 합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취지로 결정을 내렸다.

대법관들 1월엔 반발하더니
이번엔 2주 넘게 ‘침묵’ 중

특조단이 지난 5일 추가로 공개한 98건의 문건에는 전교조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문건에는 대법원 선고서 전교조의 법적 지위가 박탈될 경우 예상되는 반발 세력을 무마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있다. 

대법원 판결은 해당 문건이 작성되고 6개월 뒤에 나왔다. 문건이 공개되자 전교조는 “양승태 사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은 원천 무효고, 고용노동부는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난의 화살은 양 전 대법원장에 집중되고 있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판결 중 6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국가 배상 관련 2건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사건 ▲통상임금 사건 ▲키코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벌금형 사건 등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의 심리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이 참여한다. 이 경우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다. 일각에선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들도 책임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사법부 신뢰의 근간이 무너진 지금, 대법관들의 자진 사퇴는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일 뿐”이라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퇴하는 길만이 대한민국 대법원과 사법부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 중 가장 최근 것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법원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중 7명은 여전히 재임 중이다. 
 

참여연대는 “이 중 8월2일 퇴임하는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과 11월1일 퇴임하는 김소영 대법관 등 재임 중인 대법관들이 현 사태에 대한 책임도 없이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직하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실명을 거론했다. 실명이 거론된 4명의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법원 안팎의 비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관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서 입장을 밝힌 것에 반해 대법관들은 조용하다. 지난 1월 추가조사위 조사로 불거진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 단체 성명을 내고 반발했던 때와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대법관들은 지난 1월23일 ‘원세훈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 “사건의 중요성까지 고려해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분류하고 대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했다”며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거래 의혹 판결
대법관 7명 관여?

당시 성명을 낸 대법관 13명 중 7명만이 해당 사건 대법원 판결 심리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 좌담회를 열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특조단 발표 이후 2주가 지났지만 대법관 가운데 누구도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