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사 ‘유령 임원’ 미스터리

7개월 일했는데…직원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7개월 동안 일했습니다. 임금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닙니다.”

이○○씨와 H사 박○○ 대표의 주장이다. 두 사람은 2015∼2016년 이씨의 H사 근무 여부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로 법정 공방도 진행 중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H사는 기계·상하수도 설비 공사, 환경설비 제조 등을 하는 중소기업이다. 토목기사 자격증을 가진 기술사 이○○씨는 H사 전 부사장의 소개로 해당 회사와 관계를 맺었다. 쟁점은 이씨가 H사 소속 직원으로 근무했는지 여부다.

근로자 확인?

이씨는 H사 전 부사장의 소개로 입사해 2015년 12월1일부터 2016년 6월30일까지 7개월간 직원으로 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사 당시 직책은 부사장이었지만 이미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임원과 성이 같아 헷갈리는 바람에 전무를 맡았다고 했다. 실제 이씨는 부사장/기술사, 전무/기술사로 직책이 표기된 두 종류의 명함을 갖고 있었다.


이씨에 따르면 그가 임금 문제를 제기한 시기는 입사 후 한 달이 지나서였다. 1개월을 일했지만 임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 이씨는 자신을 소개한 H사 전 부사장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조금 기다려 봐라. 나도 못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입사 후 한 달이 지나 회사 측에 월급을 달라고 했더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답변이 왔다”며 “이후 ‘토목공사 계약 중이니 현장 소장으로 발령내주겠다’ ‘하청업체의 계약금액을 높여서 (월급을)주겠다’ 등 월급 지급 문제를 두고 7개월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2016년 6월 이후에는 ‘출입문 차단’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출근을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H사는 5층 건물 전체를 사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외부인은 건물에 들어가기 전 벨을 눌러 소속을 밝히고, 안에서 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출입이 가능하다. 이씨에 따르면 H사 직원들은 지문 인식, 개인에게 부여된 비밀번호 입력 등의 방법을 통해 건물에 출입했다. 이씨는 H사에 등록돼있던 자신의 지문과 비밀번호가 모두 삭제되면서 임금도 받지 못한 채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부사장 소개 전무로 입사해 근무
“월급 일절 못 받아” 부당해고 주장

반면 H사 측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H사 사무실서 만난 박○○ 대표는 “같은 얘기를 경찰, 검찰, 법원, 노동부 등에 수십 번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주장은 이씨가 특정 사업을 먼저 제안했고 동업자 형식으로 함께 일을 추진하기로 했을 뿐 직원으로 채용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씨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시에 하수종말처리장 공사가 있다고 했다. 공사 규모는 250억원 정도인데 환경·기계설비는 우리(H사)가 맡고, 토목은 자신이 하겠다고 말해 그렇게 하자고 한 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상시근무 직원이 아니라 건물 4층 일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H사에서 일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일주일에 한 번, 3일에 한 번 비정기적으로 회사에 왔다 갔다 했는데 어느 날 월급을 달라고 해 황당했다고 항변했다.


두 사람의 입장이 판이하게 갈리면서 고소·고발 전이 진행됐다. 이씨는 먼저 H사에 임금 지급 관련 내용증명을 보낸 후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은 2016년 8월과 11월 이씨의 진정과 고소 사건에 대해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대해 별도로 정한 사실이 없고, 업무 수행 과정서 피진정인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결과를 통지했다.

고용노동청 조사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 이씨는 ▲입사서류 제출 서면 요청서 ▲2015년 12월 H사 임직원 급여 및 수당내역서 ▲건강·장기요양보험료,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확인서 등을 근거로 고용노동부에 재심을 요청했다. 

실제 이씨가 제시한 보험료 납부확인서를 보면 H사에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건강·장기요양 보험료), 같은 해 6월까지 국민연금을 낸 사실이 확인된다.

이씨의 4대 보험 가입 이유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씨는 H사가 토공사업 건설업 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자신의 면허를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H사는 2016년 1월4일 서울 강남구청으로부터 토공사업 건설업 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이씨가 H사에서 일했다고 주장하는 기간에 포함된 시기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건설업 등록기준’서 토공사업 부분을 보면, 건설기술 진흥법에 따른 토목·광업 분야 초급 이상의 건설 기술자 또는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관련 종목의 기술자격취득자 중 2명 이상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술자격취득자는 상시 근무를 조건으로 고용하도록 돼있다.

박 대표는 “이씨의 4대 보험 가입은 그가 울란바토르 사업에 필요하다고 해서 해줬을 뿐”이라면서도 “이씨의 면허를 사용해 토공사업 건설업 등록증을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건설업자는 국가기술자격증이나 건설기술경력증을 타인에게 빌리거나 빌려주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씨는 “H사에 자신의 면허를 대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4대보험 취소·국세청 소득신고?
사측 “사업 제안에 동업자로”

문제는 그 이후다. 이씨에게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 상실,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 자격취소 통보가 온 것이다. 이씨는 이 과정에 H사가 관여했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이씨의 4대 보험 자격 상실에 우리가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 대표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답변은 이와 조금 다르다.

현재 박 대표는 무고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이씨를 고소해 재판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지난 2월 법정서 이씨의 변호인이 “H사가 납부한 피고인(이씨)에 대한 4대 보험 7개월분은 나중에 취소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노동부서 공문이 왔다. (이씨는) 당신들 직원이 아니니까 다 취소해라, 국민연금이고 뭐고 다 취소해 반납 받으라고 노동부 공문에 의해서 했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또 다르다. 

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에서는 2016년 10월12일자로 “근로기준법 위반 진정사건을 조사하던 중 H사에서, 채용한 사실이 없는 사람(이씨)을 허위로 피보험자로 취득 신고했다고 진술했다”며 “관련 법령 위반 여부를 조사해 처리해 달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에 통보했다.
 


이후 H사는 2016년 10월27일 국민연금공단 강남역삼지사에 이씨에 대한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 취소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씨의 사업장가입자 자격 취득, 상실 내용을 원천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장가입자 원천 삭제는 “사업장서 해당 사람이 당사 직원이 아니라는 의미로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금은 왜?

이씨의 2015∼2016년 소득금액증명서에도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이씨가 역삼세무서에서 발급받은 2015∼2016년 근로소득자용 소득금액증명을 보면 원천징수의무자로 H사가 잡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득금액은 2015년 1950만원, 2016년 750만원이다. 이에 박 대표는 “세금 문제는 회계팀에서 관리한다”며 “국세청서 세무조사를 받았을 때 몇 가지 사항을 제외하고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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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