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법농단 키맨 양승태 전 대법원장

“못 믿겠다” 신뢰 잃은 사법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국정 농단에 이은 사법 농단 사태가 일어났다며 분노 목소리마저 들린다. 그 중심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있다. 그를 둘러싼 의혹은 하나둘 수면 위로 올라와 사법부 불신 여론에 기름을 들이붓는 중이다. <일요시사>가 사법부 수장서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한 양 전 대법원장을 집중조명해봤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2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서 퇴임식을 갖고 42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퇴임사를 통해 “저는 오랜 법관 생활서 국민의 신뢰야말로 사법부의 유일한 존립 기반임을 확신하고 있었고,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 신뢰를 획득하는 것은 모든 법원 구성원들의 기본적 의무라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퇴임 8개월
불신 초래

이어 “오랜 역사적 교훈을 통해 이룩한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거나 정치적인 세력 등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뤄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이라며 “법관 독립의 원칙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제도로서, 법관에게는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재판의 독립을 지켜야 할 헌법적인 의무와 책임이 있을 따름”이라고 언급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지난달 29일, 전국철도노동조합 KTX 열차승무지부와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관계자 20여명이 대법원 대법정과 로비를 기습 점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한 이들은 대법원장 비서실장과의 면담을 약속받고서야 물러났다. 


대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대법정에 허가받지 않은 외부인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주요 재판을 놓고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분노를 표했다. 지난달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하 특조단)’이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특정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 입맛에 맞는 판결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TX 해고승무원 관련 판결은 이 같은 의혹을 받는 재판 중 하나다.

2015년 2월 대법원은 KTX 승무원을 철도공사 직원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1·2심서 철도공사 직원으로 인정했던 판결이 180도 뒤집힌 것이다. 이 판결로 KTX 승무원들은 정리해고됐고, 1심 승소 이후 받았던 4년간의 월급에 이자까지 더해 1억원씩 토해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 과정서 승무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5년 말부터 투쟁을 시작한 KTX 해고승무원들은 12년 후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과 마주하고 있다.

청와대와 재판 걸고 흥정?
특별조사단 보고서 ‘발칵’

지난달 30일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가진 KTX 해고승무원들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며 “또 다른 사법 농단 피해자들과 함께 김명수 대법원장을 직접 면담할 수 있게 해줄 것과 대법원이 문제가 된 판결에 대해 직권재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직권재심은 형사재판서 검찰이 피고인을 대신해 재심을 청구하는 제도다. KTX 해고승무원 재판은 민사소송이라 직권재심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들은 법원의 협조를 통해 재심을 청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비서실장은 이런 요구에 “한 자도 빠짐없이 대법원장에게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조단에 따르면 사법부와 청와대의 재판거래 의혹은 상고법원 도입을 두고 진행된 ‘흥정’이라는 분석이다. 상고법원은 대법원이 맡고 있는 상고심(3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만 별도로 맡는 법원을 말한다.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민·형사 등 일반사건은 상고법원이,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사건은 대법원서 맡아 심리, 판결하게 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기 내내 상고법원 도입에 몰입했다. 취임 때부터 상고제도 개선을 강조했고, 201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2014년 9월에는 대법원서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를 갖고 구체적인 운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크지 않았고 국회 역시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법조계 내부서도 일부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사법 농단 사태
관련자들 격분

특조단이 김 대법원장에게 보고하고 언론에 일부 공개한 192쪽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1월19일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임 차장은 상고법원 관철을 위한 청와대 압박 카드로서 “BH 국정운영기조를 고려하지 않는 독립적, 독자적 사법권 행사 의지표명”을 적시했다. 다시 말해 이전에는 청와대 기조를 고려, 사법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협상추진 전략 문건에는 사법부가 대통령과 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한 사례가 담겨있다. 이석기·원세훈·김기종 사건과 철도노조 파업, 전교조 시국선언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청와대와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이 불러온 파장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KTX 해고승무원 재판 외에도 보고서에 언급된 다른 재판 관계자들은 양 전 대법원장을 고발하는 등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사법부는 검찰의 강제 수사 대상이 될 위기에 처했다.
 


양 전 대법원장 체제서 재임용에 탈락한 경험이 있는 서기호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최고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법조계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한 집안 식구로 분류되는 법관의 상당수도 ‘문제가 있다’는 강경모드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퇴로가 막혔다는 분석이다. 법원 안팎은 재판거래 의혹 당사자들의 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고서에 거론된 사법부의 협조 사례가 사회 전반에 걸쳐 있어 그 파장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과 함께 잠잠했던 블랙리스트 의혹도 고개를 들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임기 내 달성할 최고 핵심과제로 꼽았던 상고법원 입법 추진 과정서, 이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판사들을 감시하는 등 집안 단속을 했다는 의혹이다. 

특조단 조사에 따르면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산하 소모임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한 문건이 2015년 7월부터 집중 작성됐다.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인사모 회원들이 학회 활동과는 무관한 사법행정 주제를 논의하고 대법원 인선에 개입하려 한다고 봤다. 그래서 자발적 해산을 유도하거나 법원 운영위원회 결의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사모 핵심회원에게 각종 선발성 인사나 해외연수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까지 검토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인사모 회원들에게 불이익이 가해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상고법원에 반대한 판사 개인의 동향을 감시한 흔적도 나왔다. 2015년 8월 차성안 당시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상고법원 도입을 비판하는 글을 연이어 올렸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차 판사에 대한 본격적인 동향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문건도 특조단 조사 결과 확인됐다.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살핀 차 판사의 동향 범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성격과 재판 준비 태도는 물론 가정사 등이 파악됐을 뿐만 아니라 그가 다른 판사들과 주고받은 이메일까지 기재돼있었다. 이 과정서 차 판사와 친한 선후배 판사들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찰 피해 당사자인 차 판사는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사법부와 청와대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단순한 법관윤리강령 위반 문제뿐만 아니라 직권남용죄나 직무상 비밀누설 같은 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판사로서 유무죄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수사의 필요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UN 진정을 잘 활용해 UN이 법원과 검찰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특별보고관을 초청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법부 수사?
사상 초유 사태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식사과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사법 행정의 최종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저의 부덕과 불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법관 여러분께 크나큰 충격과 걱정을 끼쳐드리고 자존감에 상처를 남기게 돼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같은 해 6월 블랙리스트 관련 재조사를 끝내 거부했다.

지난해 4월 진상조사위원회 첫 조사에 이어 올해 1월 추가조사위가 2차 조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판사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놨다. 그러나 3차 조사단인 특조단서 1·2차 조사와 확연히 다른 결과를 내놓으면서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받는 상황에 처했다. 

1·2차 조사와는 달리 사법부 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쏟아지면서 국민 여론, 정치권 등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특조단의 조사보고서를 받아든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국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담화문서 “지난주 특조단이 발표한 참혹한 조사 결과로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법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질책을 사법부 혁신의 새로운 계기로 삼겠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신속히 진행하고, 의혹 해소를 위해 필요한 부분의 공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진원지로 꼽히는 법원행정처는 대대적인 개혁이 예상된다. 김 대법원장은 최고 재판기관인 대법원을 운영하는 조직과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의 조직을 인적‧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관련자들의 형사조치에 대해서는 “각계 의견을 종합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는 5일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7일 전국법원장간담회,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여론은 여전히 양 전 대법원장에 부정적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경기도 자택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부적절한 일이 사실이라면 막지 못해 송구하다”면서도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관여한 바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서 양 전 대법원장이 두 번에 걸쳐 특조단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첫 번째는 답변 거부, 두 번째는 해외 출국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양 전 대법원장을 강제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만해도 양 전 대법원장은 판사와 사법 관료로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48년 부산서 태어난 그는 경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0년 1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대구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을 거쳐 제주지방법원서 부장판사로 일했다. 1989년 사법연수원 교수로 일했고 2002년 부산지방법원, 2003년 법원행정처 차장과 특허법원 법원장을 거쳐 2005년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재판거래·특정판사 사찰 의혹
숙원사업 상고법원 도입하려고?

양 전 대법원장이 이명박정부 시절 대법원장으로 임명될 당시 언론은 그를 보수성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장 후보로 내정됐을 때 사법부의 보수화를 불러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와 비교해 법원이 ‘우클릭’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청문회 당시에도 양 전 대법원장의 정치 성향을 묻는 질문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임 후 소통을 강조했다. ‘법원은 국민 속으로, 국민은 법원 속으로’를 모토로 취임 첫 해 장애인 사법 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 외국인과 이주민을 위한 사법정보 누리집을 냈다. 

임기 3년차 때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처음으로 전 국민에 생중계했다. 이는 최근 전 1, 2심 재판의 생중계 확대 결정으로 이어졌다. 국민참여재판도 양 전 대법원장 임기 중 크게 늘었다.

하지만 양 전 대법관은 임기 내내 대법관 인선과 사법행정서 ‘다양성 부족’ ‘제왕적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12년 대법관 4명의 후임을 인선하는 과정서 잡음이 컸다. 당시 대법원의 보수화와 획일화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인사문제에 대한 법원 내부의 불만은 지난해 2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의 학술행사를 축소하기 위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외부로 표출됐다.

화려한 이력
초라한 말로

대법원장의 국가 의전 서열은 대통령과 국회의장에 이어 세 번째다. 사법부의 정점에 있던 양 전 대법원장은 불과 몇 개월 새 전 국민의 비난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사안이 중대하고 충격적인 만큼 양 전 대법원장을 둘러싼 사법 농단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현안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인권과 권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대법원의 책임자가 법원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를 두고, 판돈을 걸고 청와대와 도박판을 벌였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의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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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