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 김칫국 마시는 기업들 막전막후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대박의 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서 정상회담을 갖고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 것을 약속했다. 남북정상회담서 남북경협사업 추진이 언급됨에 따라 국내 기업의 북한 진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이 기회를 놓칠까 벌써부터 여러 분야의 기업들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민간 건설사들이 북한 진출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도 연결, 발전소 건설 등 관련 양측 정상의 회담 내용이 흘러나오며 건설업계도 가시화된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마다 TF를 신설, 자료 검토 등 준비가 한창이다”고 말했다. 

경협 추진 주시
건설업계 들썩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SK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남북 경협 추진과정을 주시하며 대비하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은 대북 SOC(사회간접자본)사업 관련 TF 신설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TF는 남북경협 사업 분야가 인프라 발전인 만큼 토목, 발전 플랜트 등 실무진 10여 명으로 추려질 예정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직 북미회담 등 남북경협 사업이 추진되기까지 넘어야할 과정들이 있기에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서라기보다 천천히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TF신설을 검토 중”이라며 “과거 대우건설이 경수로 건설 등 북한 사업을 추진해본 경험이 있어 당시 실무진들이 이번 TF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도 대우건설 못지않게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기대감을 지니고 있지만 대우건설과 비교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경제협력사업 재추진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나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를 지켜본 뒤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모두 과거에 북한서 사업을 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건설사들보다 경제협력사업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과거 노태우 김영삼정부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스무 차례 이상 만났다. 

당시 비공식적으로 경제부문 특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회장은 김 주석을 만나 평양의 위성도시인 남포에 대규모 공단 투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민간기업 차원서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최초로 이끌어낸 것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중장기적으로 200만평 규모의 TV·냉장고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기도 했다. 정부는 1995년 대우그룹의 500만달러 북한 투자를 승인했고 대우그룹은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합작해 세운 민족산업총회사라는 곳을 통해 1996년부터 남포공단을 정식으로 가동할 수 있었다. 

정상회담 후 북 진출 기대…준비 착수
현대·대우건설 필두 뿌린 씨앗 수확?

대우건설은 20여년 전에 대우그룹의 대북사업을 담당했던 직원들 30여명이 아직 회사 안에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닦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대북사업 길을 이미 오래 전에 닦아놨다. 정 회장의 고향은 강원도지만 현재 북한에 속해 있는 통천 지역이다. 정 회장은 1993년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오르면서 경영 일선서 물러났는데 이때부터 대북사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1998년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하자 정 회장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결국 정 회장은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지 넉 달 만인 1998년 6월16일 판문점을 통해 ‘통일소’라고 불린 소 500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넘는 역사적 장면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은 판문점 소 이벤트 이후에도 북한을 여러 차례 더 방문해 유람선을 통한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했고 1999∼2003년에는 평양에 체육관을 건설했다. 최근 남한 예술인들이 북한을 방문해 공연한 곳이 바로 이때 지어진 ‘류경정주영체육관’이다. 

현대건설은 대북 경수로사업을 주도해 진행한 경험도 지니고 있어 대북사업이 재개되면 앞으로도 사업을 주도해나갈 가능성이 큰 회사로 꼽힌다.

이 밖에 대한건설협회는 대형 건설사, 연구기관, 공기업, 학계 등 100여명의 건설 전문가가 참가해 통일시대 건설업계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통일건설포럼’을 준비 중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등 통일을 향한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서 건설업계가 먼저 이에 대한 밑그림을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생각돼 준비하게 됐다”며 “본래 8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북미회담 등 차후 과정을 조금 더 지켜 본 다음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진출이 가장 유력시되는 곳은 섬유·패션기업이다.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60% 이상은 섬유·패션 관련 업체였다. 섬유·패션기업 특성상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북한의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에 관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저렴한 인건비와 같은 언어 사용, 인접한 지리적 특성 등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며 “현지 노동 인력은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비용 절감 뿐 아니라 현재 남북간 평화흐름을 살펴보면 개성공단 폐쇄 전 전체 부지(100만평)의 40%도 사용하지 못했던 것을 100% 사용할 가능성도 높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업체들이 북한으로 진출하고 현지 고용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다음달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한으로 다시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섬유·패션업계의 경우 북한으로 가장 활발히 진출한 산업이다. 지난 2013년 섬유산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한 결과 섬유·패션 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요청이 높아 정부에 단지 조성을 요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섬유·패션 대세
공기업들도 박차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전까지 공장을 가동한 기업은 124개이며 신원, 태광산업, 인디에프, 좋은 사람들, 쿠쿠전자 등이 있다. 


최근 개성공단기업 비생대책위원회가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공단에 다시 들어갈지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 101곳 중 95%가 재입주 의사를 밝혔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면 미국 민간 기업들의 북한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민간 부문서 미국인들이 북한에 들어가 에너지 설비 구축을 도울 것이다. 북한은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인프라 개발과 북한 주민들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들도 북한 진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대북 금융사업 준비를 전담할 태스크포스(TF) ‘남북 하나로 금융사업 준비단’(가칭)을 이달 중 출범시킬 예정이다. 
 

준비단은 남북 경제협력과 금융지원 관련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북미관계 변화, 정부정책 방향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대북 금융사업을 추진하고 지원사업을 발굴한다. 단장은 일단 은행 임원이 맡을 전망이지만, 추후 외부전문가 넘겨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또 지주와 은행 간 대북 금융사업 시너지를 꾀하기 위해 중국 하나은행과 지린은행, 옌볜대학 등과 협력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신한금융도 이달 중 지주사를 중심으로 남북관계의 변화와 경협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학계와 연구기관 등 외부 북한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대북경협 금융지원,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경협사업 참여, 북한 금융개혁을 위한 인프라 구축 지원 등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은행들도 준비
TF 발족 속속

우리은행은 이미 ‘남북 금융협력 지원 TF’를 발족했으며, 오는 7월까지 3개월간 운영할 예정이다. TF에는 전략기획부, 글로벌, 외환, 투자은행, 개입영업, 기업영업 등 8개 부서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참여했다. 

TF는 우선 개성공단 재가동 시 개성공단에 재입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개성공단지점은 2004년 12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건물에 입주해 영업을 시작했으나 2016년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철수했다.

변호사 업계에도 ‘북한 열공모드’가 두드러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풀려 민간 교류가 재개되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민·형사상 문제 등 법률 수요가 생길 것을 염두한 로펌들이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있다. 

유산상속과 가족관계 등도 중요 이슈다. 개인적으로 스터티 그룹이나 사모임을 꾸려 공부하는 변호사들도 있다고 한다. 
 

법무법인 바른이 북한투자팀을 꾸렸다. 다른 로펌서 통일 법제 관련 팀은 있지만 북한 투자를 겨냥한 팀 구성은 바른이 처음이다. 

바른은 문성우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1기)와 한명관 변호사(15기)를 주축으로 국내기업의 북한 투자와 통일과 남북교류협력 등에 대한 법제 마련 등을 위해 북한투자팀을 구성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바른 북한투자팀의 업무 분야는 ▲북한 법률·투자제도 자문 ▲남북교류·협력사업 자문 ▲북한 인프라 자원개발 및 금융 관련 자문 ▲북한과의 교역·투자설비 면세 자문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법인 설립 자문 등이다. 

문 대표변호사와 한 변호사는 법무부에서 통일과 남북교류 협력 등에 대한 법제를 마련하는 법무부 통일법무를 관장한 경험을 토대로 이 팀의 구심점을 맡게 된다. 

이들은 한국기업에 북한에 투자할 경우 검토해야 할 북한의 북남경제협력법뿐만 아니라 북한투자 실제 경험이 있는 중국 로펌들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외국인투자법, 합영법, 합작법 등 법령을 연구해왔다. 

또 최재웅 변호사(38기)는 중국 현지 로펌 근무 경력을 살려 북한투자팀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오희정 외국변호사, 한태영 변호사(41기), 김용우 변호사(41기) 등이 포진해있다. 

최 변호사는 “기존에는 개별 기업 단위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특구로만 진출할 수 있었지만 북미정상회담 이후 제재가 풀리며 전면 개방 형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 북한 진출기업들이 남북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면 이제 중국회사와의 합작 투자 등 방법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투자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 수업 듣고 
세미나·연구회 꾸려

법무법인 태평양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주요 사항과 법적 절차, 국제 제재, 정전(停戰)·종전(終戰) 협정, 다자안보체제 등에 대한 내부 스터디를 하고 있다. 

유욱(55·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 등 북한팀이 주축이다. 태평양은 북한의 자원개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투자, 보험 분쟁, 손해배상 등 자문 업무도 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외부 북한법·통일법제 전문가를 초청해 매년 ‘광장 통일법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광장 통일법제팀 구성원 가운데는 자발적으로 외부 활동에 나선 경우도 많다.

권순엽(61) 미국변호사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서 활동하고 있다. 임형섭(41·36기) 변호사는 학술단체 ‘모자이크 코리아’와 연계해 한반도 통일 이후 시나리오를 연구하는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 플래닝’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 플래닝’은 올해 결과물을 낸다. 

법무법인 세종의 남북경협팀은 조용준(59·17기), 이수현(48·30기) 변호사 등 10여명이 모여 북한과 남북경협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시장경제화 과정에서의 법률적 문제와 대응방안’을 펴냈다. 

이 외에도 ▲북한의 법제 현황 ▲남북경협 관련 법제에 대한 연구 ▲북한의 경제개발구에 대한 연구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북한 관련 외부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류한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병수(52·27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10명 규모의 남북경협TF팀을 꾸렸다. 이 변호사는 법무부 특수법령과(현 통일법무과) 검사 출신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북한 투자 자산에 대한 손해 발생 시 보상 관련 자문’, ‘남북상사중재위원회의 중재 절차 관련 자문’ 등을 수행했다. 한수연(40·36기) 변호사 등이 북한노동법을 비롯한 대북관련 투자 기업법무·조세 등에 관해 역량을 키우고 있다.

북한 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기업은행이 남북 통일금융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IBK남북경협지원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위원회는 기업은행의 개성공단 지점 설치를 포함한 대북 금융 진출 방안이나 ▲도로 ▲철도 ▲항만 ▲환경 등 SOC 인프라 구축 시 파이낸싱 참여 등을 관장한다. 특히 기업은행은 공단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제조 설비 관련 투자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행 투자
중소기업 지원도

기존에 나가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추가 북한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 지원도 추진한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 진출한 중소기업 지원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남북경협이 의미를 잘 담아낸다고 생각해 명칭을 바꿨다” 며 “국책은행인 만큼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실질적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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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