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 김칫국 마시는 기업들 막전막후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대박의 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서 정상회담을 갖고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 것을 약속했다. 남북정상회담서 남북경협사업 추진이 언급됨에 따라 국내 기업의 북한 진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이 기회를 놓칠까 벌써부터 여러 분야의 기업들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민간 건설사들이 북한 진출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도 연결, 발전소 건설 등 관련 양측 정상의 회담 내용이 흘러나오며 건설업계도 가시화된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마다 TF를 신설, 자료 검토 등 준비가 한창이다”고 말했다. 

경협 추진 주시
건설업계 들썩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SK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남북 경협 추진과정을 주시하며 대비하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은 대북 SOC(사회간접자본)사업 관련 TF 신설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TF는 남북경협 사업 분야가 인프라 발전인 만큼 토목, 발전 플랜트 등 실무진 10여 명으로 추려질 예정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직 북미회담 등 남북경협 사업이 추진되기까지 넘어야할 과정들이 있기에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서라기보다 천천히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TF신설을 검토 중”이라며 “과거 대우건설이 경수로 건설 등 북한 사업을 추진해본 경험이 있어 당시 실무진들이 이번 TF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도 대우건설 못지않게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기대감을 지니고 있지만 대우건설과 비교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경제협력사업 재추진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나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를 지켜본 뒤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모두 과거에 북한서 사업을 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건설사들보다 경제협력사업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과거 노태우 김영삼정부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스무 차례 이상 만났다. 

당시 비공식적으로 경제부문 특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회장은 김 주석을 만나 평양의 위성도시인 남포에 대규모 공단 투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민간기업 차원서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최초로 이끌어낸 것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중장기적으로 200만평 규모의 TV·냉장고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기도 했다. 정부는 1995년 대우그룹의 500만달러 북한 투자를 승인했고 대우그룹은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합작해 세운 민족산업총회사라는 곳을 통해 1996년부터 남포공단을 정식으로 가동할 수 있었다. 

정상회담 후 북 진출 기대…준비 착수
현대·대우건설 필두 뿌린 씨앗 수확?

대우건설은 20여년 전에 대우그룹의 대북사업을 담당했던 직원들 30여명이 아직 회사 안에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닦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대북사업 길을 이미 오래 전에 닦아놨다. 정 회장의 고향은 강원도지만 현재 북한에 속해 있는 통천 지역이다. 정 회장은 1993년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오르면서 경영 일선서 물러났는데 이때부터 대북사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1998년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하자 정 회장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결국 정 회장은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지 넉 달 만인 1998년 6월16일 판문점을 통해 ‘통일소’라고 불린 소 500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넘는 역사적 장면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은 판문점 소 이벤트 이후에도 북한을 여러 차례 더 방문해 유람선을 통한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했고 1999∼2003년에는 평양에 체육관을 건설했다. 최근 남한 예술인들이 북한을 방문해 공연한 곳이 바로 이때 지어진 ‘류경정주영체육관’이다. 

현대건설은 대북 경수로사업을 주도해 진행한 경험도 지니고 있어 대북사업이 재개되면 앞으로도 사업을 주도해나갈 가능성이 큰 회사로 꼽힌다.

이 밖에 대한건설협회는 대형 건설사, 연구기관, 공기업, 학계 등 100여명의 건설 전문가가 참가해 통일시대 건설업계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통일건설포럼’을 준비 중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등 통일을 향한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서 건설업계가 먼저 이에 대한 밑그림을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생각돼 준비하게 됐다”며 “본래 8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북미회담 등 차후 과정을 조금 더 지켜 본 다음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진출이 가장 유력시되는 곳은 섬유·패션기업이다.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60% 이상은 섬유·패션 관련 업체였다. 섬유·패션기업 특성상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북한의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에 관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저렴한 인건비와 같은 언어 사용, 인접한 지리적 특성 등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며 “현지 노동 인력은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비용 절감 뿐 아니라 현재 남북간 평화흐름을 살펴보면 개성공단 폐쇄 전 전체 부지(100만평)의 40%도 사용하지 못했던 것을 100% 사용할 가능성도 높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업체들이 북한으로 진출하고 현지 고용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다음달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한으로 다시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섬유·패션업계의 경우 북한으로 가장 활발히 진출한 산업이다. 지난 2013년 섬유산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한 결과 섬유·패션 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요청이 높아 정부에 단지 조성을 요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섬유·패션 대세
공기업들도 박차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전까지 공장을 가동한 기업은 124개이며 신원, 태광산업, 인디에프, 좋은 사람들, 쿠쿠전자 등이 있다. 


최근 개성공단기업 비생대책위원회가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공단에 다시 들어갈지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 101곳 중 95%가 재입주 의사를 밝혔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면 미국 민간 기업들의 북한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민간 부문서 미국인들이 북한에 들어가 에너지 설비 구축을 도울 것이다. 북한은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인프라 개발과 북한 주민들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들도 북한 진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대북 금융사업 준비를 전담할 태스크포스(TF) ‘남북 하나로 금융사업 준비단’(가칭)을 이달 중 출범시킬 예정이다. 
 

준비단은 남북 경제협력과 금융지원 관련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북미관계 변화, 정부정책 방향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대북 금융사업을 추진하고 지원사업을 발굴한다. 단장은 일단 은행 임원이 맡을 전망이지만, 추후 외부전문가 넘겨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또 지주와 은행 간 대북 금융사업 시너지를 꾀하기 위해 중국 하나은행과 지린은행, 옌볜대학 등과 협력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신한금융도 이달 중 지주사를 중심으로 남북관계의 변화와 경협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학계와 연구기관 등 외부 북한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대북경협 금융지원,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경협사업 참여, 북한 금융개혁을 위한 인프라 구축 지원 등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은행들도 준비
TF 발족 속속

우리은행은 이미 ‘남북 금융협력 지원 TF’를 발족했으며, 오는 7월까지 3개월간 운영할 예정이다. TF에는 전략기획부, 글로벌, 외환, 투자은행, 개입영업, 기업영업 등 8개 부서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참여했다. 

TF는 우선 개성공단 재가동 시 개성공단에 재입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개성공단지점은 2004년 12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건물에 입주해 영업을 시작했으나 2016년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철수했다.

변호사 업계에도 ‘북한 열공모드’가 두드러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풀려 민간 교류가 재개되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민·형사상 문제 등 법률 수요가 생길 것을 염두한 로펌들이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있다. 

유산상속과 가족관계 등도 중요 이슈다. 개인적으로 스터티 그룹이나 사모임을 꾸려 공부하는 변호사들도 있다고 한다. 
 

법무법인 바른이 북한투자팀을 꾸렸다. 다른 로펌서 통일 법제 관련 팀은 있지만 북한 투자를 겨냥한 팀 구성은 바른이 처음이다. 

바른은 문성우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1기)와 한명관 변호사(15기)를 주축으로 국내기업의 북한 투자와 통일과 남북교류협력 등에 대한 법제 마련 등을 위해 북한투자팀을 구성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바른 북한투자팀의 업무 분야는 ▲북한 법률·투자제도 자문 ▲남북교류·협력사업 자문 ▲북한 인프라 자원개발 및 금융 관련 자문 ▲북한과의 교역·투자설비 면세 자문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법인 설립 자문 등이다. 

문 대표변호사와 한 변호사는 법무부에서 통일과 남북교류 협력 등에 대한 법제를 마련하는 법무부 통일법무를 관장한 경험을 토대로 이 팀의 구심점을 맡게 된다. 

이들은 한국기업에 북한에 투자할 경우 검토해야 할 북한의 북남경제협력법뿐만 아니라 북한투자 실제 경험이 있는 중국 로펌들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외국인투자법, 합영법, 합작법 등 법령을 연구해왔다. 

또 최재웅 변호사(38기)는 중국 현지 로펌 근무 경력을 살려 북한투자팀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오희정 외국변호사, 한태영 변호사(41기), 김용우 변호사(41기) 등이 포진해있다. 

최 변호사는 “기존에는 개별 기업 단위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특구로만 진출할 수 있었지만 북미정상회담 이후 제재가 풀리며 전면 개방 형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 북한 진출기업들이 남북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면 이제 중국회사와의 합작 투자 등 방법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투자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 수업 듣고 
세미나·연구회 꾸려

법무법인 태평양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주요 사항과 법적 절차, 국제 제재, 정전(停戰)·종전(終戰) 협정, 다자안보체제 등에 대한 내부 스터디를 하고 있다. 

유욱(55·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 등 북한팀이 주축이다. 태평양은 북한의 자원개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투자, 보험 분쟁, 손해배상 등 자문 업무도 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외부 북한법·통일법제 전문가를 초청해 매년 ‘광장 통일법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광장 통일법제팀 구성원 가운데는 자발적으로 외부 활동에 나선 경우도 많다.

권순엽(61) 미국변호사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서 활동하고 있다. 임형섭(41·36기) 변호사는 학술단체 ‘모자이크 코리아’와 연계해 한반도 통일 이후 시나리오를 연구하는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 플래닝’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 플래닝’은 올해 결과물을 낸다. 

법무법인 세종의 남북경협팀은 조용준(59·17기), 이수현(48·30기) 변호사 등 10여명이 모여 북한과 남북경협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시장경제화 과정에서의 법률적 문제와 대응방안’을 펴냈다. 

이 외에도 ▲북한의 법제 현황 ▲남북경협 관련 법제에 대한 연구 ▲북한의 경제개발구에 대한 연구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북한 관련 외부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류한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병수(52·27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10명 규모의 남북경협TF팀을 꾸렸다. 이 변호사는 법무부 특수법령과(현 통일법무과) 검사 출신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북한 투자 자산에 대한 손해 발생 시 보상 관련 자문’, ‘남북상사중재위원회의 중재 절차 관련 자문’ 등을 수행했다. 한수연(40·36기) 변호사 등이 북한노동법을 비롯한 대북관련 투자 기업법무·조세 등에 관해 역량을 키우고 있다.

북한 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기업은행이 남북 통일금융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IBK남북경협지원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위원회는 기업은행의 개성공단 지점 설치를 포함한 대북 금융 진출 방안이나 ▲도로 ▲철도 ▲항만 ▲환경 등 SOC 인프라 구축 시 파이낸싱 참여 등을 관장한다. 특히 기업은행은 공단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제조 설비 관련 투자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행 투자
중소기업 지원도

기존에 나가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추가 북한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 지원도 추진한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 진출한 중소기업 지원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남북경협이 의미를 잘 담아낸다고 생각해 명칭을 바꿨다” 며 “국책은행인 만큼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실질적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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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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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