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역대급 무관심’ 여야 손익계산서

‘흥행 빨간불’ 어느 쪽이 유리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썰렁하다. 선거 때마다 불었던 바람도 이번에는 자취를 감췄다. 이번 선거는 4000명이 넘는 주민대표를 선출하는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는 무관심에 가깝다. 각 당의 대표 선수들은 현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A(25)씨는 이번 지방선거 날짜도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선거에 대한 관심이 없는 상태. A씨는 “우리 지역에 누가 나오는지 이름도 얼굴도 몰라요”라며 “몇 명 뽑는 거예요?”고 반문했다.

#2. 인천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B(36)씨는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후보들의 명함 한 장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지하철 출구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며 명함을 나눠주는 후보들을 많이 봤는데 최근에는 거의 없다는 것. B씨는 “선거철만 되면 지하철 휴지통이 버려진 명함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좀 이상하네요”라고 언급했다.

4016명 뽑는데
후보 누군지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시·도지사 17명을 포함 총 4016명의 주민대표를 선출한다. 서울 노원구병, 송파구을 등 12개 선거구서 재보궐 선거도 열린다. 숫자로 따지면 총 4028명을 뽑는 셈. 각 지역마다 복수의 후보자로 따져도 1만명이 넘는 인원이 선거를 위해 뛰고 있지만 선거 분위기는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공천 과정을 거쳐 각 당의 대표선수로 확정된 후보들은 지난 24∼25일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이들은 오는 31일부터 선거 전날인 다음달 12일까지 선거 운동에 나선다. 선거운동 기간이 되면 거리는 유세 소리로 가득차고,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격전지를 조명한다. 


후보에 대한 의혹이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도 이때다. 공천 과정서 군불을 때며 달궈놓은 열기가 선거운동 기간에 폭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는 군불조차 잘 붙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 때마다 불었던 바람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중요한 선거로 분류되지만 무게감은 다른 두 선거에 비해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에 한 번 지방선거 때마다 대형 이슈가 선거판을 이끌었다. 북풍, 안전 이슈 등 지방선거를 뒤흔든 변수가 반드시 존재했다는 뜻이다.
 

바로 직전인 6회 지방선거(이하 6·4지방선거) 때는 세월호 참사가, 5회 지방선거(이하 6·2지방선거) 당시에는 천안함 사건이 선거판을 관통한 화두였다. 2014년 4월16일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일반인 등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서 침몰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전 국민은 국가적 비극을 보며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세월호 참사는 6·4지방선거를 안전이라는 블랙홀에 빠뜨렸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들은 ‘안전’을 최우선 의제로 내걸었다. 각 정당 역시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공약집에 안전 관련 공약을 첫 머리에 실었다.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국민안전 최우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통합진보당이 ‘안전한 대한민국, 안전한 마을 만들기’, 정의당이 ‘위험사회에서 생명사회’를 내세운 식이다.


천안함·세월호
선거 흔든 이슈

6·2지방선거 때는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 2010년 3월26일 일어난 천안함 사건으로 장병 44명이 수장됐다.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일어난 사건은 판세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두고 국가 안보 문제가 불거지면서 ‘북풍’ 논란도 제기됐다.
 

북풍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선거판 ‘스테디셀러’다. 국가 안보를 최대 의제로 잡는 보수정당서 선거 때마다 제기하는 이슈다. 최근에는 북풍 이슈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미미해졌지만 6·2지방선거 때만해도 언론은 북한 관련 뉴스를 끊임없이 생산해내곤 했다.

2주 남았는데 선거 분위기 ‘글쎄’
비핵화·드루킹에 국민 관심 쏠려

하지만 6·13지방선거는 선거판을 뒤흔드는 변수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중앙 정부발 대형 이슈가 있긴 하지만 주민대표를 뽑는 지방선거의 특성상 지역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닌 상황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정부의 움직임에 쏠려 있으니 지역 후보들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먼저 정상회담 이슈가 선거 기간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22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이 열렸고, 북미정상회담 이슈도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부터 이어진 북핵 문제가 글로벌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지역 이슈는 묻히는 모양새다.

여기에 남북 고위급회담이 지난 16일로 예정됐다가 북한이 무기한 연기를 선언하면서 회담 재개 시기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밀고 당기기로 인한 북미정상회담 재개 여부, 시기 등도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이슈인 만큼 지방선거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여러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가 지방선거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역 경제, 민생 등 주민들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중앙 이슈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중앙선대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서 “남북문제는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아 선거에 결정적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민생”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를 비롯한 정치 관련 인사들도 “한반도 비핵화 이슈가 지방선거를 잠식하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중앙 정부만
지방 실종돼

지방선거의 변수로 작용하리라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사건, 이른바 드루킹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선거보다 더 큰 이슈로 변했다. 드루킹 사건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대표인 김동원씨(필명 드루킹) 등 경공모 회원들이 인터넷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사건 초반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함께 제기되면서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드루킹이 구속되고 김 후보의 보좌관,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등이 금전적으로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관심이 커졌다. 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는 등 정치적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드루킹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사건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의 지지율 고공행진과 야당의 부진도 지방선거의 흥행을 방해하는 요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주간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1월1주차부터 4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4월2주차부터는 50%를 돌파, 5월1주차에는 55%까지 치솟았다. 한국당은 10% 초반을 오가고,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독주나 다름없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정당지지율은 각 당 후보들의 지지율로 이어졌다. 여론조사를 통한 시·도지사 가상대결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대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 높은 민주당 ‘이대로∼’
한국당·바미당 ‘뭐라도 해야∼’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조사해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 박원순 49%, 바미당 안철수 17.3%, 한국당 김문수 9.9%로 나타났다. 안 후보와 김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박 후보의 반토막 수준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인천은 한국당 후보로 현직 시장이 나섰지만 민주당 후보에 더블스코어로 뒤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인천일보> 의뢰에 따라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박남춘 후보는 54.3%, 한국당 유정복 후보는 20.7%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그나마 제주서 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근소한 차이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일각에선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성급한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 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흔들고 싶어도 야당서 좀처럼 돌파구를 모색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역대급’ 무관심은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각 당은 현재 상황을 민감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민주당은 말 그대로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주목도가 낮아지면서 투표의 기준이 인물보다는 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지방선거 흥행이 부진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지난 대선을 거친 20∼40대 청장년층이 노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 결국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정당에 유리하다는 공식은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논파됐다는 지적이다.

여 유리하지만
야 “아직 몰라”

반면 한국당과 바미당 등 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실정이다. 일자리, 취업률, 최저임금 등 민생 경제와 관련한 사안이 산적해 있지만 선거판을 흔들 정도의 바람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투표장을 찾았던 노년층의 투표 열기도 청장년층에 밀리는 모양새다. 그래도 일부 전문가들은 ‘샤이 보수(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는 보수 성향 지지층)’ 표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너무 일방향인 선거 구도가 보수층 결집을 부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방선거 마지막 변수 ‘야권 단일화’로 돌파구?

6·13지방선거의 마지막 변수는 ‘야권 단일화’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올 만큼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크게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서 야권이 모색할 수는 후보 단일화라는 분석이다. 역대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는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었다. 단일화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야권 일각에선 서울시장 후보인 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미당 안철수 후보간 물밑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이 김·안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1.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지율이 너무 낮아 ‘울며 겨자먹기’ 식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법상 후보들은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들이 자진 사퇴를 하면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의 단일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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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