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야메떼∼’ AV용어 유행하는 교실 천태만상

기분 좋은 초등생 입에서 ‘기모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본 성인용 영상서 나오는 용어들이 초등학생들 사이서 무분별하게 확산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등생들은 공공연하게 교실 안에서 ‘앙 기모찌(기분이 좋다는 일본어)’ 등의 말들을 큰 소리로 떠들면서 반복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야동을 자주 접하고 이를 생활서 모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의 정확한 뜻조차 모르고 사용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한 남학생의 “앙 기모띠∼”라는 외침을 듣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AV에나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이런 말을 들었냐고 채근하자 남학생은 “저희끼리는 다들 쓰는 말”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다 쓰는 말?
부모 욕까지

A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인터넷서 유명한 BJ가 쓰는 말이었다”며 “여학생들에게도 장난처럼 쓰더라”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 B씨는 남학생들이 서로 싸우는 도중 “니 애미 창X”라는 욕을 내뱉는 것을 들었다. 

B씨가 그런 못된 말을 왜 쓰느냐고 나무라자 남학생은 “친구가 열받게 해서 제일 심한 욕을 한 것”이라고 했다. B씨는 “여성혐오적인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방송·영상 등을 보고 그대로 따라해 ‘유행어’처럼 자리잡은 실정이다. 하지만 대다수 선생과 학부모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C씨는 최근 딸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같은 반 남학생이 “느금마(상대방의 엄마를 비하하는 말)도 맘충(엄마를 뜻하는 맘(mom)에 벌레충(蟲)을 합친 말) 아냐?”라고 놀렸다는 것. 

C씨는 “딸아이가 무슨 뜻인지 잘 몰라서 차라리 다행이었다”며 “큰 상처를 받을 뻔했다. 어린 아이들이 그런 말을 쓰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표현들은 대다수 인터넷 방송이나 커뮤니티, SNS, 성인 동영상 등을 통해 습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 비하를 하려는 의도보다 유행어나 장난처럼 쓰이는 실정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학교 교실에 붙은 ‘우리반 금지어! 지켜요’ 리스트가 화제가 됐다. 금지어 목록에는 ‘네 얼굴 실화냐, 패드립’ 등 BJ가 방송서 즐겨 사용하는 속어가 나열돼있다. 

교사들은 인터넷 방송 시청에 대한 생활지도를 어떻게 할지 난감한 표정이다. 명확한 지도 지침이 없고 교내 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가정서 주의를 주거나 학교서 개별 교사가 생활지도 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학생이 많아 교사나 부모가 보지 않는 곳에서 영상을 보는 것은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표현이 지속적으로 쓰일 경우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 야동’ 통해 일본어 배우고 있는 실정
“아이들 빠르면 유치원부터 포르노 접한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아이들은 빠르면 유치원부터 포르노를 접한다고 한다. 스마트폰 각종 영상 등의 검열이 전혀 안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성에 대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고민하거나 교육을 받기 전에 무분별하게 그런 문화를 접하면 왜곡된 성 인식과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별적인 표현을 하지 않도록 성평등 교육을 해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교과 과정에 포함시키고 학부모와 교사들까지 총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은 ‘성’에 대해 무지할 나이인 초등학생들이 ‘일본 야동’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실정도 문제다.

일본어 공부?
베스트 10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 학생들이 일본어를 많이 쓰는데 모두 ‘일본 야동’서 나오는 말들”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에게서 “요즘 친구들이 SNS서 너무 음란한 말들을 많이 한다”고 고백한 내용도 덧붙였다. 이렇게 초등학생들이 입에 달고 사는 일본 야동 언어는 그 수가 굉장히 많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야메떼 = 한국말로 ‘안돼’인 야메떼는 ‘일본 야동’서 여성들이 항상 사용하는 대사다. 남자들은 보통 ‘야메로’를 쓴다.

▲기모찌이이 = ‘기분 좋아’라는 뜻의 이 말은 음란한 뜻을 지니고 있다. 이것을 초등학생이 쓰기에는 정말로 적절치 않다.

▲이끄 = 원래는 ‘이크와이요’가 정식 발음이지만 ‘이끄’로 줄여 발음한다. 보통은 ‘자 시작하자’라는 뜻이지만 일본 야동에서는 야한 뜻으로 쓰인다.

▲야다(이야다) = 한국말로 ‘싫어’라는 뜻이다. 남성이 여성을 힘으로 짓누르려 할 때 여자 출연자들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스고이(스고이요) = ‘대단하다’는 뜻이 담긴 이 말은 남자 출연자들이 많이 쓰는 단어다. 보통 여자들은 쓰지 않는다.
 


▲마다 = 이 말은 ‘아직’이라는 뜻이다. 보통은 낯뜨거운 장면에서 여자 출연자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이이요(이이) = ‘좋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을 해도 좋다”는 뜻으로 쓰이며 ‘허락’의 뜻을 드러낼 때 사용된다.

▲하즈까시이 = 상황상 여자 출연자가 ‘부끄러움’을 드러낼 때 쓰이는 만큼 영상서 보이는 장면은 아주 낯뜨겁다.

▲기분가 이이 = 이 뜻은 ‘기분이 좋다’는 뜻이지만 ‘연인관계’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직업여성’과의 관계 같은 느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모또 = 영어로 하면 ‘more’의 뜻을 지는 말로 ‘조금 더’라는 뜻이다. 주로 여성이 쓰는데, 어떨 때 쓰는 지 알면 차마 대놓고 쓰기에는 부끄러운 뜻이다.

유튜브 보고…
부실한 제재


일각에선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의 미성년자 제재가 미미해 발생한 일이라고 말한다. BJ와 유튜버들의 도 넘은 방송이 초등학생들에게 그대로 노출돼있다는 것. 

한국 사회서 유튜버, BJ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됐다. 장래희망으로 유튜버를 꼽는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유튜버의 막대한 영향력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미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열광하는 일부 채널의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혐오, 비하하는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이 가장 즐겨보는 BJ로 꼽히는 한 남성 유튜버의 계정에서는 어렵지 않게 선정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제목의 동영상을 찾을 수 있다. 

모자이크 한 여성 속옷 사진을 볼 수 있는 한 영상의 제목은 ‘아내의 속옷…큰일났다’다. 동영상 중 조회수가 두 번째로 많은 영상의 제목은 ‘[18금] AV 여배우가 알려주는 정액의 맛, 그 비밀은?’이다. 

‘18금’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해당 동영상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로그인도 필요 없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 여성 혐오 표현 ‘김치녀’를 입력하면 약 3만8100개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된장녀’는 1만600개, ‘맘충’은 6880개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문제는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아이들의 경우, 이처럼 자극적이고 비상식적인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도 넘은 인터넷 방송
제재없이 그대로 노출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유튜브가 받는 제재는 크지 않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법적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유튜브는 유튜브 광고에 적합하지 않은 영상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크게 혐오성 콘텐츠, 가족 캐릭터를 부적절하게 다루는 콘텐츠, 선동하거나 모욕적인 콘텐츠가 이에 해당한다. 

이용자들의 신고로 접수된 콘텐츠가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면 유튜브 측에서 제재를 가하는 ‘자율규제’의 형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튜브 플랫폼의 자율규제가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한 미국 유튜버는 영상을 통해 시신을 공개했음에도 유튜브 측은 650만명이 해당 영상을 시청 할 동안 어떠한 제재도 취하지 않았다. 

조회수로 수익을 내는 ‘플랫폼 사업자’의 강도 높은 자율규제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지점이다. 또 유튜브 측에서 문제가 된 계정을 정지시키더라도 해당 유튜버는 새로운 계정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타사와의 인터뷰서 “유튜브가 해외 사업자라 규제를 요청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자극적인 영상일수록 시청자가 많아지고, 광고 수익에 도움이 돼 자율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도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등 플랫폼 제공 사업자에게 연대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방송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서 등급 제한을 강제할 법 규정이 없다”며 ”지나친 욕설이나 음란 영상이 반복될 경우 사업자가 불이익을 받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 은어의 급속한 확산은 초등학생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심리 때문으로 교사들은 분석했다. 야한 동영상이 초등학생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따라서 휴대전화로 쉽게 접하는 유해매체를 차단하고 부모와 자식 간 긴밀한 대화를 자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해매체와 친구
대화 단절 때문

한 아동·청소년상담협회 관계자는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1학년만 돼도 스마트폰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유해매체를 접한다”며 “아이들이 이런 언어를 쓰는 사실을 부모가 일찍 알면 잘 대응할 수 있는데, 초등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탓에 언어 습관을 잘 모른다”며 가정에서 대화를 자주 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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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