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야메떼∼’ AV용어 유행하는 교실 천태만상

기분 좋은 초등생 입에서 ‘기모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본 성인용 영상서 나오는 용어들이 초등학생들 사이서 무분별하게 확산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등생들은 공공연하게 교실 안에서 ‘앙 기모찌(기분이 좋다는 일본어)’ 등의 말들을 큰 소리로 떠들면서 반복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야동을 자주 접하고 이를 생활서 모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의 정확한 뜻조차 모르고 사용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한 남학생의 “앙 기모띠∼”라는 외침을 듣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AV에나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이런 말을 들었냐고 채근하자 남학생은 “저희끼리는 다들 쓰는 말”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다 쓰는 말?
부모 욕까지

A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인터넷서 유명한 BJ가 쓰는 말이었다”며 “여학생들에게도 장난처럼 쓰더라”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 B씨는 남학생들이 서로 싸우는 도중 “니 애미 창X”라는 욕을 내뱉는 것을 들었다. 

B씨가 그런 못된 말을 왜 쓰느냐고 나무라자 남학생은 “친구가 열받게 해서 제일 심한 욕을 한 것”이라고 했다. B씨는 “여성혐오적인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방송·영상 등을 보고 그대로 따라해 ‘유행어’처럼 자리잡은 실정이다. 하지만 대다수 선생과 학부모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C씨는 최근 딸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같은 반 남학생이 “느금마(상대방의 엄마를 비하하는 말)도 맘충(엄마를 뜻하는 맘(mom)에 벌레충(蟲)을 합친 말) 아냐?”라고 놀렸다는 것. 

C씨는 “딸아이가 무슨 뜻인지 잘 몰라서 차라리 다행이었다”며 “큰 상처를 받을 뻔했다. 어린 아이들이 그런 말을 쓰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표현들은 대다수 인터넷 방송이나 커뮤니티, SNS, 성인 동영상 등을 통해 습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 비하를 하려는 의도보다 유행어나 장난처럼 쓰이는 실정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학교 교실에 붙은 ‘우리반 금지어! 지켜요’ 리스트가 화제가 됐다. 금지어 목록에는 ‘네 얼굴 실화냐, 패드립’ 등 BJ가 방송서 즐겨 사용하는 속어가 나열돼있다. 

교사들은 인터넷 방송 시청에 대한 생활지도를 어떻게 할지 난감한 표정이다. 명확한 지도 지침이 없고 교내 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가정서 주의를 주거나 학교서 개별 교사가 생활지도 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학생이 많아 교사나 부모가 보지 않는 곳에서 영상을 보는 것은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표현이 지속적으로 쓰일 경우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 야동’ 통해 일본어 배우고 있는 실정
“아이들 빠르면 유치원부터 포르노 접한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아이들은 빠르면 유치원부터 포르노를 접한다고 한다. 스마트폰 각종 영상 등의 검열이 전혀 안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성에 대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고민하거나 교육을 받기 전에 무분별하게 그런 문화를 접하면 왜곡된 성 인식과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별적인 표현을 하지 않도록 성평등 교육을 해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교과 과정에 포함시키고 학부모와 교사들까지 총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은 ‘성’에 대해 무지할 나이인 초등학생들이 ‘일본 야동’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실정도 문제다.

일본어 공부?
베스트 10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 학생들이 일본어를 많이 쓰는데 모두 ‘일본 야동’서 나오는 말들”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에게서 “요즘 친구들이 SNS서 너무 음란한 말들을 많이 한다”고 고백한 내용도 덧붙였다. 이렇게 초등학생들이 입에 달고 사는 일본 야동 언어는 그 수가 굉장히 많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야메떼 = 한국말로 ‘안돼’인 야메떼는 ‘일본 야동’서 여성들이 항상 사용하는 대사다. 남자들은 보통 ‘야메로’를 쓴다.

▲기모찌이이 = ‘기분 좋아’라는 뜻의 이 말은 음란한 뜻을 지니고 있다. 이것을 초등학생이 쓰기에는 정말로 적절치 않다.

▲이끄 = 원래는 ‘이크와이요’가 정식 발음이지만 ‘이끄’로 줄여 발음한다. 보통은 ‘자 시작하자’라는 뜻이지만 일본 야동에서는 야한 뜻으로 쓰인다.

▲야다(이야다) = 한국말로 ‘싫어’라는 뜻이다. 남성이 여성을 힘으로 짓누르려 할 때 여자 출연자들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스고이(스고이요) = ‘대단하다’는 뜻이 담긴 이 말은 남자 출연자들이 많이 쓰는 단어다. 보통 여자들은 쓰지 않는다.
 


▲마다 = 이 말은 ‘아직’이라는 뜻이다. 보통은 낯뜨거운 장면에서 여자 출연자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이이요(이이) = ‘좋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을 해도 좋다”는 뜻으로 쓰이며 ‘허락’의 뜻을 드러낼 때 사용된다.

▲하즈까시이 = 상황상 여자 출연자가 ‘부끄러움’을 드러낼 때 쓰이는 만큼 영상서 보이는 장면은 아주 낯뜨겁다.

▲기분가 이이 = 이 뜻은 ‘기분이 좋다’는 뜻이지만 ‘연인관계’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직업여성’과의 관계 같은 느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모또 = 영어로 하면 ‘more’의 뜻을 지는 말로 ‘조금 더’라는 뜻이다. 주로 여성이 쓰는데, 어떨 때 쓰는 지 알면 차마 대놓고 쓰기에는 부끄러운 뜻이다.

유튜브 보고…
부실한 제재


일각에선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의 미성년자 제재가 미미해 발생한 일이라고 말한다. BJ와 유튜버들의 도 넘은 방송이 초등학생들에게 그대로 노출돼있다는 것. 

한국 사회서 유튜버, BJ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됐다. 장래희망으로 유튜버를 꼽는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유튜버의 막대한 영향력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미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열광하는 일부 채널의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혐오, 비하하는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이 가장 즐겨보는 BJ로 꼽히는 한 남성 유튜버의 계정에서는 어렵지 않게 선정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제목의 동영상을 찾을 수 있다. 

모자이크 한 여성 속옷 사진을 볼 수 있는 한 영상의 제목은 ‘아내의 속옷…큰일났다’다. 동영상 중 조회수가 두 번째로 많은 영상의 제목은 ‘[18금] AV 여배우가 알려주는 정액의 맛, 그 비밀은?’이다. 

‘18금’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해당 동영상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로그인도 필요 없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 여성 혐오 표현 ‘김치녀’를 입력하면 약 3만8100개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된장녀’는 1만600개, ‘맘충’은 6880개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문제는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아이들의 경우, 이처럼 자극적이고 비상식적인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도 넘은 인터넷 방송
제재없이 그대로 노출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유튜브가 받는 제재는 크지 않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법적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유튜브는 유튜브 광고에 적합하지 않은 영상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크게 혐오성 콘텐츠, 가족 캐릭터를 부적절하게 다루는 콘텐츠, 선동하거나 모욕적인 콘텐츠가 이에 해당한다. 

이용자들의 신고로 접수된 콘텐츠가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면 유튜브 측에서 제재를 가하는 ‘자율규제’의 형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튜브 플랫폼의 자율규제가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한 미국 유튜버는 영상을 통해 시신을 공개했음에도 유튜브 측은 650만명이 해당 영상을 시청 할 동안 어떠한 제재도 취하지 않았다. 

조회수로 수익을 내는 ‘플랫폼 사업자’의 강도 높은 자율규제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지점이다. 또 유튜브 측에서 문제가 된 계정을 정지시키더라도 해당 유튜버는 새로운 계정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타사와의 인터뷰서 “유튜브가 해외 사업자라 규제를 요청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자극적인 영상일수록 시청자가 많아지고, 광고 수익에 도움이 돼 자율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도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등 플랫폼 제공 사업자에게 연대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방송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서 등급 제한을 강제할 법 규정이 없다”며 ”지나친 욕설이나 음란 영상이 반복될 경우 사업자가 불이익을 받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 은어의 급속한 확산은 초등학생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심리 때문으로 교사들은 분석했다. 야한 동영상이 초등학생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따라서 휴대전화로 쉽게 접하는 유해매체를 차단하고 부모와 자식 간 긴밀한 대화를 자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해매체와 친구
대화 단절 때문

한 아동·청소년상담협회 관계자는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1학년만 돼도 스마트폰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유해매체를 접한다”며 “아이들이 이런 언어를 쓰는 사실을 부모가 일찍 알면 잘 대응할 수 있는데, 초등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탓에 언어 습관을 잘 모른다”며 가정에서 대화를 자주 할 것을 주문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