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엘리엇 실체 해부

잊을만하면 나타나 ‘감놔라 배놔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전방위 공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엘리엇은 과거 적폐 청산과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 중인 우리 정부의 약한 고리를 파고드는 모양새다. 엘리엇이 국내 정부와 재계를 상대로 공세를 강화하면서 그 실체와 속셈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28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해 그간 공정위로부터 해결 압박을 받아온 4개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시키고 이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와 기아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계열사들이 합병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현대글로비스를 기아차 산하 기업으로 만들어 현대모비스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는 구상이었다. 

3년 만의 귀환
대기업 노리다

그간 증권가서 많이 거론됐던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3사를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정리해 현대모비스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직접 지분 매입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증권가서도 호평이 쏟아져 현대차의 구상은 곧 현실화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주일 후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달 4일,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투자자문사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홍콩’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의 보통주 10억달러(한화 약 1조500억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의 추가 조치를 주문하고 나섰다. 


일단은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다. 하지만 과거 삼성그룹이 추진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강력한 태클을 걸었던 전력 때문에 이번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과정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투자금융업계가 엘리엇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주시하는 이유다. 
 

엘리엇은 일반적으로 행동주의(Activism)를 표방하는 헤지펀드(hedge fund)로 분류된다. 헤지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을 비공개로 모집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기업형 펀드다. 이 중에서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주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택한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전략으로는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M&A), 지배구조 개편 등이 있다. 한마디로 주가를 부양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기업에 적극적으로 요구, 관철시키는 펀드다. 

과도한 기업 경영권 침해로 인해 일각에선 ‘기업 사냥꾼’으로 매도되기도 하지만 헤지펀드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행동주의 펀드의 투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1977년 미국서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 폴 싱어가 설립한 헤지펀드다.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의 두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최근까지 순 투자 수익은 14.6%이며 현재 전체 운용자산은 340억달러 이상이다. 

엘리엇의 포트폴리오 중 3분의 1 정도는 부실 채권을 초저가에 사들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2014년 아르헨티나를 두 번째 국가부도 사태로 몰아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2001년 아르헨티나가 950억달러 규모의 국가부도를 냈을 때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국의 국채를 매입한 해외 투자자들과 여러 차례 협상을 벌여 채무의 70% 내외를 탕감받았다. 하지만 엘리엇 등 헤지펀드들은 국채 탕감을 거부했다. 

특히 엘리엇은 국가부도 당시 4800만달러라는 폭락가에 구입한 아르헨티나 국채에 대해 액면가 6억3000만달러의 ‘전액 상환’을 요구했다. 

국가부도 몰아
여러나라 피해

헤지펀드들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약 15억달러의 국채를 상환하기 전까지는 채무 조정된 다른 빚들도 상환할 수 없게 해달라고 미국 법정에 소송을 걸었고, 2014년 6월 미국 대법원은 엘리엇 등 헤지펀드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궁지에 몰렸다. 

아르헨티나로서는 헤지펀드들에게 액면가로 전액을 상환하게 되면, 앞서 채무 조정을 약속한 다른 채권자들에게도 같은 조건을 적용해야 했다. 결국 아르헨티나 정부는 13년 만에 다시 국가부도를 선언했다. 
 

엘리엇은 비슷한 전략을 페루 등 빈곤 국가에 적용해 거액을 벌어들였다. 2000년 말 반정부 시위의 격화로 망명을 모색하던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사례다. 엘리엇은 액면가 200만달러어치의 페루 국채를 1140만달러에 사들인 뒤 액면가와 이자를 합쳐 5800만달러의 지급소송을 냈다. 

페루 정부가 돈을 내지 않자 해외로 도피하려는 후지모리 대통령의 전용기를 압류해 원하던 금액을 모두 받아냈다.

엘리엇은 지배구조 관련 투자서도 2003년 미국 피앤지(P&G)가 독일기업 웰라를 인수하며 제시한 우선주의 가치가 부당하다며 독일 펀드와 손잡고 주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2006년에는 스위스 인력컨설팅업체 아데코가 독일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 개입해 지분가격을 주당 54.5유로서 113유로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엘리엇은 헤지펀드 특성상 특정 기업 주식을 사들여 일정 의결권을 확보한 뒤 그 기업의 약한 고리를 공격하며 주로 단기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리도록 요구하기도 하고, 배당을 더 하라고 압박하기도 하며 때로는 지배구조 개선, 자산매각, 자기편 이사 선임 등도 요구한다. 

국내서 엘리엇이 이름을 알린 것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추진할 때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약 7000억원에 매입한 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해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가치를 높여 팔고 나갔다. 

이어 2016년에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설이 퍼졌을 때 지분 0.67%를 인수한 후 30조원의 특별배당을 요구하고 최소 3명의 독립적인 이사 선임과 잉여현금흐름의 75%를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1조원 규모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무기로 지배구조 개선 추가 조치와 이익 주주환원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면서 노골적인 주가 띄우기라고 비판받았다. 


엘리엇은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정부를 상대한 것이다. 엘리엇은 지난 2일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13일 우리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재의향서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약 3년이 지난 시점에 엘리엇이 이 문제를 다시 들고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국정 농단 걸림돌
정부 압박하기?

엘리엇은 2015년 6월 합병을 결정하는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를 금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 등을 냈지만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며 특검은 국민연금이 직권을 남용해 합병에 찬성했다고 판단했고, 법원은 1·2심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연금에 손해를 초래(업무상 배임죄)했다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는 엘리엇이 ISD에 나설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결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기업의 법무 담당 임원은 “2015년 합병이 진행된 시기는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던 때”라며 “주가 하락이 합병 때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엘리엇의 손해액을 산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엘리엇이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한 재판을 지켜보면서 치고 들어갈 우리 정부의 ‘약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 업계에선 엘리엇이 우리 정부에 ‘앞으로 있을 한국 기업에 대한 경영권 공격에 개입하지 말라’는 신호를 던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엘리엇은 현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라’며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기업의 일에 정부가 함부로 개입했다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고했다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엘리엇의 제안은 금산분리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제안”이라며 현대차를 두둔하는 듯한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한 사모투자전문회사(PEF) 관계자는 “35년간 연 평균 20%가 넘는 수익을 올린 엘리엇이 ISD를 통해 얻는 실익은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비용을 고려할 때 그다지 크지 않다”며 “다른 곳에 투자해 얻는 이익이 더 큰데도 ISD를 감행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엘리엇이 노리는 한국 기업은 삼성·현대차만이 아니다”라며 “지배구조 개편, 주주 이익 환원 등을 요구하며 한국 기업을 압박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선 정부가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힘들게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엘리엇과 같은 투기자본의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 측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으나 각종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서 합병 적절성 논란이 다시 불거진 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는 엘리엇의 중재에 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엘리엇은 3개월 후인 7월부터 한국 정부에 대한 제소가 가능하다. 

정부는 앞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등과도 중재 없이 ISD에 들어갔다. 

법무부 관계자는 “만약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이 어떤 손해를 끼쳤는지 명확하게 입증돼야 하는데 중재의향서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담겨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엘리엇의 행동은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 청산과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맞물려 있는 약한 고리를 공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약점 간파해야…
적절한 대응 필요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과거의 사례를 봐도 엘리엇은 자신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집단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정부를 상대로 한 엘리엇의 공격은 자신들의 이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우리 정부 길들이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헤지펀드 특성과 약점을 간파해 적절한 대응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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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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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