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날 -싱글맘의 날을 아십니까?

5월 달력에도 없는 두 기념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5월 달력은 행사로 빼곡하다.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등 굵직한 이벤트가 많다. 음력으로 계산해 날짜는 매년 바뀌지만 대표적인 5월 휴일로 꼽히는 부처님 오신 날(22일)도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18일), 성년의 날(21일)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5월11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포털사이트서 5월 달력을 검색하면 10여개의 기념일로 달력이 꽉 차 있다. 하지만 5월11일은 공란이다. 매년 날짜를 5월11일로 정한 두 기념일에 대한 정보는 포털사이트서도 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5월11일은 입양의 날이자 싱글맘의 날이다. 올해로 각각 13회, 8회째를 맞았다.

정부가 정했는데…

입양의 날은 국내에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고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서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시·도 입양실적 및 추진계획 보고회의’서 5월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했다. 가정의 달 5월에 1가정이 1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취지서 정한 날짜다.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된 아이는 흔히 ‘가슴으로 낳았다’고 표현한다. 2006년 제1회 입양의 날은 ‘입양은 가슴으로 낳은 사랑입니다’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과거 입양과 입양아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웠다. 핏줄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밖에서 데려온 아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입양을 꺼리는 인식이 유지되는 동안 우리나라는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사이트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아동수출 상위 5개국 순위에 들었다. 2008년 1064명으로 5위, 2009년(1079명) 4위, 2010년(865명) 4위, 2014년(370명) 5위 등이다.


2015년에도 중국, 에티오피아, 우크라이나, 우간다 등과 함께 톱5에 올랐다. 매년 숫자는 줄고 있지만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엔 역부족이다. 전 세계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을 빼면 경제성장에 성공한 중진국 중 지난 8년간 미국 입양아 수 상위 5개국 안에 든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그 이전에는 부동의 1위였다. 실제 1956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은 해외입양 1위 자리를 고수했다. 미국으로 해외 입양되는 아이 3명 중 1명이 한국 아이일 정도였다. 1953년부터 2016년까지 해외입양아 수는 공식통계 기준으로 16만8000여명에 달한다.

입양아와 싱글맘을 위한 날
5월11일로 같은 날에 진행

그래도 최근에는 입양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바뀌고 있다. 유명 연예인 부부의 공개입양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배우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두 딸의 입양 사실을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입양 사실을 입양아 본인에게도 숨기는 문화가 강했던 과거에 비하면 놀랄만한 행동이다.

차인표씨는 “배 아파 낳은 아들이나 가슴으로 낳은 딸 모두 소중한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연예인 부부의 공개입양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 입양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입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실제 아이를 입양하는 사람이 늘기 위해선 입양법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입양 아동의 권리를 강화할 목적으로 친부모가 입양 전 의무적으로 출생신고를 하도록 개정한 입양특례법이 오히려 입양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개 입양의 길이 막히면 불법 입양과 낙태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이유로든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입양을 선택한 부모를 위한 체계적인 법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는 국내 입양 활성화와 인식개선을 위한 입양의 날 유치와 입양부모 지원, 입양 숙려기간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입양특례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 3월20일 입양특례법과 관련 각계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 초안을 수정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동의 입양이 민간기관인 입양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행 절차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2016년 대구서 만 3세의 아이가 입양하려던 예비 양아버지에게 폭행 당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비슷한 무렵 경기 포천서도 또 다른 입양아가 학대로 숨졌다. 양아버지는 아이의 시신을 암매장했다.

남 의원의 입양특례법 개정안 발의는 대구나 포천서 일어난 사건서처럼 학대당하는 입양아가 없도록 하자는 취지서 시작됐다. 하지만 입양특례법을 바라보는 시각은 팽팽하게 갈린다. 

입양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입장과 입양아의 양육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법 개정까지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입양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서 한편에서는 입양의 날을 반대하는 기념일을 지정해 행사를 갖는다. 바로 ‘싱글맘의 날’이다. 몇 년 전부터 일부 단체들은 5월11일을 싱글맘의 날로 정했다. 

이들은 미혼모에게 양육 기회를 주지 않는 현실을 고발한다. 사회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미혼모가 자기 아이를 입양 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는 지적에서 시작했다.

‘고아 수출국’ 오명 벗고 입양 권장
혼자서도 아이 키울 수 있는 사회

미혼모와 한부모, 해외입양인, 아동권리옹호 단체들을 주축으로 ‘혼자라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뜻에서 추진한 싱글맘의 날은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지난해 싱글맘의 날에는 대규모 컨퍼런스와 인권캠페인이 나눠서 진행됐다.

컨퍼런스를 주관한 한국미혼모가족협회는 “영아 유기·살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키울 권리가 있다’ ‘세상의 모든 아기들은 친부모 품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를 주장하며 우리 사회에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싱글맘을 다루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에 비해 많이 따뜻해졌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실제 싱글맘들이 느끼는 체감 정도는 그렇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사회적 인식은 물론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 등에서 아이와 함께 매일 산을 넘는 느낌이라고 자신의 삶을 표현한 싱글맘도 있다. 싱글맘의 날을 만든 단체들은 이들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지난 2월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현황 및 문제점, 개선방안, 기대효과 등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A씨는 “2005년 생모가 아이 생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며 “그렇지만 ‘미혼모 양육 및 자립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이 생부에게 양육비 지원을 받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에 5%도 안됐다”고 지적했다.

미혼모 위한 청원

이 과정서 싱글맘들은 경제적인 빈곤에 시달리고, 일부는 입양을 선택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개선방안으로 덴마크서 시행 중인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덴마크에선 싱글맘에게 아이의 생부가 매달 약 60만원을 보내야 한다. 생부가 돈을 보내지 않을 경우 생모가 시에 보고하고, 시는 그 돈을 충당해준다. 이후 시는 생부의 소득서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돈을 회수한다.

A씨는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통해 남성들이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말로 청원글을 맺었다. 지난달 25일 마감된 해당 청원에는 21만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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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