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자유한국당-경찰 전쟁 막전막후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인사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놓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경찰이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 대변인이 ‘미친개’ ‘사냥개’ 등 격한 언사로 경찰을 비난하자 수사 책임자인 울산지방경찰청장이 SNS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현직 경찰들도 한국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당 측이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경찰들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인 한국당과 14만여명의 직원을 둔 경찰 조직이 정면충돌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6일, 울산시청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A씨가 지역 건설공사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 일행을 지난달 21일 보안검색 없이 항공기에 탑승시킨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장 등 관계자 2명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울산 중부경찰서에 불려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국당과 경찰 전쟁의 시작이었다.

외나무다리
갈등 시작은?

울산 경찰이 연달아 한국당 주요 인사와 관련한 수사를 이어가자, 장제원 한국당 수석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논평을 통해 “경찰이 급기야 정신줄을 놓고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고 비난해 논란을 자초했다. 

홍 대표도 지난달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이기붕의 자유당 말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선거를 앞둔 울산시장을 음해하려는 경찰의 이번 작태는 선거 사냥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날 열렸던 북핵폐기추진위 전체회의서도 홍 대표는 “소수의 검찰이 준동해도 (검찰이) 사냥개 노릇해도 힘든데 이런 엄청난 다수의, 전국에 읍면 단위 동네 구석구석에 1만4000명이 포진한 경찰한테 검찰과 동등한 수사권을 주면 그들이 떼거리로 달려들면 끔찍하다”고 발언했다. 

현직 경찰들은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사과를 요구했다. 현직 경찰들이 거대 보수 정당을 상대로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달 23일 현직 경찰관 7000여명으로 구성된 경찰의 온라인 모임 ‘폴네티앙’은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경찰을 대놓고 모독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 “공당 대변인이 대한민국의 경찰을 ‘정권의 사냥개’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개’로 만든 데에 대해 14만 경찰관과 전직 경찰, 그리고 그 가족들은 모욕감을 넘어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나라 곳곳서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장 의원 눈에는 함부로 대해도 좋은, 하찮은 존재로 보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폴네티앙은 “법 집행기관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법치주의의 근간”이라며 “정치적 의도로 적법한 경찰 수사를 흔들어 대한민국 법치를 훼손하려는 (장 대변인은) 언행을 삼가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폴네티앙은 “장 의원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정도의 표현을 하여 14만 경찰과 가족들, 경찰관을 지원하는 수험생과 관련 학과 학생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며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과”를 장 대변인에게 요구했다. 

‘미친개’ 막말에 분노, 항의 인증 빗발
이철성 청장 눈물 글썽 “같은 마음”


이어 “우리는 경찰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며 “(장 대변인은) 경찰도 엄연한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주권자임을 명심하고 그에 합당하게 존중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성명과는 별개로, 현직 경찰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장 대변인을 비판하는 인증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항의를 이어갔다. 

경찰인권센터 페이스북 그룹에는 현직 경찰들이 “돼지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는 무학대사의 경구를 인용해 장 대변인을 비판하는 인증 사진 릴레이가 이어지기도 했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25일 SNS에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이 문제의 논평을 내고 이에 대해 경찰공무원들의 반감이 거세게 번져나간 지 만 하루가 지난 뒤의 일이었다. 

황 청장은 글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울산경찰의 수사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어 몹시 안타깝다”며 “더구나 그 표현 방식이 지나치게 거칠어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감을 억제하기 힘들다”고 한국당에 한껏 날을 세웠다. 

한치 양보 없다
수장들 맞비난

황 청장은 “선거가 임박한 시점서 자당 소속 후보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할 것”이라면서도 “그간 공식 대응을 자제하며 참아 왔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항의방문 오신 국회의원들과 언론을 상대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공개적으로 충분히 소명해 왔음에도 울산경찰의 수사, 나아가 경찰조직 전체에 대한 참기 힘든 모욕적 언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황 청장은 김기현 시장 주변인에 대한 수사에 대해 “경찰에 대한 야당의 모욕적 비판은 경찰이 공작수사, 기획수사, 편파수사를 한다는 주장에 기초하고 있다”며 “과연 합리적 근거가 있는 주장인가? 아니면 합리적 근거 없이 야당인사를 상대로 한 수사이니 무조건 편파수사라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공박했다. 

황 청장은 압수수색 시점이 하필 한국당 울산시장 공천 발표일이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1월 초부터 시작해 수사 계획 수립, 관련자 조사, 통화내역 조사 등에 두 달 정도가 소요됐고 3월 들어 증거물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이라며 “공천 발표일에 일부러 맞추려야 맞출 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여당 유력 인사인 송철호 변호사를 수 차례 만난 것이 ‘선거용 기획 수사’의 증거라는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야당 국회의원들도 1∼2차례씩 만났고, 그 즈음에 (김기현) 울산시장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만났다”며 “야당 국회의원과 시장을 만나는 건 괜찮고, 여당 인사를 만나는건 부적절한 처신인가?”라고 정면 반박했다. 

황 청장이 이처럼 조목조목 한국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도랑을 흙탕물로 만든다”며 “14만 경찰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주는 떡도 마다하는 울산 경찰청장의 행태를 보니 경찰 수사권 독립은 아직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청부 수사를 계속하면 할수록 우리는 지방선거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치안본부장 발표, 이기붕의 자유당 말기 백골단을 연상시키는 일부 경찰 간부들의 행태는 결과적으로 우리를 도와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과 했지만
싸늘한 경찰

김성태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서 “‘대통령의 친구’라고 일컬어지는 후보(송 변호사)의 당선을 위해, 김기현 시장을 떨어뜨리기 위한 추악한 정치공작 음모의 중심에 황운하 청장이 있다”고 역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며 “경찰 스스로가 구태의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경찰을 사랑한다. 앞으로도 경찰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찰을 ‘미친개’라 비난했던 논평을 사과했다. 장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거친 논평으로 마음을 다치신 일선 경찰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저의 논평은 경찰 전체를 대상으로 한 논평이 아니라 울산경찰청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 경찰을 명시한 논평이었다. 경찰이 국민의 공복으로 더 사랑받기 위해서는 권력을 추종하는 정치 경찰들은 반드시 추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며 “의정생활 중 4년을 행정안전위원으로서 경찰의 인권과 권익향상 그리고 예산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 퍼져있는 14만 경찰관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퇴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도 이날 한 언론사에 낸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치안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인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불철주야 활동하고 있는 15만명의 경찰과 135만명의 경우들의 헌신, 그리고 국민들의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울산경찰청의 정당한 수사에 대한 장 의원의 비난과 모욕적인 언사와 관련해 끓어오르는 모욕감을 억누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경찰은 미친개’ 발언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반발에 공감을 표했다. 

“냉정을 찾자”며 자중을 당부했지만 분노가 잦아들지 않자 속내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은 지난달 30일 전국 경찰 화상회의서 “한국당의 논평 후 경찰 총수로서 강하게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조직 내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국민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홍 대표 “검경 수사권 조정 재검토” 
경 “구걸하지 않겠다” 강경 기류 

이 청장은 발언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글썽이며 두세 차례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상회의에 참석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 청장 말을 듣는 동안 분위기가 무거웠다”며 “나 역시 목이 메었다”고 전했다. 

화상회의서 이 청장은 최대 쟁점인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국민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수사구조 개혁을 놓고 경찰권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안다”며 “자치경찰제 도입과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등 경찰권을 분산시키고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인 한국당과 14만여명의 직원을 둔 경찰 조직이 정면충돌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표면상으로는 과열 분위기가 차츰 수그러들 분위기지만 논란의 무게중심이 개를 둘러싼 설전서 조직 간 ‘힘 대결’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검경 수사권 조정 재검토를 천명한 데 이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도 사개특위 차원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단호히 대처할 뜻을 밝혔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치경찰제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에 쏠린 국가경찰의 힘을 줄여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시장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의 밑에 경찰을 두고 통제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 측 관련 수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한국당의 전략은 검찰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항상 자치경찰제 시행을 요구해 온 게 검찰이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권한을 줄이는 대신 경찰 조직의 힘도 축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경찰 수뇌부를 비롯한 일선 경찰관 대다수가 자치경찰제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선거 영향?
팽팽한 신경전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이런 한국당에 ‘수사권을 구걸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기류다. 이들은 내심 지방선거를 벼르고 있다. 전국 각지에 산재하는 15만 명의 경찰관들이 6월 지방선거서 투표로 한국당을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한 경정은 “경찰 조직이 15만 명에 가까운데 가족, 친인척까지 동원하면 30만표는 되지 않겠냐”며 “호남, 영남 지역에 따라 표가 특정 정당에 쏠리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이번 선거 때 한국당을 찍지 말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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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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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