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자유한국당-경찰 전쟁 막전막후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인사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놓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경찰이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 대변인이 ‘미친개’ ‘사냥개’ 등 격한 언사로 경찰을 비난하자 수사 책임자인 울산지방경찰청장이 SNS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현직 경찰들도 한국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당 측이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경찰들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인 한국당과 14만여명의 직원을 둔 경찰 조직이 정면충돌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6일, 울산시청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A씨가 지역 건설공사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 일행을 지난달 21일 보안검색 없이 항공기에 탑승시킨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장 등 관계자 2명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울산 중부경찰서에 불려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국당과 경찰 전쟁의 시작이었다.

외나무다리
갈등 시작은?

울산 경찰이 연달아 한국당 주요 인사와 관련한 수사를 이어가자, 장제원 한국당 수석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논평을 통해 “경찰이 급기야 정신줄을 놓고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고 비난해 논란을 자초했다. 

홍 대표도 지난달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이기붕의 자유당 말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선거를 앞둔 울산시장을 음해하려는 경찰의 이번 작태는 선거 사냥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날 열렸던 북핵폐기추진위 전체회의서도 홍 대표는 “소수의 검찰이 준동해도 (검찰이) 사냥개 노릇해도 힘든데 이런 엄청난 다수의, 전국에 읍면 단위 동네 구석구석에 1만4000명이 포진한 경찰한테 검찰과 동등한 수사권을 주면 그들이 떼거리로 달려들면 끔찍하다”고 발언했다. 

현직 경찰들은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사과를 요구했다. 현직 경찰들이 거대 보수 정당을 상대로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달 23일 현직 경찰관 7000여명으로 구성된 경찰의 온라인 모임 ‘폴네티앙’은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경찰을 대놓고 모독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 “공당 대변인이 대한민국의 경찰을 ‘정권의 사냥개’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개’로 만든 데에 대해 14만 경찰관과 전직 경찰, 그리고 그 가족들은 모욕감을 넘어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나라 곳곳서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장 의원 눈에는 함부로 대해도 좋은, 하찮은 존재로 보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폴네티앙은 “법 집행기관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법치주의의 근간”이라며 “정치적 의도로 적법한 경찰 수사를 흔들어 대한민국 법치를 훼손하려는 (장 대변인은) 언행을 삼가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폴네티앙은 “장 의원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정도의 표현을 하여 14만 경찰과 가족들, 경찰관을 지원하는 수험생과 관련 학과 학생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며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과”를 장 대변인에게 요구했다. 

‘미친개’ 막말에 분노, 항의 인증 빗발
이철성 청장 눈물 글썽 “같은 마음”


이어 “우리는 경찰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며 “(장 대변인은) 경찰도 엄연한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주권자임을 명심하고 그에 합당하게 존중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성명과는 별개로, 현직 경찰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장 대변인을 비판하는 인증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항의를 이어갔다. 

경찰인권센터 페이스북 그룹에는 현직 경찰들이 “돼지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는 무학대사의 경구를 인용해 장 대변인을 비판하는 인증 사진 릴레이가 이어지기도 했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25일 SNS에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이 문제의 논평을 내고 이에 대해 경찰공무원들의 반감이 거세게 번져나간 지 만 하루가 지난 뒤의 일이었다. 

황 청장은 글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울산경찰의 수사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어 몹시 안타깝다”며 “더구나 그 표현 방식이 지나치게 거칠어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감을 억제하기 힘들다”고 한국당에 한껏 날을 세웠다. 

한치 양보 없다
수장들 맞비난

황 청장은 “선거가 임박한 시점서 자당 소속 후보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할 것”이라면서도 “그간 공식 대응을 자제하며 참아 왔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항의방문 오신 국회의원들과 언론을 상대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공개적으로 충분히 소명해 왔음에도 울산경찰의 수사, 나아가 경찰조직 전체에 대한 참기 힘든 모욕적 언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황 청장은 김기현 시장 주변인에 대한 수사에 대해 “경찰에 대한 야당의 모욕적 비판은 경찰이 공작수사, 기획수사, 편파수사를 한다는 주장에 기초하고 있다”며 “과연 합리적 근거가 있는 주장인가? 아니면 합리적 근거 없이 야당인사를 상대로 한 수사이니 무조건 편파수사라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공박했다. 

황 청장은 압수수색 시점이 하필 한국당 울산시장 공천 발표일이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1월 초부터 시작해 수사 계획 수립, 관련자 조사, 통화내역 조사 등에 두 달 정도가 소요됐고 3월 들어 증거물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이라며 “공천 발표일에 일부러 맞추려야 맞출 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여당 유력 인사인 송철호 변호사를 수 차례 만난 것이 ‘선거용 기획 수사’의 증거라는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야당 국회의원들도 1∼2차례씩 만났고, 그 즈음에 (김기현) 울산시장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만났다”며 “야당 국회의원과 시장을 만나는 건 괜찮고, 여당 인사를 만나는건 부적절한 처신인가?”라고 정면 반박했다. 

황 청장이 이처럼 조목조목 한국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도랑을 흙탕물로 만든다”며 “14만 경찰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주는 떡도 마다하는 울산 경찰청장의 행태를 보니 경찰 수사권 독립은 아직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청부 수사를 계속하면 할수록 우리는 지방선거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치안본부장 발표, 이기붕의 자유당 말기 백골단을 연상시키는 일부 경찰 간부들의 행태는 결과적으로 우리를 도와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과 했지만
싸늘한 경찰

김성태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서 “‘대통령의 친구’라고 일컬어지는 후보(송 변호사)의 당선을 위해, 김기현 시장을 떨어뜨리기 위한 추악한 정치공작 음모의 중심에 황운하 청장이 있다”고 역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며 “경찰 스스로가 구태의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경찰을 사랑한다. 앞으로도 경찰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찰을 ‘미친개’라 비난했던 논평을 사과했다. 장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거친 논평으로 마음을 다치신 일선 경찰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저의 논평은 경찰 전체를 대상으로 한 논평이 아니라 울산경찰청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 경찰을 명시한 논평이었다. 경찰이 국민의 공복으로 더 사랑받기 위해서는 권력을 추종하는 정치 경찰들은 반드시 추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며 “의정생활 중 4년을 행정안전위원으로서 경찰의 인권과 권익향상 그리고 예산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 퍼져있는 14만 경찰관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퇴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도 이날 한 언론사에 낸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치안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인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불철주야 활동하고 있는 15만명의 경찰과 135만명의 경우들의 헌신, 그리고 국민들의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울산경찰청의 정당한 수사에 대한 장 의원의 비난과 모욕적인 언사와 관련해 끓어오르는 모욕감을 억누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경찰은 미친개’ 발언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반발에 공감을 표했다. 

“냉정을 찾자”며 자중을 당부했지만 분노가 잦아들지 않자 속내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은 지난달 30일 전국 경찰 화상회의서 “한국당의 논평 후 경찰 총수로서 강하게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조직 내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국민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홍 대표 “검경 수사권 조정 재검토” 
경 “구걸하지 않겠다” 강경 기류 

이 청장은 발언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글썽이며 두세 차례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상회의에 참석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 청장 말을 듣는 동안 분위기가 무거웠다”며 “나 역시 목이 메었다”고 전했다. 

화상회의서 이 청장은 최대 쟁점인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국민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수사구조 개혁을 놓고 경찰권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안다”며 “자치경찰제 도입과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등 경찰권을 분산시키고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인 한국당과 14만여명의 직원을 둔 경찰 조직이 정면충돌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표면상으로는 과열 분위기가 차츰 수그러들 분위기지만 논란의 무게중심이 개를 둘러싼 설전서 조직 간 ‘힘 대결’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검경 수사권 조정 재검토를 천명한 데 이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도 사개특위 차원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단호히 대처할 뜻을 밝혔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치경찰제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에 쏠린 국가경찰의 힘을 줄여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시장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의 밑에 경찰을 두고 통제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 측 관련 수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한국당의 전략은 검찰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항상 자치경찰제 시행을 요구해 온 게 검찰이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권한을 줄이는 대신 경찰 조직의 힘도 축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경찰 수뇌부를 비롯한 일선 경찰관 대다수가 자치경찰제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선거 영향?
팽팽한 신경전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이런 한국당에 ‘수사권을 구걸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기류다. 이들은 내심 지방선거를 벼르고 있다. 전국 각지에 산재하는 15만 명의 경찰관들이 6월 지방선거서 투표로 한국당을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한 경정은 “경찰 조직이 15만 명에 가까운데 가족, 친인척까지 동원하면 30만표는 되지 않겠냐”며 “호남, 영남 지역에 따라 표가 특정 정당에 쏠리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이번 선거 때 한국당을 찍지 말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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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