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의 ‘어린이집 죽이기’ 내막

민원 안 들어줬다고 탈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기자= 시험에 떨어지면 원인을 찾기 마련이다. 응시자의 대다수가 합격하는 시험이라면 더욱 그렇다. 불합격한 사람은 답안지를 통해 정답을 확인하려 한다. 이때 답안지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의심은 꼬리를 물어 결국 주최 측의 신뢰도에 상처를 입힐 것이다. 불합격의 이유가 시험 외부에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 걷잡을 수 없다. 현재 강남구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서울 강남구에는 54개의 구립 어린이집이 있다. 구립 H어린이집도 그 중 하나다. H어린이집은 KC대학교(이하 KC대)가 2015년 5월27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문제는 신규 위탁 후 3년마다 진행되는 재위탁 심사에서 H어린이집이 부적격 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강남구서 20여년간 구립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한 원장은 “재위탁 심사에서 떨어진 어린이집은 처음 봤다”고 놀라워했다. 이 소식은 지난 4일, H어린이집 학부모들에게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위탁 운영 만료 날짜인 5월26일 이후 급변할 보육환경에 우려를 표했다. 9일부터 학부모들의 민원 전화가 강남구청에 쏟아졌다.

재위탁 탈락
놀라운 일

위탁체인 KC대와 H어린이집 A원장은 심사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KC대가 재위탁을 받지 못하도록 심사 과정서 강남구청의 의도적인 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먼저 문제 삼은 것은 재위탁 심사 서류 제출 기간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체 선정관리 권장 표준안에 따르면 재위탁 심사결정은 계약 만료일 3개월 이전에 이뤄지도록 돼있다. 오는 5월26일에 계약이 만료되는 H어린이집의 경우 2월26일 전에 심사가 진행돼야 했다.


재위탁 심사에는 어린이집 위탁 신청서, 자산 현황에 관한 서류, 등기부등본, 공고일 전일 현재 잔액 증명, 시설운영 기간 동안 실적, 어린이집 운영 계획서 및 예산서 등이 필요하다. H어린이집 A원장이 재위탁 신청 안내 공문을 받은 것은 지난 2월8일 오후 10시경. 

강남구청으로부터 구두로만 서류 준비 요청을 들었던 A원장이 여러 차례 요구한 끝에 받은 공문이다. 

강남구청은 공문서 2월8일 목요일부터 12일 월요일 오후 6시 사이(토·일 공휴일 제외)에 심사 서류를 방문 접수하라고 안내했다. 

KC대 관계자는 “강남구청이 보낸 공문은 8일 밤 10시에 A원장의 개인 메일을 통해 전달됐고, 학교는 다음날인 9일 오전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며 “10∼11일이 주말이어서 학교가 심사 서류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채 이틀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여가지의 서류 중에서도 특히 ‘시설위탁운영 이사회 결의서’는 학교법인 이사회의 결의를 얻어야만 작성 가능한 서류였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내 다른 어린이집과 비교해도 H어린이집에 주어진 서류 준비 기간은 이례적으로 짧았다. 구립 S어린이집과 J어린이집 등은 지난해 재위탁 심사 과정서 접수 마감일로부터 7일 전 신청 안내 공문을 받았다. 2016년에는 접수 마감일로부터 20여일 전에 안내를 받은 어린이집도 있었다.

이틀 만에
서류 준비?


심사 서류 준비 이후 H어린이집 A원장과 KC대는 2월21일 재위탁 심사를 받았다. 심사는 약 10분간 어린이집 원장이 브리핑을 진행하고 이후 10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 사이 보육정책위원회 위원들은 심사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심사항목은 ▲운영체의 시설 운영 및 사업 실적(30점) ▲운영체의 대표 및 원장의 전문성(20점) ▲어린이집 운영계획(35점) ▲운영체의 공신력(10점) ▲운영체의 재정능력(5점) 등이며, 100점 만점에 80점 미만이면 부적격 처리된다.

심사 이후 H어린이집 A원장은 결과를 알기 위해 수차례 강남구청에 연락했지만 결재가 나지 않았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A원장이 부적격 처분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월26일. 그러나 강남구청은 심사 다음날인 22일 홈페이지에 이미 H어린이집 재위탁 부적격 처분에 대한 공고를 게시한 상태였다.

H어린이집 A원장은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부적격 이유를 알려달라고 강남구청에 요구했다. 보건복지부서 발행한 ‘2018년도 보육사업안내’에 따르면 위탁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심사 결과는 공개하도록 돼있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관계자 역시 “심사기준과 심사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H어린이집 재위탁 제외 ‘이례적’
강남구청 심사 결과 공개 ‘안돼’

하지만 강남구청은 심사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H어린이집의 재위탁 부적격 처분은 원장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위탁체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남구청 보육지원과 K과장은 “위탁체 관련 점수가 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전체 심사항목 중 위탁체와 관련된 부분은 ▲운영체의 공신력 ▲운영체의 재정능력 등이다. 그 중 운영체의 재정능력은 법인이나 비영리 민간단체일 경우 5억 이상의 자산을 갖췄으면 5점 만점, 단체나 개인의 경우 2억 이상이면 5점을 받을 수 있다. 

KC대는 재정능력에 있어 5점을 받을 만큼의 자산을 갖고 있다. 운영체 관련 점수 15점 중 5점은 이미 확보한 상태서 심사에 들어간 셈이다.

H어린이집 A원장은 “강남구청 보육지원과 관계자가 ‘원장님은 아무 문제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A원장은 2015년 H어린이집 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2번에 걸쳐 강남구청장 상을 수상할 정도로 어린이집 운영에 있어 검증을 받은 상태다.

KC대 관계자 역시 위탁체에 대한 지적에 펄쩍 뛰었다. 그는 “불과 3개월 전 다른 구에서 위탁받아 운영 중인 어린이집이 재위탁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며 “H어린이집과 해당 어린이집은 동일한 조건으로 운영되는데 왜 H어린이집만 부적격 처분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보육지원과 K과장의 부적절한 심사 관여 의혹 등이 제기됐다. 

KC대 관계자는 “K과장이 재위탁 심사 과정서 우리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며 “이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K과장은 “심사 결과는 보육정책위원회서 결정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K과장은 3월 말 정년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서 퇴사했다. 일각에선 H어린이집 문제로 강남구청과 어린이집 간의 분쟁이 지속되자 ‘꼬리 자르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K과장은 “개인 사생활로 인한 퇴사다.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라며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KC대는 지난 3월 강남구청을 상대로 ‘어린이집 재위탁 부적격 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강남구청은 “현재 소송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H어린이집 관련 사항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점수 공개 못해
과장은 퇴사 왜?


KC대 관련 어린이집의 수난은 H어린이집만이 아니다. KC대 학교법인이 위탁받아 운영 중인 P어린이집은 H어린이집보다 앞서 많은 일을 겪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H어린이집의 재위탁 심사 부적격 처분이 P어린이집과 분쟁을 겪은 강남구청의 보복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P어린이집은 1993년 KC대 학교법인이 위탁받아 현재까지 운영 중인 구립 어린이집이다. 2000년 B원장이 부임해 현재까지 원을 이끌고 있다. 그러던 중 2015년 P어린이집의 대체신축이 결정됐다. 20여년가량 된 어린이집 건물이 많이 낡아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입주를 목표로 신축 공사가 시작됐다.

문제는 어린이집 내부 공사 과정서 불거졌다. 인테리어부터 교재·교구, 안전장치, 주방용품, 시설 설비 등 내부 공사는 B원장의 몫이었다. B원장은 입주 일정을 한 달가량 남기고서야 내부 공사에 돌입했다. 

그해 겨울 혹독한 추위로 외부 공사가 늦어진 탓이었다. B원장은 “입주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업체 선정 기간을 1주일 이상 할 수 없었다”며 “나라장터 공고란에 등록한 후 업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수의계약을 통해 선정된 업체는 3곳. 문제는 세 업체와 계약을 마친 이후 등장한 또 다른 업체다. 해당 업체 P대표는 강남구청 관계자와 함께 공사 현장에 나타났다. 당시 B원장은 P대표를 강남구청 ○○과 P과장의 여동생으로 소개받았다고 한다.

B원장은 “P대표는 자신이 당연히 실내 인테리어의 일부를 공사하는 것으로 알고 찾아왔다”며 “언제 공사를 시작하면 되냐고 추궁하곤 했다”고 말했다. P대표를 떠맡은 것은 세 업체였다. 

P대표는 이들 업체에게서 1000만원 상당의 공사를 받아 수행했다. 친환경 황토타일을 이용한 내부 인테리어 공사였다. P대표의 오빠인 P과장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공사 끝자락에 또 다시 말썽이 일어났다. 마무리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것이다. 2월1일로 예정됐던 입주 날짜는 세 차례 밀린 끝에 2월13일로 결정됐다. B원장은 업체들에 마무리 공사를 재촉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졌다. 
 

업체 측은 ‘잔금 먼저’ P어린이집 측은 ‘공사 먼저’로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러면서 세 업체와 따로 이야기를 나눴던 P대표가 공사 잔금을 받지 못했다며 강남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B원장은 “내부 공사 과정서 P대표와 함께 찾아왔던 강남구청 관계자가 여러 번 전화를 걸어 P대표에게 얼른 돈을 주라고 강요했다”며 “결국 한 업체에 돈을 줘서 처리하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B원장은 공사를 마무리 하지 못한 두 업체에는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공사가 미흡한 부분은 KC대 학교법인의 지원을 받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P어린이집 2016년 공사 이후
원장·위탁체 민원·고발 시달려

문제는 공사 이후다. 강남구청에서 P어린이집 초기설치비 집행실태에 따른 감사를 진행한 후 KC대 학교법인에 ‘원장 교체’를 요구한 것. 

KC대 학교법인 관계자는 “(P어린이집을) 지도 점검한 결과 B원장이 내부 공사 과정서 강남구청 담당공무원과 협의해 일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20여년간 어린이집을 잘 이끈 원장을 바꿀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 KC대 학교법인은 강남구청의 감사결과 처분사항 이행요구에 대한 답변서에서 강남구청의 사전 승인에 따라 공사가 진행됐고 그 과정서 위반 사항에 대한 지도조언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공사가 진행될 당시에는 별다른 말없이 넘어간 부분을 왜 입주 1년이 지나서야 문제 삼느냐는 지적이다.

이후에도 P어린이집과 강남구청 간의 마찰은 계속됐다. 지난해 9월 강남구청은 서울시 지도점검 결과 P어린이집이 영유아보육법 44조와 46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67조를 위반했다고 통지하고 행정처분을 위한 청문회에 KC대 학교법인 이사장과 B원장의 참석을 요구했다.

주요 위반사항 중 가장 크게 불거진 부분은 ‘보조금 허위 신청’ 건이다. 강남구청은 B원장이 보육도우미 K씨의 두 달 치 월급과 2시간 근무 착오금 30여만원을 부당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남구청은 P어린이집과 B원장, KC대 학교법인 이사장을 직접 검찰에 고소했다.

내막은 이렇다. 지난해 3월, 2013년 5월부터 P어린이집서 근무한 K씨가 식자재를 훔치다 B원장에게 들켜 경위서와 사직서를 제출했다. K씨는 퇴사 과정서 실업급여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B원장은 노무사와 논의 결과 ‘절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거절했다. 

그런데 이후 강남구청에 민원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2014년 7∼8월 K씨가 P어린이집을 잠시 쉬는 동안 B원장의 딸이 대체근무하면서 받은 두 달 분의 월급, 2016년 6월 K씨에게 하루 4시간 근무를 제안한 이후 담당직원의 착오로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계산해 추가로 지급한 30여만원에 대한 내용이었다. 

B원장은 “강남구청은 모든 조치가 마무리되고 4개월이 지나서야 나를 고발했다”며 “그 이전에 보고는 물론 보육지원과에 이미 돈을 반환조치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강남구청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P어린이집에 과태료 150만원, 원장 자격정지 1개월15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KC대 학교법인에는 신규원장을 공개 채용해 보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KC대 학교법인이 거절하자 11월에는 보육정책위원회를 개최해 위탁 취소 심의를 진행하고, 위탁 취소를 통보했다.

B원장과 KC대 학교법인은 강하게 반발했다. 

KC대 학교법인 관계자는 “B원장이 P어린이집 대체신축 과정에서 강남구청 관계자들의 민원을 들어주지 않아 보복 조치하는 것”이라며 “보육지원과 K과장이 ‘P어린이집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이어 “H어린이집 재위탁 심사 부적격 처분은 P어린이집 사건과 분명히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K과장은 “P어린이집과 H어린이집 간 연관 관계는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P어린이집 사건
H어린이집 불똥?

강남구청과 P어린이집·KC대 학교법인 간의 분쟁은 어린이집 측으로 무게추가 기운 상태다. 검찰은 P어린이집과 B원장, KC대 학교법인 이사장에 대한 고발건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또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KC대 학교법인과 B원장이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신청한 어린이집 원장 자격정지 처분 등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인과 B원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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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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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