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보텍-원주시청 커넥션 의혹

상장폐지 위기 몰린 ‘문재인 테마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코스닥 상장사 대표가 구속됐다. 표면상 혐의는 업무상 횡령. 주가는 폭락했고 주주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회사는 대표 개인의 행위로 사안을 좁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 배경에 지자체와 기업의 정경유착 의혹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6일 코스닥 상장사인 뉴보텍 한거희 대표의 구속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의 조사를 받던 한 대표가 25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다. 원주지청은 지난달 22일 한 대표를 소환 조사하던 중 사안의 중대성을 파악, 다음날 그를 긴급체포했다.

조사 받다
긴급 체포

한 대표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는 뉴보텍에 현 경영진의 횡령 혐의에 따른 구속수사설의 사실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을 조회공시 하도록 요구했다. 

조회공시는 풍문이나 보도가 있거나 주가 및 거래량이 급변할 때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거래소가 투자자들을 대신해 확인을 요청하는 공시다. 기업은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날로부터 1일 이내에 직접 공시하고 거래소에 문서로 제출해야 한다.

한 대표 구속 보도와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가 이어지자 뉴보텍 주가는 전일 종가(23일) 2445원에서 1715원(-29.9%)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주주들은 혼란 상태에 빠졌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한 대표의 횡령 혐의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뉴보텍은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 당일 한 대표가 횡령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대표의 구속 수사) 사실 인지 후 우선적으로 횡령 혐의 발생 금액에 대한 빠른 조사와 회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시에 따르면 한 대표의 횡령 혐의 금액은 8억7782만원이다. 뉴보텍은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된 횡령 금액인 8억7782만원 중 3억원의 회수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한 대표 소유 주식으로 대물변제 받아 횡령 혐의 금액 전액을 변제하기로 했다”며 “대물상환계약서 및 상환 위임장을 수령했다”고 공시했다.

뉴보텍 공시 이후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상장 규정 제38조2항제5호 나목 및 시행세칙 제33조제11항제2호에 의거, 횡령으로 인한 상당한 규모의 재무적 손실 발생여부 등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뉴보텍의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한다”며 “실질심사 대상 해당여부에 관한 결정시까지 매매거래 정지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질심사는 상장기업 중 자격기준에 미달되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제도다. 매출액이나 시가총액 미달 등 양적 기준보다는 횡령·배임 등 경영투명성에 문제가 생긴 기업을 골라내기 위함이다. 

상장사 주요 임직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하면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 코스닥시장에는 2009년 2월부터 도입됐다.

뉴보텍은 대표의 횡령 혐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에는 한 대표의 횡령액을 회수하기 위해 그가 소유한 5억7782만원 규모의 자사주 23만6328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1주당 취득가액은 2445원이다.


경영진 횡령
이후 조치는?

문제는 한 대표의 혐의가 횡령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뉴보텍에서 원주시청으로 돈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뉴보텍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 A씨는 “지난해 10월 뉴보텍과 대리점 등 두 곳서 ‘뉴보텍이 관급계약을 따기 위해 원주시청에 돈을 줬다’는 내용의 첩보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보텍은 강원도 원주에 본사를 두고 있다.

뉴보텍은 환경관련 배관자재(플라스틱 상·하수도관) 제조와 판매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1990년 11월 설립됐다. 당시 사명은 강원프라스틱으로, 2000년 4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2002년 2월1일 코스닥에 상장됐고 5일 거래가 시작됐다. 한 대표는 2009년 4월 취임해 구속 전까지 뉴보텍의 경영을 총괄 관리해왔다.

주요 사업은 상·하수도관 제조업과 화장품 마스크팩 및 마스크팩 시트 제조업 등이다. 창립 후 줄곧 상·하수도 사업을 주력으로 해왔다. 원주와 전남 나주공장서 상·하수도관, 빗물저장시설, 비굴착 상·하수도관 갱생공법 등을 다룬다. 

지난해에는 화장품 사업에 신규 진출했다. 마스크팩 등 생활용품은 경기도 화성공장서 제조한다. 이외에도 서울사무소, 강원지사, 전북지사 등 전국 시·도에 사무소가 있다.

뉴보텍의 매출은 상·하수도 사업서 주로 발생한다.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수도 사업서 99.6%, 화장품 등 생활용품 사업서 0.4%의 매출이 나왔다. 전국 상·하수도 사업소와 지방자치단체, 대형건설사를 주요 고객으로 플라스틱 상·하수도관과 그 부속 자재를 생산, 공급한다.

한거희 대표 횡령 혐의로 구속
주가폭락·거래정지 주주 멘붕

뉴보텍이 가지고 있는 기술 중에서는 비굴착 상·하수도관 갱생 공법이 첫손에 꼽힌다. 비굴착 공법은 낡은 하수관을 개·보수할 때 도로를 파헤치지 않고 로봇이나 튜브 등을 이용해 기존 하수관 안에 새로운 관을 넣는 방식이다. 

포탈사이트 네이버 증권에 따르면 뉴보텍은 2009년 말부터 신규로 비굴착 상·하수도관 갱생(보수)사업에 진출했다.


2014년 9월에는 비굴착 관로 보강용 고정부재 및 이를 이용한 관로 보수 방법에 대한 특허권 취득에 대해 공시하기도 했다. 당시 뉴보텍은 기존 상·하수도관 비굴착 갱생공법에 해당 기술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990년부터 28년여간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는 뉴보텍이 지역에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자체에 관급자재를 납품하는 것도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업체들은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와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대금지급이 깔끔하고 사급공사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하기 때문이다.

원주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계약현황을 보면 뉴보텍은 2014년 2월6일부터 올해 3월11일까지 254건의 물품 관련 계약을 맺었다. 3월11일 계약의 경우, 계약명은 ‘정산1리 살구나무골 외 2개소 배수로 정비공사 관급자재(경질폴리염화비닐관 TS관) 구입’, 계약유형은 ‘관급자재 구매’, 계약방법은 ‘일반경쟁’이다.

지난해 12월5일 원주시청은 뉴보텍과 PVC이중벽관 구매계약을 맺었다. 간현관광지 피톤치드 국민여가캠핑장 조성사업을 위해서다. 역시 일반경쟁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8월8일에는 금강아미움∼벽산블루밍간 도로개설공사를 위한 PVC관 구매계약을 진행했다.

시청과 계약
내역서 보니…

84건의 계약에서 본청은 뉴보텍에 PVC이중벽관, PVC관, PVC이중벽관 이음관 등을 구매했다. 상하수도사업소는 147건의 계약서 급수시설 개량공사에 필요한 아사파이프, 수도시설 설치공사에 들어가는 HIVP관 등을 뉴보텍서 공급받았다. 


이외에도 읍·면,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물품계약이 있었다.

뉴보텍 관계자 A씨는 “최근에는 대부분의 상·하수도 공사에 비굴착 공법을 사용한다. 비굴착 공법은 업체마다 갖고 있는 기술이 다르다. 그렇기에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고 마음먹으면 설계 단계부터 해당 업체의 기술이 들어가도록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원주시청 관계자는 뉴보텍 측에서 원주시청에 돈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뉴보텍과 원주시청의 유착 의혹은 대리점과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한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여기에 원주뿐 아니라 전북 지역서 또 다른 유착 의혹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어 수사가 확대되면 한 대표는 물론 뉴보텍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대표는 횡령 혐의, 원주시청 유착 의혹 등으로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현재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그는 2006년 ‘주식회사 이영애’ 사건으로 동생 한승희씨가 대표 자리서 물러난 이후 공동대표를 거쳐 단독대표가 됐다. 동생 한씨는 당시 사건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옥고를 치렀다.

한씨는 2014년 출소 이후 아내가 바뀌고 인감이 변경됐으며 특허를 빼앗겼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요시사> 1157호, “아내까지 바꾸고…” 뉴보텍 전 대표의 충격고백) 그는 수감생활 동안 뉴보텍 전 직원이 아내로 둔갑했고, 형수(한 대표의 아내)가 자신의 인감을 바꾸는 등 이상한 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의 배후에 형인 한 대표가 있다는 의혹을 품었다.

원주시청으로 돈 흘러간 의혹
“관급공사 수주용” 첩보와 증언

한씨는 한 대표가 뉴보텍에 들어오기 전 정치활동을 할 때 경영진에 합류하는 과정서 자신의 도움이 컸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변두리에 있던 한 대표에게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도 했다. 

또 한 대표를 경영에 합류시키기 위해 아버지를 통해 당시 대표로 있던 사촌형을 사임하게 하는 등 한 대표의 뉴보텍 입성 과정서 자신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대표의 이력은 뉴보텍 경영권을 쥐기 전까지 사업보다는 정치 분야에 치중돼있다. 전북 순창고 출신인 한 대표는 1982년 건국대 학사, 1984년 건국대 대학원을 거쳐 2007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1999년 11월부터 2001년 9월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당시 비서실장은 한광옥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이었다. 뉴보텍 관계자 A씨는 “한 대표와 한광옥 전 비서실장 사이에 인연이 깊다”고 귀띔했다.

2001년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비서실 차장, 2003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2004년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청년위원장 등 당시 한 대표의 행보는 정치권을 맴돌았다. 

그러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중앙정치로 진출을 꾀했다. 그는 2004년 4월 총선서 새천년민주당 서울 관악갑 후보로 나섰으나 1만3000여표(9.97%)를 얻어 열린우리당 유기홍, 한나라당 김성식 후보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한 대표는 2009년 6월 뉴보텍 대표 취임 이후 진행한 <강원도민일보>와의 인터뷰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 정치의 냉혹함, 민심이란 얼마나 무섭고 차가운 것인가. 한편으로는 서민의 애환을 체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해당 인터뷰서 2006년 정치를 떠났다고 말했지만 현재까지도 그의 이력에는 여전히 정치색이 묻어난다.

정치권 맴돌다
결국 철창신세

한 대표는 2012년과 2017년 두 번의 대선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서 직책을 맡았다. 18대 대선에서는 강원도 선대위 중소기업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2015년 한 언론매체는 뉴보텍을 문재인 테마주로 꼽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권과 대권 선호도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주목받고 있던 때였다.

2016년 4월 총선 이후에도 뉴보텍 주가는 폭등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서 승리하면서, 한 대표의 선대위 활동 이력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지난해 5·9대선서도 한 대표는 민주당 선대위 중소기업특별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그 영향은 뉴보텍을 또 한 번 문재인 테마주로 부각시켰고 주가는 급등세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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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