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롯데가 최근 원로에 대한 예우를 강화했다. 회사에 기여가 높은 원로들에 대한 이 같은 행보는 긍정적으로 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에 롯데의 어수선한 상황에 대비해 입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롯데의 달라진 행보를 <일요시사>서 확인했다.
롯데그룹은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부재 중이다. 지난달 13일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돼 1심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오너는 부재중
그룹 수장인 신 회장의 빈자리는 컸다. 당장 2015년 1월 발발했던 신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의 ‘형제의 난’이 재발할 조짐이다.
지난해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제기했던 모든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신 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신 전 부회장은 다시 경영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구속 다음날인 14일 신 전 부회장은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 일본 사이트에 광윤사 대표 명의로 ‘신동빈 회장에 대한 유죄판결과 징역형의 집행에 대해서’라는 입장자료를 게재했다.
이 자료를 통해 그는 “롯데 그룹서 한일 양측의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횡령·배임, 뇌물 공여 등 각종 범죄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것은 롯데그룹의 70년 역사상 전대 미문의 사건이며, 지극히 우려스러운 사태”라며 “신동빈 씨의 즉시 사임, 해임은 물론 회사의 근본적인 쇄신과 살리기가 롯데그룹서 있어 불가결하고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위기를 수습하고 조기 경영 정상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지원과 협력을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롯데가 올해부터 전직 임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나선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배경에 눈길이 쏠렸다.
업계에 따르면 대표이사나 사장급이 가는 고문과 나머지 임원들이 가는 자문의 임기가 각각 1년씩 늘었다. 고문직은 올해부터 3년, 자문직은 2년으로 각각 길어졌다. 이는 전 계열사 모든 퇴직 임직원에 해당된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퇴직임원에 대한 예우가 짧았다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효과적인 판단이라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불확실성 한 가운데 있는 모습이다. 우선 현재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신 회장 입장에서는 지배력을 강화하고 갈등의 불씨를 끄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착수해야 한다.
흔들리는 그룹 “믿을 건 식구뿐”
전현직 임원예우…입단속 때문?
이 같은 배경서 지배구조 개선을 작업을 위해 그룹내 퇴직 임원들에 대한 예우를 높여 전·현직 임원들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까지는 신 회장 없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효과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롯데지주 임시주주총회서 롯데지주가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는 안건이 통과되면서 신 회장과 우호세력의 지배력이 강화됐다.
사실 이번 롯데지주 주총서 이 같은 안건이 통과할 것인가에 대해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였다. 신 회장의 부재가 주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기존 13.0%서 13.8%로 확대됐고, 롯데지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4.3%서 60.9%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신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롯데그룹은 또 다른 오너리스크에 직면해있다. 지난해 법정 구속을 피한 롯데 비리 혐의 관련 2심 재판(서울고등법원 2016형제50457)이 진행 중이다.
경영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 회장은 기소된 내용 가운데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았다.
이 재판은 검찰 측과 신 회장 측 모두 항소해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롯데그룹 입장에선 오너 일가가 재판정에 서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리스크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퇴직임원에 대한 대우를 더욱 신경 쓴 것 외에도 신 회장의 회사내 측근들을 더욱 중용하면서 그룹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어수선한 분위기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전직임원 챙기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라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다른 주요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롯데그룹이 불확실성 한 가운데 이 같은 정책을 펼친 것은 혹시 모를 그룹내 동요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