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아라리오 갤러리에선 지난 1월30일부터 고 정강자 작가의 첫 회고전을 진행하고 있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정 작가의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를 약 1년간 준비하다가 지난해 7월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는 정 작가 타계 이후 최초로 열린 회고전이자 유작전이 됐다.
고 정강자 작가는 지난해 7월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 전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아라리오 갤러리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가 정 작가의 유작전이 된 셈이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초기 전위예술을 이끌었고 한계의 극복과 해방이라는 주제에 평생 천착한 정 작가의 작품 세계가 입체적으로 소개될 전망이다.
극복과 해방
정 작가는 청년작가연립전 등 당시 주류 미술에 대한 젊은 작가들의 도전을 응집한 전시에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 그룹 ‘신전’ 동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투명풍선과 누드’로 잘 알려진 그는 한국 현대미술 초기 해프닝과 퍼포먼스를 이끌며 1960∼1970년대 문화계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위적 행위미술 그룹 ‘제4집단’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미술계와 사회의 주목을 동시에 받았다.
정 작가는 자신의 여성성을 숨기지 않은 과감한 작업과 행보로 당시 언론을 장식했다. 1968년 그가 제작한 설치작품 ‘억누르다’는 여러 층의 대형 목화솜에 쇠파이프를 얹어 솜의 중앙이 눌리게 한 작품이다.
옷이나 침구류의 재료가 되는 솜은 전통적 여성의 역할과 맥락이 닿아있다. 그는 가벼운 솜이 철제 파이프의 무게에 짓눌리는 효과를 통해 당시 성별 이데올로기와 성 정치의 역학관계를 유희했다.
전시 준비 중 갑작스럽게 타계
50년 화업과 작품 세계 소개
1970년대 후반부터는 회화작업에 전념하며 자신의 삶을 다양한 여성성과 자연물 그리고 기하학적 형태에 투영해왔다. 1970년 정 작가의 첫 개인전인 ‘무체전’이 군사정권의 억압 아래 중단된다.
그는 싱가포르로 이주해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중남미,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남태평양 등 오지를 여행하며 그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당시 완성한 ‘어머니로서의 대지’에는 끊임없는 도전을 가능하게 한 정 작가의 예술적 열망이 오롯이 담겨있다.
정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추상적 형태를 이용한 회화 작업에 몰두했다. 다년간의 오지 여행 이후 한국의 전통문화에 빠져든 결과다. 그는 한복 등의 형상을 추상화해 여성 예술가로서 느꼈던 복합적 감정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자 했다.
초기 전위예술 선발주자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
한복치마를 두고 “수천년을 남성우월주의의 지배서 억압받고 유린당해온 우리 여인들의 깃발”이라며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언급했다.
오래도록 한국 여성의 가슴을 졸라 맨 한복치마는 정 작가의 작품서 끈이 풀린 채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거나 산처럼 쌓여 커다란 기념비로 재탄생된다.
정 작가는 50여년 동안 화업을 쌓는 과정에서 특정 매체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원형을 활용한 추상적 조형언어를 작품 세계로 끌어들였다. 이를 통해 미술의 전통적 매체와 퍼포먼스, 여성과 남성, 억압과 해방, 전통과 현대 같은 기존의 이분법적 질서를 극복하고자 했다.
원은 그가 발견한 해답이었다. 원은 정 작가의 캔버스를 힘차게 채워 나가며 개인서 인간으로, 나아가 우주적 관심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해답은 원
아라리오 갤러리 관계자는 “정강자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이며 국내 여성 아방가르드 작가의 선발주자와도 같은 존재”라며 “그는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였지만 실험미술에 대한 기여도가 연구되지 않았고, 여성의 신체를 차용한 작업에 대해 선정적인 시각을 감내하는 등 이중소외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작가가 타계하기 전부터 함께 준비한 만큼 작고 후 첫 회고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서 5월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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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자는?]
1942 경북 대구 출생
▲학력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졸업(1967)
▲개인전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서울(2018)
수호롬 부산 갤러리, 부산(2014)
갤러리 제이원, 대구(2013)
한가람아트 갤러리, 서울(2013)
갤러리아 순수, 서울(2013)
슈페리어 갤러리, 서울(2012)
수호롬 부산 갤러리, 부산(2012)
인사아트센터, 서울(2012)
하나아트갤러리, 서울(2010)
‘외로운 여정’ 서호갤러리, 서울(2006)
토털 갤러리, 대전(2005)
누산타라 국립현대미술관, 자카르타(1979)
‘무체전’ 소공동 국립공보관, 서울(1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