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내까지 바꾸고…” 뉴보텍 전 대표의 충격 고백

”형이 모두 앗아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나왔더니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소재파악이 안 되는 거주불명 등록자가 돼있었고, 인감이 변경된 것도 모자라 특허권이 양도됐다. 심지어 아내까지 다른 사람으로 뒤바뀐 상황이었다. 소설이나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한승희 뉴보텍 전 대표가 실제 겪은 일이다. 이야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승희씨는 지난 2003년 3월 뉴보텍 대표로 선임됐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뉴보텍은 상‧하수도관 등 환경 관련 배관자재를 제조하고 판매한다. 2009년 4월부터 한씨의 형 한거희씨가 대표에 취임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한씨는 “믿었던 형이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며 “2006년 일어난 사건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영애 사건에
징역 4년 받아

▲‘이영애’가 불러온 나비효과= 한씨는 뉴보텍 대표 시절 ‘주식회사 이영애’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펼치려다 이영애씨 측으로부터 명예훼손과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2006년 2월 한씨는 “영화배우 이영애씨를 영입해 주식회사를 설립한 뒤 이와 관련한 영화, 광고, 판권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와 공시를 낸 혐의를 받았다.

한씨는 이영애씨의 오빠인 이○○씨와 법인 설립 관련 합의서를 체결하기로 했지만 의사소통 과정서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영애씨 측은 애초에 사업 관련 이야기조차 없었다며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결국 한씨는 기자회견서 고개를 숙였다. 이영애씨 측은 사과를 받아들여 고소‧고발을 취하했지만 뉴보텍 주주들은 그를 증권거래법상 허위 공시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다 2006년 7월 한씨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잠적했다. 그는 서울 한남동 소재의 도피처서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4년 동안 숨어 지내다 2010년 10월 검거됐다. 2010년 11월 구속 기소된 한씨는 배임, 업무상 횡령,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 등이 인정돼 2012년 대법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뒤바뀐 아내= 처음 이상기류가 감지된 때는 한씨가 서울구치소에 있던 2011년 초 무렵이다. 당시 한씨의 아내 정○○씨는 남편을 면회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정씨는 아주버님인 한거희 대표의 요구로 남편의 수감증명서를 떼려 했다. 서울구치소 측은 수감증명서는 가족만 발급받을 수 있다며 정씨의 요청을 거절했다.

정씨가 자신을 한씨의 아내라고 말했지만 서울구치소 창구 직원은 “컴퓨터 서류상에 기재된 한씨의 아내 이름은 정○○씨가 아니라 다른 이름”이라며 “본인이 정말 아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씨는 주민센터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가고 나서야 수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정씨는 지난 2월5일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한거희 대표가 회사 업무에 필요하다고 해서 수감증명서를 두 번 떼다줬다”며 “그때마다 서울구치소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 직원이 언급한 다른 이름은 이○○씨다.

4년 수감생활 하고 나왔더니…
가족 잃고 돈 잃고 ‘엉망진창’

지난달 1월19일 서울 청담동의 한 사무실서 만난 한씨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내 아내로 등록돼있고 진짜 아내(정씨)는 그 여자(이씨)가 누구냐고 묻고 정말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서울구치소 입소 당시 한씨가 직접 작성한 수용기록부 가족사항란에는 아내 이름이 정씨로 기재돼있다.


그는 “2011년 초 아내 정씨가 서울구치소에 가족관계증명서를 두 번 제출한 일 말고도 최소 6차례에 걸쳐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2013년 7월 경주교도소 정기재심 과정에서 분류심판관으로부터 가족관계를 확인받던 중 “두 사람(정씨와 이씨) 가운데 누가 진짜 부인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자리서 그는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2014년 5월 천안개방교도소서 귀휴심사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씨는 “몇 번을 요구해도 수정되지 않아 직접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전산 수용기록부에 기재된 본인(한승희)의 처(정씨) 외 아내로 등록돼있는 사람(이씨)의 신상정보를 천안개방교도소 측에 요구했다.

회사 전 직원
아내로 둔갑

2014년 5월 천안개방교도소 측이 공개한 내용에는 한씨의 아내가 정씨가 아닌 이씨로 나온다. 이씨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제외한 주소나 주민번호, 등록일자에 대해서는 ‘기록없음’으로 적혀있다. 

해당 정보를 근거로 한씨는 대리인 변호사를 통해 서울구치소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누가, 언제, 무엇을 근거로 이씨가 자신의 아내로 등록된 건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2014년 6월 서울구치소 측은 “2010년 10월19일 신상정보 입력담당자 박○○ 교사가 (한씨의 정보를)등록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오랜 기간의 경과로 당시 등록 경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며 “다만 접견예약자 등록 과정서 단순 착오에 의해 오등록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서울구치소 측은 “가족사항 오등록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다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그 사이 가족은 이미 파탄 상태였다.

의문점은 한씨의 아내라고 기입된 이씨의 정체다. 

한씨는 면회 온 아내 정씨가 ‘이씨는 대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이름이 비슷했던 자신의 담당 검사로 착각할 만큼 그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그러다 한씨가 출소 후 확인한 결과 이씨는 뉴보텍 경영지원본부에 근무했던 직원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수용기록부에 한씨의 아내로 잘못 기입된 여성이 공교롭게도 뉴보텍 전 직원이었다는 것. 

한씨는 “2014년 10월13일 출소해 이씨에 대한 정보를 찾았고 11월20일 만났다”며 “그 자리서 자초지종을 물었고 이씨는 다음날(21일) 모든 사실을 알려준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오지도 않고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본인도 해당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답했다. 

1월31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씨는 “뉴보텍을 그만둔 후 교도소서 전화가 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무척 황당했다”며 “한씨와는 당연히 아무 관계도 아니다”고 말했다. 뉴보텍 비서실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 전 직원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거듭 놀라운 점은 한씨의 1심 재판을 맡고 있던 변호사 역시 뉴보텍 고문변호사였다는 사실이다. 

한씨는 “1심 변호사 양종관씨가 뉴보텍 고문변호사인 줄 그때는 전혀 몰랐다”며 “양 변호사는 형이 소개해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뉴보텍 내부 사정에 밝은 익명의 관계자는 “양 변호사는 2009년 한거희 대표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뉴보텍 고문변호사가 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인감은 왜?= 황당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씨의 주민등록은 수감기간 중인 2011년 5월20일 재등록됐다가 같은 해 9월5일 거주불명 등록 상태가 됐다. 2011년 5월25일 그의 인감이 바뀌었고, 같은 날 인감증명이 5부 발급됐다. 


6월3일에는 누군가 그의 주민등록초본 2부를 떼어갔다. 한씨는 약 4개월 사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여러 번 바뀐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

양 변호사가 보낸 서신을 통해 전입신고를 한 게 한 대표라는 점만 파악한 상태였다. 양 변호사는 2011년 5월20일 “형님께서 한승희님의 주소를 형님 주민등록 내 동생으로 전입신고를 해 두었다고 합니다. 한승희님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형님 집 주소와 일치합니다”라는 내용의 서신을 한씨에게 보냈다.

한씨는 사실 확인을 위해 출소 후 서울 관악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자신의 주민등록 재등록‧전입‧거주불명 등록 등이 누구에 의해 이뤄졌는지, 2011년 5월부터 9월 사이 인감‧초본‧등본 등 자신의 개인증명서 발행 여부와 신청자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형수가 인감을
특허권 때문에?

관악구청은 청구 내용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라는 점을 들어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한씨는 “나도 모르는 새 내 개인정보가 난도질됐는데 그 행위자가 누군지 당사자가 확인을 못하는 게 어이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후 수차례의 정보공개 청구 끝에 그는 정보의 일부가 공개된 서식을 받아볼 수 있었다. 주민등록 재등록, 거주불명 등록 신고서였다. 해당 신고서는 성명, 주민번호, 세대주와의 관계 등 신고인의 신상정보가 검게 지워져 있었다. 다만 세대주는 한 대표로 돼있다.

한씨는 전북 순창으로 주소 이전까지 하면서 떼어본 인감대장을 통해 자신의 인감을 변경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1년 5월25일 서면 신고를 통해 한씨의 인감 변경 신고를 한 사람은 김○○씨. 한씨의 형수, 즉 한 대표의 아내였다.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이 인감을 변경할 경우 그 절차는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일반적으로 복역이나 징집 등 대통령령이 정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본인이 직접 변경 신고를 하도록 돼있다. 

대리인이 인감을 변경하려면 서면신고용 인감 변경 신고서, 사유 입증 서류, 보증인 1명의 인감이 필요하다. 이때 보증인은 대리인과 동일한 사람이면 안 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아버지도 안 믿어줘

특히 수감자의 인감을 대리인이 변경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직인이 찍힌 수감증명서는 물론 서면신고서 여백에 수감자 본인의 무인 날인과 교도관 서명이 있어야 한다. 한씨는 “내 인감을 바꾸기 위해 아내에게 수감증명서를 떼오라고 한 것 같다”며 “수감돼있는 동안 인감이 바뀌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무인 날인을 한 적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이한 점은 5월20일 작성된 한씨의 주민등록 재등록 신고서에 5월25일 김씨가 변경한 인감도장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한씨는 “양 변호사가 전입신고와 관련해 서신을 보낸 2011년 5월20일은 금요일이다. 수감자는 서신을 바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그 다음 주 월요일에야 내용을 파악했다. 그때서야 전입신고에 대해서 확인했을 뿐 주민등록 재등록은 물론 인감 관련 내용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김씨는 왜 한씨의 인감을 바꿨을까.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 양도 절차를 진행할 때는 권리이전 등록신청서와 양도인의 인감 날인이 된 양도계약서가 필요하다. 여기에 발급일로부터 6개월 이내의 인감증명서를 준비해야 한다.

실제 2011년 6월경 한씨가 권리를 가지고 있던 다수의 특허권과 디자인권이 뉴보텍으로 ‘권리의 전부 이전 등록’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씨가 2005년 12월23일 출원한 ‘다관절 자유곡관을 구비한 오수받이 장치’의 권리가 2011년 6월23일 뉴보텍으로 양도된 식이다. 이렇듯 특허권 4개, 디자인권 5개 등 확인된 것만 총 9개 물품에 대한 권리가 2011년 6~7월 사이에 뉴보텍으로 이전됐다. 같은 해 9월에 그는 거주불명 등록자가 됐다.

한씨는 2015년 9월30일과 지난 2월13일 특허권 권리 변경에 대해 뉴보텍의 소명을 요구하는 최고서를 두 차례에 걸쳐 발송했다. 

그는 “특허권의 권리 이전과 관련해 양도 또는 사용에 대한 의사 표시를 한 사실이 없다”며 “어떤 사유로 권리가 이전됐고 그 과정서 필요했을 인감증명과 그 발급자, 발급 경위, 발급에 따른 위임사항 등에 대해 10일 이내에 소명해달라”고 뉴보텍에 요구했다. 

한씨에 따르면 뉴보텍은 2015년 9월에 보낸 최고서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고, 2월에 보낸 최고서는 아예 ‘수취거절’을 한 상태다.

내용증명 보내도
전혀 답변 안 해

한씨는 “다른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으면 다 3류 막장드라마라고 한다. 심지어는 아버지조차 내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아 이 많은 자료를 모았다”며 서류뭉치를 들어 보였다.

그는 “4년 수감생활을 하고 나왔더니 고향(전북 순창)에선 천하의 사기꾼, 아내에게는 바람피는 난봉꾼이 돼있었다”며 “내 명예, 권리, 재산 등 형에게 빼앗긴 모든 것을 되찾아 딸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뉴보텍 측 입장은?
“동생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한거희 뉴보텍 대표가 한승희 전 뉴보텍 대표의 아내(정○○씨)에게 수감증명서를 요청한 이유는?
▲요청한 사실이 없다.

-2011년 6월 한승희 전 대표 앞으로 돼있던 특허권이 뉴보텍으로 권리 양도된 이유는?
▲당초 한 전 대표가 권리자로 돼있던 특허권은 뉴보텍 연구 인력의 노력과 비용으로 발명했다. 특허출원을 하면서 대표이사였던 한 전 대표 개인 명의를 사용한 것에 불과할 정도로 특허권리 등은 뉴보텍에 있다. 한 전 대표에게 어떤 실질권리가 있던 것도 아니다.

개발, 출원, 유지에 필요한 모든 비용 역시 뉴보텍이 부담해 왔다. 한 전 대표가 뉴보텍에 1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히고 장기간 수용생활을 하다 보니 회사 측이 특허권 행사 및 유지를 위한 비용 납부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김○○씨(한거희 대표 아내)가 한승희 전 대표의 인감도장을 바꾼 이유는?
▲2011년 5~6월경 정재원‧한거희 대표이사, 우석배 부사장 등이 한 전 대표가 수용돼있던 구치소를 방문 면회해 한 전 대표 명의로 형식적으로 등록돼 있던 특허권과 디자인권을 뉴보텍으로 이전 등록의 필요성과 협조를 구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특허권을 이전 등록하는 데 동의했고 이에 필요한 서류작성, 발급 권한 등을 모두 포괄적으로 위임하면서 수감증명서 발급도 동의해줬다. 또 인감을 어디에 뒀는지 알 수 없다고 해 교부받은 수감증명서를 통해 인감변경 후 정당하게 특허권 등록 명의를 바꿨다.

또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진행된 재산 명시 사건에서 한 전 대표가 작성해 제출한 재산목록에도 특허권과 디자인권 등 자기 재산이 없다고 한 사실이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 전 대표는 2012년 증권거래법위반,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조세범처벌법위반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사람으로 뉴보텍에 큰 손해를 끼쳤다.

뉴보텍이 민사 청구를 해 확정된 서울중앙지방법원 손해배상 지급명령 결정문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2018년 3월8일 현재 241억원의 채무금액을 가지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를 당사에 변제하지 않고 있으며 연락 또한 두절돼 뉴보텍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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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