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건설사 수난시대

털어도 털어도 털리는 ‘아사리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건설사 수난시대다. 사정당국의 압박에 업계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오너리스크부터 시작해 실적 부진까지 겹쳐 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까. 위기의 건설업계를 조명했다.
 

건설사는 비자금 창구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 때문에 새정부가 출범하면 건설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 및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다. 출범과 함께 건설사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에 들어갔다. 물론 현재 진행형이다.

검, 경, 공, 국
압박 수위 높여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사정당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강력하게 건설사를 압박하고 있다. 때론 공조하고 때론 단독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영은 사정당국의 압박이 가장 강한 건설사로 분류된다. 기업형 범죄를 저질러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실을 준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 비위에 연루된 전·현직 부영 그룹 임원 9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부영주택, 동광주택 등 계열사 2개 법인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비자금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이 회장으로부터 5억원을 갈취한 전 부영 경리직원 박모씨도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7일부터 구치소에 수감돼있다. 주요 혐의사실이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구속영장 사유다.

사정당국 거센 전방위 압박…업계 어수선
“검은돈 찾아라” 비자금 털고 사용처 추적

또 지난 2014년 횡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당시 재판부와 약속한 1450억원 규모의 부영 주식을 반환하지 않고 가족에게 그룹 자금으로 부당 혜택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이 같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회사에 끼친 손해 규모를 4300억원으로 추산했다.

부영은 지난달 19일엔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기도 했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부실시공으로 문제가 된 경기도 화성 동탄2 아파트 외에 지방서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서도 철근 시공 누락 등 문제가 드러나 벌점과 영업정지 3개월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포스코건설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지난 6일 오전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으로 조사관을 보내 회계자료 확보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조사에 투입된 인원은 50여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포스코건설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소유 논란이 있는 ‘도곡동 땅’을 1995년에 매입한 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다만 국세청과 포스코건설은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라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13년에 2008∼2011년도 회계연도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고 이번에 2012∼2016년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조사기간도 5월26일까지 110일간으로 명시돼있다”고 말했다.

타깃은 총수
위기감 고조

대보건설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어른거리면서 사정 당국의 칼날 위에 섰다. MBN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명박정부의 청와대 인사가 대보건설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은 최근 검찰 조사서 최등규 대보건설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윗선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이 지난 2010년 무렵 대보건설의 관급 공사 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보건설 측은 “돈을 건넨 사실이 있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관계자를 추가로 소환해 최 회장이 제공한 자금이 어디로 흘렀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대림그룹도 사정기관의 압박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대림그룹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및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도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C&S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감독당국의 사정 압박이 정점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대림그룹은 대림산업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며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 대림산업 지분은 대림코퍼레이션이 21.67%를 쥐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지분 52.35%를 가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강도 높은 검증을 받게 될 기업은 오너 및 친족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켐텍(90%), 에이플러스디(100%) 등이다. 

켐텍은 2010년 설립됐으며 주요 사업은 자재구매다. 

설립초기 이 부회장의 동생 이해창 부사장이 60%, 부친 이준용 명예회장이 30%, 대림코퍼레이션이 10%의 지분을 가져갔다. 이후 이 명예회장이 지분 30%를 이 부사장의 딸 이주영씨에게 넘겼다. 켐텍은 이 부사장 일가가 9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 셈이다.


총수 비리부터
회사 부패까지

이 부사장이 켐텍 증자에 참여하면서 현재 지분율은 이해창(68.37%) 이주영(23.72%) 대림코퍼레이션(7.91%) 등으로 집계된다.

켐텍은 대림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높이고 있는 추세다. 2013년 2억5000만원 규모의 일감은 2016년 기준 345억원까지 확대됐다. 전체 매출액(1414억원)의 24.4%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거래금액과 비중 모두 일감 몰아주기 감독 대상에 포함돼 이번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동산관리 업체인 에이플러스디의 경우 4세 승계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림산업의 쇄신안 발표에 따라 내부거래가 감소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4세 승계작업이 멈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개된 쇄신안에 따르면 대림그룹은 에이플러스디의 주주인 이 부회장(55%)과 그의 아들 이동훈씨(45%)가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에이플러스디는 자산 72억원, 매출 44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 부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라는 점에서 향후 승계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던 곳이었다.

승계작업의 핵심 역할을 했던 대림코퍼레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지주사 역할을 하는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회장이 단독 지배하다 대림에이치엔앨(물류), 대림아이엔에스(정보통신)과 잇따라 합병했다. 

합병을 통해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을 52.3%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내부거래 물량이 많은 점도 사정당국의 꼼꼼히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부진 겹쳐 
불안한 상황

경찰도 대형 건설사를 상대로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며 실제로 문재인정부 들어 대형 건설사들의 재건축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 최근엔 대우건설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는 지난 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법 위반 혐의로 대우건설 본사와 강남지사 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구체적 범죄사실과 수사내용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대우건설이 재개발 업체 선정 과정서 금품을 뿌린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4구 재건축 비리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지수대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10여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관련 사건을 맡은 서초경찰서도 롯데건설 등 압수수색을 나서는 등 수사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서초서는 지난해 10월10일 잠원동 한신4지구의 조합원이 용역업체 관계자인 홍보(OS)요원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았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시작했다.

정권 바뀔 때마다
“만만한 게 우리냐”

서초서는 수사 과정서 롯데건설이 관련돼있다고 보고 롯데건설 건설본부와 본사에 대해 각각 지난해 10월과 1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OS요원이 소속된 용역회사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압수수색을 벌였다. 

용역 회사 소속인 OS요원들은 건설사를 대신해 현금과 현물공세로 조합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OS요원과 건설사 간 관계를 증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서초서 관계자는 “용역회사 관련자들은 조사를 마무리하는 단계”라며 “롯데건설 관계자는 아직 소환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SK건설은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캠프 험프리스) 공사 입찰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SK건설 전무 이모 씨(57) 등 6명을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지난 8일, 주한미군 기지 기반공사 수주 대가로 미 육군 공병단 극동지구 계약관이었던 미국인 N씨(58)와 공군 예비역 중령 이모씨(51)에게 31억원을 제공한 혐의(국제상거래에 있어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등으로 SK건설 전무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새 정부 
통과의례?

재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있는 건설사가 정권이 바뀌면서 사정기관의 타깃이 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일이 많다”며 “문재인정부서도 적폐 청산을 목표로 건설사에 집중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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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