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건설사 수난시대

털어도 털어도 털리는 ‘아사리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건설사 수난시대다. 사정당국의 압박에 업계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오너리스크부터 시작해 실적 부진까지 겹쳐 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까. 위기의 건설업계를 조명했다.
 

건설사는 비자금 창구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 때문에 새정부가 출범하면 건설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 및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다. 출범과 함께 건설사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에 들어갔다. 물론 현재 진행형이다.

검, 경, 공, 국
압박 수위 높여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사정당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강력하게 건설사를 압박하고 있다. 때론 공조하고 때론 단독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영은 사정당국의 압박이 가장 강한 건설사로 분류된다. 기업형 범죄를 저질러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실을 준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 비위에 연루된 전·현직 부영 그룹 임원 9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부영주택, 동광주택 등 계열사 2개 법인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비자금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이 회장으로부터 5억원을 갈취한 전 부영 경리직원 박모씨도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7일부터 구치소에 수감돼있다. 주요 혐의사실이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구속영장 사유다.

사정당국 거센 전방위 압박…업계 어수선
“검은돈 찾아라” 비자금 털고 사용처 추적

또 지난 2014년 횡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당시 재판부와 약속한 1450억원 규모의 부영 주식을 반환하지 않고 가족에게 그룹 자금으로 부당 혜택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이 같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회사에 끼친 손해 규모를 4300억원으로 추산했다.

부영은 지난달 19일엔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기도 했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부실시공으로 문제가 된 경기도 화성 동탄2 아파트 외에 지방서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서도 철근 시공 누락 등 문제가 드러나 벌점과 영업정지 3개월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포스코건설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지난 6일 오전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으로 조사관을 보내 회계자료 확보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조사에 투입된 인원은 50여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포스코건설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소유 논란이 있는 ‘도곡동 땅’을 1995년에 매입한 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다만 국세청과 포스코건설은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라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13년에 2008∼2011년도 회계연도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고 이번에 2012∼2016년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조사기간도 5월26일까지 110일간으로 명시돼있다”고 말했다.

타깃은 총수
위기감 고조

대보건설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어른거리면서 사정 당국의 칼날 위에 섰다. MBN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명박정부의 청와대 인사가 대보건설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은 최근 검찰 조사서 최등규 대보건설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윗선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이 지난 2010년 무렵 대보건설의 관급 공사 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보건설 측은 “돈을 건넨 사실이 있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관계자를 추가로 소환해 최 회장이 제공한 자금이 어디로 흘렀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대림그룹도 사정기관의 압박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대림그룹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및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도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C&S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감독당국의 사정 압박이 정점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대림그룹은 대림산업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며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 대림산업 지분은 대림코퍼레이션이 21.67%를 쥐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지분 52.35%를 가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강도 높은 검증을 받게 될 기업은 오너 및 친족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켐텍(90%), 에이플러스디(100%) 등이다. 

켐텍은 2010년 설립됐으며 주요 사업은 자재구매다. 

설립초기 이 부회장의 동생 이해창 부사장이 60%, 부친 이준용 명예회장이 30%, 대림코퍼레이션이 10%의 지분을 가져갔다. 이후 이 명예회장이 지분 30%를 이 부사장의 딸 이주영씨에게 넘겼다. 켐텍은 이 부사장 일가가 9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 셈이다.


총수 비리부터
회사 부패까지

이 부사장이 켐텍 증자에 참여하면서 현재 지분율은 이해창(68.37%) 이주영(23.72%) 대림코퍼레이션(7.91%) 등으로 집계된다.

켐텍은 대림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높이고 있는 추세다. 2013년 2억5000만원 규모의 일감은 2016년 기준 345억원까지 확대됐다. 전체 매출액(1414억원)의 24.4%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거래금액과 비중 모두 일감 몰아주기 감독 대상에 포함돼 이번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동산관리 업체인 에이플러스디의 경우 4세 승계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림산업의 쇄신안 발표에 따라 내부거래가 감소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4세 승계작업이 멈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개된 쇄신안에 따르면 대림그룹은 에이플러스디의 주주인 이 부회장(55%)과 그의 아들 이동훈씨(45%)가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에이플러스디는 자산 72억원, 매출 44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 부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라는 점에서 향후 승계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던 곳이었다.

승계작업의 핵심 역할을 했던 대림코퍼레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지주사 역할을 하는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회장이 단독 지배하다 대림에이치엔앨(물류), 대림아이엔에스(정보통신)과 잇따라 합병했다. 

합병을 통해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을 52.3%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내부거래 물량이 많은 점도 사정당국의 꼼꼼히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부진 겹쳐 
불안한 상황

경찰도 대형 건설사를 상대로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며 실제로 문재인정부 들어 대형 건설사들의 재건축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 최근엔 대우건설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는 지난 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법 위반 혐의로 대우건설 본사와 강남지사 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구체적 범죄사실과 수사내용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대우건설이 재개발 업체 선정 과정서 금품을 뿌린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4구 재건축 비리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지수대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10여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관련 사건을 맡은 서초경찰서도 롯데건설 등 압수수색을 나서는 등 수사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서초서는 지난해 10월10일 잠원동 한신4지구의 조합원이 용역업체 관계자인 홍보(OS)요원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았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시작했다.

정권 바뀔 때마다
“만만한 게 우리냐”

서초서는 수사 과정서 롯데건설이 관련돼있다고 보고 롯데건설 건설본부와 본사에 대해 각각 지난해 10월과 1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OS요원이 소속된 용역회사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압수수색을 벌였다. 

용역 회사 소속인 OS요원들은 건설사를 대신해 현금과 현물공세로 조합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OS요원과 건설사 간 관계를 증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서초서 관계자는 “용역회사 관련자들은 조사를 마무리하는 단계”라며 “롯데건설 관계자는 아직 소환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SK건설은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캠프 험프리스) 공사 입찰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SK건설 전무 이모 씨(57) 등 6명을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지난 8일, 주한미군 기지 기반공사 수주 대가로 미 육군 공병단 극동지구 계약관이었던 미국인 N씨(58)와 공군 예비역 중령 이모씨(51)에게 31억원을 제공한 혐의(국제상거래에 있어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등으로 SK건설 전무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새 정부 
통과의례?

재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있는 건설사가 정권이 바뀌면서 사정기관의 타깃이 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일이 많다”며 “문재인정부서도 적폐 청산을 목표로 건설사에 집중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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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