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남매 각축 기업들

아들 승계 옛말 ‘딸들의 전성시대’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과거 재계는 장자 승계 원칙을 따랐다. 불가피하게 장자가 승계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차선책으로 아들들에게 그룹 지배권이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이 같은 기조가 바뀌고 있다. 남녀구분 없이 모든 자식들에게 사업권을 분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남매 경쟁구도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재계는 지금 그룹 승계를 두고 남매 경쟁이 한창이다. 때론 뭉치고 때론 대립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경쟁이 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신세계그룹은 현재 가장 치열하게 남매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부터
본격 경쟁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장남인 정용진 이마트 부회장에게는 마트 및 종합쇼핑몰 사업부분을, 장녀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에게는 백화점 사업부문을 맡겼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의 경우 이 회장이 지분 18.22%로 최대주주 신분이고 뒤이어 정 총괄사장이 9.83%로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오빠인 정 부회장은 신세계에 지분이 없다. 반대로 이마트는 18.2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 회장의 뒤를 이어 정 부회장이 9.83% 지분으로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분구조가 눈길을 끈다. 명확하게 남매가 가진 지분은 신세계와 이마트로 지분이 갈렸지만 둘 중 누군가 사업 부진으로 경영 능력을 의심받게 되면 이 회장이 다른 자녀에게 지분을 몰아줘 경영권을 박탈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아직까지 두 남매는 어머니인 이 회장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들의 경영 행보는 조심스럽다.

최근 정 총괄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가정용 가구 산업인 ‘홈퍼니싱(집 꾸미기)’ 사업에 손을 댔다. 신세계는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중견 가구기업 까사미아 주식 681만3441주(92.35%)를 1837억1762만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의 책임경영을 본격화한 2015년 이후 첫 기업 인수합병(M&A)이다.

아픈 손가락으로 평가받던 화장품 사업 부문서 최근 처음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도 그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화장품 사업서 매출 627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달성하며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더구나 사드 여파로 화장품 업계가 힘든 시기임을 감안하면 이번 성과는 유의미한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일각서 여전히 그의 경영 능력에 물음표를 찍기도 한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면 정 총괄사장이 그룹 내에서 패션·뷰티 영역을 맡았던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코스메틱스’를 인수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화장품 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들 것이란 판단과 신세계 그룹이 가지고 있는 유통망에 대한 지원을 기대한 것이다. 판단은 틀리지 않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의 화장품 기업들은 뷰티업계의 호황을 타고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정 총괄사장의 비디비치는 적자 행진을 거듭한 바 있다. 
 


이 점 때문에 정 총괄사장의 까사미아 인수에도 기대와 불안감이 상존한다. 정 총괄사장 선택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존재감 과시 위해 신사업에 매진
밀려났다 다시 기회 엿보기 반복 

정 부회장도 활발히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 역시 활발한 투자 행보를 펼치고 있는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가 집중되는 곳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이마트24다. 스타필드의 경우 하남과 코엑스, 고양 등에 이어 창원에도 오픈을 계획하면서 공격적인 영토확장에 나섰다. 

정 부회장은 기존 국내 복합쇼핑몰의 규모보다 더욱 큰 규모의 복합쇼핑몰을 구상했다. 시장서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지난 9월 신세계가 스타필드 하남 개장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년간 약 2500만명이 스타필드 하남을 방문했다. 

현재까지는 스타필드와 관련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마트24 사업에서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이마트24를 그룹 내 핵심 사업으로 키울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3000억원의 투자계획도 전했다. 사실 이전에도 이마트는 이마트24(당시 위드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마트24를 인수한 직후인 2014년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2080억5000만원의 자금이 편의점 사업에 들어갔다. 

이에 힘입어 점포수도 늘었다. 2014년 501개였던 점포수는 2017년 2653개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는 긍정적으로 읽히지 않는다. 2016년까지 이마트24의 누적손실은 751억원 규모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343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결과적으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 모두 불투명한 신사업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들의 선택이 신세계그룹 후계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도 남매 간 경영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현대차를 비롯한 비금융 계열사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금융계열사는 정명이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부문장이 나눠 경영하고 있다. 
 

다만 금융 계열사의 경우 정명이 부문장의 남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지분 관계는 정 부회장, 정 부문장 둘 다 불안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뒤에 있다가
뒤늦게 두각

이상 징후가 감지된 곳은 정태영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현대라이프생명 등이다. 그동안 정태영 부회장은 정명이 부문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서 이들 회사를 이끌었다. 

따라서 정 회장이 정명이 부부에게 금융 부분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었다. 다만 아직 금융계열사 지분이 많지 않아 확실한 승계를 받았다는 평가에는 무리가 있다. 이들 부부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현대커머셜 지분 50%(정명이 33.33%, 16.67%)가 전부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주식은 없다. 

이 같은 상황서 최근 이들 계열사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정명이 부부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금융부분을 맡은 후 2016년 기준 실적점유율 15.11%로 업계 3위 자리에 올랐으나 최근에는 지난해 1분기 14.86%로 0.25% 감소하면서 4위인 KB국민카드(13.44%->14.09%)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양상이다.

현대캐피탈도 성적이 좋지 않다. 국내 자산기준 상위 13개 캐피탈사들의 2017년 3분기 누적 실적을 비교해 본 결과 3년 대비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모든 캐피탈사가 플러스 성장을 기록해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현대라이프생명는 2012년 인수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 전 현대차그룹은 정명이 당시 현대커머셜 고문을 현대커머셜의 커머셜부문장, 현대카드 브랜드 부문장, 현대캐피탈 브랜드부문장으로 선임했다. 

정명이 부문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정태영 부회장의 입지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정명이 부문장이 경영에 직접 나설 만큼 정명이 부문장 부부의 입지가 그룹 내에서 크게 줄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계열사의 성적이 이들 부부에게 중요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의 주요 계열사를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은 중국의 사드 여파 및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중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달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서 기자들을 만나 “굉장히 심각했지만 오히려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에는 중국에서 90만대, 많으면 100만대까지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엎치락뒤치락 
살얼음 구조

재계에서는 어려운 업황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다.

한진그룹도 남매가 승계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 등이 주인공이다.

현재 조원태 사장이 그룹 내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그는 지난 1월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조양호 회장가 함께 나서 그룹 내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의 경영 실적은 긍정적으로 읽힌다. 대한항공 사장으로 취임한지 1년이 넘은 조 사장은 인천~스페인 바르셀로나 직항 노선 취항을 적극 추진하는 등 주력 노선에 힘을 실었다. 그 결과 해당 노선은 지난해 4월 취항 이후 평균 82% 수준의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장거리 노선의 안정적인 운영은 실적 안정에 보탬이 됐다. 대한항공은 중국발 사드 보복 여파를 딛고 2분기 17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3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22.7% 줄어든 3555억원을 기록하긴 했지만 환차손, 고유가 리스크라는 영업환경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조현민 사장도 진에어서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진에어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실적도 좋다. 진에어는 2017년 한해 매출은 8883억 원, 영업이익은 969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3.4% 늘었으며 영업이익도 85.5% 증가했다. 진에어는 지난 12월 상장하며 올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중장거리 및 지방발 해외 노선을 개설해 50개 이상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현아 전 사장은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아직까지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이륙을 준비 중이던 항공기 안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지적하면서 난동을 부리고, 비행기를 회항해 수석 승무원을 내리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말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으면서 재판이 마무리됐다.

경영능력 입증에 주력
지분증여까지 조마조마

그러나 법적인 판단과는 별개로 도덕적인 문제가 제기되면서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달 평창올림픽 성화봉송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경영 복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남매 승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아워홈도 역시 남매 전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현재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내부 안팎으로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경영능력을 인정받기까지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구 부회장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22개 브랜드를 오픈했다. 

여동생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의 주력 분야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2015년 7월 구지은 대표가 아워홈을 떠나기 전까지 경영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반면 구지은 대표는 캘리스코 대표를 맡아 경영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6년에는 매출 639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00억원 넘게 증가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구지은 대표의 아워홈 복귀설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구본성 부회장의 아워홈 지분이 경영권을 장악할 만큼 많지 않다는 점도 향후 갈등의 소지로 남을 수 있다.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 지분 20.67%를 보유하고 있어 구본성 부회장(38.56%)에 이어 아워홈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구지은 대표와 우호적인 관계인 언니 구명진씨(19.6%)와 지분을 합치면 구 부회장의 지분보다 많다. 여기에 구 대표는 캘리스코의 최대주주로 지분 46%를 소유하고 있어 그룹 내 존재감 면에서 구 부회장이 앞선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현재 구 대표의 뚜렷한 행보는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언제든지 남매 경영권 경쟁이 수면위로 올라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J그룹도 남매 승계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33) 상무대우가 승진 8개월 만에 상무로 또 한 번 승진했다. 

이경후 상무는 미국 콜럼비아대 석사 졸업 후 2011년 CJ 기획팀 대리로 입사, 6년 만인 지난해 3월 임원으로 승진한 바 있다. 반면 이선호 CJ그룹 부장은 승진 대상자서 아예 제외됐다.

한입씩∼
쪼개기도

이에 따라 이들 간 경영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선호 부장은 1년째 승진 대상자 명단서 빠지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다만 지분 승계는 이선호 부장 쪽이 앞선다. 

지분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분류되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이선호 부장이 이경후 상무보다 더 많다. 

이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보유해 CJ에 이어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주주다. 이 상무는 지분 6.91%를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이선호 부장은 CJE&M 지분 0.68%을 가지고 있다. 이 상무는 CJ 0.13%, CJE&M 0.27%로 이선호 부장보다 지분이 적다.

이에 따라 각자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된다. 또한 향후 이경후 상무가 경영능력을 입증하면 승계구도에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승계를 두고 더욱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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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