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감 엑소더스’ 막전막후

수천억씩 땡기고 이제 와서 아닌 척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독당국의 칼날이 매섭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기업에 대해 고발 조치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재계는 서둘러 문제가 될 기업들을 정리하고 있다.
 

공정위의 드라이브가 영향을 미쳤을까. 과거 논란이 되던 그룹들이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일감 몰아주기 관련 기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그룹이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정부의 중점과제인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 상생협력 등의 과제에 적극 부응하고, 보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경영에 대한 사회요구에 화답하기 위해 쇄신안을 마련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림산업의 쇄신안이 불공정행위에 대한 높은 감시를 피하려는 행보로 판단하고 있다. 

오너의 회사들
계열사서 팍팍

대림그룹은 하이트진로만큼이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그룹이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대림그룹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및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도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C&S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감독당국의 사정 압박이 정점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공정위 의지에
논란 기업 정리

대림그룹은 대림산업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며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 대림산업 지분은 대림코퍼레이션이 21.67%를 쥐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지분 52.35%를 가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강도 높은 검증을 받게 될 기업은 오너 및 친족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켐텍(90%), 에이플러스디(100%) 등이다.

켐텍은 2010년 설립됐다. 주 사업목적은 자재구매다. 켐텍은 설립초기 이 부회장의 동생 이해창 부사장이 60%, 부친 이준용 명예회장이 30%, 대림코퍼레이션이 10%의 지분을 가져갔다. 

이후 이 명예회장이 지분 30%를 이 부사장의 딸 이주영씨에게 넘겼다. 켐텍은 이 부사장 일가가 9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 셈.

이 부사장이 켐텍 증자에 참여하면서 현재 지분율은 이해창(68.37%) 이주영(23.72%) 대림코퍼레이션(7.91%) 등으로 집계된다.


켐텍은 대림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높이고 있는 추세다. 2013년 2억5000만원 규모의 일감은 2016년 기준 345억원까지 확대됐다. 전체 매출액(1414억원)의 24.4%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거래금액과 비중 모두 일감몰아주기 감독 대상에 포함돼 이번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동산관리 업체인 에이플러스디의 경우 4세 승계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림산업의 쇄신안 발표에 따라 내부거래가 감소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4세 승계작업이 멈춘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공개된 쇄신안에 따르면 대림그룹은 에이플러스디의 주주인 이 부회장(55%)과 그의 아들 이동훈씨(45%)가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에이플러스디는 자산 72억원, 매출 44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 부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라는 점에서 향후 승계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던 곳이었다. 

승계작업의 핵심 역할을 했던 대림코퍼레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지주사 역할을 하는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회장이 단독 지배하다 대림에이치엔앨(물류), 대림아이엔에스(정보통신)과 잇따라 합병했다. 

합병을 통해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을 52.3%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내부거래 물량이 많은 점도 사정당국의 꼼꼼히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림코퍼레이션의 2016년 기준 2조6059억원의 매출 가운데 20.09%인 5236억원이 계열사 물량으로 집계됐다.

한화그룹도 논란이 되는 기업들을 서둘러 정리하는 모습이다. 한화는 현재 일감 몰아주기 관련 조사를 공정위로부터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이 떨고 있는 이유는 명쾌하다. 2015년부터 공정위는 한화, 하이트진로, 현대, CJ, 한진, LS 등 6개 그룹에 대한 대기업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했다. 

그 가운데 공정위의 제재를 받지 않은 곳은 하이트진로와 한화였는데 이번에 하이트진로가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으면서 한화만 역시 어떻게 조사가 마무리 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9월 낸 ‘주주대표 소송 판결을 계기로 본 한화에스앤씨(S&C) 관련 지배구조 문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화가 한화에스앤씨 주식을 총수 아들에게 헐값에 넘겼다는 혐의에선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일감 몰아주기와 회사기회유용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지적했다.


대기업 잇달아 내부거래 해소안 발표
통큰 결단 같지만 챙길 건 다 챙겼다

한화에스앤씨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각각 50%, 25%, 25% 등 총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며, 한화 계열사의 아이티(IT) 관련 일감을 받는다.

대법원은 지난해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 2명이 김 회장과 한화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상고심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제개혁연대 등은 2005년 한화가 갖고 있던 한화에스앤씨 주식 40만주(지분 66.7%)를 김동관 전무에게 헐값에 매각해 한화에 600억원대의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한화에스앤씨의 공시를 분석해보면, 이 회사는 2001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돼 2005년 총자산(연결기준) 723억원 규모의 회사였다. 이후 한화그룹의 계열사 일감을 성장동력 삼아 성장했다. 

그 결과 2016년 기준 총자산은 2조5280억원, 매출은 8579억원으로 증가했다. 2005년에  비해 총자산은 35배, 매출은 7배 늘어난 수준이다. 한화에스앤씨의 내부거래 비중은 50% 수준이었다.


김 전무는 한화에스앤씨로부터 325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보유 주식 가치는 7117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의 주식 매입가 614억원을 빼면 11년 동안 6828억원이나 재산가치가 증가한 셈이다. 김동원 상무와 김동선씨의 지분을 더하면 이들 형제는 한화에스앤씨를 통해 1조3542억원의 돈을 벌었다.

한화는 이 같은 논란을 미리 피해갔다. 한화에스엔씨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한화에스엔씨는 지난해 8월 스틱인베스트먼트서 운용하는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 컨소시엄에 정보기술 서비스 사업부문에 대한 지분 44.6%를 25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결정에 따라 한화에스앤씨는 기존 존속법인과 사업부문 법인으로 물적분할이 진행되고 스틱컨소시엄은 분할된 사업부문 법인의 지분 44.6%를 인수하게 된다. 예정대로 회사가 분할하면서 공정위 규제 대상서 벗어나게 됐다.  

한화프런티어와 한화에스앤씨로 분할이 이뤄지면 기존 SI업무는 모두 신설회사인 한화에스앤씨로 이전하는 데 공정위 규제 대상에 오너 일가 회사인 한화프런티어의 자회사인 신설 한화에스앤씨는 제외된다.

태광그룹도 지난해 말 쇄신안을 발표하며 공정위의 칼날을 피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태광그룹이 핵심 자회사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그동안 태광그룹 지배구조는 이호진 전 회장과 그의 아들 이현준씨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로 유지됐다.  
 

이 때문에 태광그룹은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전 회장 부자가 소유한 티시스와 태광그룹 소속 6개 금융계열사가 내부거래로 공정위로부터 제재 또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때문에 올해 도입될 예정인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포함될 경우 이 전 회장에 대한 규제 강도가 더욱 세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태광그룹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태광그룹은 지난달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투자부문)’ ‘쇼핑엔티’ 등 3개사의 합병 계획을 공시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티시스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짐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1000억원 상당의 ‘티시스’ 지분 전체를 무상으로 증여할 계획이다. 

해당 지분은 올해 상반기 중 증여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전 회장의 무상 증여 등 후속조치가 완료되면 이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티시스 등 계열사를 둘러싼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모두 해소된다. 합병 예정일은 오는 4월1일이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전체 계열사 수가 26개서 22개로 줄어들게 된다. 

조사는 시작
과연 결과는?

특히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는 ‘세광패션’ ‘메르벵’ ‘에스티임’ ‘동림건설’ 등 7개서 ‘한국도서보급’ 1개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내부거래 가능성도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효과가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번 개선작업은 지배구조 개혁에 관한 그간의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계열사간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며 “출자구조의 개혁에 그치지 않고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 윤리경영시스템의 강화 등을 지속 추진해 선진 지배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강한 조사를 받고 있는 그룹 가운데 하림도 빼놓을 수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취임한 후 대기업집단에 대한 첫 조사로 하림그룹을 정조준하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공정위가 하림을 어디까지 파헤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상속세를 정당하게 납부하지 않고 기업을 물려준 행태가 드러날 경우 사회 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워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도 예상된다. 

하림그룹은 2016년 자산 규모가 10조5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정부 심상찮은 낌새
부랴부랴 먹튀 러시 

공정위는 김홍국 회장이 2012년 장남 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인 올품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부당한 지원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준영씨는 현재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올품' 주식 100%를 김 회장으로부터 2012년 물려받으며 증여세로 100억원을 냈다. 

이를 통해 준영씨는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당시 하림그룹의 자산규모가 3조5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증여세가 적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증여세를 마련하는 방법도 문제로 지적됐다. 

올품이 2016년 100% 주주인 준영씨를 대상으로 30%(6만2500주) 규모의 유상 감자를 하고, 그 대가로 준영씨에게 100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을 동원하면서 그는 올품 지분 100%를 유지하면서도 회사로부터 100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공정위는 올품 매출액이 5년 만에 급격히 성장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로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운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올품 매출액은 준영씨가 증여받기 전인 2011년 706억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4039억원까지 늘어났다. 

이 과정서 하림 계열사에 닭고기와 동물 의약품 등을 팔아 2015년 745억원, 2016년 848억원을 벌어 내부거래 비중이 20% 이상이었다. 현재까지 하림의 구체적인 없는 상황. 공정위의 하림에 대한 처분에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한국타이어도 지난해 대규모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감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문제가 됐다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어떤 방식으로 해소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신양관광개발, 엠프론티어, 엠케이테크놀로지는 계열사의 일감으로 성장하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은 엠프론티어 81.8%, 엠케이테크놀로지 98.6%, 신양관광개발 100% 등으로 집계됐다. 

그룹의 건물·시설관리와 부동산임대업 등을 담당하는 신양관광개발의 경우 2014년부터 매출의 100%를 내부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오너 일가의 지분이 상당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양관광개발은 그룹의 건물 및 시설관리용역 부동산임대사업을 주사업 목적으로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이 100%다. 

없앤다고 
없어질까 

전산체계관리와 시스템통합서비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엠프론티어는 조현범과 조현범, 조희경 등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가 각각 24%와 24%, 12% 지분율을 나타내고 있다. 엠케이테크놀로지는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각각 20.0%, 2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관련 이슈는 편법 승계를 위해 끊이지 않고 논란이 제기됐다”며 “공정위의 제재 의지가 강해 재계 스스로 논란이 될만한 기업들을 서둘러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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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