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수사권 경찰이 잡으면 생길 일

하는 일 없이 뒤룩뒤룩 살만 찌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가정보원이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하지만 대공수사권 이관의 길은 순탄치 않다. 일각에선 방첩기능 약화와 경찰조직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경찰은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키겠다고 장담하며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국정원이 지난 9일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도 “국민을 위한 안보수사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야당의 거센 반발
방첩기능 약화 지적

입법 과정서 세부 사항이 변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공수사권 경찰 이전이라는 큰 흐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 출신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청과 국정원 간의 협의가 있었고 대통령 공약사항인만큼 당정청의 논의가 있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전문인력을 경찰로 돌리는 조직 개편과 기능 조정 차원”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안보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야당의 반발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30일 국정원 개혁위가 대공수사권 이전 방침을 밝히자 “국가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에 대해 다수 안보 전문가들도 “남북 대치 상황서 대공수사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성급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대외 첩보·공작과 국내 보안·방첩 기구의 분리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서 북한의 대남공작이 활발한 점을 고려할 때 국가 핵심 정보·보안기구의 양대 기능을 분할하는 방안이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정보수집과 수사가 엄격하게 구분이 안 되는 새로운 안보영역이 생겨나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미국도 이런 흐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자 2001년 9·11테러 이후 16개 정보기관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국가정보국장(DNI)직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대공수사 업무를 담당했던 수사관들도 경찰로 기능이 이관되는 경우 대공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남북대치 상황 무시 성급한 결정”
수사권 조정·자치경찰제 난제 해결이 먼저 

이기동 전 국정원 대공수사관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은 그 경계가 모호할 수밖에 없고 정보수집과 수사가 이뤄지는 범위도 국내·국외 구분이 없는데 이걸 분리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정보기관에 축적된 대공수사 노하우와 그 기능을 하루 아침에 폐지한다는 것은 정보기관 역량을 약화하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직 수사관은 “우리 조직 성격상 다른 기관으로 대공수사권이 넘어가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는 절대 공유가 되지 못할 것”이라며 “국정원보다 권력에 더 취약한 경찰이 과연 독립적인 대공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온·오프 상 대남공작이 갈수록 진화하는 와중에 구체적 대안 없이 분단국가서 정보기관의 핵심기능인 대공수사권을 건드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대선 댓글 공작, 정치 개입과 같은 국정원의 정치적 일탈은 방지해야 하지만 국정원의 힘을 빼는 게 아니라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국정원서 북한기획담당관(1급)을 지낸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대한민국의 존재를 위협하는 국가전복 활동 정보수집 및 수사활동은 정보기관의 최우선 과제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보다 
잘 하려나?

경찰은 이미 대공수사 업무를 하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 739명 중 531명(71%)은 경찰이, 187명(25%)은 국정원이 수사했다. 나머지 31명(4%)은 군 검찰이나 기무사 등이 처리했다. 

하지만 경찰이 맡아 처리한 사건은 상당수가 이적표현물 게시 등 단순 사건이라 간첩 수사 등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도 안보수사 공백 우려를 최소화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9일 “대공 수사가 질적인 문제에 대해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 국정원에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에 따라 전문수사인력을 충원하는 등 안보 수사 역량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조직은 기존 경찰청 보안국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청장은 “국정원 쪽의 숙련된 인력의 지원을 받는 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방첩기능 악화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경찰 조직 비대화다. 경찰은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면 관련 첩보 수집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정보 수집은 경찰이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대공수사 기능이 경찰에 흡수될 경우 이승만정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처럼 경찰 조직과 권한이 비대해질 수도 있다. 대공수사권 이관의 전제로 자치경찰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19년까지 국가안보 및 공안범죄 등을 다루는 국가경찰과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을 분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권력기관의 기본 원칙은 견제와 균형이다. 대공수사권 이관은 결국 경찰 분권화와 연계돼있다. 


또 자치경찰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도 얽혀있다. 실타래 같은 권력기관간의 문제를 시급히 정리해야 한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경찰만 국내정보를 독점하게 되는 상황서 대공수사와 다른 모든 분야 수사권을 경찰이 가진다면 또 다른 괴물이 될 수 있다. 미세하게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이도 적지 않다.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국정원 수사인력 상당수가 경찰로 넘어가면 안보수사 공백은 최소화될 것”이라며 “전문성보다는 인권침해 우려가 더 큰데 경찰로 바로 다 이관하기 보다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갈 경우 조직개편이 필연적이지만 이 역시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문 대통령 공약에 따르면 대공수사권 이관의 전제 조건은 자치경찰제 시행이다. 

“우려 불식 노력” 
대대적 개편 예고


정부 정책과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2019년까지 국가안보 및 공안 범죄·전국단위 범죄·국제범죄 등을 다루는 국가경찰과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을 분리하기로 했지만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반발이 거세다. 경찰은 우선 기존 보안국을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자치경찰제는 또 검·경 수사권 조정과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수사권이 조정되지 않은 채 자치경찰이 시행될 경우 자치경찰을 통솔하는 지자체장이 검찰 지휘를 받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약대로 대공수사권을 국가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이 이어받기 위해서는 자치경찰제·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산부터 넘어야 한다. 

경찰청은 지난 9일 “안보수사 분야의 인권침해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국민을 위한 안보수사 전문기관으로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며 안보수사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서면으로 낸 ‘대공 수사권 이관 관련 경찰청 입장’ 자료를 통해 “경찰청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과 관련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경찰청은 안보수사에 대한 정치적 중립 확보 일환으로 “시민 대표들로 구성된 경찰위원회가 경찰행정 작용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지위와 권한을 강화하고, 독립적·중립적 외부통제기구인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해 경찰권 남용과 인권침해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관서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 등 일반경찰의 부당한 수사 관여를 차단하는 장치도 마련해 경찰수사의 공정성을 더욱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안보수사 과정서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선 “변호인 참여권과 진술녹음제 등 실효적인 인권보장제도를 도입해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모든 조직·제도·정책이 인권의 가치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인권영향평가제도 도입, 경찰관대상 인권교육 프로그램 마련도 제시됐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라 안보수사 담당 인력에 대한 전문성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경찰청은 “철저한 직무분석을 토대로 변화된 업무환경에 적합한 안보수사 조직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보안경과제를 강화하고 전문수사인력을 충원하는 등 안보 수사역량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보수집 유일기관
조직 비대화 우려도

이와 함께 “안보 관련 유관기관 간 상시 정보교류가 가능한 ‘통합 정보관리 시스템’ 등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안보수호에 조금의 빈틈도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대공수사권 이양 작업을 차질없이 준비하기 위해 본청 보안국을 중심으로 조직개편 방향과 예산·인력 운영 방안 등을 세부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국정원서 하던 업무의 공백이 없도록 기존 보안국을 어떻게 확대 개편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 연계 부분은 우리가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법이나 그동안 갖춰진 인프라, 노하우를 바로 구축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국정원의 첩보 수집을 포함한 대공수사 인력을 지원받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대공수사권 확대에 따른 조직 비대화나 경찰권 남용 등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이 우려하는 경찰권의 남용이나 수사 문제들에 대해서는 민주적인 통제를 내외부적으로 하겠다”며 “결과적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하느냐, 국민들이 얼마나 제도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이 청장을 비롯한 지휘부의 영화 <1987> 관람에 대해 “고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등 경찰의 부끄러운 과거를 되돌아보며 다시는 경찰의 인권침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며 “다시 한 번 희생자와 유족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에게 깊이 사죄드린다”고 지난 과오를 인정하기도 했다. 

국정원 성과 미미
전환 결과에 주목

한 전문가는 “국정원의 중요한 기능은 정보 수집·분석인데, 그런 면에 집중한다면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은)시도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며 “그간 국정원서 간첩 색출한다고 하면서도 성과를 냈는지 의문이니, 경찰에 맡긴다고 특별히 대공수사가 약해질 것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은 원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스타일의 조직이고, 경찰은 수가 많고 전국적으로 퍼져 있어 감시의 눈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권한 남용 우려도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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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