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지인능욕 서비스를 아십니까?

“내 얼굴이 음란물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인능욕’이 대학가서 유행하고 있다. 돈을 받고 일반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주는 서비스다. 가까운 사람의 사진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어 피해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얼굴이 음란물에 합성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같은 대학 여학생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한 남학생이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이른바 ‘지인 능욕’이 대학가에도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한양대 재학생 A씨는 같은 학교 여학생 5명의 얼굴에 음란 사진을 합성한 사실이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

나체 사진과 합성

A씨는 여학생들이 자신의 SNS에 올린 얼굴 사진을 인터넷에 떠도는 알몸사진과 합성한 이미지를 휴대폰에 보관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A씨 범행은 그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서 드러났다. 

우연히 A씨 스마트폰을 습득한 학생이 음란물이 합성된 사진을 발견했고, 이 사실을 피해자들에게 알린 것이다.

피해자들이 이달 초 고소장을 접수하자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합성을 해주는) SNS 계정에 의뢰해 사진을 만들었고 유포할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조사를 위해 스마트폰에 남아있는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한 상태다.

또 자신의 중학교 여자 동창생 등의 사진을 나체 사진과 합성해 소셜 미디어에 올린 혐의로 구속됐던 ‘지인능욕’ 가해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10일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5단독 김주옥 판사는 지인능욕 가해자 B씨를 명예훼손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음란물 유포, 사기, 모욕 등의 혐의로 최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B씨는 지난해 5월26일 자택서 자신의 익명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중학교 동창생 등 9명의 사진과 다른 여성의 나체를 합성한 사진을 71회 게시하고 개인의 신상도 함께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B씨의 범행이 상당 기간 반복해서 일어났다. 합성 피해자와 사기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했다. 피해자들의 인적사항을 적시한 합성 사진을 저속한 내용의 글과 함께 반복적으로 게재해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이 매우 컸다. 모욕적이고 패륜적“이라며 판단의 이유를 밝혔다. 

일반인 여성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사진을 SNS에서는 ‘지인 능욕’ 사진이라고 한다. 이런 사진은 주로 특정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트위터에서는 ‘지인능욕’ 사진을 만드는 계정을 신고하거나 지인 능욕 범죄를 알리는 ‘디지털 성범죄 아웃’이라는 계정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에도 ‘능욕 계정’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 트위터서 지인 능욕을 검색하면 합성 사진을 만들어주는 계정이 여전히 검색된다. 최근 각종 음란물의 온상으로 떠오른 텀블러도 마찬가지다.


‘지인 능욕’ 계정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해당 범죄를 처벌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계정과 범죄 행위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글에는 현재까지 3만7000여 명이 서명했다.  
 

지난 30일 청와대 국민소통광장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해외 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무분별한 일반인 모욕 사진의 유포를 처벌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 글은 일반인 여성의 사진이 ‘음란물’로 둔갑해 무단 배포되면서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주는 상황을 지적하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여학생 얼굴사진 음란물에 합성 SNS 유포
관련 계정 텀블러, 트위터에 여전히 검색

실제로 지인 능욕 계정의 일반인 ‘모욕’ 수준은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 걸레라는 표현조차 수위가 매우 낮은 모욕 축에 속한다. 

이런 계정들은 성인 여성은 물론이고 교복을 입은 미성년자들의 SNS 사진까지 무단으로 도용해 게재하고 있어 청소년마저 범죄에 노출돼있다. 

청원 글은 이런 상황을 “일반인 여성을 비롯하여 미성년자의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진이 ‘지인 능욕’이라는 콘텐츠로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해외 사이트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이러한 범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 온라인상의 범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범죄 대상을 가리지 않는 범죄행위 탓에 청원에 참여한 청원인 다수는 자신이 SNS에 올린 평범한 사진들 역시 지인 능욕 계정에서 음란물로 합성돼 소비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를 냈다.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C양은 “떨리는 손으로 내 이름을 검색해봤다. 동명이인의 수많은 피해자 게시글 속에 내 사진만 없다는 데 안도감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 절망스럽다”고 적었다. 

또 다른 청원인은 “남의 사진을 악의적으로 사용하고, 또 그걸 다른 사람에게 팔기도 하면서 돈을 번다니 어이가 없다. 경찰에 붙잡혀도 그렇게 번 돈은 고스란히 챙긴다는 게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인 능욕 범죄는 합성사진 판매한 경우를 음란정보유통죄로, 사진을 제보한 경우는 사이버명예훼손혐의로 각각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판매하지 않고 소지만 하는 경우에 대해선 처벌 근거가 없다. 

돈을 받고 사진을 팔아 금전적 이득을 취했더라도 범죄 수익 환수 규정이 없어 처벌에 그치는 등 관련 입법이 미비한 상황이다.  

또, 텀블러 등 해외 법률 규제를 받은 기업들이 한국 정부의 시정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점도 경찰 수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그나마 트위터는 신고 기능을 통해 문제 계정을 즉시 삭제하고 있는 반면, 텀블러는 미국 기업이라는 핑계로 계정 삭제 처리에 오랜 시일이 걸려 문제로 지적된다. 


2017년 방통위의 ‘성매매·음란’ 시정요구 3만200건 중 2만2468건이 텀블러였지만 텀블러 측은 ‘우리는 미국 법률의 규제를 받는 미국 회사다.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며 성인 콘텐츠는 당사 정책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시정을 거부한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관은 텀블러의 음란물 관련 현지법 위반 여부를 모니터링한 뒤 적발된 사례를 현지 당국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 사이버 성폭력이 대학가서 활개 치는 현실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단체채팅방 성희롱도 처음 발견된 곳은 대학가였다. 지인 능욕은 채팅방서 끼리끼리 벌이던 성희롱이 불특정다수 사이서 이뤄지는 셈이어서 피해자에게 주는 충격이 훨씬 크다.

발 빠른 대처 필요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인터넷 성폭력의 새로운 변종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이 학교”라며 “올바른 성 감수성을 배워나가야 할 공간서 오히려 그릇된 성 인식이 아무런 제어 없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는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성폭력이 생겨나고 있다”며 “법과 교육 등 사회 전반적으로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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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