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정권’ 재계 친족기업 대해부

회장님 친인척 말로만 독자경영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말 많던 친족기업이 사정기관의 사정권에 들기 시작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이들 친족기업들에 ‘깜빡이’를 켠 것이다. 재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공정위 조사에 걸릴 수 있는 기업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요시사>서 이들 기업을 정리했다.
 

재계가 바빠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친족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계열분리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룹에 기생
앉아서 떼돈

재계의 눈길이 쏠린 부분은 친족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에 대한 부분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동일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 범위서 벗어날 수 있다. 친족기업이라도 해도 해당 조건을 충족시키면 계열분리(친족분리)가 가능한 것이다. 

친족기업이란 대기업집단 총수의 6촌 이내 친족이나 4촌 이내 인척이 운영하는 계열사를 말한다. 계열분리가 되면 친족회사는 독자경영이 가능한데 이 경우 원래 기업집단 사이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받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점 때문에 그동안 계열분리된 친족기업에 대한 감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계열분리 기업이 계열 제외 전후 3년간 거래에 대해 부당지원행위, 사익 편취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조치를 받게 된다면 제외일로부터 5년 이내에 제외 결정을 취소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가 친족기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에 따라 친족회사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실 상당수의 대기업집단은 오랜 기간 기업 활동을 영위해오면서 많은 친족기업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감독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어떤 기업들이 감시 대상에 포함될까.

삼성그룹과 관련된 친족기업에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중 한 곳은 알머스(옛영보엔지니어링)다. 

채이배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누나인 이순희씨 아들이 지배주주로 있는 알머스, 애니모드는 삼성전자 및 중국현지법인과의 거래로 매출 90%를 올리고 있다”며 “이 회사 매출은 753억원(2001년)서 1942억원(2015년)으로 14년 만에 2.5배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간 거래는 현재 진행형이다. <더스쿠프>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만을 9조원에 인수 이후 하만의 계열사이자 명품오디오 브랜드 AKG는 갤럭시S8 제품에 제공되는 번들 이어폰을 납품했다. 

그런데 AKG가 제조(OEM)를 맡긴 업체가 알머스의 베트남 현지 법인이다.


부영은 최근 사정기관의 사정 칼날을 받으면서 친족기업과 관련된 검증을 자연스럽게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부영은 친족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계열분리 개선 개정안 입법 예고
고리 걸려 있는 방계회사 초긴장

공정위에 공정위는 부영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관련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친족기업 ‘흥덕기업’에 대한 문제도 동시에 불거지는 분위기다. 흥덕기업은 이중근 회장의 친족 관계인 유상월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부영이 공급한 102개의 임대아파트 단지 가운데 23개 단지의 경비, 22개 단지의 청소 업무를 넘긴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부영은 흥덕기업 관련 의혹에 대해 “흥덕기업은 친족이 경영하는 회사는 맞지만 2016년 3월22일 공정위로부터 독립경영을 인정받아 계열분리돼 숨겨진 계열사는 아니다”라며 “적법한 경쟁입찰에 의해 선정돼 타 업체와 같이 부영이 관리하는 임대아파트 경비·청소 용역의 일부를 수행했다”고 해명했다. 

재계의 모범생 LG그룹도 오랜 기간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서 많은 친족기업이 파생됐다.

LG그룹은 그동안 건설·에너지(GS그룹), 전산·금속(LS그룹) 등으로 계열분리를 했다. 장자 원칙에 의해 별다른 잡음없이 각자의 길을 가면서 계열분리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많은 수의 친족회사 및 그룹은 이들 간 거래에 잡음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한국에스엠티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5촌 당숙인 구자민씨가 주주로 있는 회사로, LG디스플레이와 거래하면서 조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에스엠티는 2004년 LG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구자섭 5%, 구자민 40%, 구본근 40%, 구경혜 5%, 구은진 10% 등으로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다. 2006년 매출은 629억원 수준이었지만 11년만에 매출 3422억원으로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수혜 기업은?

LG그룹의 친족기업인 오성디스플레이 역시 거래 내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와 12년 넘게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LG디스플레이가 12년간 프레스 기구부품 분야서의 상생활동으로 올레드(OLED)용 프레스 부품 개발 및 성능향상에 기여해 동반성장 우수사례로 오성디스플레이를 선정해 ‘동반성장 어워드’를 수여했다. 


LG그룹의 유력 승계자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장인 회사도 LG그룹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눈총을 받은 바 있다. 구 상무는 2009년 식품원료 기업 보락 대표인 정기련씨의 장녀 효정씨와 결혼했다. 

이후 보락이 LG생활건강으로부터 일감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현재도 사돈 기업에 일감을 주고 있다. 

특히 보락은 지난 4년간 사업보고서 주요 매출처 세부 항목서 LG생활건강과의 매출 내역을 제외하다 올해 반기 보고서부터 다시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올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보락의 전체 매출서 차지하는 비중은 13.03%(34억원) 수준으로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 비중이 높다.

GS그룹도 친족기업 관련 검증의 시선이 어른거린다. 

GS그룹의 친족기업 의혹을 받은 회사는 알토, 창조건축사무소, 피플웍스, 피플웍스 커뮤니케이션, 에이치플러스에코 등이다. 이들 회사는 주요주주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친족이 등재돼있다. 


알토와 창조건축사무소는 LG와 GS의 계열분리 이후 허창수 회장이 2002년 GS건설 대표이사가 되면서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피플웍스는 LG전자, LG유플러스, LIG넥스원(방산업체)와, 피플웍스커뮤니케이션은 GS칼텍스 등 GS계열회사와 거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치플러스에코는 정유시설, 송유관, 주유소 건설 등과 관련된 일감을 GS칼텍스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광그룹은 친족기업 및 오너 일가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검증이 시작되기 전, 합병을 통해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는 모양새다. 

태광그룹은 지난 26일, 계열사 3곳을 합병하는 지배구조 변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오너 일가 소유 개인회사는 7개서 1개로 축소된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압박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도서보급이 거론됐다. 한국도서보급은 현재 이호진 전 회장 51%, 아들 현준씨가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회사 측의 지배구조 개선 방침으로 티시스의 사업부분을 흡수합병하게 되면서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사측도 친족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해소 차원서 개선안을 발표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계열사 간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며 “친족 소유의 계열사를 합병하는 등 단계적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친족그룹 관련 공정위의 조사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 

2011년부터 친족기업으로 분류된 비엔에프통상은 지난해 말이 많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전 이사장의 아들인 장재영씨가 지분 100%(2016년 사업보고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비엔에프통상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2016년 매출액은 각각 438억원, 743억원 수준인데 매출의 상당 부분이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서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리감독 강화 
상당한 압박

물론 대기업서만 친족기업 논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코스맥스그룹 역시 친족회사에 대한 거래에 물음표가 찍혀 있다. 이와 관련된 석연치 않은 점은 <일요시사>(‘화장품 ODM 1위’ 코스맥스 편법승계 의혹)서 다뤘었다. 

단적인 예가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의 두 아들이 소유하고 있는 레시피의 거래 흐름이다. 레시피는 이병주씨가 80%의 지분을, 이병만씨가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레시피는 2007년 설립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6억원, 22억원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실적은 전년 대비 급증한 모습이었다.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대비 각각 21.1%, 165.8%, 120.4% 늘어났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레시피의 거래 흔적이었다. 레시피는 화장품 브랜드 회사다. 주로 ODM업체 제품을 받아 레시피 등의 상표를 붙여 판매한다. 그런데 코스맥스가 제조한 제품에 레시피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비중이 90%를 훌쩍 넘길 만큼 높았다. 
 

지난 8월 레시피의 판매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엔코스서 제조한 로즈 페탈 클렌징 오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코스맥스서 제조된 제품들로 구성돼있었다.

하지만 레시피와 코스맥스 간 거래는 장부상으론 확인할 수 없었다. 두 회사는 오너 일가가 같은 법인이다. 둘 간 거래가 있다면 반드시 사업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나와야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실제 둘 사이에 거래가 없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미 드러난 정황서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첫 타깃 누가될까 관심 집중
‘전전긍긍’ 서둘러 정리 수순

일각에서는 코스맥스와 레시피 간 거래 중간에 회사 관련 지분과 친족관계서 자유로운 인물을 통해 중간 법인을 세우고 이를 통해 제품을 유통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럴 경우 재무제표상에 거래가 잡히지 않을 수 있다.

회계사 A씨는 “레시피와 코스맥스 간 드러난 거래 정황과 사업보고서 내용이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중간에 일종의 위장 계열사를 세워 ‘쿠션형식’으로 제품을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범현대가그룹의 현대그린푸드 역시 친족기업으로서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재 현대백화점 그룹 소속으로 단체급식사업으로 영위한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1999년 현대그룹서 계열분리했다.

문제는 계열분리된 후에도 일부 사업영역서 거래가 계속됐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현대그린푸드는 범현대가 그룹의 사업장에 급식사업을 계속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증권가서도 현대그린푸드의 매출이 범현대가서 나온다는 점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모 증권사가 지난해 3분기 현대그린푸드와 관련 리포트를 살펴보면 현대그린푸드가 범현대가의 매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 리포트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및 영업이익 5347억원, 194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0.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6.7% 감소했다며 그 원인으로 ▲현대차 파업 장기화 ▲현대중공업 전년대비 조업량 감소를 꼽았다. 

사실상 상당부분 매출을 범현대가에 의존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현대H&S 역시 뒷말이 나오는 업체다. 

범현대가의 또다른 그룹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6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현대H&S는 현대중공업에 납품하는 작업복이나 안전화, 수건, 밥값만 올리고 질은 개선하지 않아 이런 일을 독점해 온 것이 과연 공정경쟁에 적합한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계열분리된 회사라서 실제적인 거래 규모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검증의 목소리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중견기업도
도마 위에

재계 한 관계자는 “친족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기업 규모나 역사와는 무관하게 꾸준히 계속돼왔다”며 “그동안 관리감독이 느슨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공정위서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재계가 또 한 번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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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