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걸리는 ‘20대 주의보’

“젊으니까 참아라?” 병드는 청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계절이 변하는 환절기, 비에 맞아 걸리는 감기처럼 어떤 이유로든지 우울증은 찾아올 수 있다. “요즘 애들은 정신력이 약해” “젊은 것들이 말이야” 등 20대를 채찍질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사이 20대는 우울증의 늪에 빠지고 있다.
 

지난 18일, 인기 아이돌그룹 샤이니 멤버 김종현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인기 연예인의 죽음은 팬들은 물론 연예계 동료,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가 서울 강남의 한 레지던스에 투숙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은 배가 됐다. 종현은 숨지기 전 친누나에게 “이제까지 힘들었다. 나 보내달라. 고생했다 말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위로가 약?

다음 날인 19일 동료 뮤지션인 디어클라우드 나인이 고인의 유서를 공개했다. 그의 유서는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나는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시작됐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이라고 끝냈다.

종현의 유서를 접한 한 누리꾼은 “(유서의 내용이)너무 날 것이라 그가 겪었을 고통이 생생하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박상희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종현의 유서에 대해 설명했다.

걸그룹 SOS 출신으로 실제 연예계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박 소장은 “문장마다 마음이 아팠다. 종현이 얼마나 그 순간에 절망을 느꼈고 호소하고 싶었고 절규하고 싶었는지를 절절히 느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예계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에, 상처받기에 최적화된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종현은 실제 연예 활동을 하는 동안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왼쪽 허리 부근에 새긴 ‘블랙독’ 문신은 우울증을 의미한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자신의 우울증을 블랙독이라고 부른 데서 비롯됐다. 문신의 의미가 전해지자 종현의 우울증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대중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마음의 감기’ 이제 비일비재
정신력 약해서? 모르는 소리

팬들의 사랑과 부를 누리던 젊은 인기 연예인의 죽음은 우울증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누구에게나 흔하게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지만, ‘정신력이 약해서’ ‘마음이 여려서’ 등의 말로 치부됐던 게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양새다.

우울증은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한다. 문제는 이 증상이 신체 상태는 물론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우울증 환자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대의 경우 그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2년 5만2793명서 지난해 6만4497명으로 22.2%나 늘었다. 60대 이상 증가율(20%)보다 높다. 같은 기간 10대와 40∼50대 우울증 환자가 줄어든 반면 20대는 1만명 이상 증가한 것.

“10대 끝자락, 대학 진학을 위한 경쟁에 내몰리고 졸업 후엔 취업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치솟고 공무원 시험을 위해 고시촌으로 빨려 들어간다.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도 88만원 세대를 벗어날 수 없다.

연애·결혼·출산 등을 포기하는 N포세대로 전락한다. 성적·돈·취업 걱정이 마를 날이 없다. 실패를 거듭하다보면 빠른 속도로 자존감이 무너진다.”(20대 취준생 J씨)

이처럼 20대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대학, 군대, 직장 등 진폭이 큰 생활 변화가 꼽힌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서 지내는 10대는 행동을 결정할 때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반면 20대는 대학 진학, 취업 등의 상황에 처했을 때 스스로 많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 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자책감이나 괴로움에 시달리기도 한다.

젊은 땐 조울증 가능성도
2년 정도 꾸준히 치료해야

20대 우울증 환자는 감정 기복이 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마냥 우울한 게 아니라 한순간에 들뜨듯 좋아지는 양극성 우울증이 20대에 많이 나타난다. 우울증인 줄 알았는데 조울증 진단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조울증은 증상에 따라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되는 1형 조울증과 우울증 없이 경조증(조증보다 비교적 덜 들뜨는 상태)이 나타나는 2형 조울증으로 구분한다. 조울증의 초기 증상은 우울감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울증은 단순히 기분 변화가 큰 것뿐만 아니라 판단력이 떨어지고 강박·불안 증세를 보인다. 이 때문에 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 

우울증 환자가 타인과의 관계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 달리 조울증 환자는 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주변인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호소하고 거부나 거절의 느낌을 쉽게 받는다. 그 과정서 범죄와 자살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전문가들은 20대를 숨겨진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분석한다. ‘젊은 사람이 왜 그래’ ‘너무 나약해’ ‘끈기가 없어’ 등의 부정적 인식이 병원 치료를 더디게 만든다는 것이다.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된 20대 우울증 환자는 적응력서 한계를 보이고 대학이나 직장서 낮은 자존감 문제로 시달리는 일이 많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상태가 악화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치료 받아야

정신의학계에서는 우울증상이 보이기 시작하면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권한다. 가벼운 우울증상일 경우 약을 복용하면 일반적으로 2주서 한 달 사이에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이 때 약을 끊는 사례가 많은데 약물 치료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2년 정도 꾸준히 약을 먹는 게 좋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도 우울증?

우울증을 앓던 20대 인기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냥 화려해 보이던 연예인의 삶 이면에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이다. 그러면서 그가 생전에 앓았던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울증은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한다. 우울감은 인지는 물론 정신·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온다.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자가 진단 테스트를 통해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보통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감이나 흥미, 즐거움의 상실이 있는 경우 우울증으로 진단한다. 잠을 못자고 불안하며 초초함이 밀려옴과 동시에 삶에 대한 의욕이 줄어든다. 체중이 줄어들고 식욕이 감소하며 자살에 대한 생각이 증폭된다. 

이외에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거나 손발이 붓고 저릴 때, 생리 불순을 겪거나 만성소화불량 등 자가진단 테스트 항목에서 3개 이상 해당되면 우울증 초기 단계로 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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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