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헌팅 얼평방송 뭐길래…

전국에 생방 “제 점수는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인 미디어가 보편화된 가운데 야외로 나와 새로운 방식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BJ들이 늘어나고 있다. 길거리 등에서 진행되는 방송이 생중계되면서 일반인 초상권 침해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길거리를 지나가는 행인의 얼굴을 촬영해 평가하는 ‘얼평(얼굴 평가)’도 유행하고 있다.
 

최근 거리를 지나는 여성에게 접근해 말을 붙이며 인터뷰를 하고 신상 정보 등을 묻는 BJ들이 늘어났다. 일명 ‘헌팅 방송’이다. 여성들의 얼굴과 신상정보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순식간에 인터넷에 생중계된다. 일단 얼굴이 공개되면 시청자들의 실시간 ‘얼평’ 대상이 된다. 일부 BJ들은 여성들의 얼굴이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뒤 시청자들과 함께 평가하는 ‘몰래 얼평’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얼굴을 평가

얼마전 대학생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셀카봉을 들고 있는 한 남성이 A씨에게 다가와 게임에 응하면 상품을 준다며 계속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던 찰나에 A씨는 상대방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을 얼핏 보게 됐는데 화면에 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누군가가 평가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여성 인터뷰하며 몰카
영상 증거 확보 어려워 처벌 피해

A씨는 놀라기도 하고 기분이 나빠 그 자리를 도망쳤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 영상이 온라인에 돌아다니진 않을까 싶어서 불안한 마음에 검색해봤고 이 일을 겪은 다음부터는 멀리서 셀카봉을 들고 다니는 사람만 봐도 도망친다고 했다. 


강남역이나 홍대 같은 번화가에선 셀카봉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들은 길 가는 여성을 붙잡아 말을 걸고 심지어 술을 같이 먹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불쾌하다고 계속 피해도 계속 따라다니는 탓에 일부러 이 지역을 피해 다니는 여성도 있다. 

지난해 강남구 인근서 길거리를 지나는 여성들에게 접근해 인터뷰하는 척하며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여성들의 허벅지와 다리 부위를 부각해 촬영하고 돈을 번 20대들이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런 ‘헌팅 콘텐트’를 처음 인터넷 방송에 도입한 BJ 김모씨와 오모씨 방송의 누적 시청자 수는 당시 1700만명에 달했다. 이런 ‘헌팅 방송’은 모두 불법이다. 

신체 일부를 동의 없이 찍어 유포하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또 BJ가 ‘촬영해도 되냐’고 물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피해자가 방송 영상을 보고 불쾌감을 느끼면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소를 위해서는 영상을 증거로 확보해야 하는데 생방송이다 보니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아프리카TV 측은 “피해자가 캡처 사진 등을 고객센터로 보내면 영상 삭제 후 BJ에게 경고를 한다. BJ는 1년 이내에 같은 이유로 경고를 3회 연속 받으면 퇴출당한다”고 해명했다. 


이런 ‘헌팅 방송’을 막기 위해 강남역 일대 자영업자로 구성된 강남 상인회도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강남 상인회는 지난달 초부터 과도한 야외 헌팅 장면을 생방송 하는 BJ들을 나서서 막고 있다. 

주말 밤 많게는 20명 정도의 BJ가 길거리서 활개를 치자 젊은 여성들이 강남역 거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은 “단골이던 여성 레이싱 모델들이 BJ들을 보고 ‘다시는 강남역에 안 오겠다’며 나간 적도 있다”며 “BJ가 여성 손님에게 심하게 따라붙자 경찰까지 출동한 것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헌팅 방송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상인회는 악명 높은 BJ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실시간 감시하고 BJ가 자주 나타나는 술집을 돌며 ‘특정 BJ는 손님으로 받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시장서도 얼평은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국가대표 평가 서비스’라는 슬로건을 내건 ‘얼평선생’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 건수는 10만이 넘었다. 이 어플에 가입하면 이성의 사진이 뜨고, 1점부터 100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으며 간단한 코멘트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소개팅 어플인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는 가입한 뒤 사진을 올리면 이성의 평가를 받는데, 5점 만점에 3점 이상을 받아야만 어플 내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셀프 얼평도 문제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나 SNS 등에 본인이 직접 사진을 올려 “성격이 어때보이냐” “몸무게는 몇으로 보이냐” “어디를 고쳐야겠냐”라는 글을 게재하는 10대들이 늘고 있다. 이에 사이트 회원들이나 SNS 사용자들은 댓글을 남겨 평가한다. 

‘얼평’은 주로 10대와 20대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다. 하지만 그만큼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에 쉽게 상처받거나 심하면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길 수도 있다. 무심코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 유출돼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얼평의 유행이 한국의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폐해이자 일종의 놀이문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스스로에 대해 결정하지 못하는 ‘결정장애’가 결합된 현상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실시간으로 중계
놀이문화로 착각

한 심리학과 교수는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의 10∼20대 젊은 층들은 외모를 가지고 논다. 심한 말이 나와도 그리 상처받지 않고, 긍정적인 칭찬이 나오면 기분 좋은 것”이라며 “특히 청소년들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자신 없는 시기이자 스스로에 대한 판단이 힘든 나이대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확인해보고자 하는 욕망에서 얼평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지나친 외모에 대한 집중과 비하, 비방에 익숙해지는 것은 문제다. 외모에 대한 폄하는 인격모독인데, 그런 부분이 희화화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당사자는 몰라

또 다른 사회학과 교수는 “얼평은 젊은 층들이 청소년 시기에 외면보다 내면의 가치가 중요함을 깨닫고 이를 키우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 부분서 나온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면서 “그렇다보니 스스로에 대해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는 경향이 크다. 얼평은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외모마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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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