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재계 황태자들 막전막후

하루 멀다하고 스캔들…굿이라도 해야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올 한해 재계에서는 차세대 리더들이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고조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녹록지 않은 여건에 쉽지 않은 한해를 보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차세대 리더들을 정리했다.
 

대표적인 차세대 리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5년 쓰러진 뒤 병마와 싸우면서 자연스럽게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는 이 부회장에도 미쳤다.

재계에 미친
국정 농단 여파

이 부회장은 현재 구속수감 상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서 실형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7일 피고인 신문, 검찰 구형, 변호인 의견 진술, 피고인 최후 진술 등을 마쳤으며 내년 2월 중에 선고가 예정돼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그룹은 그룹의 방향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오현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미국 워싱턴 그랜드하얏트호텔서 열린 워싱턴 경제클럽서 “(이재용 부회장 구속은) 일종의 비극”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배경서 나왔다는 해석이다. 


현재 각종 현안에 대한 결정권자가 없어 그룹 전체의 방향성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역시 한진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꼽히지만 2014년 발생한 ‘땅콩회항’에 대한 법정 다툼으로 체면을 구겼다.

다만 집행유예로 법정구속은 피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1일 항공보안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2년6개월간의 재판이 마무리됐다.

‘경영 전면’ 시험대 오른 차세대 리더
잣대 높아진 도덕성에 입길 오르내려 

대법원은 쟁점이 됐던 지상서 ‘17m’를 운항한 항공기를 되돌려 탑승 게이트로 돌아가게 한 것은 항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공보안법상 항로 변경죄를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조 전 부사장이 지상서 항공기를 돌린 17m의 거리를 항로로 인정하고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항로는 항공기가 다니는 하늘 길로 지상의 계류장 내 이동은 항로로 볼 수 없다며 항로 변경죄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그러나 오너 일가의 도덕성 논란에 흠을 남겨 여론이 좋지 않다. 일각에서는 향후 조 전 부사장이 그룹 내 입지를 넓히는 데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을 선언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근무시간이 현행 주 40시간에 비해 5시간 줄어들면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생활이 가능해진다.

내년부터 시행되면서 재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우호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일각서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역풍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노동계 및 경제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발은 내부서부터 나왔다. 

신세계그룹 내 핵심 계열사 이마트 노조는 제도 시행으로 업무 강도가 심화되고 최저시급 인상에 다른 효과가 작아진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될 경우 이마트 근로자들의 월급은 주 40시간 기준으로 209만원이지만, 근로시간이 5시간 단축되면 월급은 183만원으로 감소한다.

사측은 해명에 나섰다. 

신세계 측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7시간씩 근무해도 임금 감소분이 없기 때문에 시급을 기준으로 한 실질 임금은 늘어나는 셈”이라며 “연장근무가 발생하면 수당도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제도가 시행돼봐야 알지 않겠냐” “일단은 지켜보자” 등의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 부회장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 됐다. 근로시간의 혁명을 가져다 줄 제도를 제안한 혁신적인 경영자라는 이미지와 임금을 줄이려는 꼼수 경영자라는 이미지 사이에서 아슬아슬 한 줄타기를 하게 됐다.  

온갖 구설수
불편한 논쟁


지난 1월 강신호 명예회장으로부터 동아제약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은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 지주사격) 회장도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이 2005년부터 최근까지 회삿돈 70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55억원은 병원에 리베이트 명목으로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허위 영수증을 통해 비용으로 꾸며 17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영업직원의 개인적인 일탈로 회사와는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그룹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잇따른 곤혹을 치르고 있다. 검찰이 효성그룹에 대한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는 마포구 효성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4부서 재배당된 고발사건 관련 압수수색”이라며 “관계 회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검사 김양수)는 지난 17일 오전 9시부터 마포구 효성 본사 및 효성 관계사 4개소, 관련자 주거지 4개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관련 문건 등을 확보했다. 

손이 문제
술이 문제

현대가의 사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입길에 올랐다. 그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사위다. 현대카드서 사내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자 정 부회장은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러나 그가 지난 11월 남긴 SNS 게시글이 화근이었다.

정 부회장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현대카드 본사의 화장실을 남녀공용으로 개조하기 위해 2년째 디자인을 연구해 완성단계”라고 밝혔다.

그는 “남녀공용으로 하면 수용 능력이 몇십% 올라가고 기다림이 대폭 준다”며 “다만 거부반응과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고려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차음, 환기, 온도, 여성전용 파우더룸의 확보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년 전 처음 검토를 시작했을 때는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요즘 유럽과 미국에서는 보수적인 회사들조차 앞다퉈 남녀공용으로 바꾸고 있다”며 “물론 LGBT 이슈가 강한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튼 트렌드가 그런 것만은 확실하다”고 적었다.

‘LGBT’란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지칭하는 약자로 성적소수자를 이르는 말이다. 

정 부회장은 댓글을 통해 “검토 중간에 합류한 어떤 미국 디자이너는 화장실이 남녀 구분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근대의 이야기이고 남녀차별·인종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공간 합리화를 넘어서 사회적 대의가 있다며 열정을 보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카드서 성 관련 부정적인 논란이 불거지자 정 부회장이 ‘젠더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과거 그가 올렸던 게시글까지 거론되면서 이슈가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이었다. 2012년 그는 “식당이나 카페서 카드 사용통계를 보면 여성회원의 사용이 더 많은 장소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 여성취향의 장소도 마찬가지. 이는 남성들의 지불이 압도적으로 더 많기 때문. 불쌍한 남자들, 언제까지 이러고 사실 건가”고 말해 성평등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김동선 한화건설 전 팀장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술이 문제였다. 김 전 팀장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그는 지난 9월 대형 로펌 소속 신입 변호사와 가진 술자리서 폭언과 폭행을 저질렀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김씨는 지난 9월28일 한 대형 로펌 소속 신입 변호사 10여명이 모인 자리에 참석했다가 만취한 채 난동을 부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향후 입지 영향 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다만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6일 김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자로 알려진 변호사들이 김씨 사과를 받아들이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게 주요했다. 

폭행죄는 반의사 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모욕죄 또한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은 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찰이 올린 공소권 없음 의견과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김 전 팀장이 집행유예 기간이라는 점이었다. 앞서 지난 3월 김 전 팀장은 술에 취해 술집 종업원 2명을 폭행하고, 경찰 차량 일부를 파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결과적으로 김 전 팀장은 술버릇 때문에 그룹 내 입지가 좁아졌다. 향후 후계자로서의 자질 문제가 따라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현재 태양광, 화학은 김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금융은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건설은 셋째 김 전 팀장에게 맡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부사장 역시 그룹의 차세대리더로 지목됐지만 입길에 올라 체면을 구겼다.

지난 4월 서울 숭의초등학교서 학교 폭력 의혹이 불거졌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가운데 한명이 박 부사장의 자녀로 A군으로 지목되면서 의혹이 짙어졌다.

현재 숭의초 측은 A군이 가해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상황이지만 서울시와 시교육청이 반대 입장을 펴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박 부회장으로서는 불편한 논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는 눈이
많아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 전면에 나서는 오너 일가의 후계자에게는 필연적으로 많은 눈이 따른다”며 “예전과는 다르게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집안 자체의 교육이 엄격하지만 보는 시선이 많은 만큼 더욱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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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