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재계 황태자들 막전막후

하루 멀다하고 스캔들…굿이라도 해야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올 한해 재계에서는 차세대 리더들이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고조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녹록지 않은 여건에 쉽지 않은 한해를 보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차세대 리더들을 정리했다.
 

대표적인 차세대 리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5년 쓰러진 뒤 병마와 싸우면서 자연스럽게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는 이 부회장에도 미쳤다.

재계에 미친
국정 농단 여파

이 부회장은 현재 구속수감 상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서 실형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7일 피고인 신문, 검찰 구형, 변호인 의견 진술, 피고인 최후 진술 등을 마쳤으며 내년 2월 중에 선고가 예정돼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그룹은 그룹의 방향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오현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미국 워싱턴 그랜드하얏트호텔서 열린 워싱턴 경제클럽서 “(이재용 부회장 구속은) 일종의 비극”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배경서 나왔다는 해석이다. 


현재 각종 현안에 대한 결정권자가 없어 그룹 전체의 방향성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역시 한진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꼽히지만 2014년 발생한 ‘땅콩회항’에 대한 법정 다툼으로 체면을 구겼다.

다만 집행유예로 법정구속은 피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1일 항공보안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2년6개월간의 재판이 마무리됐다.

‘경영 전면’ 시험대 오른 차세대 리더
잣대 높아진 도덕성에 입길 오르내려 

대법원은 쟁점이 됐던 지상서 ‘17m’를 운항한 항공기를 되돌려 탑승 게이트로 돌아가게 한 것은 항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공보안법상 항로 변경죄를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조 전 부사장이 지상서 항공기를 돌린 17m의 거리를 항로로 인정하고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항로는 항공기가 다니는 하늘 길로 지상의 계류장 내 이동은 항로로 볼 수 없다며 항로 변경죄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그러나 오너 일가의 도덕성 논란에 흠을 남겨 여론이 좋지 않다. 일각에서는 향후 조 전 부사장이 그룹 내 입지를 넓히는 데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을 선언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근무시간이 현행 주 40시간에 비해 5시간 줄어들면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생활이 가능해진다.

내년부터 시행되면서 재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우호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일각서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역풍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노동계 및 경제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발은 내부서부터 나왔다. 

신세계그룹 내 핵심 계열사 이마트 노조는 제도 시행으로 업무 강도가 심화되고 최저시급 인상에 다른 효과가 작아진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될 경우 이마트 근로자들의 월급은 주 40시간 기준으로 209만원이지만, 근로시간이 5시간 단축되면 월급은 183만원으로 감소한다.

사측은 해명에 나섰다. 

신세계 측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7시간씩 근무해도 임금 감소분이 없기 때문에 시급을 기준으로 한 실질 임금은 늘어나는 셈”이라며 “연장근무가 발생하면 수당도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제도가 시행돼봐야 알지 않겠냐” “일단은 지켜보자” 등의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 부회장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 됐다. 근로시간의 혁명을 가져다 줄 제도를 제안한 혁신적인 경영자라는 이미지와 임금을 줄이려는 꼼수 경영자라는 이미지 사이에서 아슬아슬 한 줄타기를 하게 됐다.  

온갖 구설수
불편한 논쟁


지난 1월 강신호 명예회장으로부터 동아제약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은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 지주사격) 회장도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이 2005년부터 최근까지 회삿돈 70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55억원은 병원에 리베이트 명목으로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허위 영수증을 통해 비용으로 꾸며 17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영업직원의 개인적인 일탈로 회사와는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그룹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잇따른 곤혹을 치르고 있다. 검찰이 효성그룹에 대한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는 마포구 효성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4부서 재배당된 고발사건 관련 압수수색”이라며 “관계 회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검사 김양수)는 지난 17일 오전 9시부터 마포구 효성 본사 및 효성 관계사 4개소, 관련자 주거지 4개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관련 문건 등을 확보했다. 

손이 문제
술이 문제

현대가의 사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입길에 올랐다. 그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사위다. 현대카드서 사내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자 정 부회장은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러나 그가 지난 11월 남긴 SNS 게시글이 화근이었다.

정 부회장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현대카드 본사의 화장실을 남녀공용으로 개조하기 위해 2년째 디자인을 연구해 완성단계”라고 밝혔다.

그는 “남녀공용으로 하면 수용 능력이 몇십% 올라가고 기다림이 대폭 준다”며 “다만 거부반응과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고려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차음, 환기, 온도, 여성전용 파우더룸의 확보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년 전 처음 검토를 시작했을 때는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요즘 유럽과 미국에서는 보수적인 회사들조차 앞다퉈 남녀공용으로 바꾸고 있다”며 “물론 LGBT 이슈가 강한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튼 트렌드가 그런 것만은 확실하다”고 적었다.

‘LGBT’란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지칭하는 약자로 성적소수자를 이르는 말이다. 

정 부회장은 댓글을 통해 “검토 중간에 합류한 어떤 미국 디자이너는 화장실이 남녀 구분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근대의 이야기이고 남녀차별·인종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공간 합리화를 넘어서 사회적 대의가 있다며 열정을 보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카드서 성 관련 부정적인 논란이 불거지자 정 부회장이 ‘젠더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과거 그가 올렸던 게시글까지 거론되면서 이슈가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이었다. 2012년 그는 “식당이나 카페서 카드 사용통계를 보면 여성회원의 사용이 더 많은 장소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 여성취향의 장소도 마찬가지. 이는 남성들의 지불이 압도적으로 더 많기 때문. 불쌍한 남자들, 언제까지 이러고 사실 건가”고 말해 성평등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김동선 한화건설 전 팀장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술이 문제였다. 김 전 팀장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그는 지난 9월 대형 로펌 소속 신입 변호사와 가진 술자리서 폭언과 폭행을 저질렀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김씨는 지난 9월28일 한 대형 로펌 소속 신입 변호사 10여명이 모인 자리에 참석했다가 만취한 채 난동을 부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향후 입지 영향 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다만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6일 김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자로 알려진 변호사들이 김씨 사과를 받아들이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게 주요했다. 

폭행죄는 반의사 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모욕죄 또한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은 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찰이 올린 공소권 없음 의견과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김 전 팀장이 집행유예 기간이라는 점이었다. 앞서 지난 3월 김 전 팀장은 술에 취해 술집 종업원 2명을 폭행하고, 경찰 차량 일부를 파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결과적으로 김 전 팀장은 술버릇 때문에 그룹 내 입지가 좁아졌다. 향후 후계자로서의 자질 문제가 따라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현재 태양광, 화학은 김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금융은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건설은 셋째 김 전 팀장에게 맡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부사장 역시 그룹의 차세대리더로 지목됐지만 입길에 올라 체면을 구겼다.

지난 4월 서울 숭의초등학교서 학교 폭력 의혹이 불거졌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가운데 한명이 박 부사장의 자녀로 A군으로 지목되면서 의혹이 짙어졌다.

현재 숭의초 측은 A군이 가해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상황이지만 서울시와 시교육청이 반대 입장을 펴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박 부회장으로서는 불편한 논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는 눈이
많아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 전면에 나서는 오너 일가의 후계자에게는 필연적으로 많은 눈이 따른다”며 “예전과는 다르게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집안 자체의 교육이 엄격하지만 보는 시선이 많은 만큼 더욱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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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