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검사 진실공방’ 홍준표-여운환 인연과 악연

두목이 검사에 쌍칼 배달…진실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990년대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 조직폭력배의 모델인 여운환씨가 25년 만에 무죄를 주장하고 나섰다. 여씨는 “한 검사의 삐뚤어진 영웅심에 아직도 조직의 두목이라는 억울한 누명 속에 살고 있다”며 자신을 잡아넣었던 홍준표 검사, 지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저격했다. 홍 대표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여씨의 무죄가 밝혀지면 ‘모래시계 검사’라는 타이틀은 물거품이 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그들의 질긴 인연을 들여다 본다.
 

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온 조폭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여운환(64)씨가 자신은 조폭 두목이 아니라며 25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 6일 광주고법에 따르면 여씨는 전날 1994년 징역형이 확정된 자신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여씨는 재심 청구서에 ‘한 검사의 삐뚤어진 영웅심에 아직도 조직(폭력배)의 두목이라는 억울한 누명 속에 살고 있다’며 ‘재심을 통해 진실을 분명히 밝히기를 원해 신청하게 됐다’는 내용을 담았다.

25년 만에 재심
“조폭 아니다”

여씨는 당시 광주지검 검사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의해 호남지역 최대 폭력조직 ‘국제PJ파’ 두목 신분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여씨가 ‘자금책 겸 두목의 고문급 간부’라는 직책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여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여씨는 자신이 구속될 때 유죄의 증거로 사용된 폭력조직 국제PJ파 박모 조직원에 대한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조서’가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는 점을 재심 청구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홍 대표는 여씨 사건 당시 박모씨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은 10월 유신 직후 1973년에 도입됐던 것으로 판사가 증인 신문을 할 때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변호인의 참여를 의무화하지 않아 악법이라고 지탄받았다. 헌재는 1996년 12월26일 형사소송법상의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25년 만에 맞닥뜨린 영감님과 조폭
광주지검 시절 사건 두고 조작 논란

홍 대표는 200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그 사람(여씨)은 나와 한 아파트 한 동 한 통로에 살았다”며 “그 친구를 알게된 것은 1991년 7월 말에 광주서 건설 폭력배를 수사하고 난 뒤의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뒷베란다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우리 아파트 앞으로 벤츠가 밀려 들어오더라. 문을 여는데 양쪽서 건장한 청년 둘이 내리고 한 사람에게 90도 절을 하더라”라며 “그래서 한 눈에 저거 깡패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관리실에 인터폰으로 연락해 여운환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이튿날 검찰청에 가서 물어보니 여운환이가 국제 광주 PJ파 최대 두목이고 광주 전남지역을 평정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때부터 숨바꼭질해서 6개월 뒤에 구속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내사 착수 뒤에 1991년 9월 추석 이틀 전에 쌍칼을 받았다. 그 칼을 받고 발끈했다. 용서하지 않겠다고. 고통 속에서 수사를 계속했고 1996년에는 깡패들의 협박을 피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칼 선물 사실은?
“선물용 명품 칼”


여씨는 홍 대표가 검사시절 지나친 공명심과 권력욕에 눈 멀어 영웅담은 물론이고 폭력조직 사건을 날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씨는 출소 이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당시 자신을 구속한 수사검사인 홍 대표가 지능적 ‘언론플레이’을 펼쳤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의 억울함을 주변에 줄기차게 호소해왔다.

여운환씨는 이른바 ‘식칼 배달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여씨는 “개당 10만원 안팎의 독일제 명품 주방용 칼세트를 가까운 친구가 운영하는 수입품 가게서 100여개 사서 추석선물용으로 지인들에게 돌렸다”며 “그 과정서 홍 대표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이름까지 비슷한 본인의 주치의 ‘홍O표’에게 가야할 식칼이 아파트 경비원의 단순한 착오로 홍 대표에게 잘못 배달됐다”고 말했다.

여씨 주장에 의하면 홍 대표는 뚜렷한 ‘수사 성과’에 목말라하던 중 직속상관인 검사장도 거치지 않고 검찰총장에게 직접 보고해 그를 잡아넣었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사동일체 원칙까지 깼다고 했다. 

‘조직폭력배 두목이 검사 집에 칼을 보내 협박했다’는 식이다. 건실한 사업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홍 검사의 출세욕에 많은 것을 잃었다고도 했다. 

여씨는 2014년 4월16일 홍 대표와 얽힌 사연을 담은 <모래시계에 갇힌 시간>이라는 이색적 책까지 냈다. 더 나아가 경남지사이던 홍 대표에게 흑백을 따지자는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홍 대표는 무시로 일관했다. 

모래시계 검사?
날조된 영웅담?

여씨의 책은 같은 날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세상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했다. 당초 여씨가 쌍둥이칼을 전달하려고 했던 주치의 홍O표씨는 나중에 모 대학병원장을 지냈다. 

여씨가 홍 대표에게 잘못 배달됐다고 기억하는 추석 선물은 독일 헨켈사의 일명 ‘쌍둥이칼’이다. 여씨는 검사를 협박할 사람이 명함까지 붙여 동시다발적으로 100여곳에 같은 선물을 돌렸겠느냐고 반문한다. 

여씨는 이번 재심을 위해 20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씨는 “지금까지 재심을 청구하지 못한 것은 수사, 공판기록 등 자료가 폐기된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올 7월 우연히 아는 법조인을 통해 광주지검에 기록이 천만다행으로 영구보관 중인 사실을 알고 관련자료를 열람 복사한 뒤 법률적 검토를 거쳐 재심을 청구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여씨는 “선물용 명품칼을 조직 폭력배들이 영화서나 사용하는 살벌한 횟칼로 변질시킨 홍 대표의 수준낮은 자작극으로 평온한 삶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졌고 조직폭력배라는 선입견과 오해에 시달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국제PJ파 자금책으로 몰아” 
“한눈에 저거 깡패라 생각”

홍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 등에서는 자신을 대통령감으로 포장하는 데 ‘모래시계 검사’라는 사실을 수시로 활용해왔다. 홍 대표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슬롯머신과 관련된 이권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당시 제6공화국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을 전격 구속시켰다. 

이후 이 사건을 소재로 한 TV드라마 <모래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게 홍 대표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박 전 의원은 홍 대표보다 8기 선배였다. 게다가 박 전 의원은 노태우정부 당시 부인 김옥숙 여사의 사촌동생이기에 더 화제가 됐다. 소위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위세를 자랑하는 제6공화국 황태자를 구속시키면서 홍 대표는 당대 일약 스타검사의 칭호를 얻었다. 

1980년대 암울한 시대상을 그린 <모래시계>는 1995년 1월부터 2월까지 주 4회 편성돼 24부작으로 방영된 SBS 개국 기념 드라마다. 2013년 타계한 김종학 프로듀서와 송지나 작가의 합작품으로 금기로 여겨진 5·18광주민주화운동과 5공화국의 삼청교육대, YH사건 등을 직·간접적으로 묘사했다. 


조폭 두목인 주인공 태수(탈렌트 최민수 분)가 드라마 최종회서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검사이자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인 검사 우석에게 “나 지금 떨고 있니?”라는 대사는 종영 이후에도 한동안 유행어로 인기를 끌었다. 

회심의 반격에
“가치없다” 일축

먼 길을 돌고 돌아 25년 만에 재심 청구라는 방식으로 회심의 반격에 나선 여씨. 홍 대표 측은 “재심청구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며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조작된 영웅’으로 내몰린 홍 대표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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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