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보다 뜨거운’ 6·13 민주당 대진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11 10:58:24
  • 호수 1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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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면 당선? 박터질 집안싸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 이후 정국의 중심축이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울었다. 현 흐름대로라면 내년 6·13 지방선거서 여당이 주요 지자체단체장을 석권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요시사>는 유력 민주당 후보들을 추려 내년 지방선거를 예측해봤다.  
 

사실상 대권코스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 시장이 3선 도전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선 도전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서울시장으로서 역할을 강조하며 이미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사실상 대선코스 
치열한 서울시장

이밖에 민주당 내 서울시장 출마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박영선 의원이다. 박 의원은 인지도를 무기로 최근 ‘서울을 걷다’ 프로젝트를 통해 사실상 선거 캠페인에 돌입한 모양새다. 서울시민들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바닥민심 잡기에 힘쓰고 있다.

‘추다르크’란 별명으로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추미애 대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여권성향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추 대표는 사실 럭비공 같은 사람”이라며 “지금은 문 대통령한테 바짝 엎드린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의 본래 성향을 감추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 대표는 늦어도 내년 2월13일 전에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당직자(당 대표 및 최고위원)가 선출직에 출마하기 위해선 4개월 전에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말을 아끼고 있는 추 대표지만 본격적으로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당 대표냐 서울시장이냐’를 두고 양자택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 박원순·박영선·추미애 3강 구도에 대적할 인물로는 민병두, 우상호, 이인영 의원등이 거론된다. 민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서 ‘민병두의 문민시대-사람의 가능성을 크게 하는 서울탐구’라는 행사를 열어 서울 시정에 대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친구 사이인 3선의 우상호·이인영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우 의원은 이 의원의 결정을 보고 서울시장 출마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우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 의원은 서울시장보다는 당내서의 역할 확대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 의원은 경선 승리를 위해선 당내 입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외활동보다는 서울시당 조직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시장 다음으로 관심이 쏟아지는 지역은 단연 경기도다. 민주당서 경기도지사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재명 성남시장, 김진표 의원, 전해철 의원 등이다. 차기 경기지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 시장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해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세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오는 1월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장은 본인을 지지하는 단체인 ‘손가락혁명군’을 중심으로 경기도 내 31개 시군별로 온·오프라인 조직을 강화해 경선에 대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이 시장이 경기도지사 출마보단 성남시장 재선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시장은 재직시절부터 성남을 광역시로 승격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다”며 “성남이 광역시가 되면 사실상 차기 대선후보로 나설 때 중량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장이) 워낙 현실감각이 뛰어나 인지도만으로 경기지사 공천을 받는 것이 무리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안전한 시장직을 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갈림길 선 이재명
다크호스 전해철

당내 이 시장 대항마로 떠오르는 인물은 김진표 의원이다. 경기도 수원서만 4선을 역임한 김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서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와 대결서 패배한 바 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만큼 정·관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김 의원의 출마는 민주당 내 경선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출마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사실 그를 진보인사로 보는 사람이 민주당 내에도 많지 않다”며 “출마 의지는 밝히지만 훗날 너그럽게 양호하는 모습을 보여줘 차기 총리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떠오르는 인물은 전해철 의원이다. 전 의원은 '3철' 중 한 명으로 대표적인 문 대통령 측근 인사다. 출마 여부에 대해선 “가능한 내년 1월 초·중순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민주당에 있어 경기도지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 의원은 “지난 20년간 민주당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경기도에선 실질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으로서는 경기도서의 승리가 결국 완벽한 정권교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내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시장을 언급한 듯 ‘치열한’ 당내 경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본선에 돌입하면 만만치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며 “당내 경선을 치열하게 진행해 충분히 검증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3선 도전 내비친 박 시장…추미애·박영선 출격
성남이냐 경기도냐…갈팡질팡 이재명 노림수는?

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시장도 관심이 쏟아지는 지역 중 한 곳이다. 부산서 민주당은 정당지지도 48%를 기록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 이호철 전 민정수석, 김영춘 해수부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 중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오 전 장관이다. 앞서 지난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는 오 전 장관은 서병수 시장과의 대결서 2만701표 차이로 석패했다. 지난 대선 과정서 오 전 장관은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한 바 있다. 

현재 오 전 장관은 민주당서 부산시장 후보로 추대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민주당 부산시당 내 남아있는 비토 분위기는 오 전 장관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경기도에 전해철 의원이 다크호스라면 부산에선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떠오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 전 수석은 PK지역서 상당한 결집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 전 수석은 2주간 부산을 떠났다가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지난 3일에는 이 전 수석이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한 1981년 ‘부림사건’을 재조명하는 토크콘서트를 갖기도 했다. 이 전 수석 지지자들 사이에선 그의 부산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지그룹 한 관계자는 “이미 이 전 수석이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거절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며 “연말·연초 여론조사 결과가 그를 추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영춘 해수부장관이 부산시장에 나설 것이란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정계에 밝은 한 인사는 “이 전 수석이 있어 김 장관이 무리할 이유가 없다”며 “그의 품성으로 볼 때 무리하게 들이대지 않고 장관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뜨는 ‘3철’ 
뜨는 장관들

인천시장에 누가 나설지도 내년 지방선거의 관전포인트다. 1995년 민선으로 전환된 뒤 인천은 송영길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보수색채의 인사들이 시장에 올랐다. 현직인 유정복 시장(자유한국당)이 재선을 노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 내 인천서 텃밭을 일군 이들이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유력 후보로는 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꼽힌다. 박 의원은 인천시당위원장으로 ‘1당원, 1당원 늘리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인천시민 300만명 가운데 1%를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현역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시장선거에 나선 다는 것이 부담이긴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유 시장에 대항하기에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의원은 “그동안 올인했던 대선이 끝난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많이 듣고 신중하게 생각해 인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교흥 국회사무총장도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송영길 의원이 인천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낸 행정가로, 당 안팎으로 평이 좋은 인사다. 특히 인천시장 출마 경험과 당내 지역 정치인 중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 사무총장이 당장 내년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후보로서 인천 정가는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인천시장 후보에 여풍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홍미영 부평구청장이다.
 

2010년 인천지역 최초 여성기초단체장을 시작으로 2014년에 여성 최초 재선 기초단체장으로 선출됐다. 홍 구청장은 3선 도전보다는 인천시장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홍 구청장이 의원도 역임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이력만 놓고 봤을 때 박 의원, 김 사무총장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민주당 출신인 권선택 대전시장의 중도하차로 무주공산이 된 대전시장 자리를 놓고 여권후보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민주당서 대전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꼽히는 인물은 이상민 의원과 박범계 의원이다.

이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 중 출마가 유력하다. 4선으로 지역 내 탄탄한 정치 기반과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정부출연연구소가 밀집한 유성지역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각종 지역 행사에 자주 모습을 보이면서 사실상 대전시장 출마를 굳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측근 3철 등장…예측불허 선거판 다크호스 
무주공산 대전시장…전남도지사, 여야 빅매치 

박 의원의 대전시장 출마도 예상된다. 박 의원은 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을 지내면서 지역 정치기반을 다졌고, 문재인정부 출범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당내에서는 ‘적폐청산위원장’과 ‘최고위원’을 맡아 여의도서의 활동 또한 활발하다. 

박 의원은 “현안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입장을 내놓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박범계-이상민 의원이 양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후발주자로는 허태정 유성구청장이 꼽힌다. 참여정부서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실·인사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허 구청장은 ‘친 안희정계’로 꼽힌다. 

때문에 ‘친문계’인 박 의원과 허 구청장이 경선에서 맞붙을 경우 여권 내 권력 추이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시장 후보군은 야권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권서도 소수 인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재 민주당서 대구시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사람은 김부겸 장관이다. 민주당은 김 장관을 필승카드로 여기고 있다.
 

당장 김 장관이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당 차원서 막판까지 출마를 종용해 분위기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민주당 내부에선 무소속서 민주당에 입당한 홍의락 의원도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홍 의원은 뚜렷한 입장표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의 국무총리 임명으로 공석이 된 전남도지사 선거는 각축전이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으로 유일한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인 이개호 의원은 지난달 6일 전남도지사 출마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여론조사도 제가 1위이고 권유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다. 요즘 이런 상황이 거세게 일고 있어 출마 쪽으로 많이 기울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일한 현역의원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지 선수로 나가려고 하느냐는 말도 많다”며 “‘선거에 나가라’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고 설명했다. 

전남 난전 예상
이개호vs박지원

이 의원이 사실상 출마 의지를 밝힘에 따라 이미 출마 뜻을 밝힌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등 전남도지사 후보군이 가시화돼 선거전이 조기 점화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서 주승용·황주홍 의원 등도 꾸준히 물망에 오르고 있어 여권 입장에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친문 차출론’이 등장하는 등 중량급 있는 인물들이 도전장을 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7대 비리’ 지방선거 적용?

청와대가 최근 고위공직자 임명 배제 7대 비리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가운데 내년 6·13지방선거 공천 과정서 해당 기준이 적용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경우 공천 및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역 및 출마예정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기존의 5대 배제 원칙(병역기피·부동산 투기·세금 탈루·위장 전입·논문표절)외에 음주운전과 성관련 범죄 이력을 가진 인사를 임용에서 원천 배제하는 안이다.

정치권이 이를 내년 6·13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적용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선 이후 지지율이 높이 올라가면서 예비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철저한 후보 검증에 박차를 가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의당 역시 광역단체장의 경우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기사 속 기사> 울상 짓는 한국당 출신 단체장들  

내년 6월 실시될 지방선거서 국민 절반 이상이 현역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뽑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민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지방선거서 현역 광역지자체장을 계속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26.2%에 그쳤다. 

반면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51.6%에 이르렀다. 

지역별로 보면 박원순 시장이 있는 서울시장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43.5%였고, 윤장현 광주시장, 송하진 전북지사 등 민주당 소속 지역의 ‘다른 후보지지’ 응답은 40% 대를 나타냈다. 

반면,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등 자유한국당 소속 광역지자체장이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응답자의 64.5%가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서병수 부산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등 한국당 소속 광역지자체장이 있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응답자 중 61.4%가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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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