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재벌가의 전 사위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수십억대 재산을 맡겨뒀다가 돌려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소송을 당한 사람은 이 계좌가 롯데 오너가의 차명 계좌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36억원가량을 지인의 차명계좌에 맡겼다가 돌려받지 못했던 재벌가 전 사위가 소송서 승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판사 노정희)는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사위였던 이모씨가 “차명계좌에 맡겨놓은 돈과 주식을 돌려달라”며 옛 부하 직원인 최모씨 부부를 상대로 낸 소송서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이씨 측에 승소판결했다. 이씨가 최씨에게 명의신탁한 재산이 맞다고 본 것이다.
수상한 흔적들
재판부는 “최씨 부부와 이름을 빌리는 명의신탁계약을 맺고 최씨 계좌에 재산을 맡겼다. 명의신탁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재산을 돌려달라”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재판부는 최씨 부부가 이씨의 허락없이 계좌에서 꺼내 쓴 2억5106만원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결과 별개로 이번 사건은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여부가 쟁점이다.
차명계좌의 실체를 두고 이씨와 최씨가 상반된 주장을 펼친 탓이다. 주식과 돈의 소유권을 주장한 이씨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맏딸인 신 전 이사장의 전 사위다. 신 전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와 수십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차명계좌에 있는 36억원에 대해 이씨는 1999년 최 씨와 함께 증권사를 방문해 계좌를 만들었고, 주식과 돈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씨는 2009년 세무서에서 종합소득세 통보를 받고서야 자신의 계좌에 거액이 입금돼 있던 사실을 알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좌를 개설하러 간 적도 없고 자신과 아내 명의 증권 계좌 2곳에 현재 가치 36억원대의 주식과 예탁금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최씨는 동의 없이 개설된 계좌가 추가로 있다며 해당 계좌가 롯데 오너 일가의 차명계좌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의 주인이 이씨가 아니라 제3자일 가능성이 있어 반환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실제로 재판 과정서 석연치 않은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계좌는 1999년 최씨 명의로 개설됐는데 정작 주소는 최씨 거주지가 아닌 서울 종로구 평창동으로 돼있었다. 당시 평창동 집의 주인은 신 전 이사장이었다. 또한 계좌 신청서 필체도 최씨 것과 확연히 달랐다.
소송전 번진 36억 쟁탈전
주인은 따로 있다?
이를 두고 이씨는 “당시 주민등록상 거주지인 농가 주택에 살기 불편해 평창동 장모 집에 머무르고 있어 실주소를 기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가 자신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소송이 벌어지는 이 증권 계좌 말고도 수상한 은행 계좌가 더 있던 게 드러났다. 여기에도 롯데 일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추가로 드러난 최씨 부부 명의의 계좌는 모 시중은행서 개설된 3개였다. 이 가운데 2개는 2000년 12월 현금 3000만원씩 모두 6000만원이 입금됐다가 1년 뒤 모두 출금됐다.
최씨는 이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누군가 자신 몰래 계좌를 열고 거래를 했다는 뜻이다. 돈이 입출금된 곳은 당시 하나은행 영업1부와 영업2부.
롯데그룹의 본부 격인 롯데쇼핑 본사서 반경 250m 이내 건물 2곳에 위치한 곳이다. 2000년 당시 이씨의 부인이자 신영자 이사장의 딸인 장모씨는 롯데쇼핑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반면 최씨가 살던 곳이나 직장과는 7∼15㎞ 떨어져 있다.
계좌는 누구 것?
해당 의혹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건 그간 롯데그룹 오너 일가서 차명계좌와 관련한 논란이 거듭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장녀인 신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등에게 넘기면서 여러 개의 해외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동원했던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