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재계 연말인사 총정리

사람에 흥하고 사람에 망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에 연말인사 결과가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다. 연말인사에 따라 작게는 기업의 향방이, 크게는 그룹 및 재계의 방향성 달라지곤 한다. 관계자들이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올해 연말인사 키워드를 선정했다.
 

올해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바야흐로 연말 인사 시즌. 각 그룹사 마다 사정에 따라 시기가 조정되고 있지만 순차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효용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고심이 한창인 모습이다.

이번 연말인사의 주요 키워드는 ‘젊은 피’다. 재계는 젊은 인재를 원했다. 그룹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젊은 경영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60대 경영진은 뒷선으로 물러나는 모습이다.

차세대 리더
젊은피 등용

최근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임원인사를 살펴보면 60대 임원 전원이 경영일선에 물러나면서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15일 공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윤주화(64) 삼성사회봉사단장, 김종호(60) 글로벌품질혁신팀장, 이인용(60) 커뮤니케이션팀장, 장원기(62) 중국전략협력실장, 정칠희(60) 종합기술원장 등이 퇴진했다.


그 자리는 젊은 경영인으로 대체됐다. 지난달 2일 발표된 사장단 인사에 따르면 사장 승진 대상 7인 모두 50대였다. 이에 앞선 부문장 인사에서 DS부문 김기남 사장, CE부문 김현석 사장, IM부문 고동진 사장도 50대다. 부문장 평균나이는 57세로 이전 63.3세에 비해 무려 6.3년 젊어졌다.

이 같은 기조는 재계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모습이다. GS그룹 역시 50대 임원을 대거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8일 GS그룹이 발표한 2018년 임원인사에 따르면 사장 승진 3명, 부사장 승진 1명, 전무 승진 4명, 상무 신규 선임 22명 등 총 30명이 승진 대상에 올랐다.

사장 승진 대상자를 살펴보면 정찬수(55세) (주)GS 부사장과 김형국(55세) GS칼텍스 부사장이 사장으로 진급했다. 엄태진(60세) GS칼텍스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GS스포츠 대표이사를 맡는다. 

부사장으로는 이상기(57세) GS건설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GS파워 한기훈(56세) 상무, 김성민 (50세) GS칼텍스 상무, 소일섭(54세) 상무와 GS건설 김규화(53세) 상무가 각각 전무로 승진한다.

CJ그룹 역시 차세대 50대 경영인을 차세대 리더로 내세웠다. GS그룹과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를 50대로 교체했다. 주력 계열사 CJ제일제당 신임 대표에 신현재(56) 사장을, CJ주식회사 공동대표에 김홍기(52) 총괄부사장을 각각 승진 임명했다.

또 강신호(56)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와 손관수(57) CJ대한통운 공동대표, 허민회(55) CJ오쇼핑 대표를 부사장에서 총괄부사장으로의 진급인사를 단행했다.
 


CJ 관계자는 “주요 경영진 세대교체와 조직 개편, 글로벌 및 전략 기획 등 미래 준비 강화로 ‘2020 그레이트 CJ’를 달성하기 위한 인사”라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월드 베스트 CJ’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룹내 승계 후계자들의 진급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4일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정기선 전무의 부사장 진급을 확정했다. 

“인사가 만사” 현안 따라 인력 배치
 연말 승진 통해 신성장동력 모색

정기선 부사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며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으로 후계자로 꼽힌다. 재계에선 정 대표를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끌 유력 후보로 꼽았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1982년생인 정 대표는 서울서 태어나 청운중학교, 대일외고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1월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이후 같은 해 8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위해 미국 유학길에 나섰다. 유학 과정을 마친 뒤에는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서 근무했다. 

2013년 6월 다시 현대중공업에 부장으로 입사했다가 약 1년 반이 지난 이후 2014년 10월 기획재무부문장 총괄 상무로 진급했다. 상무에 오른 지 1년 반 만에 또다시 전무로 오르면서 재계에선 승계작업에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놨다. 

재입사 4년 만에 부장서 부사장으로 직급이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일감 부족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서 경영진 세대교체를 통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보다 적극적으로 돌파해 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코오롱도 연말인사를 단행하면서 이웅렬 코오롱 회장 장남인 이규호 상무보를 지난달 26일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 대상에 포함했다. 코오롱 오너 4세인 이 상무는 2012년 입사한 뒤 2014년 코오롱글로벌 부장,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로 쾌속 승진했다. 

역시 금수저
후계자 약진

이번 승진으로 그는 입사 5년만에 상무까지 진급하면서 회사내 입지를 넓혀갔다.


CJ그룹도 후계자들이 대거 승진 대상에 올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맏딸인 이경후(32)씨는 CJ 미주지역본부 통합마케팅담당 상무로, 사위인 정종환(37)씨는 CJ 미주지역본부 공동본부장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다만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27) CJ주식회사 부장은 이번 승진인사에서 제외됐다.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는 점을 확인한 것도 눈길을 끈다. 재계를 선도하는 삼성전자는 이번 연말인사에서 총 7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했다. 221명의 승진 대상자를 감안하면 여전히 많은 적은 숫자지만 최근 3년래 최대 수치다. 

여성 임원 승진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DS) 부문서 여성 임원이 많이 배출됐다. 7명 승진 임원 가운데 3명이 DS부문 소속이었다. DS부문 메모리사업부 CS팀의 김승리 신임 상무는 메모리 반도체 고객 품질관리 및 기술지원 전문가로 미주 대형 거래선 만족도 제고를 통한 실적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DS부문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실 이금주 신임 상무는 D램(RAM) 공정개발 전문가로 차세대 D램 공정 성능 개선 및 최적화를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에 기여했다. 
 

의 이정자 신임 상무는 가스·배관 등 반도체 생산 인프라 전문가로 친환경 사업장 구축을 통해 사업 경쟁력 제고에 공헌했다. 이밖에 생활가전사업부 2명, 무선사업부 1명, 경영지원실 1명의 신규 여성 임원이 발탁됐다.

최근 여성 임원이 늘고 있는 추세다. 보수적이라 평가받는 유통업계도 이 같은 기조가 확인됐다. 홈플러스는 최근 임일순 사장을 배출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CEO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품부문장과 기업운영의 중심인 인사부문장까지 여성으로 채웠다고 밝혔다. 임 신임 사장이 승진 전 맡았던 직책 또한 기업운영의 핵심부서로 꼽히는 경영지원부문장이다.

홈플러스의 부문장급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약 38%에 달한다. 특히 전무급 이상 고위임원으로만 그 범위를 좁히면 무려 절반(50%)이 여성이다. 

유리천장 깨다
여성파워 과시

지난 13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임 사장은 최근까지 홈플러스 경영지원부문장(COO·부사장)을 맡아왔으며 그 이전에는 재무부문장(CFO)을 역임한 바 있다. 김상현 부회장과 함께 지난해 홈플러스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엄승희 홈플러스 상품부문장(부사장)은 1987년 미국 GE에서 경력을 시작한 이래 30여년간 글로벌 유통기업서 마케팅과 상품 관련 경험을 쌓아온 상품 및 유통 전문가다.

특히 2003년부터 최근까지 월마트(Walmart) 미국 본사와 일본 지사서 상품부문 최고임원(Senior Vice President)으로 근무해오며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온 인물이다. 최영미 홈플러스 인사부문장(전무)은 홈플러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이끌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형마트 고객의 상당수가 여성인 만큼 고객 입장서 대형마트를 바라보는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며 “홈플러스는 그 동안 주요 요직에 여성 임원을 배치시키는 등 임원 선임에 성별을 가리지 않고 평등한 인사를 진행해왔으며, 향후에도 이 같은 인사방침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업계도 여풍(女風)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금융투자업계 연말 인사에 여풍이 거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캐피탈에 지난달 22일 윤자경·이구범 공동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특히 조직 정비 및 경영 관리를 담당하기로 한 윤 대표는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을 합쳐 주력 계열사의 첫 여성 대표임에 따라 이목을 끌고 있다. 

1970년생 윤 대표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매일경제>서 기자로 일하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2007년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 입사해 2012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거쳐 올해 미래에셋대우에 혁신추진단 상무보로 돌아왔다.

또 지난 23일 미래에셋대우 인사에서는 박숙경 호남충청지역본부장(상무), 김미정 투자금융1본부장(이사대우), 김지숙(46) VIP서비스본부장(이사대우) 등 3명의 40대 여성 본부장 등이 새로 임명됐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이번 그룹사 전체적으로 젊은 여성 발탁 인사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서도 지난달 20일 이순남 강남선릉센터장이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창사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탄생한 것이다. 

1969년생인 이순남 상무는 1988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30년간 대신증권서 강남역지점장, 강남역삼센터장, 강남선릉센터장을 역임, 강남권역 영업을 10년 넘게 이끌고 있다. 

증권 유관 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도 최초의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지난달 14일 김정미 증권등록부장이 전자증권추진본부장으로 승진, 예탁결제원이 추진하고 있는 전자증권시스템 개발을 이끌 방침이다. 

대대적 물갈이 안정보다 쇄신
살벌한 경제계 경영효율 고심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금융투자업계서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다른 산업군에 비해 여성 임원이 비율이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연말 인사서 가장 중요한 성과주의도 빠질 수 없다. 삼성전자는 이번 연말 인사서 실적에 따른 과감한 승진을 단행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반도체부문서 6명의 사장 승진자 가운데 4명이 나온 것은 좋은 방증이다. 
 

이번 임원 인사서도 99명(전체 221명)의 승진자가 반도체부문서 나왔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 역시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그룹은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에 적절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21조819억 원, 33조70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78.05%, 14.5%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에선 김준 사장이 올해 승진 인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돈다. 다만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전년에 승진을 했기 때문에 승진 대상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각을 앞둔 대우건설은 조직개편과 연말 인사를 동시에 단행했다. 지난달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11본부 1원 2실 50담당 101팀이던 회사 조직을 8본부 1원 37실 98팀으로 개편했다. 기존의 담당 임원 제도를 없애고 ‘실’ 조직이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아파트, 오피스텔 사업을 각각 맡던 주택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가 합쳐졌다. 해외 사업의 경우 수주, 시공, 운영 등의 전 과정을 단일 사업본부가 총괄하는 방식으로 단순화됐다. 전략기획본부 산하의 리스크 관리 부서는 리스크관리본부로 독립했다. 

대우건설은 이에 따라 연말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사업총괄 전무 이훈복 ▲기술연구원장 전무 박용규 ▲인사경영지원본부장 전무 서병운 ▲주택건축사업본부장 전무 김창환 ▲품질안전실장 전무 지홍근 ▲전략기획본부장 전무 김상렬 ▲감사실장 전무 조성진 ▲조달본부장 전무 김용철 ▲재무관리본부장 상무 조인환 ▲토목사업본부장 상무 서복남 ▲리스크관리본부장 상무 백정완 ▲플랜트사업본부장 상무 조승일 등이 승진했다.

이달 연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는 현대차그룹 경우 연말 인사를 통해 조직쇄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부회장·사장·부사장·법인장급 인사는 연중 수시로 내고 연말 인사에서는 대부분 전무급 이하 임원들의 승진만 발표한다. 조직 쇄신의 흐름은 해외 계열사서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10월30일 현대차는 해외 생산법인장을 대거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에 따르면 김준하 부사장은 북미생산법인(HMMA) 법인장을 맡다가 본사로 복귀했다. 

최동열 전무는 러시아생산법인(HMMR) 법인장서 북미생산법인 법인장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이영택 브라질법인(HMB) 공장장 전무는 최동열 전무의 뒤를 이어 러시아생산법인 법인장으로 이동했다.

이영택 전무를 대신해 미국 앨라바마공장 관리팀장을 맡던 엄태신 상무가 브라질법인 공장장에 임명했다. 

실적이 우선
신상필벌 강화

체코생산법인(HMMC) 법인장은 기존 최동우 전무서 파워트레인생기센터장을 맡던 양동환 전무로 교체됐다. 최동우 전무는 체코생산법인 보다 상위 조직인 유럽관리사업부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각 기업들은 연말 인사를 통해 조직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다음해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며 “올해 연말인사에선 주요 그룹들이 정부의 정책기조와 그룹내 현안 간 균형을 맞춰 연말인사를 단행한 점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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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