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카드’ 문재인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05 08:58:49
  • 호수 1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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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조만간 정부 취임 이후 첫 특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출범 3개월째 8·15 광복절 특사를 추진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준비 기간의 물리적 한계 등을 이유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문 정부서 거론되는 특사 명단을 추려봤다. 
 

역대 정부가 특정 종교와의 연관성 등 논란을 의식해 성탄절 특별사면을 대체로 자제해 온 점을 감안하면 설을 앞두고 특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무부가 지난달 22일, 각 검찰청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 ▲서울 용산 화재 참사 관련 시위 ▲사드 배치 반대 집회 ▲세월호 관련 집회 등 5가지 대상자들이 특사 대상자에 오르고 있다. 

법무부 주도
특사 만지작

박상기 법무부장관 명의 공문에는 “공무집행방해, 폭행, 상해, 집시법 위반 등 해당 집회와 관련해 처벌을 받은 이 모두에 대해 특별사면을 검토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내부에선 법원의 해당 지시에 대해 “현 정권의 코드에 맞춘 편향적 특별사면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정치적 색채가 강한 집회 사범에 대해 특사를 하는 일이 드물지는 않지만 이번처럼 특정 주제 집회 참가자 전원을 사면 대상에 올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집회로 처벌 받은 이들 중에는 이른바 ‘전문 시위꾼’도 적지 않은데 이들 전부에 대해 사면을 검토하라고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단순한 집회, 시위 참가자뿐 아니라 폭력을 휘둘러 처벌을 받았던 이들까지 사면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이 문제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적폐 청산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는 “강정마을이나 밀양 주민들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가 끌어안지 못해 범죄자가 된 분들”이라며 “그분들을 다시 사회로 끌어들이는 ‘사회통합형’ 특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서민 등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민생특사’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광복절에 박근혜정부가 생계형 범죄자 등 4612명을 특별사면하며 국민 142만49명의 운전면허 행정제재와 어민 1715명의 어업면허·허가 행정제재 등도 함께 감면해준 뒤 1년 넘도록 특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운전이 아니면 생계유지가 힘든 서민들의 제재 감면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며 “중대한 반시장 범죄자는 시장서 퇴출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강력한 재벌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서 재벌 총수 일가 구성원이나 전·현직 대기업 임원 등 경제인들을 특사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줄줄이 
다 나온다?

문 정부의 첫 특사에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어떤 정치인들이 특사에 포함될지 여부다. 정치권서 회자되고 있는 인물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정봉주 전 의원,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등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열린우리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5년 8월,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지난 8월 만기 출소했다. 2027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지난 8월 한 전 총리 출소 현장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등 원로는 물론해 우원식 원내대표, 민병두, 정성호, 홍영표, 유은혜, 전현희 의원 등이 마중나왔다. 당시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한 전 총리가 그만큼 당내 인사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한 전 총리가 특사로 복권된다면 친노(친 노무현) 진영서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지사의 경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1년 1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형이 확정돼 도지사직서 물러난 바 있다.
 

이 전 지사의 피선거권은 오는 2021년 1월 회복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들 중 가장 먼저 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특사에 포함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성탄·내년 초…특사 가능성↑
법무부, 5대 대상자들 만지작   

지역 정가에선 이 전 지사가 특별사면될 경우 당장 내년 지방선거서 민주당 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특사 실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이 전 지사는 국내 최대 싱크탱크로 평가받는 ‘여시재’를 이끌고 있다. 지사직서 물러난 뒤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침잠의 시간을 보냈던 이 전 지사는 여시재를 통해 활동 공간을 마련하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양상이다.

이 전 지사는 여시재와 관련해 “보통 싱크탱크의 포럼과 다른 점은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현장서 뛰는 현역이 참석자의 90%를 차지한다는 점”이라며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정치인이 채택하지 않으면 정책이 될 수 없고 경제인이 참여하지 않으면 지도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전 지사의 활동을 놓고 정치 재개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앞으로 여시재 일과 대학 강연을 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번영을 위한 현실적 방안을 계속 찾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며 “현 상황서 정치에 대해선 별다른 구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한 측근은 언론을 통해 “이 원장이 5·9 대선 때도 법적 제약 때문에 특별한 역할을 못해 안타까움이 컸다”며 “정치적으로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정치권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인물은 정봉주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아 복역했다.

오는 2022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다. 정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와 관련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MB와 BBK로 싸우다 1년 감옥 갔다 온 죄로 선거출마 자격은 물론 투표권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 전 의원 복권을 위해 여야 의원 125명은 탄원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야 의원들은 탄원서에서 “정권교체가 되자 이 전 대통령이 BBK 실소유주라는 정황과 증거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정 전 의원 복권은 적폐 세력이 압살한 민주주의, 정치적 자유를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호소했다. 

논란 인사들
정치권 시끌


정치권의 쏟아지는 특사 바람에 정 전 의원은 뚜렷한 입장표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특사 가능성도 정치권의 화두다. 이 전 의원 사면 여부는 통진당 해산 심판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을 예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4년 12월 통진당 해산 심판 선고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 뒤 2015년 1월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확정했다. 
 

이 전 의원은 2003년 3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구성 혐의로 2심서 징역 2년6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상고를 취하하고 형을 받아들인 이 전 의원은 당시 노무현정부로부터 광복절 특사로 선정되면서 풀려나게 된다. 공안사범으로는 유일한 가석방이었다.

2년 후인 2005년 8월15일 광복절 특사 때 복권까지 이뤄져 공무담임권 및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당시 노무현정부서 두 번이나 특사를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별사면의 경우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으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민정수석이 특사 대상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법무부가 실무를 진행한다.

이 전 의원에 대한 두 번의 광복절 특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일부 보수진영에선 “이석기 의원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에 따라 당시 노무현정부 관련자들이 모종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문 대통령이 이 전 의원 석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서 성탄절 혹은 내년 초에 진행될 특사에 이 전 의원이 이름을 올릴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광재 사면 받고 도지사 출마?
이석기·한상균 어쩌나…고민중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사면 여부도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쌍용자동차 직원 출신인 한 위원장은 1987년 쌍용차 노조 추진위원장을 역임했고 2008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이 됐다. 2009년 77일에 걸친 평택공장 점거파업을 주도해 3년을 선고받아 2012년 8월까지지 복역했다.

이후 2015년 11월 민노총 최초로 치러진 직선제 선거서 ‘박근혜정부에 대항해 노동자 총파업을 조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수사기관이 불법 폭력 집회로 규정한 ‘대한민국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아 조계사에 피신해 있다가 2015년 12월10일 자진 퇴거해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 7월4일 1심 법원은 집시법 위반 혐의로 한 위원장에게 징역 5년 및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한 위원장은 진보·노동자 진영의 상징적 인물인 만큼 그의 사면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청년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양심수를 성탄절 특별사면으로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서 “촛불정권의 첫 사면은 과거 정권에서 탄압받은 이석기 전 의원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양심수의 석방이 돼야 한다”며 “적폐 청산을 위해 적폐 피해자를 모두 석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올 연말 대통령 특별사면을 검토 중이라고 들었다”며 “양심수 전원 석방 없이는 민주주의와 인권도 없다. 성탄절 특사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 검토 중
성탄 or 신년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12월 사면이 예정돼있느냐”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질문에 “현재 단계로서는 사면이 예정돼있지 않다”고 답했다. 성탄절 사면 가능성에 대해선 “사면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어려움이 있고 다음 사면을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며 “(사면) 대상자를 심사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실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석기 의원은 어디에?

현재 이석기 의원은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지난 11월10일 <일요시사>는 이 전 의원의 건강상태와 특사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묻기 위해 면회를 요청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4급 수형자이기 때문에 매월 4회밖에 면회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면회 요청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의원 면회는 보통 A보좌관을 통해 이뤄진다”며 “A보좌관과 일정 조율을 통해 면회 날짜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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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