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리 모의되는 안철수 제거 작전 전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6:10:19
  • 호수 1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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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안 vs 비안 전쟁의 결말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당내 반발을 무릅쓰며 통합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안철수 대표는 정치 인생에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비안(비 안철수)계는 ‘독단적 리더십’ ‘소통의 부재’ 등을 언급하며 안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비안계의 안철수 제거 작전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21일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을 둘러싼 ‘끝장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이렇다할 합의점을 도출하진 못했다. 정치권 일각서 주장하는 분당 수순을 바로 밟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친안(친 안철수) 대 비안의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소득 없이 끝난
5시간 끝장토론 

이날 호남 중진의원들은 바른정당 통합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조한 것은 물론 안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안 대표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불찰이었다고 해명해 진화에 나섰다. 

호남 중진 황주홍 의원은 “이런 문제가 야기하게 된 데에 대해 안 대표의 책임이 작지 않다”며 “이런 문제라면 당연히 공식적인 논의가 있는 다음에 언급돼야 할텐데 유감스럽다”고 공격했다. 

최근 안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정동영 의원 역시 “어제는 이 말하고 오늘은 이 말하고, 안 대표의 일련의 거짓말 시리즈에 대해 인정해라. 또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하고 책임지라고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가 주장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반대 의견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조배숙 최고위원은 “(안 대표는) 통합해야 2당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며 “통합에 대한 당내 부정적 기류도 강하고 그 효과 또한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첫 발언에 나선 안 대표는 여전히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안 대표는 “외연 확장을 하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내년 지방선거서 2등은 해야 하고 자유한국당을 쓰러뜨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이를 위해선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친안계와 비안계는 5시간에 걸친 토론을 벌였지만 ‘선 정책연대, 후 선거연대’ 추진이라는 합의 발표문만 발표했을 뿐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했다. 

끝장토론 의원총회 다음날인 지난 22일에도 친안계와 비안계는 바른정당 통합을 두고 설전을 이어갔다. 친안계가 장악하고 있는 최고위원회회의에선 안 대표의 통합론에 힘을 싣는 주장들이 이어졌다.

최명길 최고위원은 “의원총회 결과를 언론에 잘못 전하는 분들이 계시다”며 “연대·통합 찬성이 26명이라고 이해했고, (반대는) 도저히 (의견을) 알 수 없는 3명을 포함해도 14명 정도”라며 “(일부 의원이) 3분의 2는 통합이 안 된다고 인터뷰하는데 그 반대”라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제가 메모한 것을 갖고 있다. 분위기를 왜곡하는 말을 서로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대·통합 주장이 다수였다는 뜻이다. 

박주원 최고위원도 “전 당원 의사를 묻는 ARS(자동응답) 투표, 국민 여론조사까지 하면 더 이상 논란이 없을 것”이라며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 여부까지 연계해서 투표에 붙인다면 모든 논란은 원샷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의총서 나온 안철수계의 ‘전 당원투표’ 주장을 안 대표 재신임까지 연계한 것이다. 당원 지지를 명분으로 의원들의 반대를 돌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천·박
평개연 조직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띄운 안 대표는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모양새다. 대선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당은 철저한 안 대표 체제로 돌아갔다. 단순한 수치로만 놓고 봐도 안 대표는 대선 후보에 오를 당시 당내 9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선 직후 내리막길은 시작됐다. 

대선 패배에 대한 원죄를 비롯해 제보조작 파문이 터지면서 당내 입지가 축소됐다. 

아울러 2선으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안 대표가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호남·비안계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결국 안 대표가 50%를 간신히 넘는 지지율로 당권을 쥐면서 국민의당은 위태로운 ‘안철수호’ 체제가 됐다. 

최근에는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이 평화개혁연대(이하 평개연)를 구성해 안 대표 때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다만 박 의원은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는 전면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개연은 현재 당내서 서명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 의원은 “상당히 많이 (합류)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평개연의 세 확장을 위해 현역의원에게 서명을 받은 뒤 원외 지역위원장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평개연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의원은 “평화개혁연대는 당을 지키자는 취지의 의견그룹”이라며 “탄생의 기원이 다른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을) 인위적으로 갖다 붙이자는 건데, 그건 바른정당도 원하지 않을뿐더러 안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하는 건 옳지 않다. 안 대표가 이를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당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끝장토론 벌였지만…감정골만 확인
평화개혁연대 조직…안 압박 노림수 

평개연은 햇볕정책으로 대변되는 ‘평화주의’와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주의’를 노선으로 안 대표의 중도통합파와는 함께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연대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외에도 유성엽, 장병완 의원 등 호남 중진의원과 김광수, 최경환, 김경진 의원 등 호남 초선 의원들이다. 

평개연은 보수정당과의 연대·통합에 부정적 기류를 보이고 있는 박주선, 이상돈, 장정숙, 박선숙 등 초선의원들에 대해 참여를 설득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대 창립 서명을 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명에 부정적 의견을 가진 의원들은 형식에 구속되기 보다는 평화주의 및 개혁주의 노선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모두 합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25명의 의원들이 모이면 공식적으로 사무실을 차려 출범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평개연이 민주당의 민주평화국민연대처럼 ‘당 내 당’ 역할을 해 친안계와 각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친안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평개연을 지칭해 “어르신 연대”라고 평가절하했다. 연대에 참여한다는 한 의원을 겨냥해선 “참여할 것처럼 말했는데 사실은 그 반대”라며 평개연의 세력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언주 의원도 지난 23일 “평개연이 뭔지 잘 모르겠다”며 “명단이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데 대부분의 의원들이 합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평개연 소속 의원들을 포기하고 바른정당과 통합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도부가 아니기 때문에 말씀드릴 위치는 아닌 것 같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탈당론 띄우고 
민주당 손잡고 

바른정당과의 합당 여부를 둘러싼 국민의당 내홍이 격화되는 가운데 비안계로 분류되는 호남 의원들의 집단 탈당론이 번지고 있다. 일부 강성 비안계 의원들 사이서 거론됐던 별도 원내교섭단체 구성 주장이 호남 중진 의원들 입에서 자주 거론되는 등 사실상 결별을 위한 여론전도 시작된 모양새다. 

비안계 의원들은 바른정당에 대해 기본적으로 자유한국당과 다름없는 적폐정당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비안계 의원들은 ‘햇볕정책’에 대한 바른정당의 태도에 대한 불만도 높은 상황이다. 

또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자칫 당의 정체성을 흔들어 호남 정당이란 명분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비안계 측에서 안 대표를 압박하는 방법 중 하나로는 탈당이 꼽힌다. 만약 비안계가 탈당 수순을 밟는다면 안 대표는 호남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잃게 된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세 확장을 통해 중도보수진영의 대표주자가 되고자 하는 안 대표 입장에선 아쉬운 상황인 셈이다. 비안계 의원들이 탈당할 경우 민주당에 둥지를 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총선까지만 하더라도 호남지역서 국민의당은 맹주로 통했다.

하지만 국정 농단과 19대 대선을 거치면서 호남 민심은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만 하더라도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서 지자체장 및 기초단체장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호남을 민주당에 내주게 되면 국민의당 내 호남의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도 이들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높게 한다. 

탈당 불사 비안계…민주당과 손잡기?
뿔난 동교동계…안 독단리더십 지적

안 대표를 압박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리더십 부재를 강조하는 것이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합당 움직임에 나서자 당내 반발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실제로 비안계에선 안 대표가 합당 논의를 사사로운 욕심으로 보고 소통이 부재함을 토로하고 있다.

안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의당 고문단인 동교동계도 안 대표의 독선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당 이훈평 고문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요새 왜 저렇게 됐겠느냐”라며 “평소에 소통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인데) 우리 당원들이 안철수 대표가 누구하고 소통하면서 이런 문제를 만들어내는가를 모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바른정당과의 통합론 관련해 “다 논의해서 하면 뭐라고 하겠나. 다만 논의를 안 하고 하는 부분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독단적으로 하면 안 된다. 그럼 당이 분열된다. 그러니까 요새 그런 사건들(내홍)이 벌어진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안철수·유승민 두 상전 모시라고 호남이 표를 주셨냐”는 비판글을 의원들 대화방에 올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합당에 나설수록 당내 반발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세 확장을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과 당의 미래를 위해서 필수적 요소로 보고 있는 안 대표는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위기의 안철수 
통합 가능성은?

비안계와 친안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바른정당 내부서 통합보다는 연대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연내에 결론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지금은 최선의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며 “데이트 기간을 좀 많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바른정당 가상통합 지지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전국서 20%에 가까운 지지를 얻으며 지지율 2위 정당으로 올라설 것이란 자체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23일 나왔다.

민의당이 지난 18~19일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통합 정당 지지율은 19.2%로, 통합 전 국민의당 지지율인 5.5%서 급격하게 치솟았다. 

같은 경우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7.5%,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1.5%로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여당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하는 셈이다. 

양 당이 통합할 경우 호남 지지율도 2배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전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은 6.0%인 반면, 바른정당과의 통합 정당은 호남서 11.0%의 지지를 얻으며 두자리수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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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