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부산 어린이집 미담 '앞과뒤'

칭찬도 좋지만…딴 데는 엉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5일, 경북 포항서 일어난 지진으로 전국이 들썩였다. 이날 오후 2시30분경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국내서 일어난 지진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 지진으로 16일로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어린이집 안전 문제도 그중 하나다.
 

지난 15일 오후 2시30분 서울 종로구 소재의 한 회사에서 직원들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렸다. 경보음과 함께 도착한 것은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 규모 5.5 지진발생/여진 등 안전에 주의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였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윤모씨는 “재난문자가 온 것과 거의 동시에 미세하게 바닥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시간 포항은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의 지진에 직격탄을 맞은 상태였다.

훈훈한데…

곧이어 SNS를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포항 피해 상황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건물 외벽이 무너져 자동차를 덮친 벽돌, 대학교 건물에 생긴 균열, 갈라진 바닥 등 피해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졌다. 

지진 발생과 동시에 건물서 뛰쳐나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빠르게 유포됐다. 달리는 학생들 뒤로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 누리꾼들은 경악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과 비교해 빨라진 재난문자 발송을 시작으로 정부는 대처에 나섰다. 그 결과 다음날로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주일 연기됐고 이재민들이 모인 포항시 흥해 실내체육관에 사생활 보호용 칸막이 등이 설치됐다. 

전국서 포항 지진으로 시름하는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구호품과 기부금, 자원봉사의 손길도 이어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포항 지진으로 부서진 건물을 복구하고 그 원인을 찾는 등 후속 대처에 한창이다. 이 과정서 CCTV에 촬영된 지진 당시 상황이 방송 보도나 SNS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마트에 있던 점원이 지진이 발생하자 손님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머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장바구니를 씌워준 훈훈한 미담도 드러났다.

자체적으로 헬멧 구입·훈련
‘훌륭한 대응’ 엄지척 이어져

부산의 한 어린이집도 큰 화제가 됐다. 부산의 한 은행 직장 어린이집 원아들은 강력한 지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부상자 없이 무사히 어린이집을 빠져나왔다. 

CCTV 영상에 따르면 서너 살배기 원아들은 파란색 헬멧을 쓰고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줄지어 이동했다. 선생님들은 뒤처지는 아이가 없도록 다독이며 원아들을 안전한 공터로 먼저 이동시켰다. 그리고 흔들림이 잦아들자 가까이에 있던 파출소로 몸을 피했다.

이날 원아들은 낮잠을 자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여명의 원아들과 6명의 선생님들은 지진 발생 5분 만에 근처에 있던 부산 좌천파출소로 몰려갔다.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에도 침착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조치한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행동과 준비성에 박수가 쏟아졌다. 해당 어린이집은 지난해 9월 경주를 덮친 지진 이후 이를 대비할 목적으로 자전거 헬멧을 사기로 했다.

강승은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헬멧을 쓰는 일이 많기 때문에 거부감이 적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자전거 헬멧을 안전모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압축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외피로 된 헬멧은 가벼워 아이들이 쉽게 착용할 수 있고 낙하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어린이집 측은 시중에 판매하는 헬멧이 어린 원아들의 머리에 맞지 않자 직접 제조업체를 찾아 맞춤 제작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평소 정기적으로 지진에 대비해 대피 훈련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아들이 낮잠을 자는 동안 회의 중이던 선생님들은 진동이 느껴지자 재빨리 아이들을 깨웠다. 평소 훈련을 해왔던 원아들은 거부감 없이 헬멧을 쓰고 선생님을 따라 불과 2∼3분 만에 비상 통로를 통해 어린이집 옆 공터로 대피했다.

공터서 잠시 대기하던 어린이집 일행은 흔들림이 멈추자 파출소로 아이들을 데려갔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주변에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된 곳이 없어 파출소에 가면 경찰의 도움과 빠른 지진 정보를 받아 신속한 대처가 가능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 어린이집의 대응이 알려지자 많은 학부모들이 부러움을 표했다.

엄마들이 많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아이들 헬멧까지 씌우고 대피한 어린이집 감동이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이렇게 대비하고 상황이 생겼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정말 훌륭합니다' '마인드 자체가 멋진 것 같아요' '이런 곳이 널리 알려져서 다른 곳도 배웠으면 좋겠어요' '이 어린이집에 우리 딸 보내고 싶네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각에선 해당 어린이집의 대응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한 원장은 “이번 지진서 부산 어린이집의 대응은 완벽했다”면서도 “어린이집의 개별적인 준비가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 차원서 체계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어린이집 55곳 파손·균열
실제 내진률은 파악조차 안 돼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이번 일을 자연재해 상황서 일어난 훈훈한 미담으로 소비할 게 아니라 대책 마련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당 어린이집은 지진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운영비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꾸려 헬멧을 구매했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포항 지진으로 총 55곳의 어린이집이 파손·균열 피해를 입었다. 국공립 어린이집 12곳, 민간 어린이집 34곳, 가정 어린이집 9곳이다. 

학교가 초·중·고등학교를 합쳐 총 135곳이 파손되고 균열된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들은 대개 만6세가 안 되는 유아가 많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는 공공시설물은 물론 민간시설물도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지어졌는지 내진설계 적용률을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내진률 파악조차 되어있지 않다. 현황 파악이 안 돼 있으니 보강 계획 등의 대책 마련도 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국에 어린이집이 4만여곳이나 되고 대부분 민간 어린이집이라 내진률 파악이 어렵다고 했지만 3000여곳에 이르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실태조사도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역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린이집에서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안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실제로는?


이번 지진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어린이집은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진이 오후 시간에 발생했기에 어린이집 원아들이 낮잠을 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진동이 감지된 이후 대책이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대응을 잘한 어린이집을 칭찬하고 못한 어린이집을 질타하는 방법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귀감을 삼을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계기로 해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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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