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극사실화의 대부’ 구자승

사실주의에 담긴 동양의 세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리얼리즘의 거장’ 구자승 작가의 60년 화업을 총망라한 개인전이 서울 한가람미술관에 상륙했다. 구 작가는 ‘극사실화의 대부’라 불릴 만큼 한국 리얼리즘 최고 작가로 평가받는다.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동양적 세계관을 담은 구 작가의 작품을 만나봤다.
 

구자승 작가의 60년 작업세계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서 오는 22일부터 전시된다. 구 작가는 한국 리얼리즘의 최고 작가로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대통령을 포함, 이홍구 국무총리, 한국은행 총재 등 많은 정재계 인사들의 초상화를 제작했다.

독특한 비움

구 작가의 작품에는 대상과 소재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충실히 묘사한다는 점에서 1세기 이전의 사실주의의 미학적 조형성이 숨어있다. 

하지만 이전의 사실주의 회화와 그의 작품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구 작가는 현대라는 시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적인 시각을 놓치지 않고 활용해 작품 속에서 심리적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절제된 구성과 구도, 소재의 집중화, 동양화의 여백 개념에 근거한 그만의 독특한 비움의 표현은 이 시대가 만들어낸 사실주의 작가인 그의 표식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의 작품에는 내적인 사유를 옹호하는 동양적 세계관이 드러난다. 


구 작가의 작품에는 많은 공간이 나타나는데 이는 동양화서 발견할 수 있는 사유 공간 개념에 근거한다.

리얼리즘 최고 작가
60년 화가 인생 망라

마치 이조 백자의 문양 없는 표피처럼 지극히 단순하고 간결한 이미지는, 시간의 흐름이 멈춰있는 것만 같은 순간을 극대화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특히 정물화에는 그가 추구하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 잘 드러난다.

호제 뷰이어 프랑스의 미술비평가는 “구자승의 그림은 한 폭의 추상화를 보는 것 같은 감상을 불러 일으킨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구 작가의 정물화들을 주르바랑으로부터 눈속임기법이 현재 프랑스 화가들까지 이어지는 계보 선상에 놓고 싶다고 전했다. 구 작가가 작품에 담는 유리잔, 도기, 청동 차 주전자, 주철 냄비 등은 시각적 울림이라는 조형적 유사성으로 결합됐다.
 

이들의 한국적 특성은 밥그릇, 찻잔, 단지 등의 등장이나 형상에 의해 드러날 뿐만 아니라 이미 화가의 생각이 투영된 그들 각각의 만남과 조합서 이뤄진다.

구 작가는 “숨을 쉬는 그림, 그 대상들이 주는 더 미세한 호흡을 찾고 싶다. 마치 그려놓은 대상이 무생물체의 큰 덩어리가 아닌 무수한 꿈의 파편들이 부서져 그 잔해의 흔적을 극복하고 온전한 오브제가 되기까지 말이다”라며 “상처투성이의 아픈 심장을 가진 그 정물들을 나는 그림 속에서 치유한다.


정재계 인사 초상화 그려
“한 폭의 추상화” 극찬

가장 깨끗하고 온전한 것으로 표현돼 새로운 힘을 잉태하고 다시 하나의 커다란 힘에 응집되는 새로운 조화와 질서 위에 놓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호제 뷰이어는 “그의 정물은 섬세함, 빛의 반사효과, 약간 낡은 듯한 매력으로 관객에게 일종의 주술을 걸며 우수와 향수 같은 흩어진 상념과 소박한 매력, 미묘한 잔해의 인상을 준다”며 “추억의 공간과 잠들지 않는 꿈의 영역서 항상 재탄생할 차비가 돼 생명감으로 넘쳐 흐른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친근감

구 작가가 표현하려는 ‘사실’의 세계는 지나치기 쉬운 사실 안에서 가장 바른 사실의 긍정, 결코 억압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자기망각의 공간, 결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참 긍정의 꿈의 영역이다.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일상 속의 오브제들이 그의 한평생 동안 어떻게 독창적인 작품으로 재탄생돼왔는지 경험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3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구자승은?]

▲학력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
Ontario College of Arts 졸업

▲전시

세계현대리얼리즘 회화전(동경 미즈꼬시백화점 미술관)외 550여 회 초대전 출품
개인전 16회, 부부전 13회
Miami, Moscova, New York, Beijing, Swiss Basel, Italy, Art Fair 참가


▲수상

몬데칼로 국제 현대미술제 조형예술상
Salong Viole 은상
올해의 최우수예술인상(2010, 서울신문사)
구상미술대제전특별상
오지호 미술상
김형근상
옥조근정 훈장(노무현 대통령)

▲경력

한국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미협 부이사장
신미술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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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