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상한 영전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20 11:03:31
  • 호수 1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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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경험도 없는데…김새는 요원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 국정원의 수상한 인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비서실장이 2개월 만에 해외공작국장으로 영전하는가 하면 위안부 합의에 힘쓴 인사가 일본 공사로 파견된 것.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일요시사>는 국정원의 수상한 승진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26일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원장 재직 시절인 2015년 1월을 시작으로 모두 8차례에 걸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교 책사’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과 위안부 합의를 위한 협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양국 외교채널이 아닌 비선라인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위안부 합의
국정원 주도

같은 당 이수혁 의원도 앞서 지난 9월12일 국회 본회의 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원장 시절 원내에 TF를 만들어 지휘하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한일 양국 협상 과정서 주무부서인 외교부가 철저히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기정 할머니가 노환으로 사망했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들어 벌써 일곱 명의 피해자 할머니들을 떠나보내게 되어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위한부 할머니들을 달랬다. 


같은 날 민주당은 “인간의 생명보다 존엄한 것은 없다. 개인이든 국가 권력이든 그 무엇에게도 상처받고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전임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외교부도 단단히 뿔난 모양새다. 외교부 김효은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2015년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국정원이 주도했다는 의혹 속에 한일 위안부 문제 해결과 피해 보상, 명예 회복의 과제는 절실해지고 있다. 살아 남은 후손들의 역사적 책무”라고 지적했다. 

박 정부 인사 총영사·공사 임명
도대체 왜? 이례적 발령에 뒷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시절이던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가 국회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합의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부의 졸속적이고 굴욕적 이번 합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이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자충수가 불러온 참담한 결과”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 당시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던 점에 비춰 향후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합의의 경우 일본이 군사 대국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로 꼽혔다. 특히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고 있는 위안부 소녀상의 경우 국제적으로 이슈가 될 만큼 일본이 민감하게 받아들인 부분이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승리한 외교라며 자화자찬 했지만 정치권 및 시민단체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합의문에 ‘불가역적·최종적 합의’란 단어가 들어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 정부는 출범부터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했고, 일본은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영사·공사로
사실상 영전

이에 정부는 지난 7월31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를 공식출범했다. 당시 오태규 TF위원장은 “조사 과정서 필요한 관계자는 소속이 어디든 모두 면담하겠다”며 “문서의 소재지가 어디냐는 중요하지 않다. 원칙적으로 모든 걸 검토한다”고 말했다. 

해당 TF는 연내 최종 보고서 도출을 목표로 운영될 예정이다. 

문 정부의 위안부 합의 문제 해결에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합의 당시 국정원 내 TF팀 일원이 영전해 뒷말이 무성하다. 국정원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 분석부서가 위안부 문제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근혜정부서 수상한 승진으로 현재 구설에 오르고 있는 이들은 김옥채 현 후쿠오카 총영사와 이정일 주일공사다. 

이 두 사람은 올해 국감장에 나와 국정원이 TF를 구성해 위안부 합의에 나선 것에 대해 회담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총영사와 이 주일공사는 각각 협상 당시 주일공사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두 사람은 2016년 외교부 인사 당시 발령이 났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상 영전에 가깝다는 평가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국정원의 수상한 승진은 계속됐다는 점이다. 국정원 내부서 도마에 오르고 있는 직원은 현재 일본 대사관 공사로 있는 A씨다. 대사관 직책은 대사·공사·공사참사·참사·1등서기관 순으로 나뉘며 공사의 경우 1급에 해당한다. 

일단 A씨의 인사에 뒷말이 무성한 이유로는 우선 해외공작파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 해외 공작원의 경우 외국에 파견돼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하는데 A씨는 해외분석파트서만 몸담은 것으로 알려진다. 

비서실장서
해외국장으로

국정원 관계자는 “A씨처럼 해외공작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일본 공사로 내정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문재인정부에 맞지 않는 인사”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나 일본은 미국, 중국, 러시아와 함께 우리나라를 둘러싼 4강 중 하나로 인사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A씨의 인사를 두고 문정부의 방침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여성장관 30%를 내세운바 있다. 일종의 여성 할당제를 만들어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장려하겠다는 취지였다. 문 정부는 6명의 여성을 장관으로 임명해 공약을 이행했다. 

하지만 4대 권력기관 내 핵심 보직인사 26명 중 여성은 단 한명도 없었다. 핵심 보직인사 중 여성이 없다는 사실은 지난 8월 경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4대 권력기관에 여성의 요직 진출이 없다는 것이 알려졌다”며 “A씨의 경우 9월 말에서 10월 초경 해외공작부서로 발령이 났다. 분위기상 여성으로서 어드벤테이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상한 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씨의 1년 후배로 알려진 B씨의 인사도 뒷말이 무성하다. B씨는 지난 6월 서훈 국정원장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된다. 비서실장의 경우 1급이다.

비서실장 자체도 좋은 자리지만 B씨는 A씨가 일본 공사로 나간 시점에 해외공작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공작국장은 국정원 파견지를 총괄하는 중책을 맞고 있는 직책으로 직급 상 1급에 해당한다. 


불륜설·여성할당설…진실은?
내부서 불만의 목소리 들끓어

문제는 비서실장으로 자리한지 2∼3달 만에 영전에 가까운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에 국정원 관계자는 “2∼3개월 만에 가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서훈 국정원장의 비서실장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적폐 청산 와중에 말도 안 되는 인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즉, 국정원이 주도했다고 알려진 위안부 TF의 일원이 2급서 1급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 또 그가 자리한 곳은 수 십년 국정원 생활서 자신이 담당한 보직과 맞지 않는 곳이란 점이다.

국정원의 경우 입사 당시 보직이 정해지면 보직이 변경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즉 입사 당시 직렬이 한 번 정해지면 퇴직 시까지 바뀌지 않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징계 및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부서에 발령 내는 경우는 있다”며 A씨의 인사가 이례적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A씨와 B씨가 부적절한 관계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B씨의 1년 선배로 알려지는데 결혼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연히도 이번 인사로 A씨와 B씨는 업무 상 얽히는 관계가 됐다. A씨는 일본 공사로 나가 있고, B씨는 해외공작국장이라는 점에서 B씨가 A씨의 뒤를 봐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해외경험 전무
일본 공사로?

<일요시사>는 일련의 국정원 인사 및 소문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실에 사실관계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 관계자는 “정보기관 구성원의 신원 사항이나 인사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해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 정부 국정원장 잔혹사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을 받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직 국정원장 2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사유에 대해 “피의자에 대해 범행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중요부분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남 전 원장은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 혐의를, 이 전 원장에게는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금지)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원장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총 40여억원 가량을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로 상납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전직 국정원장 조사를 마무리한 뒤 상납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기 및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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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