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바른정당의 분당으로 정치권에 합종연횡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바른정당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민주당·바른정당의 국민의당 쟁탈전을 살펴봤다.
현재 정치권 정계개편의 핵심은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이다. 지난 14일 바른정당 유승민 신임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한 자리서 “국민의당과 많은 부분서 생각이 일치한다”며 통합 논의에 불씨를 지폈다.
주도권 쥔 국당
같은 자리서 안 대표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라며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 깊은 논의와 협력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양당은 현재 정책연대까지는 합의한 상황이고 나아가 선거연대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다. 연대 수순을 밟고 있는 양 당이지만 현재는 바른정당이 좀 더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바른정당은 20명 의원 중 9명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었다. 바른정당 입장에선 세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민의당 입장서도 의석수와 세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사 바른정당과 통합에 실패하더라도 원내 제3정당이라는 현실적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바른정당에게는 국민의당과의 연대가 생존이 걸린 문제인 셈이다.
양당 통합에 있어 걸림돌은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로 꼽힌다.
박지원 전 대표는 유승민 대표에게 “YS(고 김영삼 전 대통령)식 3당 통합 제의를 국민의당에 안 해주시길 바란다”며 노골적으로 통합 논의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실제 원내 사령탑인 김동철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뜻을 두고 있는 안 대표 입장서 호남계 의원들의 반발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아울러 호남 의원들이 민주당과의 연대 및 합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도 ‘자강’을 강조하는 안 대표에게는 부담으로 작용된다.
최근에는 민주당도 국민의당에 손을 내미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여하는 ‘2+2+2 회동’을 거듭 제안했다.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적폐 청산’ 연대 구성을 요구한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오전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낡은 과거 결별, 적폐 청산 연대의 큰 물줄기 속에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혁과 민생의 길에 여야가 함께 동행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 염원에 부합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적폐 청산을 두고 정치보복이라고 한 데 대한 견제의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민주당 중심의 적폐청산 행보에 있어 한국당을 제외한 야권의 도움을 청함으로써 적폐 청산에 추진력을 얻기 위한 계획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분당 후 존재감↑최후의 선택은?
심상찮은 합종연횡…러브콜 ‘안심’ 어디로?
당 지도부 차원의 적폐 청산 연대뿐만 아니라 민주당 일각에선 국민의당과의 연대와 통합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중진인 설훈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우리 당내에도 국민의당과 합치는 부분에 대해 반대가 굉장히 많다”면서도 “국민의당과 우리가 같은 뿌리이기 때문에 함께 합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올 연말 안에 함께하는 것이 국민 보기에도 좋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같은 당 우상호 의원도 “이제는 서로 손을 잡을 때가 됐다”며 “당장은 못 해도 물밑서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양당의 통합의 최대 걸림돌은 안 대표다. 안 대표는 자강을 기본으로 한 제3 독자노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여권과의 통합에는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내부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점점 불어나는 자유한국당 의석수에 있다. 바른정당 탈당파의 자유한국당 합류로 자유한국당은 115석의 의석을 확보하게 됐다. 여당과는 불과 6석 차이에 불과한 셈이다.
만약 바른정당 자강파 의원들이 한국당에 합류할 경우 민주당은 제1당의 위치도 위협받게 된다. 제1당은 국회의장 자리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제2기 국회의장 자리도 한국당에 뺏길 우려가 있는 셈이다.
자칫 보수 세 확장에 나선 한국당과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정국 주도권을 뺏길 우려도 있다.
당장은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낙관하고 있지만 만약 적폐 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에 갖힐 경우 상황은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내년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낙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민의당과의 통합과 연대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 분출되는 이유도 향후 정국을 낙관하기만은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등 중요 인사과 관련해 민주당에 각을 세웠다. 당시 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낙마로 민주당 지도부는 내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채택을 거부해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홍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와 관련해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채택 무산 책임은 근본적으로 언행불일치·표리부동·내로남불의 역대급 부적격자를 지명한 청와대에 있고 청문회는 이런 부적격자를 걸러내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역대급 부적격자를 내놓은 것을 먼저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염치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인사와 관련해 국민의당이 비토를 할 경우 민주당은 손쓸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통합한다면 민주당은 160여석에 이르는 과반을 넘는 정당이 됨과 동시에 인사·예산과 관련해 야당의 견제도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다.
민주당 왜?
최근 일련의 정국개편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당이 자강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민주당 혹은 바른정당과 연대에 나설 것”이라며 “향후 국민의당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