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국민의당 쟁탈전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20 10:53:32
  • 호수 1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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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 찝쩍 저기서 찝쩍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바른정당의 분당으로 정치권에 합종연횡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바른정당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민주당·바른정당의 국민의당 쟁탈전을 살펴봤다.   
 

현재 정치권 정계개편의 핵심은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이다. 지난 14일 바른정당 유승민 신임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한 자리서 “국민의당과 많은 부분서 생각이 일치한다”며 통합 논의에 불씨를 지폈다. 

주도권 쥔 국당

같은 자리서 안 대표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라며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 깊은 논의와 협력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양당은 현재 정책연대까지는 합의한 상황이고 나아가 선거연대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다. 연대 수순을 밟고 있는 양 당이지만 현재는 바른정당이 좀 더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바른정당은 20명 의원 중 9명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었다. 바른정당 입장에선 세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민의당 입장서도 의석수와 세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사 바른정당과 통합에 실패하더라도 원내 제3정당이라는 현실적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바른정당에게는 국민의당과의 연대가 생존이 걸린 문제인 셈이다. 

양당 통합에 있어 걸림돌은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로 꼽힌다. 

박지원 전 대표는 유승민 대표에게 “YS(고 김영삼 전 대통령)식 3당 통합 제의를 국민의당에 안 해주시길 바란다”며 노골적으로 통합 논의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실제 원내 사령탑인 김동철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뜻을 두고 있는 안 대표 입장서 호남계 의원들의 반발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아울러 호남 의원들이 민주당과의 연대 및 합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도 ‘자강’을 강조하는 안 대표에게는 부담으로 작용된다.  
 

최근에는 민주당도 국민의당에 손을 내미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여하는 ‘2+2+2 회동’을 거듭 제안했다.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적폐 청산’ 연대 구성을 요구한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오전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낡은 과거 결별, 적폐 청산 연대의 큰 물줄기 속에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혁과 민생의 길에 여야가 함께 동행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 염원에 부합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적폐 청산을 두고 정치보복이라고 한 데 대한 견제의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민주당 중심의 적폐청산 행보에 있어 한국당을 제외한 야권의 도움을 청함으로써 적폐 청산에 추진력을 얻기 위한 계획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분당 후 존재감↑최후의 선택은?
심상찮은 합종연횡…러브콜 ‘안심’ 어디로?

당 지도부 차원의 적폐 청산 연대뿐만 아니라 민주당 일각에선 국민의당과의 연대와 통합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중진인 설훈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우리 당내에도 국민의당과 합치는 부분에 대해 반대가 굉장히 많다”면서도 “국민의당과 우리가 같은 뿌리이기 때문에 함께 합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올 연말 안에 함께하는 것이 국민 보기에도 좋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같은 당 우상호 의원도 “이제는 서로 손을 잡을 때가 됐다”며 “당장은 못 해도 물밑서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양당의 통합의 최대 걸림돌은 안 대표다. 안 대표는 자강을 기본으로 한 제3 독자노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여권과의 통합에는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내부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점점 불어나는 자유한국당 의석수에 있다. 바른정당 탈당파의 자유한국당 합류로 자유한국당은 115석의 의석을 확보하게 됐다. 여당과는 불과 6석 차이에 불과한 셈이다.  

만약 바른정당 자강파 의원들이 한국당에 합류할 경우 민주당은 제1당의 위치도 위협받게 된다. 제1당은 국회의장 자리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제2기 국회의장 자리도 한국당에 뺏길 우려가 있는 셈이다. 
 

자칫 보수 세 확장에 나선 한국당과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정국 주도권을 뺏길 우려도 있다. 

당장은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낙관하고 있지만 만약 적폐 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에 갖힐 경우 상황은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내년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낙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민의당과의 통합과 연대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 분출되는 이유도 향후 정국을 낙관하기만은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등 중요 인사과 관련해 민주당에 각을 세웠다. 당시 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낙마로 민주당 지도부는 내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채택을 거부해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홍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와 관련해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채택 무산 책임은 근본적으로 언행불일치·표리부동·내로남불의 역대급 부적격자를 지명한 청와대에 있고 청문회는 이런 부적격자를 걸러내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역대급 부적격자를 내놓은 것을 먼저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염치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인사와 관련해 국민의당이 비토를 할 경우 민주당은 손쓸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통합한다면 민주당은 160여석에 이르는 과반을 넘는 정당이 됨과 동시에 인사·예산과 관련해 야당의 견제도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다.

민주당 왜?

최근 일련의 정국개편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당이 자강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민주당 혹은 바른정당과 연대에 나설 것”이라며 “향후 국민의당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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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