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정원 흡수설’ 내막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 아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찰이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정보 수집·분석 부서를 흡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이 ‘특수활동비’ 문제로 해체까지 거론되는 상황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경찰청이 TF를 미리 가동하고 나선 것은 권한과 역할을 확대하고자 하는 경찰 스스로의 의지를 담은 조치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경찰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정원이 어느 기관으로 업무를 이관할지는 확정하지 않는 상태. 그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은 이재만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대통령 제2부속비서관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원이 든 가방을 매달 청와대 인근서 건네받은 단서를 포착해 지난달 31일 이들을 체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관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이 4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수비 논란
국정원 몰락

또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이 전 비서관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국회 운영위서 “국정원이 쓰는 예산 중 불투명한 것이 많다. 베일에 싸여 있는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의 견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또 “각 부처에 국정원이 계상한 특수활동비가 대표적인 불투명 예산”이라며 “국정원 예산이면 국정원 예산으로 편입해서 써야지, 각 부처에 숨어 있는 예산은 안 된다”고도 한 바 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돈의 실체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영수증을 첨부할 필요도 없고 사용 내역에 대한 검증 없이 총액 결산 정도만 이뤄진다. 

사실상 견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또 투명하지 않은 집행 절차 때문에 언제든 ‘검은돈’으로 전락할 여지가 있다.

지난해 국정원은 4862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배정받았다. 정부 특수활동비(8870억원)의 약 55%에 해당하는 액수다. 올해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4930억원이다. 국정원 예산은 모두 특수활동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정부 부처에 정보비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까지 합하면 1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부처 특수활동비 중 상당액은 국정원이 관리하고 있다. 가령 2015년 경찰청 특수활동비의 68%가 국정원 정보비라는 것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특수활동비 둘러싼 ‘눈먼 나랏돈’ 비판
국감서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지 않냐”

경찰 전체 특수활동비 1289억여원 중 약 876억원을 국정원으로부터 지원받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정원은 그간 국기기밀이라며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전 정권서 청와대가 국정원으로부터 얼마의 특수활동비를 받아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또 청와대가 일회성으로 특수활동비를 받아왔는지, 지금처럼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는지도 궁금증으로 남아 있다. 
 

당시의 검찰수사 결과와 관련 보도들로 당시 정황을 미루어 종합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의혹만 무성했을 뿐 실체가 밝혀진 적은 없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눈먼 나랏돈’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는 가운데 국정원 기관 국정감사 현장서 “국정원 존립이 어려울 정도의 일탈이 일어났는데 차라리 국정원을 해체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타가 나왔다.

여야 정보위원회 간사는 지난 2일 오후 국정원에 대한 비공개 기관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도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국정농단과 관련해 국정원이 개입된 것에 대해 통렬한 반성을 요구했고 이 반성 위에 새로운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체하라”
조직개편 단행

서훈 국정원장은 이에 대해 “현 상황을 무겁고 참담히 받아들인다”며 “적폐를 청산하고 국정원을 정권과 상관없이 철저히 조사하고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이제까지 드러난 문제들은 국민들 앞에 공개하고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후 다시 태어나는 수순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정치적인 모든 행위와 절연하고, 정권의 비호 기관이 아니라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기관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국민의당 의원을 중심으로 “차라리 국정원을 폐지하는 게 낫지 않느냐” “국정원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게 낫지 않느냐” 등의 지적이 제기된 데 대해 “현재 국정원법을 폐지하는 것보다는 개정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서 원장은 “일탈 행위, 적폐 등의 발생 원인이 무엇이냐”는 정보위 질의에 대해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문제가 가장 크다”며 “정보기관을 권력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일탈 행위의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서 원장은 “국정원 내 준법의식의 부재도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원장 취임 당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 폐지’를 약속한 서 원장은 “대공 수사 기능은 현재 국정원이 보유한 역량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다른 곳으로 이관하는 것이 맞다”며 “과거 국정원이 작성해 온 존안 카드의 경우도 국민 정보 수집 폐지로 현재 작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대북 정보활동과 방첩 분야 활동을 강화하고, 테러 위협 대응 등 국민 안전과 국익 보호에 만전을 기하되 국내 정보는 수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회 노리고…
내부 TF 구성

국정원은 국내정치와 절연하고 순수 안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국내 정보담당관(IO)을 폐지하고 그동안 국내정보를 담당했던 2차장을 방첩업무 등을 담당하는 3차장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1차장은 ‘해외차장’ 2차장은 ‘북한차장’ 3차장은 ‘방첩차장’으로 조직편제를 바꿔 ‘국내차장’이란 명칭을 삭제했다. 그러나 아직 국정원이 어느 기관으로 국내 정보 수집과 대공 수사 업무를 이관할지는 확정하지 않는 상태다.

이에 발맞춰 경찰이 움직였다. 경찰이 국가정보원에서 폐지한 국내 정보 수집·분석 부서를 흡수할 ‘인수준비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의 국내 정보파트를 실질적으로 경찰이 가져와야 한다”며 “현재 자체적으로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표 정보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TF는 약 한달 전 출범했다. 과별 실무자들 5~6명이 참여해 외국사례 등에 대해 자료를 수집, 역량을 강화하고 부서 편재를 달리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TF에서는 부적절한 정치 개입 의혹에 휩싸인 국정원이 대공 수사 기능 등을 이관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인력 흡수를 감안한 조직 개편과 전문인력 양성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이 TF를 미리 가동하고 나선 것은 권한과 역할을 확대하고자 하는 경찰 스스로의 의지를 담은 조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번 경찰청 국감서도 이와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나왔다.

여당의 한 정보위원은 “경찰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TF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빠른 통합 움직임
이미 인수준비팀 운영?

다른 정보위원은 “경찰이 국정원서 하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만한 인력과 능력을 갖췄는지 잘 모르겠다”며 “일부 정보 업무를 이관받을 것으로 미리 상정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한 정보위원은 “경찰이 국정원 대신 특정 업무를 맡을 경우 여전히 직무 범위서 벗어나는 정보를 수집하고 임의 가공해 독점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 내부에 위법성을 검증하고 통제할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TF를 통해 국정원 개혁에 따른 경찰 체제 개편의 대안을 연구할 계획”이라며 “정보 업무에 공백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 대공 수사 파트 이관은 국정원법 등 관련 법령 정비와 기구 개편 등이 전제돼야 하는 것으로 일차적으로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경찰이 대통령 공약을 앞세워 지나치게 무리한 행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 대공 수사 분야의 조직 규모, 인력 배치, 수사 범위 등은 3급 이상의 비밀로 경찰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경찰은 일단 대공수사권이 이관되기만 하면 시행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미 국정원과 별개로 경찰 보안과서 단독으로 대공 수사를 진행했고 필요할 때 국정원과 공조하는 식이었다”며 “검찰서 수사권을 가져오는 ‘수사권 분리’와는 성격이 달라 경찰과 국정원 사이에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의 문턱을 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 야당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무리한 행보
힘든 여정이…

현재 국정원법 제3조에는 국정원의 직무로 ‘형법 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 부정 사용의 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가 명시돼있다.

한 변호사는 “법 개정이 필요하고 현 정부가 검찰 개혁에 집중하는 만큼 이후에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먼저 국정원 대선 개입 등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꾸려 시민들에게 국정원 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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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