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정원 흡수설’ 내막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 아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찰이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정보 수집·분석 부서를 흡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이 ‘특수활동비’ 문제로 해체까지 거론되는 상황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경찰청이 TF를 미리 가동하고 나선 것은 권한과 역할을 확대하고자 하는 경찰 스스로의 의지를 담은 조치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경찰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정원이 어느 기관으로 업무를 이관할지는 확정하지 않는 상태. 그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은 이재만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대통령 제2부속비서관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원이 든 가방을 매달 청와대 인근서 건네받은 단서를 포착해 지난달 31일 이들을 체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관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이 4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수비 논란
국정원 몰락

또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이 전 비서관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국회 운영위서 “국정원이 쓰는 예산 중 불투명한 것이 많다. 베일에 싸여 있는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의 견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또 “각 부처에 국정원이 계상한 특수활동비가 대표적인 불투명 예산”이라며 “국정원 예산이면 국정원 예산으로 편입해서 써야지, 각 부처에 숨어 있는 예산은 안 된다”고도 한 바 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돈의 실체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영수증을 첨부할 필요도 없고 사용 내역에 대한 검증 없이 총액 결산 정도만 이뤄진다. 

사실상 견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또 투명하지 않은 집행 절차 때문에 언제든 ‘검은돈’으로 전락할 여지가 있다.

지난해 국정원은 4862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배정받았다. 정부 특수활동비(8870억원)의 약 55%에 해당하는 액수다. 올해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4930억원이다. 국정원 예산은 모두 특수활동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정부 부처에 정보비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까지 합하면 1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부처 특수활동비 중 상당액은 국정원이 관리하고 있다. 가령 2015년 경찰청 특수활동비의 68%가 국정원 정보비라는 것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특수활동비 둘러싼 ‘눈먼 나랏돈’ 비판
국감서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지 않냐”

경찰 전체 특수활동비 1289억여원 중 약 876억원을 국정원으로부터 지원받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정원은 그간 국기기밀이라며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전 정권서 청와대가 국정원으로부터 얼마의 특수활동비를 받아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또 청와대가 일회성으로 특수활동비를 받아왔는지, 지금처럼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는지도 궁금증으로 남아 있다. 
 

당시의 검찰수사 결과와 관련 보도들로 당시 정황을 미루어 종합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의혹만 무성했을 뿐 실체가 밝혀진 적은 없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눈먼 나랏돈’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는 가운데 국정원 기관 국정감사 현장서 “국정원 존립이 어려울 정도의 일탈이 일어났는데 차라리 국정원을 해체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타가 나왔다.

여야 정보위원회 간사는 지난 2일 오후 국정원에 대한 비공개 기관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도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국정농단과 관련해 국정원이 개입된 것에 대해 통렬한 반성을 요구했고 이 반성 위에 새로운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체하라”
조직개편 단행

서훈 국정원장은 이에 대해 “현 상황을 무겁고 참담히 받아들인다”며 “적폐를 청산하고 국정원을 정권과 상관없이 철저히 조사하고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이제까지 드러난 문제들은 국민들 앞에 공개하고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후 다시 태어나는 수순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정치적인 모든 행위와 절연하고, 정권의 비호 기관이 아니라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기관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국민의당 의원을 중심으로 “차라리 국정원을 폐지하는 게 낫지 않느냐” “국정원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게 낫지 않느냐” 등의 지적이 제기된 데 대해 “현재 국정원법을 폐지하는 것보다는 개정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서 원장은 “일탈 행위, 적폐 등의 발생 원인이 무엇이냐”는 정보위 질의에 대해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문제가 가장 크다”며 “정보기관을 권력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일탈 행위의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서 원장은 “국정원 내 준법의식의 부재도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원장 취임 당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 폐지’를 약속한 서 원장은 “대공 수사 기능은 현재 국정원이 보유한 역량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다른 곳으로 이관하는 것이 맞다”며 “과거 국정원이 작성해 온 존안 카드의 경우도 국민 정보 수집 폐지로 현재 작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대북 정보활동과 방첩 분야 활동을 강화하고, 테러 위협 대응 등 국민 안전과 국익 보호에 만전을 기하되 국내 정보는 수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회 노리고…
내부 TF 구성

국정원은 국내정치와 절연하고 순수 안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국내 정보담당관(IO)을 폐지하고 그동안 국내정보를 담당했던 2차장을 방첩업무 등을 담당하는 3차장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1차장은 ‘해외차장’ 2차장은 ‘북한차장’ 3차장은 ‘방첩차장’으로 조직편제를 바꿔 ‘국내차장’이란 명칭을 삭제했다. 그러나 아직 국정원이 어느 기관으로 국내 정보 수집과 대공 수사 업무를 이관할지는 확정하지 않는 상태다.

이에 발맞춰 경찰이 움직였다. 경찰이 국가정보원에서 폐지한 국내 정보 수집·분석 부서를 흡수할 ‘인수준비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의 국내 정보파트를 실질적으로 경찰이 가져와야 한다”며 “현재 자체적으로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표 정보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TF는 약 한달 전 출범했다. 과별 실무자들 5~6명이 참여해 외국사례 등에 대해 자료를 수집, 역량을 강화하고 부서 편재를 달리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TF에서는 부적절한 정치 개입 의혹에 휩싸인 국정원이 대공 수사 기능 등을 이관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인력 흡수를 감안한 조직 개편과 전문인력 양성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이 TF를 미리 가동하고 나선 것은 권한과 역할을 확대하고자 하는 경찰 스스로의 의지를 담은 조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번 경찰청 국감서도 이와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나왔다.

여당의 한 정보위원은 “경찰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TF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빠른 통합 움직임
이미 인수준비팀 운영?

다른 정보위원은 “경찰이 국정원서 하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만한 인력과 능력을 갖췄는지 잘 모르겠다”며 “일부 정보 업무를 이관받을 것으로 미리 상정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한 정보위원은 “경찰이 국정원 대신 특정 업무를 맡을 경우 여전히 직무 범위서 벗어나는 정보를 수집하고 임의 가공해 독점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 내부에 위법성을 검증하고 통제할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TF를 통해 국정원 개혁에 따른 경찰 체제 개편의 대안을 연구할 계획”이라며 “정보 업무에 공백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 대공 수사 파트 이관은 국정원법 등 관련 법령 정비와 기구 개편 등이 전제돼야 하는 것으로 일차적으로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경찰이 대통령 공약을 앞세워 지나치게 무리한 행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 대공 수사 분야의 조직 규모, 인력 배치, 수사 범위 등은 3급 이상의 비밀로 경찰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경찰은 일단 대공수사권이 이관되기만 하면 시행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미 국정원과 별개로 경찰 보안과서 단독으로 대공 수사를 진행했고 필요할 때 국정원과 공조하는 식이었다”며 “검찰서 수사권을 가져오는 ‘수사권 분리’와는 성격이 달라 경찰과 국정원 사이에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의 문턱을 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 야당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무리한 행보
힘든 여정이…

현재 국정원법 제3조에는 국정원의 직무로 ‘형법 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 부정 사용의 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가 명시돼있다.

한 변호사는 “법 개정이 필요하고 현 정부가 검찰 개혁에 집중하는 만큼 이후에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먼저 국정원 대선 개입 등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꾸려 시민들에게 국정원 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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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