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분당 후폭풍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13 10:44:03
  • 호수 1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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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11명은 어디로 갈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바른정당이 분당을 맞으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보수 정통성 대결서 바른정당이 백기를 든 가운데 바른정당발 정계개편 파장이 여야 전반에 미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가능성부터 시작해 한국당 내 권력 암투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는 바른정당이 쏜 정계개편 신호탄으로 향후 정국을 점쳐봤다.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9명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이날 김영우 의원은 “대한민국 보수가 작은 강물로 나뉘지 않고 큰 바다서 만나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다”며 “우리가 보수대통합의 길로 먼저 가겠다”고 말해 탈당을 공식화했다. 

집단 탈당
보수대통합?

이로써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탈당 행렬에는 원내 의원들뿐만 원외 인사들도 동참했다. 바른정당 원외 당협위원장과 기초·광역의원 48명은 지난 8일 동반 탈당을 선언해 바른정당은 사실상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다만 잔류파 의원들의 중도보수 통합 추진 합의를 계기로 바른정당은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9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당 대표 후보 연석회의서 권오을 최고위원은 “탈당 사태 이후 조금 혼란스러웠던 당내 분위기가 안정돼 간다”며 “13일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여러분의 기대 이상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중도보수통합 추진위 간사를 맡은 유의동 의원은 지난 8일 “당은 중도 플러스 보수대통합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며 “12월 중순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도보수통합 추진은 새 지도구 구성 이후 한 달 내로 추진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통합 방식은 추후 논의를 거쳐 정해질 방침이다. 일단 자강론을 외치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13일 전당댕회서 대표로 선출)이 통합 추진에 한발짝 양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당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일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 공식적으로 복당했다. 

바른정당 탈당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무성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 직후 “서로 간 생각 차이와 과거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보수대통합의 대열에 참여하게 된 것을 크게,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을 반겼다. 

홍 대표는 “아직 정치적 앙금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그 앙금을 해소하고 좌파정부의 폭주를 막아달라는 국민적 여망으로 우리가 다시 뭉치게 됐다”며 “힘을 합쳐서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전날 홍 대표는 바른정당 잔류파 의원들의 ‘추가 복당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나머지 바른정당 분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득하기 어렵다”며 “이제 문을 닫고 내부화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탈당을 선언한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은 받아들이지만 나머지 11명은 추후 복당을 희망해도 받지 않겠다는 취지다. 

친박 청산 솔솔
친홍-친김 내전

정치권에선 김무성 의원 등 탈당파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이 어떤 정치적 시너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국당은 친박 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제명이라는 산을 넘었지만 서청원·최경원으로 대표되는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의 제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홍 대표는 연일 친박 진영에 대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잔박(잔류친박)들의 정치생명만 단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원색 비난했다. 

하지만 두 의원을 비롯한 친박 청산이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다. 

당내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총 소집권한이 있는 정 원내대표도 이들 의원을 제명하기 위한 의총 개최에 소극적인 점도 친박 청산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홍 대표가 ‘여론전’을 통해 친박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서 복당한 의원들은 그의 훌륭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한국당에 복당한 황영철 의원은 TBS라디오에 출연해 ‘이들 의원 제명을 위해 복당파 의원 9명이 노력하겠느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 같다. 다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친박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당분간은 기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적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을 겨냥해 “총선 참패, 대통령 탄핵 주도, 탈당으로 인해 대선까지 치렀다”며 “서·최 의원과 김 의원이 다른 것은 홍 대표에게 줄을 서냐, 안 서느냐일 뿐이다. 그래서 홍준표의 사당화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일각에선 내달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친 홍준표-친 김무성-친 박근혜’로 조각 난 계파들 사이에 혈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달 16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 당내에서는 과거 비박(비 박근혜)계로 김무성 의원의 최 측근으로 거론되는 3선의 김성태 의원, 친박계 홍문종 의원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친박 청산이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홍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손을 잡고 김성태 의원을 지원하는 그림도 그려진다. 다만 앞서 한국당을 박차고 나가 바른정당을 세웠던 1등 공신인 김 의원이 한국당에 복당을 했지만 확장성은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9명 한국당 복당으로 정치권 요동
홍-김 연대전선…긴장하는 친박계 

이밖에 홍 대표와 김 의원이 현재는 친박 청산을 기치로 전략적 연대에 나서고 있지만 지방선거 공천권 및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양 계파는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도 높다. 

즉 김 의원의 복당이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를 가져와 당이 내분에 휩싸일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홍-김' 두 사람이 권력을 놓고 싸우지는 않겠지만 당내 선거부터 시작해 지방선거까지 두 계파는 권력쟁탈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9명 복당으로 일단 한국당은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116명으로 여당인 민주당(121석)과는 단 5석 차이다. 만약 바른정당 의원 중 추가 탈당자가 나오면 한국당은 민주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특히 120석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국회선진화법의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을 독자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 관련 쟁점법안 상정을 사실상 모두 거부할 수 있는 숫자다. 또한 제 1당에 오르면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도 가져올 수 있다.


한국당 의원이 국회의장에 오르면 국회 운영 주도권도 자연스럽게 한국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관건은 지지율이다. 현재 민주당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독주체제’다.

한국당 내부서도 당장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메시지는 좋을지 몰라도 메신저가 좋지 않다”고 말해 에둘러 상황을 표현했다. 즉 홍 대표나 김 의원에 대한 보수층의 부정적 평가가 쉽게 바뀌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잔류파 과연
어디로 갈까?

이번 바른정당 탈당파의 한국당 복당은 국민의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른정당에 잔류파만 남음으로써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국민의당에선 친안(친 안철수)계를 중심으로 바른정당과 통합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바른정당 잔류파도 국민의당과 통합의 문을 닫지 않았다고 화답했다. 
 

양 당 통합에 대해 안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지난 9일 “여전히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오히려 바른정당 창당 정신 또는 개혁 지향성은 여전히 당에 남은 분들한테 정당성, 정통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합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두 당 의원들의 국민통합포럼 조찬 모임서 “국민의당과 정책 공조, 선거연대는 이미 하기로 했고, 실행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통합의 가능성까지 열어둔 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실질적 대주주인 유승민 의원도 “명분 있는 중도보수 개혁세력 통합은 오래 전부터 일관되게 한다고 얘기했었다”고 말해 통합론에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두 당 모두 ‘개혁’을 중도개혁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탈당의 재결합보다 통합 명분 싸움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론이 분출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바른정당은 원내 영향력, 국고보조금 문제 등 비교섭단체로 전락한 처지를 극복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안 대표 입장에선 바른정당 잔류파와 통합으로 중도·보수 대표주자로 거듭나고 지지 기반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이는 당장의 정계개편이 아니라 차기 총선과 대선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인다. 특히 햇볕정책에 대한 무언급, 대북 강경 기조 등 바른정당과 정책적 교집합을 넓히는 행보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원내 제1당 위협…민주당 플랜은?
국당-바른 잔류파 합당 논의 솔솔 

다만, 당내 반발은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넘어야만 할 산이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통합 움직임을 보이는 안 대표에 대해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을 중단키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박주현 의원은 “사당화와 우경화를 초래한 안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바른정당 분당으로 민주당도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특히 한국당이 원내 1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민의당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당과)이제는 서로 손을 잡을 때가 됐다. 그래서 당장은 못 해도 물밑에서 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금 121석의 여당으로는 이번 정기국회서도 그냥 빈손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 분당했었던 아픔은 있지만 문 대통령의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정체성이 유사한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 모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국민의당 동교동계가 주축을 이룬 고문단이 민주당과 연대·통합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양당의 결합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 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이 개별적인 이동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긴장
국당은 내홍

모 대학 정치학과교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대해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당대당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아 있는 잔류파하고 무슨 당대당 통합을 하겠느냐”며 “안철수 대표 중심의 국민의당이 정체성을 확보하고 바른정당서 개별적으로 입당하는 것은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 앞에 국민의당 중심의 제3 중도 개혁 정당을 내놓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내교섭단체 지위는?

원내교섭단체란 국회서 의원이 의사진행에 관한 중요한 안건을 종합하고 합의해 사전에 교섭하기 위해 일정한 수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된 의원단체를 말한다. 소속의원 20인 이상의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정당 단위가 아니라도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20인 이상의 의원은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국회 총무회담에 참여, 국고보조금 지원, 국회 운영 및 의사일정 협의, 위원회 위원 선임 및 개선 요청, 발언자의 수·발언 시간 및 발언 순서 협의 등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교섭단체 구성요건은 국회의원 20인 이상으로 시작해 6∼8대 국회 때 10인으로 완화됐다가 유신체제 이후 국회부터 20인으로 바뀌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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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