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분당 후폭풍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13 10:44:03
  • 호수 1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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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11명은 어디로 갈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바른정당이 분당을 맞으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보수 정통성 대결서 바른정당이 백기를 든 가운데 바른정당발 정계개편 파장이 여야 전반에 미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가능성부터 시작해 한국당 내 권력 암투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는 바른정당이 쏜 정계개편 신호탄으로 향후 정국을 점쳐봤다.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9명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이날 김영우 의원은 “대한민국 보수가 작은 강물로 나뉘지 않고 큰 바다서 만나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다”며 “우리가 보수대통합의 길로 먼저 가겠다”고 말해 탈당을 공식화했다. 

집단 탈당
보수대통합?

이로써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탈당 행렬에는 원내 의원들뿐만 원외 인사들도 동참했다. 바른정당 원외 당협위원장과 기초·광역의원 48명은 지난 8일 동반 탈당을 선언해 바른정당은 사실상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다만 잔류파 의원들의 중도보수 통합 추진 합의를 계기로 바른정당은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9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당 대표 후보 연석회의서 권오을 최고위원은 “탈당 사태 이후 조금 혼란스러웠던 당내 분위기가 안정돼 간다”며 “13일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여러분의 기대 이상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중도보수통합 추진위 간사를 맡은 유의동 의원은 지난 8일 “당은 중도 플러스 보수대통합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며 “12월 중순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도보수통합 추진은 새 지도구 구성 이후 한 달 내로 추진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통합 방식은 추후 논의를 거쳐 정해질 방침이다. 일단 자강론을 외치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13일 전당댕회서 대표로 선출)이 통합 추진에 한발짝 양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당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일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 공식적으로 복당했다. 

바른정당 탈당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무성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 직후 “서로 간 생각 차이와 과거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보수대통합의 대열에 참여하게 된 것을 크게,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을 반겼다. 

홍 대표는 “아직 정치적 앙금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그 앙금을 해소하고 좌파정부의 폭주를 막아달라는 국민적 여망으로 우리가 다시 뭉치게 됐다”며 “힘을 합쳐서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전날 홍 대표는 바른정당 잔류파 의원들의 ‘추가 복당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나머지 바른정당 분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득하기 어렵다”며 “이제 문을 닫고 내부화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탈당을 선언한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은 받아들이지만 나머지 11명은 추후 복당을 희망해도 받지 않겠다는 취지다. 

친박 청산 솔솔
친홍-친김 내전

정치권에선 김무성 의원 등 탈당파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이 어떤 정치적 시너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국당은 친박 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제명이라는 산을 넘었지만 서청원·최경원으로 대표되는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의 제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홍 대표는 연일 친박 진영에 대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잔박(잔류친박)들의 정치생명만 단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원색 비난했다. 

하지만 두 의원을 비롯한 친박 청산이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다. 

당내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총 소집권한이 있는 정 원내대표도 이들 의원을 제명하기 위한 의총 개최에 소극적인 점도 친박 청산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홍 대표가 ‘여론전’을 통해 친박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서 복당한 의원들은 그의 훌륭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한국당에 복당한 황영철 의원은 TBS라디오에 출연해 ‘이들 의원 제명을 위해 복당파 의원 9명이 노력하겠느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 같다. 다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친박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당분간은 기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적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을 겨냥해 “총선 참패, 대통령 탄핵 주도, 탈당으로 인해 대선까지 치렀다”며 “서·최 의원과 김 의원이 다른 것은 홍 대표에게 줄을 서냐, 안 서느냐일 뿐이다. 그래서 홍준표의 사당화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일각에선 내달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친 홍준표-친 김무성-친 박근혜’로 조각 난 계파들 사이에 혈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달 16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 당내에서는 과거 비박(비 박근혜)계로 김무성 의원의 최 측근으로 거론되는 3선의 김성태 의원, 친박계 홍문종 의원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친박 청산이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홍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손을 잡고 김성태 의원을 지원하는 그림도 그려진다. 다만 앞서 한국당을 박차고 나가 바른정당을 세웠던 1등 공신인 김 의원이 한국당에 복당을 했지만 확장성은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9명 한국당 복당으로 정치권 요동
홍-김 연대전선…긴장하는 친박계 

이밖에 홍 대표와 김 의원이 현재는 친박 청산을 기치로 전략적 연대에 나서고 있지만 지방선거 공천권 및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양 계파는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도 높다. 

즉 김 의원의 복당이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를 가져와 당이 내분에 휩싸일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홍-김' 두 사람이 권력을 놓고 싸우지는 않겠지만 당내 선거부터 시작해 지방선거까지 두 계파는 권력쟁탈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9명 복당으로 일단 한국당은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116명으로 여당인 민주당(121석)과는 단 5석 차이다. 만약 바른정당 의원 중 추가 탈당자가 나오면 한국당은 민주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특히 120석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국회선진화법의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을 독자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 관련 쟁점법안 상정을 사실상 모두 거부할 수 있는 숫자다. 또한 제 1당에 오르면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도 가져올 수 있다.


한국당 의원이 국회의장에 오르면 국회 운영 주도권도 자연스럽게 한국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관건은 지지율이다. 현재 민주당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독주체제’다.

한국당 내부서도 당장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메시지는 좋을지 몰라도 메신저가 좋지 않다”고 말해 에둘러 상황을 표현했다. 즉 홍 대표나 김 의원에 대한 보수층의 부정적 평가가 쉽게 바뀌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잔류파 과연
어디로 갈까?

이번 바른정당 탈당파의 한국당 복당은 국민의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른정당에 잔류파만 남음으로써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국민의당에선 친안(친 안철수)계를 중심으로 바른정당과 통합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바른정당 잔류파도 국민의당과 통합의 문을 닫지 않았다고 화답했다. 
 

양 당 통합에 대해 안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지난 9일 “여전히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오히려 바른정당 창당 정신 또는 개혁 지향성은 여전히 당에 남은 분들한테 정당성, 정통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합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두 당 의원들의 국민통합포럼 조찬 모임서 “국민의당과 정책 공조, 선거연대는 이미 하기로 했고, 실행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통합의 가능성까지 열어둔 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실질적 대주주인 유승민 의원도 “명분 있는 중도보수 개혁세력 통합은 오래 전부터 일관되게 한다고 얘기했었다”고 말해 통합론에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두 당 모두 ‘개혁’을 중도개혁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탈당의 재결합보다 통합 명분 싸움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론이 분출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바른정당은 원내 영향력, 국고보조금 문제 등 비교섭단체로 전락한 처지를 극복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안 대표 입장에선 바른정당 잔류파와 통합으로 중도·보수 대표주자로 거듭나고 지지 기반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이는 당장의 정계개편이 아니라 차기 총선과 대선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인다. 특히 햇볕정책에 대한 무언급, 대북 강경 기조 등 바른정당과 정책적 교집합을 넓히는 행보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원내 제1당 위협…민주당 플랜은?
국당-바른 잔류파 합당 논의 솔솔 

다만, 당내 반발은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넘어야만 할 산이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통합 움직임을 보이는 안 대표에 대해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을 중단키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박주현 의원은 “사당화와 우경화를 초래한 안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바른정당 분당으로 민주당도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특히 한국당이 원내 1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민의당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당과)이제는 서로 손을 잡을 때가 됐다. 그래서 당장은 못 해도 물밑에서 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금 121석의 여당으로는 이번 정기국회서도 그냥 빈손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 분당했었던 아픔은 있지만 문 대통령의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정체성이 유사한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 모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국민의당 동교동계가 주축을 이룬 고문단이 민주당과 연대·통합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양당의 결합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 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이 개별적인 이동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긴장
국당은 내홍

모 대학 정치학과교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대해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당대당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아 있는 잔류파하고 무슨 당대당 통합을 하겠느냐”며 “안철수 대표 중심의 국민의당이 정체성을 확보하고 바른정당서 개별적으로 입당하는 것은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 앞에 국민의당 중심의 제3 중도 개혁 정당을 내놓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내교섭단체 지위는?

원내교섭단체란 국회서 의원이 의사진행에 관한 중요한 안건을 종합하고 합의해 사전에 교섭하기 위해 일정한 수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된 의원단체를 말한다. 소속의원 20인 이상의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정당 단위가 아니라도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20인 이상의 의원은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국회 총무회담에 참여, 국고보조금 지원, 국회 운영 및 의사일정 협의, 위원회 위원 선임 및 개선 요청, 발언자의 수·발언 시간 및 발언 순서 협의 등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교섭단체 구성요건은 국회의원 20인 이상으로 시작해 6∼8대 국회 때 10인으로 완화됐다가 유신체제 이후 국회부터 20인으로 바뀌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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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