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이때다’ 중견기업 꼼수승계 막전막후

어수선 분위기 틈타 ‘어물쩍 대물림’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촛불집회가 벌써 1년전 일이 됐다. 촛불집회는 많은 것을 바꿨다. 대통령이 바뀌고 행정조직이 재편됐다. 재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새로 바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계의 감독 수준을 높였다. 우선적으로 주요 그룹을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집단에 눈길이 쏠린 사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중견기업은 서둘러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견기업의 승계 백태를 <일요시사>서 점검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지 4개월째 접어들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재벌개혁에 기치를 세웠다. 자연스레 대기업집단 위주의 감시 수준이 높아졌다. 지난 9월 공정위 기업집단국의 부활은 김 위원장의 재벌개혁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감시 눈 피해 
부의 대이동

기업집단국은 과거 조사국으로 불리며 ‘대기업 저승사자’로 통했다. 주요 그룹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자 상위 주요 기업들은 승계 작업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과거 편법승계로 뒷말이 나왔던 기업은 최대한 공정위 눈에 띄지 않게 움츠린 모습이었다.

반면 중견기업은 상대적으로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룹내 등기이사로 자녀 이름을 올려놓기도 하고 지분확보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위장계열사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조그룹은 편법 승계 논란으로 뒷말이 나왔지만 뚝심있게(?)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조그룹은 1971년 설립돼 현재 36개 계열사를 거느린 3조원 규모의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현재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사조산업은 연 매출 7000억원 규모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주 회장은 사조산업의 지배권을 사조시스템즈란 회사를 통해 넘겼다. 1982년에 설립된 사조시스템즈의 지분은 주 회장의 아들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가 지분율 39.7%로 가장 많은 주식을 쥐고 있다. 

주 회장의 지분율은 13.7% 수준.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 용역·경비업, 전산 등으로 사업을 영위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은 그룹계열사에서 나왔다. 2010∼2016년 사이 내부거래 비중은 최대 91%(최소 56%)에 달할만큼 높았다. 이 기간 매출은 57억원서 31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의 주식을 주 회장으로부터 매입했다. 2015년 8월과 2016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5%(75만주) 규모였다. 2015년 12월에는 사조산업 지분 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하면서 주 상무에게로 지배력이 넘어갔다.

‘주진우 회장→사조산업→기타 계열사들’의 구조서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기타 계열사들’의 구조가 완성됐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그룹의 지배권을 편법으로 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주 상무가 주 회장에게 직접적으로 75만주(480억원 추정)를 증여받았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업계서 추정하는 과세 금액은 240억원 수준이다. 사조그룹 측은 현재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사조그룹은 김 공정위원장 체제서도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주 상무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조해표, 사조씨푸드는 올 상반기 전년동기(24억3800만원)보다 37% 늘었다. 


노루페인트로 유명한 노루그룹도 어수선한 시국 속에서 승계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벌개혁 나서는 ‘재계 저승사자’
대기업에 초점 맞춰지자 슬금슬금

주인공은 창업주 고 한정대 회장 손자이자 한영재 노루홀딩스 회장의 장남 한원석 노루홀딩스 상무보다. 촛불집회가 한창인 지난해 11월 노루홀딩스는 노루로지넷 지분 51%를 76억9000만원에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한 상무보의 주식 49%와 한 회장의 주식 2%를 매입한 것으로 한 상무보는 해당 거래서 74억원을 가져갔다. 한 상무보는 이를 통해 홀딩스 주식 41만주를 61억원에 매입했다. 단숨에 3.04% 지분을 사들이면서 회사의 장악력을 높였다.

여기까지는 경영승계를 위한 평범한 절차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노루로지넷이 계열사의 내부거래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노루로지넷은 지난해 들어 3분기 말까지 그룹 주력 회사인 노루페인트서 일감을 받아 1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동차 도료회사 노루오토코팅서 34억원의 일감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노루로지넷의 매출액이 32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회사에 50%가 넘는 일감이 내부거래로 들어온 것이다.

경영자로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빠르게 주요 회사의 임원에 오른 점도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한 상무보는 1988년 생으로 미국 센턴너리대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2015년 사업전략부문장으로 회사에 입사했다. 
 

그의 나이 28세였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30세 나이에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경창산업 역시 우회 승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5월2일 경창산업은 자사주 180만주를 매각했다. 대경A/S와 위드텍이 각각 90만주를 가져갔다. 이로써 대경A/S가 지분 7.23%를 보유하며 손일호 대표(18.37%)에 이어 2대주주가 됐으며, 위드텍(5.13%)이 뒤를 이었다.

대경A/S의 지분 상황을 보면 손 대표의 아들인 태훈씨가 지분율 47%로 최대주주다. 따라서 태훈씨가 대경A/S의 지분 매입으로 경창산업의 지배력을 높이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갑자기 서두르는 
이유가…‘허걱’

대경A/S의 지분 매입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경창산업은 억울하다는 입장. 경창산업에 따르면 주식 매매 과정서 손 대표의 자녀들은 부과된 증여세를 납부했고 내부거래 역시 없기 때문이다. 


다만 대경A/S의 등기이사에 가족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태훈씨의 승계작업을 도운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현대중공업도 경영승계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월 정몽준 현대아산재단 이사장은 전날 현대중공업 잔여주식 17만9267주를 시간 외 매매로 모두 처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사업분할과 지주사 전환 및 유상증자, 현물출자 등을 통해 진행한 지배구조 재편을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비슷한 시기 현대중공업 그룹의 지주사 현대로보틱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조건서 벗어났다.

당시 주식스왑으로 현대로보틱스의 계열사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율은 각각 27.84%, 27.64%, 24.13%까지 높아졌다. 정 이사장의 지분율도 이를 통해 기존 10.2%서 25.8%로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정 이사장은 이를 통해 그룹의 지배력을 높였다. 이를 통해 승계작업에 착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로보틱스로 지주사를 전환함에 따라 자사주 비율만큼 배정받은 신주의 의결권이 주어진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으나 이를 배정받게 되면 의결권이 생기고 이는 경영권 강화로 이어진다. 가령 현대로보틱스가 분할 과정서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3.4%,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넘겨받을 경우 의결권이 생기게 된다.

정 이사장도 이번 신주발행을 통해 지분을 넘겨 받아 아들인 정기선 전무에게 양도할 경우 경영승계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너도나도 
지배구조 개편

현대중공업 측은 지주사 전환에 대해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한 경영정상화가 목적”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회사 측은 경영승계에 시나리오에 대해서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샘표그룹도 올해 지주사 전환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일각에선 승계작업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샘표그룹의 지주사인 샘표는 사업회사인 샘표식품 주주들을 대상으로 올해 1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샘표가 샘표식품 주주들로부터 샘표식품 주식을 넘겨받고 샘표의 신주를 발행해 샘표주식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신주 발행 규모가 기존 발행주식의 25%에 달할만큼 커 시장의 눈길이 쏠렸다. 신주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지배구조가 바뀌기 때문이었다. 

당초 시장에선 오너 일가가 신주청약에 대거 참여해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봤다. 이 시나리오대로 오너 일가는 신주 청약에 대거 참여했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됐다. 중요한 점은 이를 통해 승계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샘표 청약에 참여한 사람은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진선 사장과 그의 아들 박용학씨 뿐이었다. 박 사장의 샘표 지분율은 16.46%서 33.67%로 올라갔고, 용학씨는 4%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다. 박 사장의 1인 체제가 공고해졌고 용학씨의 승계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리온도 승계작업의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는 가운데 샘표그룹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6월 지주사 전환을 발표했다. 지주사 오리온홀딩스가 사업회사 오리온을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해당 회사의 주식의 2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오리온홀딩스가 가지고 있는 오리온 주식은 12.08%다.
 

오리온홀딩스는 샘표그룹의 방식과 마찬가지로 오리온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 현물출자를 실시하기로 하고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오리온홀딩스 기명식 보통주 1주당 발행가액은 2만 2931원으로 결정됐다. 

‘더 늦기 전에’ 속도 내는 작업
금수저 자녀·친척 대거 등장

오리온 1주와의 오리온홀딩스 교환비율은 4.2093236다. 매수예정수량은 1000만주다. 신주발행 규모가 전체의 25.30%에 달하는 만큼 청약 내용에 따라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시장에선 오너 일가가 신주 청약에 대거 참여해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담철곤 회장의 자녀인 경선, 서원씨 가운데 승계 후계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배 구조 재편을 통한 승계 작업과 별개로 이른바 나이 어린 오너 일가의 일원이 경영에 참여면서 경영 자격에 의심 어린 시선이 어른거리기도 했다.

30대의 승계 후계자들이 대거 경영 전반에 참여한 것. 일부 기업에선 낙하산 뒷말이 나오기도 해 경영성과로 극복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BGF의 경우 지주사 전환에 따라 인사를 진행하며 임원인사를 지난달 단행했다. 이에 따라 홍정국 전무가 신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나이다. 1982년생인 홍 전무는 만 35세다. 홍 전무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2010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서 일하다 미국 와튼스쿨 MBA과정을 마치고 2013년 BGF리테일에 입사했다. 
 

이후 2015년 1월 상무(경영혁신실장) 자리서 같은해 12월 전무(전략기획본부장)로 승진했다. 사측은 “지난 7월 편의점 CU를 이란에 진출시키며 업계 최초로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지만 비교적 빠른 승진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텍그룹 역시 승계 후계자로 지목받는 강신욱 미래전략실 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강 이사는 1985년 생으로 33세다. 오텍그룹 강성의 회장의 자녀인 강 이사는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나섐페인캠퍼스를 나왔다. 

이후 미국 공조시스템 기업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UTC) 아시아본부서 근무한 뒤 오텍그룹에 입사했다.

요직에 낙하산
지분 야금야금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기준이 바뀌기 전에 서둘러 지주사 전환을 하는 중견 기업이 많았다”며 “꼼수 승계에 대한 말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재편에 서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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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