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금양호 비극 후일담

나라 위해 죽었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2010년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인근 해역에는 금양호 선원 9명이 잠들어있다. 천안함 선체 수색 작업을 도와달라는 해경의 요청을 받고 주저 없이 뱃머리를 돌렸다가 캄보디아 상선과 충돌해 침몰한 금양호.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희생당했지만 이들은 보상금조차 받지 못했다. 남겨진 유가족들의 슬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꾸미잡이가 한창이던 2010년 4월2일. 30∼50대 선원 9명이 탄 100t급 저인망어선 98금양호가 군산 앞바다서 급히 백령도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1주일 전 침몰한 천안함 선체 수색 작업을 도와달라는 해경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날 백령도 남쪽 해상의 물살은 유독 거셌다. 그물이 조류에 엉키고 바닥에 걸려 찢어졌다. 선체 수색이 어렵다고 판단한 금양호는 다시 뱃머리를 돌렸지만 대청도 남서쪽 해상서 캄보디아 상선과 충돌해 침몰했다.

의사자 됐지만…

선원 2명은 시신으로 발견됐고 나머지 7명은 실종됐다. 희생자는 한국인 선원 7명과 인도네시아인 선원 2명이었다. 이후 희생자 유족의 힘겨운 ‘투쟁’이 시작됐다. 고인의 명예를 찾기 위한 지난한 싸움이었다. 

유족들은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희생된 만큼 이들을 ‘의사자’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침몰 당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구조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정치권이 나서 관련법을 개정하자 2년의 세월이 흐른 2012년 3월에야 보건복지부는 결국 이들을 의사자로 지정했다.

그러나 의사자 지정에 따른 정부 지원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유족들이 선원 1인 당 국민 성금으로 2억5000만원을 이미 받아 충분한 보상이 이뤄졌다는 판단이었다.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이미 보상금을 지급받은 경우 그 금액에 상당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게 돼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성금을 국가나 지자체서 받은 보상금으로 본 것이다. 법원은 2012년 12월 금양호 선원 유가족 1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의사자 보상금 청구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금양호 희생자 유족들은 이미 의사자에 준하는 예우와 보상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유가족 중 한 명은 “금전 문제에 집착하는 것처럼 비칠까 봐 조심스럽다”면서도 “국민 성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의사자 지정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국민이 모아 준 성금이 국가의 보상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국가 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재단을 설립해 희생자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사업도 어렵게 됐다. 실종 선원 허석희씨의 작은 아버지 용진씨는 “국가 보상금으로 장학금을 마련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추모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돈이 없는데 어떻게 추모사업을 하겠냐”며 난감해했다.

간신히 의사자 지정 “보상금은 없다”
재단·추모공원 무산…고통 받는 유족


희생자들의 국립묘지 안장 문제도 힘겹다. 일부 희생자는 전과 기록이 있어 국가보훈처의 심의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의사자 가운데 전과 기록이 있는 경우가 한번도 없었다”며 “의사자 유족이 국립묘지 안장을 신청하면 전과 여부를 판단해 심의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희생자 가운데 고(故) 정봉조씨의 유족만이 국립묘지 안장을 신청해 심의를 통과했다. 정씨의 위패는 대전현충원에 봉안돼있다. 사고해역의 관할 구청인 인천시 중구는 나머지 희생자 유족들로부터도 국립묘지 안장 신청을 받아 보건복지부를 통해 조만간 보훈처에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얼마 전엔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금양호에 대한 보상을 촉구했다. 안 의원은 지난달 13일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가의 부름에 의해 아무 조건 없이 수색 작업에 나섰다가 침몰된 우리 어민들을 국가가 나서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보상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해수부서 선주와 협상한 보상 내용은 과도하게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이 발생돼 도저히 선주가 받아들일 수 없는 보상 조건이었다”고 질책하며 “충분한 협상을 통해 선주를 위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안 의원은 “당시 희생되신 9명의 희생자에 대해서는 보상금 지급 및 의사자 지정의 대우가 있었지만,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국가의 부름에 의해 수색작업을 결정한 선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업인이 생업을 뒤로하고 아무런 대가 없이 국가의 요청으로 수색 지원 나가 사고를 당했다면 당연히 국가가 보상해야 하고, 이런 헌신적인 일을 격려해 국민의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힘겨운 사투

어느새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98금양호 선원의 희생에 대한 기억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하지만 금양호 선원의 유가족들은 아직도 고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국가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