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철수론 풀스토리’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06 10:57:42
  • 호수 11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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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사업가가…동네북 신세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촉망받던 ‘의사’, 성공한 ‘사업가’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는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의당을 원내 제3당에 올리면서 다당제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대선 패배 이후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철수’ 정치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대중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순간은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하고 난 직후다. 당시 ‘안철수 편’이 16.6%의 전국 시청률로 그는 안철수란 이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1년 뒤 그는 법륜 스님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열면서 젊은이들의 ‘멘토’로 거듭났다. 

청년 멘토서 
대선 주자로 

청춘콘서트로 20∼30세대의 지지를 등에 업은 그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여론조사서 그는 지지율 50%를 상회하며 기존 정치권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앞서 정치입문 가능성을 일축했던 그가 출마에 여지를 두면서 대중들의 관심은 폭발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지지율 5%에 불과했던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다. 그의 정치인생 첫 ‘철수’였다. 결국 박 변호사는 정몽준 후보를 꺾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안 대표는 ‘박 변호사에게 양보해야 하는지’ ‘선거 출마를 위해 서울대 융합대학원장직을 그만둬야 하는지’ ‘정치를 시작한다면 10년은 꾸준히 해야 할 텐데 본인이 그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두 번째 ‘철수’는 2012년도에 있었다. 서울시장 불출마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각종 대선 여론조사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2012년 9월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중의 기대감은 폭발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자 가상대결에서 안 후보는 박 후보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달렸고, 박 후보와 양자대결에선 안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선을 약 한 달 앞두고 나서야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역전해 지지율에서 조금씩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는 2012년 11월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당시 안 후보의 사퇴를 두고 최 측근들은 만류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안 후보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정치권에선 문 후보와의 양자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밀리면서 사퇴 수순을 밟은 것으로 분석했다.  
 

두 번의 철수가 있었지만 정치권서 안철수는 잠재적 대선 후보란 인식이 퍼졌다. 2013년 4월 그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본격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무소속임에도 불구하고 60.5%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14년 3월 제3지대 창당방식으로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김한길 대표와 함께 새정연 1기 공동대표를 맡아 야권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정치의 냉혹함을 공동대표 4개월 만에 알게 됐다. 2014년 7월 재보선서 새정연은 새누리당에 참패했다. 당시 안 공동대표는 “선거결과는 대표들 책임”이라며 “평당원으로 돌아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정치인생 중 세 번째 ‘철수’였다. 


철수 또 철수 
창당 승부수 

평당원으로 머무르면서 반전의 기회를 모색했지만 당시 2015년 2월 당 대표에 오른 문재인 대표와의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이미 당은 ‘친문(친 문재인)계’가 장악하고 있었고 당내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새정연 지도부 구성을 놓고 문 대표와 설전은 계속됐다.

문 대표는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체제로 지도부 구성을 제안했다. ‘협력’을 통해 당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였으나 안 대표는 해당 제안을 거절했다. 표면상 협력이지만 사실상 ‘문재인 체제’의 연장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문 대표에 ‘혁신전대’를 역제안했다. 문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문-안 양자대결 전당대회를 통해 승자를 가리자는 의미였다. 당권을 잡아야지만 차기 대선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서 안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문 대표는 거절했고 안 대표는 결국 2015년 12월13일 국회정론관서 새정치연합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 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며 “그래도 머물러 안주하려는 힘은 너무도 강했고 저의 힘과 능력은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제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다. 나침반도 지도도 없지만 목표는 확실하다.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정치로 국민께 보답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세력화를 천명한 셈이다. 네 번째 ‘철수’에 이른 그는 신당 창당으로 재도약을 꿈꿨다.  

TV 출연 인지도↑…서울시장·대선 양보
새정연 이끌고…재보선 참패 책임 ‘철수’

이듬해 2월2일 안 대표는 새정연을 탈당한 김한길, 천정배 등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안 대표는 당 대표 수락연설서 “지금 이 기회가 어쩌면 제게 주어진,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며 “이번에 바꾸지 못하면 정말 우리에겐 더 이상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 저는 국민의당에, 이번 선거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안철수 신당으로 불린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두 달 만에 총선을 맞이했다. 당초 새누리당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민주당이 최다 의석을 차지했고, 국민의당은 40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례대표에선 국민의당이 민주당을 누르고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안철수의 정치 실험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또, 안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로 통한 ‘오락가락 행보’와 ‘유약한 리더십’에 대한 대중 및 정치권의 의구심을 불식시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호사다마’라는 말처럼 안 대표의 봄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리베이트 파문이 터진 것.  
지난해 6월 선관위는 4·13총선 당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을 맡았던 김수민 의원과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박선숙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관련 기업으로부터 2억182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리베이트 형태로 수수하고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작성한 혐의였다. 당시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이상돈 의원은 “홍보업체의 자금이 국민의당으로 들어온 것은 없다”고 밝혔음에도 여론은 들끓었고 의혹은 점점 커졌다. 
 

결국 안 대표는 리베이트 논란을 책임지는 의미로 대표직서 물러난다. 그의 정치인생 다섯 번째 ‘철수’였다. 그는 사퇴를 언급하면서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막스 베버가 책임 윤리를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라며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할 일에 대해 책임을 져온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호한 자강론 
무리한 등판

그는 대표직서 물러나면서 훗날을 도모했다. 당시에는 대선이 1년6개월가량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다시 당권을 잡고 대선주자로 나설 기회를 잡기에 시간은 충분했다. 안 대표의 공석은 박지원 전 대표가 채웠다. 박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직을 유지하다가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에 올랐다. 박 대표 체제서 안 대표는 다시 몸집을 키웠다. 

이미 사당화 논란을 겪을 정도로 국민의당은 안 대표의 입김은 강력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뒤 손학규 후보와 박주선 후보를 상대로 7차례 전국 순회 경선서 모두 압승하며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대선과정서 안 대표는 국민의당 중심의 집권전략인 ‘자강론’에 집중했다. 자강론은 창당초기부터 시작됐는데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오른 것은 올 3월부터였다.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서 줄곧 2위를 차지하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누르고 10개월 만에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지율이 오르면서 당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 간 물밑 라인을 통한 중도·보수 통합론도 잦아들었다. 

안 대표는 지난 4월2일 서울 장충체육관서 열린 서울·인천지역 순회 경선서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론은 모두 불살랐다”며 “국민에 의한 연대, 그 길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라고 말해 인위적 연대론과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하지만 대선토론회 이후 안 대표의 지지도는 급락했다. 몇몇 여론조사 기관서 실시한 가상 양자대결서 문 후보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토론회 이후에는 문 후보를 앞서지 못했다.

안 대표의 대선토론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후보가 ‘내가 MB 아바타입니까’ ‘갑철수입니까’라고 물을 때 국민들이 대통령 그릇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토론회서 너무 대선주자 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토론회 이후 뚜렷한 반전기회를 맞지 못하면서 안 대표는 대선서 패배한다. 성적표도 초라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 농단 책임을 공유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의원에게도 밀렸다. 

결국 창당…초반 날다 추락중
지지율·통합론 난맥…운명은?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가 대선 이후 내놓은 ‘19대 대통령 선거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당 대표인 안 대표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대선평가위원회는 안 대표의 ‘중도노선’을 문제삼았다.

보고서는 “(안철수는) 정책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하고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서
대선을 치렀다“며 ”아무런 가치도 담기지 않고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하면서 오히려 ‘MB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대선 패배 이후 정치권은 안 대표가 ‘정계은퇴’ 및 ‘2선 후퇴’를 통한 칩거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안 대표는 철수하지 않았다.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이를 두고 여당 관계자는 “안 대표가 이번에 물러나면 정계에 다시 복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당 대표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은 전당대회를 통해서 드러났다. 대선 후보 선출 당시 80%이상 지지율을 기록하며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전당대회에선 51%에 그쳤다. 즉 당내 절반 가량은 안 대표를 지지하지 않은 셈이다. 

가까스로 50%를 넘어 결선투표까지 가는 수모를 겪진 않았지만 당내 입지는 좁아진 모양새다.   

현재 안 대표는 정치적 대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호남계 의원들은 안 대표의 통합론 및 자강론에 각을 세우고 있고, 당 지지율은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안 대표는 당의 수장으로서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만 하는 막중한 책임도 갖고 있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마저 민주당에 승기를 내준다면 안 대표의 정치생명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이후
정치생명 결정

최근 당내서 안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동영 의원은 지난달 26일 “애초부터 안 대표가 (전당대회에) 등장한 것이 무리한 등판이었다”며 “일각에선 ‘이런 리더십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느냐 (안 대표가) 대표직을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라’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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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