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테스트’를 아십니까?

유영철 38점 강호순 27점 이영학 25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은 일반인과 비교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사이코패스 테스트(PCL-R, Psychopathy Checklist-Revised)는 특정 문항을 이용해 그들의 시각을 분석, 의도를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희대의 살인마로 알려진 범죄자들은 이 테스트서 대개 높은 점수를 받았다. PCL-R을 <일요시사>가 분석해봤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는 불과 10여년 사이에 우리 사회서 매우 흔하게 쓰이는 단어가 됐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는 전문 용어에 가까웠다. 그러다 2004년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검거되면서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현재는 영화, 드라마, 소설의 주요 소재로 사용될 만큼 사회 깊숙이 들어와 있다.

생활 속 그들

최근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영학은 딸의 친구 김모양을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후 성추행하다 아이가 깨어나 저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아내 최모씨를 성매매에 동원한 뒤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중을 경악시켰다.

이영학의 범죄 수위가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수준으로 판명나면서 그에게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영학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전 사건 기사에는 “사이코패스 아냐?” “사이코패스 같다” 등의 댓글이 심심치 않게 달렸다.


24점 이상이면 위험 분류
공감 능력·범죄 경력 물어

실제 이영학은 사이코패스 테스트서 25점을 받았다. 이영학을 면담한 이주현 서울청 과학수사계 프로파일러는 지난달 13일 수사결과 브리핑 자리서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를 평가할 때 이영학은 40점 만점에 25점을 받았다”며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고 보는데, 이영학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25점은 사이코패스로 넘어가는 경계선으로 강력범들 중에서도 상위 10∼15% 수준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교 교수는 “사이코패스는 타인을 괴롭히는 걸 재미로 느끼는 특이한 사람들”이라며 “극도의 자극을 추구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범죄자들이 저지른 범죄를 보면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 또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 상대에게 좋은 이미지로 기억될 만큼 처세술도 능수능란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도구로는 캐나다의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가 만든 PCL-R이 주로 사용된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와 이수정 교수가 한국판으로 표준화했다. PCL-R은 20개 문항으로 구성돼있다. 피검사자는 전문 검사자가 불러주는 문항을 듣고 ‘아니다(0점)/아마도(1점)/그렇다(2점)’로 나눠서 답한다.

만점은 40점이고 우리나라에선 24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미국은 30점 이상부터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범죄 기록이 다양하지 않고 아동·청소년기 기록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차이다. 미국과 우리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기준점을 보정했다.


PCL-R은 피검사자의 ‘과도한 자존감’ ‘죄책감 결여’ ‘타인을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 ‘청소년 비행’ ‘범죄 경력’ 등에 대해 묻는다. 1년간 2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38점, 중곡동 주부 살해범 서진환은 31점, 어린 아이를 엽기적으로 성폭행한 조두순은 29점,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27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죄 전까지 성향 잘 안드러나
‘천사’로 불렸던 범죄자도 있어

PCL-R 결과 만점을 받은 범죄자도 있다. 2005년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선 ‘엄 여인’이라는 여성에 대해 다뤘다. 엄 여인은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피해자와 주변 지인들은 그녀를 ‘천사’로 기억할 정도. 

하지만 엄 여인 주변에선 첫 번째 남편, 두 번째 남편, 그녀의 자녀들까지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천사로 불렸던 그녀는 수면제를 투여한 뒤 바늘로 눈을 찔러 실명시키고, 남편의 배를 칼로 찌르는 등 극악무도한 살해 수법을 사용했다. 남편 두 사람이 기이하게 죽은 점을 의심한 가족들까지 모두 살해하는 등 잔인한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인터뷰서 “엄 여인의 남동생이 ‘누나 주위에는 안 좋은 일만 있다’고 말했다”며 “엄 여인 주변 인물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자주 일어나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엄 여인은 처음 진술서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서 금전 관계가 없는 가사도우미 집에 방화를 일으켜 가사도우미의 남편을 숨지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맹신은 금물

형량을 줄이기 위해 마약 중독이라는 변명까지 내놨지만 엄 여인의 체내에선 마약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엄 여인은 PCL-R서 40점 만점을 받았다. 이수정 교수는 “사이코패스 테스트 결과 엄 여인은 모든 기준에 전부 만점이었다”며 “매우 희귀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엄 여인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문항이 대중에 널리 공개된 PCL-R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모두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고도로 훈련받은 심리 전문가가 피검사자와 면담, 기록 자료 등을 종합해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이코패스 성향은 강호순이 유영철보다 더 강하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PCL-R 결과는 오히려 유영철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 전문적인 분석이 병행되지 않는 이상 점수만 두고 사이코패스로 단정 짓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이코패스 구별법?

각종 흉악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자주 드러나면서 ‘사이코패스 공포’가 늘고 있다. 특히 사이코패스로 분류된 범죄자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기억될 만큼 처세술에 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이코패스 구별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홍혜걸 박사는 사이코패스를 ‘양복을 입은 뱀’에 비유하며 “자신을 잘 위장하고 감정 조절이 뛰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사람이 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심리학과 교수는 표정 변화를 언급했다. 일반인의 경우 불안함 등의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데 반해 사이코패스는 그 변화가 매우 적다고 전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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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