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안계 VS 동교동계’ 파워게임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30 10:31:57
  • 호수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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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 밀리면 끝장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승부수가 난관에 봉착했다. 바른정당과 통합론에 방점을 찍은 그는 당내 반발에 직면해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양당 통합 반대의 중심에는 ‘동교동계’가 있다. <일요시사>는 친안(친 안철수)계와 동교동계의 파워게임 내막을 들여다봤다.
 

급격한 통합 논의 이후 각각 당내 갈등으로 치닫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연대 논의가 ‘정책연대’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지난 25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이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으로 중도 개혁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리 당의 가치와 정체성이 공유되는 수준에서 연대 가능성과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당 대 당 통합에서 한발 물러섰다. 

통합 논의 주춤
동·호 반발

앞서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없던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말해 통합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당내 호남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통합론에 걸림돌로 작용한 모양새다. 지난 24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주승용·조배숙·이찬열·박준영 의원 등 당내 중진 의원들과 가진 조찬 모임 후 “일단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먼저 해보자”고 말해 당 대 당 통합에는 선을 그었다. 이는 당의 존립기반인 광주지역 지방의원들의 집단 반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국민의당 소속 광주시 의원들은 시의회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서 긴급 회동을 열어 중앙당서 시작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대책회의서 한 의원은 “지방선거를 불과 7개월 여 앞두고 햇볕정책 폐기와 탈 호남을 주창하는 바른정당과 손을 잡는다는 게 맞는 말이냐”며 성토했다. 즉 이번 통합론이 시기상조며 명분도 없다는 주장이다. 

호남 의원들의 통합론 반대 배경에는 내년 지방선거 및 향후 총선에서의 위기감이 깔려있다. 당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자칫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설 경우 민주당에 호남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바른정당은 전국정당의 이미지를 가짐과 동시에 탈 호남을 주창하고 있어 호남 기반 의원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타오른 통합 논의…당내 반발 직면
'동' 탈당 불사…민주당에 기웃기웃

중앙당 차원서 무리하게 통합에 나설 경우 당내 내홍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호남 및 중진 의원들과 별개로 동교동계 원로들의 입김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친안계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양당 통합 논의로 얻는 정치적 이득이 크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양당이 통합하게 되면 안 대표가 줄곧 주창해 온 다당제 구도가 완성되는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지난 20일 안 대표 측근은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통합하고,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에 흡수되면 안 대표의 지론인 다당제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무너진다”고 말했다. 현 정치제도서 다당제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두 번째로는 내년 6·13 지방선거를 위한 큰 그림이란 분석이다. 안 대표는 대선 패배 및 대선조작 파문으로 인해 정계은퇴설에 휘말렸다. 정치권서도 안 대표가 2선서 머문 뒤 훗날을 도모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 8월 전당대회에 조기 등판해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내 패권을 잡았지만 당 지지율은 두 달 넘게 4∼6%에 머물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친안계 의원은 “안 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잘 치러야 당이 산다’는 생각이 확실하다”며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으로 판을 흔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는 통합논의를 통해 당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지난 대선과정서 ‘사당화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당내 영향력이 막강했던 것에 비교해 보면 현재 안 대표의 당내 입지는 약화된 모습이다.

전당대회 출마과정 및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두고 비안(비 안철수)계 의원들과 대립하는 등 당내 반발도 커진 모양새다. 이런 상황서 안 대표는 통합 논의를 띄움으로써 당내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 자강?
안의 딜레마

이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서 당내 원로들의 모임인 동교동계의 입김도 크게 작용했다. 동교동계는 이번 통합론을 두고 안 대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지난 24일 당 고문인 박양수 전 의원은 “안 대표가 의원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시도당·지역위원장 사퇴를 하라고 하니 ‘이대론 안 되겠다. 안 대표가 당을 훼손하는 건 그냥 두지 않겠다’는 생각들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동교동계과 친안계 대선 과정부터 정체성 논란이 일 때마다 충돌했다. 특히 동교동계의 정신적 지주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이견은 두 파의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안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한 지난 8월에도 동교동계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탈당 및 안 대표에 대한 출동조치까지 거론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 5월에는 대선 패배로 인한 지도부 일괄사퇴 후 비대위원장 인선 및 바른정당과의 연대론을 둘러싸고 당 고문단이 집단 탈당을 검토하는 상황까지 번지기도 했다. 
 

동교동계는 당 정체성과 연결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최근 안 대표가 광폭행보를 보이자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동교동계 인사들은 민주당 인사들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 합당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당 권노갑 상임고문은 최근 민주당 임채정 상임고문과 여러 차례 만나 양당 통합을 추진하자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국민의당 이훈평 고문은 최근 안 대표의 행보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함께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며 “안철수 대표가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겪”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정대철 상임고문도 민주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19일 정 상임고문은 “나는 민주당하고 통합해야 정체성도 맞고 또 민주화 운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의 집단이고 뿌리가 같은 민주당 정권이 성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과 연대나 연합이나 연정이나 혹시 통합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정당 내에 친안(친 안철수)과 반안(반 안철수)의 절반으로 갈라져 있다. 의원들도 20여 명씩 나뉘어져 있다”며 ‘민주당 통합파’의 수가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꼭 동교동계만은 아니다. 동교동계를 포함한 범민주계,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의당에선 동교동계 인사들을 비롯해 박지원 의원, 정동영 의원 등이 민주당과 통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교동계에선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할 시 정치적 시너지가 가장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 고문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유도하기 위한 여론조사로 보여진다. 그쪽 당(바른정당)하고 통합하기 위해서 안철수 대표 이하 몇 분들이 그렇게 끌고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당의 정신적 지주인 박지원 의원이 탈당을 언급해 당 지도부에 ‘으름장’을 놓았다. 정치권에선 햇볕정책 폐기론을 바른정당이 주장하자 동교동계의 ’입‘ 역할을 하는 박 의원이 이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탈당을 언급해 현 지도부에 경고를 했다는 분석이다.  

탈당 카드  
민주당 합류?

이밖에 동교동계는 바른정당보다는 차라리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이 명분이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민주당서조차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최재성 정당발전위원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소야대서 국회 운영과 통합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 사례를 언급하면서 “열린우리당 시절 과반 152석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며 “합당으로 의석수를 늘려 과반 정당이 된다 해도 국회를 잘 이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200석 가까운 의석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 탄생하지 않는 한 어느 한 정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은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무리한 추진으로 당내 분란이 커질 경우 국정 동력만 상실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는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대선 이후 줄곧 50%를 상회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모두 합쳐도 민주당의 지지율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은 민심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정운영에 중요 동력이 된다. 법안이나 인사에 대한 표결이 국회에 부쳐졌을 때 야당은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통합에 사활 진짜 이유는?
결국 사분오열 수순…국당 운명은

또한, 섣불리 통합에 나선다면 호남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통합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광주·전남 지역의 국회의원은 국민의당이 실질적으로 장악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 구도를 보면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지방선거 나아가 향후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호남서 텃밭을 다지고 있는 민주당 내 인사들의 반발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국민의당 인사들과 민주당 인사들 간의 교통정리 문제가 대두되는 셈이다. 

친안계 입장에선 민주당과 합당은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 의원 및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키즈’들이 주축이 된 친안계는 과거 민주당서 친문패권주의에 반기를 들고 당을 박차고 나온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다시 복당 내지 합당 수순을 밟는다고 해도 민주당 내 인사들과 감정의 골이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안 대표 입장에선 말 그대로 정치생명이 끝날 가능성도 높다. 대선 이후부터 줄곧 ‘자강론’을 강조해 온 그가 만약 민주당에 합류하면 본인의 정치철학을 펼칠 공간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이라는 승부를 띄운 만큼 앞으로 통합 이슈는 지속될 전망이다. 당권을 쥐고 있는 안 대표 입장에선 앞으로 동교동계와 함께 갈 것인지 아니면 독자노선을 택할지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회복
당장 어렵다

정치 전문가들은 국민의당이 대부분의 지지층을 여당에 빼앗긴 구조적 문제 때문에 당분간 무엇을 하든 지지율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당장 주목도를 높이고 일부 보수층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주요 지지층을 여권에 빼앗긴 상항에 정부·여당 지지도가 조기에 근본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한 단기간 내 지지율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민주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실정으로 지지도가 올랐다”며 “그런 특정한 사안이 발생한다면 모를까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바로 지지율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예측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교동계는?

동교동계란 야당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집에 상주해 그를 보좌했던 측근들을 일컫는 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더불어 한국 정치 양대 산맥을 이뤘다. 김 전 대통령이 1995년 일산으로 이사를 갔지만, 언론은 김 전 대통령을 추종했던 사람들을 동교동계라 불렀다.

동교동계 1세대는 60년대부터 김 전 대통령과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이용희, 남궁진, 이윤수 등이며 2세대는 최재승, 윤철상, 설훈, 배기선, 정동채 등이다. 87년 이후 합류한 3세대는 전갑길, 배기운, 이협 등 인사들이 있다.

범동교동계로는 한광옥, 조재환, 박양수, 이훈평 등이 있다. 지난해 3월 권노갑, 박지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은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당시 동교동계의 입당으로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정통성 경쟁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도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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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