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vs 정동영 ‘주도권싸움’ 막전막후

어정쩡 우향우 ‘손주몽’이냐? 확실한 좌향좌 ‘개성동영’이냐?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당에 또 다시 ‘내전’이 시작됐다. 지난해 민주당 10·3전당대회를 거치며 이미 ‘혈전’을 치룬 바 있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당내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두 사람은 대선이 내년으로 바짝 다가옴에 따라 ‘정면충돌’ 하며 요소요소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두 사람의 최종 종착역은 ‘대권’으로 같지만 좌석은 단 하나뿐. 과연 누가 대권주자 자리를 꿰차고 마지막에 웃게 될까?

해외로 뻗으며 ‘통큰정치’ 펼치는 손학규
손 대표, 미국 찍고 오면 본격 대권 레이스?

최근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의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강조하는 손 대표는 퍼주기 식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며 대북정책 기조의 변환을 꾀했다.

여기에 정 최고위원은 ‘포용’을 강조하며 빠른 대북지원의 촉구로 손 대표에 발언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하지만 손 대표도 지지 않고 응수하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북문제로 ‘충돌’
장외공방 이어져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된 발언은 손 대표가 지난달 28일 방일 중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계속 설득할 필요가 있지만 인권, 핵, 미사일 개발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한 데서 시작됐다. 이는 손 대표가 그간의 무조건 퍼주기 방식의 대북 햇볕정책을 비판한 것.

하지만 정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최고위원은 “마치 우리의 포용정책, 햇볕정책이 원칙 없는 정책이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손 대표는 지지 않고 원칙 없는 지원은 불필요한 ‘종북진보’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되받아쳤다. 정 최고위원도 즉각 “포용정책을 통해 북한 핵 포기를 이끌어 냈는데 이를 종북진보라 말씀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표현”이라며 각을 세웠다. 

이들의 충돌은 장외공방으로도 이어지며 계속됐다. 각각의 지지모임에 참석해서도 대북관련 발언은 이어졌던 것.

정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민주희망 2012’ 출범식에서 “민주정부 10년간 북한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왔다”고 “실천적 해법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손 대표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핵과 미사일과 상관없이 대북지원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손 대표는 연세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자신의 싱크탱크 ‘동아시아미래재단’ 출범 5주년 행사에서 자신의 대북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그는 한나라당 시절에도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사실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북한의 개혁 개방과 별도로 핵무장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중국을 공식 방문 한 손 대표는 지난 4일 주중특파원과 가진 만찬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햇볕정책의 원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고 못박았다.

이러한 손 대표의 강경한 입장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가 대북정책에 대해 정 최고위원 측에 더 이상 양보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개성공단 건설 경험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접견하며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정 최고위원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와 차별화를 두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또 지난 10년간 이어온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중으로 읽힌다.

중도층 껴안는 손 대표
해외로 ‘통 큰 행보’ 이어

여기에 두 사람의 ‘노선’과 ‘전략’도 차별성이 두드러진 대목이다. 손 대표는 지난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인 분당에 출전하여 승리를 거두며 명실상부한 야당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선거 승리의 요인에는 손 대표의 중도 이미지가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손 대표는 ‘민생 진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민주당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까지 공략하는 대안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해외로 발길을 돌리며 외교력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인사개편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당을 장악 후 곧바로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달 27일 일본으로 넘어가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며 일본의 여·야 각 당 대표 및 정계 지도자들을 잇달아 만났다.

이어 그는 지난 4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초대로 중국으로 건너갔다. 내친김에 미국 방문도 일정 조율에 들어가 올해 안으로 방문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해외방문으로 손 대표 스스로의 위상을 높였고, 꾸려온 보따리가 괜찮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한일관계와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 표명으로 외교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 대표는 이어진 방중 일정 역시 국가원수에 준하는 극진한 예우를 받으며 시진핑 부주석,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 등 중국의 차기 지도자들과 면담했다.

그는 시 부주석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대화 재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북한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이를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보 서기와의 면담에서 한·중경협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물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과 중국 측에 평창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평창이 최종 선정된 것 역시 손 대표로서는 최고의 성과이다.

이처럼 연이어 통 큰 행보를 선보이는 손 대표는 소수정당 등과의 통합을 위한 공천제도 정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점차 손 대표의 당 장악력이 커지자 그간 눈치를 봐왔던 수도권 등 일부 중도파 의원들이 이탈해 손 대표 쪽에 줄을 서고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그가 미국순방까지 마치고 돌아오는 시점에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으로 대권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보색 강화한 정 최고
야권통합 유리한 고지 선점

반면, 정 최고위원은 보다 진보적인 색채를 강화해 나가며 손 대표와의 차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대선을 한차례 경험한 정 최고위원은 진보정책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을 피부로 느껴 중도보다는 화끈한 진보로 전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복지와 노동문제에 귀를 기울이며 말로만이 아닌 실제 불철주야 현장을 뛰어 다니고 있다. 최근 노동현안인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해고 사태 등에 발 벗고 나서는 등 민주당의 진보성을 보다 강력히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그는 진보색을 강화한 후 범야권의 진보정당과 잦은 접촉을 하며 향후 필승명제인 야권대통합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정동영 “대북문제는 내가 전문가” 차별화
진보·노동으로 야권통합 선점한 정 최고


손 대표의 경우 통합기구를 발족했지만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야권대통합으로 본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1:1구도를 만드는 데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범야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일각에서는 야권대통합에 있어서는 정 최고위원이 손 대표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정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독주체제에 반기를 들며 비주류 그룹의 물밑 견제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자신을 포함해 천정배,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 등이 속해 있는 비주류 연합체인 쇄신연대는 당초 정세균 전 대표로 대변됐던 구 당권파에 반대해 출범했으나, 손 대표가 당권을 쥐자 결속력이 떨어지면서 해체론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쇄신연대는 해체하지 않고 존속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정 최고위원이 손 대표의 구심력 강화에 대한 위기감과 더불어 당내 세력지형의 한 축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다는 포석이란 분석이다.


손주몽과 개성동영
두 사람 갈등은 필연?

손 대표는 정치권에서 부여를 떠나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처지가 비슷하다하여 ‘손주몽’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반면 정 최고위원은 개성공단으로 압축되는 발로 뛰는 통일행정의 달인이라는 점에서 ‘개성동영’이란 별칭이 붙었다.

시련도 같이 겪었다. 2008총선 패배로 쓴맛을 본 손 대표와 대선 패배로 탈당과 복당을 반복하며 이미지가 실추된 정 최고위원은 한동안 시련을 겪으며 낭인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10·3전당대회’에서 1·2위로 건승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 성공적으로 당에 컴백했다.

민주당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이에 탄력을 받아 당 내외 입지 넓히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목소리는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손 대표가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중도층까지 공략해 대권 본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는 반면, 정 최고위원은 진보색체를 강화해 야권통합에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데 올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정가 일각에서는 대권이란 공통분모 하에서 두 사람은 갈등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하면 두 사람의 ‘충돌’은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극명하게 서로 다른 행보로 같은 목적을 향해 뛰기 시작한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 숙명의  라이벌이 펼치는 대혈투에 당원들과 국민들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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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