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금강제화그룹이 오너 3세가 소유한 회사에 전폭적인 지원을 거듭하고 있다. 직접적인 실탄 지원은 물론이고 부동산 담보까지 제공하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오너 3세 개인회사를 적극 밀어주는 모양새다.
혁화 제조 및 판매를 통해 성장한 금강제화그룹은 지주사 금화가 사업회사인 금강을 자회사로 거느린 구조를 띠고 있다. 여기에 카메오, 갈라인터내셔널, 라마, 비제바노, 기운 등의 특수관계법인이 뒤를 받치는 형태. 여기서 눈 여겨 봐야 할 곳이 바로 오너 3세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카메오’와 ‘기운’이다.
전방위 지원
6월 결산법인인 금강의 2016회계연도 분석 결과 이 회사는 관계회사인 카메오와 기운에 각각 176억원, 81억원을 대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비단 지난해에 국한된 게 아니다. 2015년에도 금강은 카메오와 기운에 각각 455억원, 55억원을 대여했고 2014년에는 기운에 45억원을 빌려준 바 있다.
12월 결산법인인 지주사 금화 역시 마찬가지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금화는 70억원을 시작으로 53억원, 107억원을 카메오에 대여했고 같은 기간 기운에는 21억원, 35억원, 71억원을 빌려줬다.
금강과 금화가 자금대여에 나선 카메오와 기운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금강제화그룹 오너 3세 개인회사라는 점이다. 카메오와 기운은 김현지씨와 김현정씨가 각각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현지씨와 현정씨는 고 김동신 금강제화 창업주의 손녀이자 김성환 회장의 딸이다. 현지씨는 지난 2011년까지 카메오 지분이 89%에 그쳤으나 이듬해 지분율이 100%로 올랐다. 기운은 2010년 말까지 금강과 스프리스가 각각 지분 30%와 20%를 소유했으나 이듬해 현정씨 소유로 이전됐다.
오너 3세 회사에 투입한 자금은 대부분 운영자금 용도로 쓰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이 같은 지원은 카메오와 기운이 자금난을 해소해가는 과정서 큰 힘이 됐다. 금강제화 여성브랜드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카메오는 지난해 매출액 343억원, 영업이익 20억원, 순이익이 7억원을 기록했다.
지표상엔 소폭 상승에 불과하지만 꽉 막혔던 현금흐름이 풀리기 시작했다는 건 분명 위안거리다.
카메오는 2015년의 경우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등 운전자본 등의 부담으로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룹사 차원의 자금 투입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마이너스를 탈출하고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자금 수혈해 먹여살리는 구조
오너 3세의 개인회사 밀어주기
부동산 임대와 여성의류 사업을 하는 기운 역시 금강과 금화라는 배경을 효율적으로 이용했다. 기운은 2015년 매출액이 48억원에 불과했다. 의류상품 매출액이 24억원에 그치면서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영업활동 부진으로 운영자금이 고갈되자 그룹서 일부 자금을 융통했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숨통이 틔었다. 매출액은 60억원으로 올랐고 4억8155만원이던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1억원이 채 안 되던 순이익 7억5462만원으로 불어났다. 다만 2014년 손실이었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이듬해 안정적으로 변했다가 지난해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금강과 금화는 카메오와 기온에 자금을 비려주는 동시에 지급한 대여금 중 일부는 곧바로 회사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회계연도 중 대여금 지급과 회수가 매년 반복되는 움직임은 단기 유동성을 공급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금강과 금화는 지급보증과 담보제공에도 아낌이 없었다. 지난해 6월 기준 금강은 카메오에 216억원의 지급보증과 104억원의 토지 담보를 제공한 상황이다. 금화 역시 132억원의 지급보증을 섰다. 또 금화와 금강은 지난해 말 기준 기운을 위해 133억2000만원, 26억원의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
그룹사의 후광에 힘입은 카메오는 지난해 6월 기준 금융권서 300억대 자금 수혈을 받았다. 기운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금융권서 받은 대출받은 상태다. 카메오와 기운의 최근 실적을 감안할 때 그룹 차원의 연대 보증이 없었다면 수백억대 거액의 대출은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카메오의 경우 금강제화그룹서 좀처럼 보기 힘들던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2015년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카메오는 5억원의 배당을 첫 실시했다. 1주당 배당금은 2311원,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총액의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은 75.37%였다.
즉, 6억6335만원의 순이익 가운데 7할 이상을 배당금으로 지급한 셈이다. 배당금은 대주주인 현지씨에게 전액 귀속됐다.
끈끈한 우애
반면 자금수혈에 나섰던 금화는 최근 10년간 주주 배당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금강 역시 동 기간 동안 배당금을 지급한 적이 없다. 이렇게 되자 금강과 금화서 벌어들인 수익이 오너 3세 회사의 성장 발판으로 투입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룹 지배 정점인 지주사 금화의 지분 81.85%를 김 부사장이 보유하는 등 오너 3세의 승계구도가 정리되면서 동생 회사를 지원하는데 힘쓴다는 것이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강제화 승계는?
금강제화그룹 지주사격인 금화는 지난해 말 기준 그룹 주력사인 금강과 스프리스 지분 58%와 36%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금강은 인도네시아 법인 등 해외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관계사인 카메오, 기운, 갈라인터내셔널 등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주력사이다.
금화의 대주주는 고 김동신 회장의 손자인 김정훈 부사장으로 81.8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남은 지분 17.99%는 김 부사장의 부친인 김성환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금화를 시작으로 금강과 다수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 정점에 김 부사장이 올라있는 셈이다.
이 같은 지분 구조는 2004년 이후 고착화됐다. 금화의 2004년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김 부사장의 지분율은 81.85%이다. 약 13년간 지분율 변동 없이 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김 부사장은 금화 외에 비제바노(100%), 갈라인터내셔널(50%) 등의 주력 계열사 지분을 별도로 소유하고 있다. 소유구조 측면서 창업주 2세에서 3세로 이어지는 가업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된 구조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