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출작전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16 10:37:37
  • 호수 1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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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태블릿PC가 조작이라면…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추석 연휴 기간 신혜원씨의 ‘태블릿PC 조작설’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국정 농단의 단초가 된 태블릿PC가 본인 것이란 주장이다. JTBC 측은 “어이없는 주장”이란 반응이다. <일요시사>는 1심 판결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프로젝트를 들여다봤다.    
 

지난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추가로 발부됐다. 법원은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했다. 6개월 차에 접어든 박 전 대통령 재판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월23일 첫 재판서 자신이 받고 있는 18개 혐의와 관련한 공소 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첫 재판을 시작으로 지난달 29일까지 총 77번의 재판이 열렸다. 

선고 앞두고 
혐의들 부인

추석 이후 재개되는 재판에선 박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관련 혐의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진 삼성·SK·롯데와 관련된 뇌물 혐의가 집중적으로 다뤄졌지만 앞으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심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첫 재판서 박 전 대통령은 18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 롯데·포스코·KT 등에 대가성 지원, 삼성에 최순실씨 지원 요구 등에 직접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추론과 상상에 의해 기소됐다”고 말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조목조목 반발했다. 우선 재단 출연금 관련해선 박 전 대통령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돌아가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즉 스스로 쓰지도 못할 돈을 받기 위해 재단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심 선고 앞둔 박 전 대통령
총 77번 심리…끝까지 부인

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검찰은 제3자 뇌물죄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와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위해 경제적 공동체 개념이 성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 
최씨와 대통령께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 모의해 돈을 받아냈다는 범행과정이 필요하지만 공소장에는 아무 설명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씨와 관련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최씨로부터 연설문 표현과 문구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 사실은 있지만 인사 문제를 최씨에게 전달토록 지시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대통령께서 블랙리스트에 대해 어떤 지시를 보고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대통령께서 문제 단체에 대해 어떤 말 한마디를 했다고 해서 블랙리스트에 대한 일련의 과정까지 책임을 묻는다면 살인범을 낳은 어머니에 대해 살인죄를 묻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무죄 방면을 위해 유 변호사는 검찰 측에 반격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공소장’을 문제 삼았다. 

공소장 부분에 대해서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공모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사의 주장인데 공소장 어디를 봐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공모관계가 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언론 기사를 형사사건의 증거로 제출한 점도 꼬집었다.


이재용 징역 5년
박 뇌물죄 과연?

이후 재판은 지난달 29일까지 총 77번의 심리가 진행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1심 재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형사27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포괄적인 경영권 승계 현안’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 부회장에게 사실상 뇌물을 제공하게 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이 부회장 사건 판결문을 증거로 채택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주 4회씩 열어 다른 뇌물사건도 함께 심리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삼성 뇌물사건, 목요일과 금요일은 SK·롯데 관련 뇌물사건을 심리하는 식이다. 

그러는 사이 최씨와 공모한 박 전 대통령이 SK그룹을 상대로 K스포츠재단 등에 89억원을 내도록 요구했다는 ‘제3자 뇌물요구’ 혐의는 심리가 마무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그룹 임원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나와 증언했다.

재판과정에선 “SK그룹이 지원에 난색을 표하자 안 전 수석이 ‘대통령이 관심 갖고 지시하신 사안’이라고 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이 롯데그룹으로부터 70억원 상당의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금을 받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심리도 상당 부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항소심 돌입한 이재용
박근혜 재판 연관성은?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 회장으로부터 롯데그룹 면세점 추가 선정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하도록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측은 면세점 추가 선정 문제는 앞서 기획재정부·관세청이 검토해 온 정책이라며 부정한 청탁이 아니었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이후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혐의에 초점을 맞춰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로 다른 재판서 실형이 선고된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미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시기와 관련해선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추가 구속기간 만료일인 다음달 19일 전에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8개 혐의 중 삼성전자 정씨 관련 승마 훈련비용 지원 등 큰 맥락은 심리를 마친 상태기 때문이다. 

지난 12일부터 본격적인 항소심 재판 심리에 들어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과도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1심서 징역 5년형을 받은 이 부회장이 만일 항소심서 무죄를 받는다면 박 전 대통령 재판의 심리 결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항소심 재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태블릿 조작설
신 vs 손 공방전

현재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중이던 지난 8일 신혜원씨가 국회 정론관서 대한애국당 조원진 공동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 소유로 알려진 태블릿PC가 본인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신씨는 지난 2012년 박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SNS 본부서 일했던 인물로, 서강포럼 사무국장으로 재직했다.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란 주장에 여론은 들끓었다. 태블릿PC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기자회견서 “대선캠프에 합류한 뒤 김철균 SNS 본부장의 지시로 흰색 태블릿PC 1대를 건내받았고 이 태블릿PC로 당시 박근혜 후보의 카카오톡 계정관리를 했었다”며 “대선캠프 SNS팀 내에서 다른 태블릿PC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 12월 말 대선 캠프를 떠나면서 해당 태블릿PC를 김휘종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반납했고 김 전 행정관은 자신과의 통화서 문제의 태블릿PC를 폐기했다고 주장하면서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국정 농단 파문의 발단이 된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최씨 소유의 태블릿PC라는 것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친박 성향의 단체들이 주장해온 JTBC 태블릿PC 조작설에 부합하는 내용인 셈이다. 이번 신씨의 주장은 태블릿PC 조작설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뿔난 친박 단체들
무죄 석방 될까?

신씨의 주장에 대해 JTBC <뉴스룸>은 정면 반박했다. 지난 9일 손석희 앵커는 “신씨의 주장을 짚어보겠다”며 “아무리 반론을 펼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짜 뉴스가 계속해서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사례로 ‘호주 총리 대통령 축전’ ‘이명박 회담 참고 자료’ ‘북과의 비밀 내용’ 등을 언급하면서 “태블릿PC가 신씨의 것이라면 대선 캠프 활동을 했던 신씨가 대선 이후에도 국방 기밀을 받아봤다는 것”이라며 “이밖에 최씨와 관련된 문건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1980년대 육영재단 유치원 문제, 최씨의 딸로 작성된 문서 등은 왜 신씨가 갖고 있는 것인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신씨 측이 이미지 파일 1900여개 중 최씨 사진은 단 3장뿐이라며 태블릿PC가 최씨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컴퓨터에 무지하거나 일부러 상식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자동 저장되는 이미지 파일 때문에 1900여 개의 이미지 파일이 생성됐고, 메일 제목이나 내용에 일부러 연예나 스포츠 기사를 넣으면서 생긴 이미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태블릿PC가 직접 촬영한 사진 폴더엔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사진, 최씨 조카 가족사진 등 아무나 받을 수 없는 박 전 대통령 저도 휴가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JTBC 반박에 신동욱 신동욱 총재는 손 앵커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겨 '신혜원 ‘JTBC 태블릿PC 양심선언’ 기자회견, 충격·경악·조작·거짓·절도 손석희 완전범죄 실패한 꼴이고 구속수사 정답 꼴'이라고 전했다.

이어 '누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꼴이고 그림 파일 글자 수정 말도 안되는 꼴이다. 사실이면 내란죄 꼴이고 관련자 여적죄로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들끓는 친박단체 
박근혜 운명은?

정치권은 이번 신씨의 주장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신씨 주장과 별개로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친박 단체들의 목소리는 추석 연휴기간에도 계속됐다.

지난 7일 친박 인사들이 주축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 ‘무죄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섬과 동시에 현 정부의 외교·안보 실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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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