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출작전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16 10:37:37
  • 호수 1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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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태블릿PC가 조작이라면…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추석 연휴 기간 신혜원씨의 ‘태블릿PC 조작설’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국정 농단의 단초가 된 태블릿PC가 본인 것이란 주장이다. JTBC 측은 “어이없는 주장”이란 반응이다. <일요시사>는 1심 판결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프로젝트를 들여다봤다.    
 

지난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추가로 발부됐다. 법원은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했다. 6개월 차에 접어든 박 전 대통령 재판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월23일 첫 재판서 자신이 받고 있는 18개 혐의와 관련한 공소 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첫 재판을 시작으로 지난달 29일까지 총 77번의 재판이 열렸다. 

선고 앞두고 
혐의들 부인

추석 이후 재개되는 재판에선 박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관련 혐의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진 삼성·SK·롯데와 관련된 뇌물 혐의가 집중적으로 다뤄졌지만 앞으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심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첫 재판서 박 전 대통령은 18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 롯데·포스코·KT 등에 대가성 지원, 삼성에 최순실씨 지원 요구 등에 직접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추론과 상상에 의해 기소됐다”고 말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조목조목 반발했다. 우선 재단 출연금 관련해선 박 전 대통령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돌아가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즉 스스로 쓰지도 못할 돈을 받기 위해 재단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심 선고 앞둔 박 전 대통령
총 77번 심리…끝까지 부인

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검찰은 제3자 뇌물죄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와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위해 경제적 공동체 개념이 성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 
최씨와 대통령께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 모의해 돈을 받아냈다는 범행과정이 필요하지만 공소장에는 아무 설명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씨와 관련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최씨로부터 연설문 표현과 문구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 사실은 있지만 인사 문제를 최씨에게 전달토록 지시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대통령께서 블랙리스트에 대해 어떤 지시를 보고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대통령께서 문제 단체에 대해 어떤 말 한마디를 했다고 해서 블랙리스트에 대한 일련의 과정까지 책임을 묻는다면 살인범을 낳은 어머니에 대해 살인죄를 묻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무죄 방면을 위해 유 변호사는 검찰 측에 반격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공소장’을 문제 삼았다. 

공소장 부분에 대해서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공모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사의 주장인데 공소장 어디를 봐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공모관계가 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언론 기사를 형사사건의 증거로 제출한 점도 꼬집었다.


이재용 징역 5년
박 뇌물죄 과연?

이후 재판은 지난달 29일까지 총 77번의 심리가 진행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1심 재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형사27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포괄적인 경영권 승계 현안’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 부회장에게 사실상 뇌물을 제공하게 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이 부회장 사건 판결문을 증거로 채택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주 4회씩 열어 다른 뇌물사건도 함께 심리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삼성 뇌물사건, 목요일과 금요일은 SK·롯데 관련 뇌물사건을 심리하는 식이다. 

그러는 사이 최씨와 공모한 박 전 대통령이 SK그룹을 상대로 K스포츠재단 등에 89억원을 내도록 요구했다는 ‘제3자 뇌물요구’ 혐의는 심리가 마무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그룹 임원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나와 증언했다.

재판과정에선 “SK그룹이 지원에 난색을 표하자 안 전 수석이 ‘대통령이 관심 갖고 지시하신 사안’이라고 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이 롯데그룹으로부터 70억원 상당의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금을 받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심리도 상당 부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항소심 돌입한 이재용
박근혜 재판 연관성은?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 회장으로부터 롯데그룹 면세점 추가 선정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하도록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측은 면세점 추가 선정 문제는 앞서 기획재정부·관세청이 검토해 온 정책이라며 부정한 청탁이 아니었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이후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혐의에 초점을 맞춰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로 다른 재판서 실형이 선고된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미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시기와 관련해선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추가 구속기간 만료일인 다음달 19일 전에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8개 혐의 중 삼성전자 정씨 관련 승마 훈련비용 지원 등 큰 맥락은 심리를 마친 상태기 때문이다. 

지난 12일부터 본격적인 항소심 재판 심리에 들어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과도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1심서 징역 5년형을 받은 이 부회장이 만일 항소심서 무죄를 받는다면 박 전 대통령 재판의 심리 결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항소심 재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태블릿 조작설
신 vs 손 공방전

현재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중이던 지난 8일 신혜원씨가 국회 정론관서 대한애국당 조원진 공동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 소유로 알려진 태블릿PC가 본인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신씨는 지난 2012년 박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SNS 본부서 일했던 인물로, 서강포럼 사무국장으로 재직했다.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란 주장에 여론은 들끓었다. 태블릿PC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기자회견서 “대선캠프에 합류한 뒤 김철균 SNS 본부장의 지시로 흰색 태블릿PC 1대를 건내받았고 이 태블릿PC로 당시 박근혜 후보의 카카오톡 계정관리를 했었다”며 “대선캠프 SNS팀 내에서 다른 태블릿PC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 12월 말 대선 캠프를 떠나면서 해당 태블릿PC를 김휘종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반납했고 김 전 행정관은 자신과의 통화서 문제의 태블릿PC를 폐기했다고 주장하면서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국정 농단 파문의 발단이 된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최씨 소유의 태블릿PC라는 것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친박 성향의 단체들이 주장해온 JTBC 태블릿PC 조작설에 부합하는 내용인 셈이다. 이번 신씨의 주장은 태블릿PC 조작설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뿔난 친박 단체들
무죄 석방 될까?

신씨의 주장에 대해 JTBC <뉴스룸>은 정면 반박했다. 지난 9일 손석희 앵커는 “신씨의 주장을 짚어보겠다”며 “아무리 반론을 펼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짜 뉴스가 계속해서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사례로 ‘호주 총리 대통령 축전’ ‘이명박 회담 참고 자료’ ‘북과의 비밀 내용’ 등을 언급하면서 “태블릿PC가 신씨의 것이라면 대선 캠프 활동을 했던 신씨가 대선 이후에도 국방 기밀을 받아봤다는 것”이라며 “이밖에 최씨와 관련된 문건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1980년대 육영재단 유치원 문제, 최씨의 딸로 작성된 문서 등은 왜 신씨가 갖고 있는 것인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신씨 측이 이미지 파일 1900여개 중 최씨 사진은 단 3장뿐이라며 태블릿PC가 최씨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컴퓨터에 무지하거나 일부러 상식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자동 저장되는 이미지 파일 때문에 1900여 개의 이미지 파일이 생성됐고, 메일 제목이나 내용에 일부러 연예나 스포츠 기사를 넣으면서 생긴 이미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태블릿PC가 직접 촬영한 사진 폴더엔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사진, 최씨 조카 가족사진 등 아무나 받을 수 없는 박 전 대통령 저도 휴가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JTBC 반박에 신동욱 신동욱 총재는 손 앵커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겨 '신혜원 ‘JTBC 태블릿PC 양심선언’ 기자회견, 충격·경악·조작·거짓·절도 손석희 완전범죄 실패한 꼴이고 구속수사 정답 꼴'이라고 전했다.

이어 '누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꼴이고 그림 파일 글자 수정 말도 안되는 꼴이다. 사실이면 내란죄 꼴이고 관련자 여적죄로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들끓는 친박단체 
박근혜 운명은?

정치권은 이번 신씨의 주장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신씨 주장과 별개로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친박 단체들의 목소리는 추석 연휴기간에도 계속됐다.

지난 7일 친박 인사들이 주축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 ‘무죄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섬과 동시에 현 정부의 외교·안보 실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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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