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MB 반격카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0:39:28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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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보수 방패로 노무현 찌르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청와대의 적폐청산 기조에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위기에 몰렸다. 각종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MB가 더 이상 뒤에 머물긴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MB는 어떤 승부수를 띄울까. <일요시사>는 MB의 반격카드를 들여다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잇따른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 전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국민 추석인사’ 형식의 글을 올린 이 전 대통령은 문 정부의 전임 정권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해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불거진 의혹
위기의 MB

이 전 대통령은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前前)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최근 여권이 제기한 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정치인 사찰 및 2012년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여권의 의혹 제기가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추가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첫 공식입장을 밝히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만큼 향후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정면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흐름은 MB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전 대통령을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해 고소·고발하면서 여권에선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서 “이 전 대통령이 댓글공작 심리전단 지원을 직접 지시한 보고서가 공개됐다”며 “직접 대답해야 할 차례가 오고 있는 것 같다”고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문 정부 ‘적폐청산’ 이명박 정조준
이구동성 한국당 “정치 보복일 뿐”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MB 저격에 힘을 실었다. 우 원내대표는 최근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여론조작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보기관 등을 동원한 불법 여론조작 의혹과 함께 이 전 대통령과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조사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공세수위가 높아지자 이 전 대통령 측도 즉각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25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적폐청산을 하자고 했는데 그 적폐청산의 본질이 뭐냐”며 과거 MB정부까지 수사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현 정부를 겨냥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적폐를 청산하자며 똑같은 방식을 되풀이하는 건 또 다른 적폐를 낳는 것”이라며 “저도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고 우리가 진지하고 침착하게 국정 현안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보자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MB정부서 정무수석을 지낸바 있는 정 의원이 MB정부 책임론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이러한 발언의 배경으로 보인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를 꼬집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요즘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관련한 보도를 보면 치졸하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힐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치졸한 댓글 논쟁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선동하지 말길 바란다”며 “현재 대한민국서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는 한풀이식 정치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이슈
물타기 시도

그렇다면 MB의 현 정부 반격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일명 ‘물타기’로 불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슈화가 꼽힌다. 여권의 이명박·박근혜정부 적폐 청산 프레임에 맞서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을 거론하는 것이다. 

반격의 선봉장으론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나선 모양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며 노무현 정부 당시의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서 “요즘 댓글 댓글 하는데 댓글 정치 원조는 노무현정부”라며 노무현정부 때인 2006월 2월 국정홍보처 문건을 예로 들었다. 

해당 문건은 지난 2012년 대선 전후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정부 정책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담당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뒤 정식 정부 문서로 내려 보낸 것이어서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또’ 노무현 이슈…물타기 전략  
친이계 모아 보수대결집 노린다

이에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해당 문건은 공개적인 정부의 활동이지, 이명박·박근혜정부가 받는 의혹처럼 정보기관을 동원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사찰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 의원이 궁지에 몰리니까 또 다시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함으로써 앞으로 이전 진보정권 10년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근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도 재점화했다. 

지난달 27일 홍준표 대표는 고려대 교우회관서 열린 고경아카데미 특강서 “본질은 노 전 대통령 가족이 640만달러의 뇌물을 받았느냐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재단이 정진석 의원을 고발한 것에 대해선 “권력을 잡았다고 그 과정서 일어났던 곁가지를 검찰을 이용해 본류인 양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640만달러는 70억원이 넘는 돈인데 뇌물이라면 범죄수익이고 그렇다면 내놔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특검을 재차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여의도 당사서 열린 추석 민생 점검회의서 전날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주요 사정기관장들이 총출동한 사실을 언급하며 “문재인정부가 반부패 의지가 있다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과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도 특검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보수단체 수사 등에 대해서도 “보수세력의 궤멸을 넘어 씨를 말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소름 끼치는 일”이라며 “정치보복, 내로남불의 사정이 되면 안 된다. 한풀이식 편파수사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이계 주축  
보수통합 플랜 

이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이슈를 띄워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보수대통합을 통한 반격 플랜도 점쳐진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이 포진해있다는 점이 이 전 대통령에겐 유일한 희망이다. 


친이계는 19대와 20대 총선을 거치면서 당내 친박(친 박근혜)계의 공천학살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나마 친이계 인사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으로는 한국당 심재철, 권성동, 정진석, 이군현,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김영우 최고위원, 정병국, 김용태 의원 등이다. 최근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국당·바른정당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문재인정부의 MB 저격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중진의원들은 만찬회동을 갖고 보수통합 실무 협의체 격인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회동에는 모두 12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한국당에선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의원 등 8명이, 바른정당에선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의원 등 4명이 자리했다. 

이날 김영우 의원은 회동 후 “‘대한민국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되는 것 아니냐’ ‘한국당도, 바른정당도 건강한 수권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약하다. 보수가 뭉치면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주축이 된 ‘열린토론, 미래’도 사실상 양당 통합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이 같은 통합 기류에 대한 비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사실상 바른정당 친이계 인사들은 통합 흐름에 호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보수대통합’이 필수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로 인해 야당으로서의 야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서 이 전 대통령은 보수 통합의 기틀 마련을 주도함으로써 적폐청산 프레임서 벗어날 여지를 만들 수 있다. 만약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에 이르게 된다면 여소야대 국면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용한 분위기
전면에 등장?

MB측근들은 전면에 나서기보단 때를 기다리는 눈치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사실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다만 이재오 전 의원이 MB를 대변하고 나섰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이 할일 없어서 남의 사생활이나 간섭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적폐가 있으면 있는 대로 도려내면 되지 이것을 바람몰이, 산양몰이 하듯 매일 여권서 수사하고 잡아가라고 하면 검찰이 없는 적폐라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 기무사 테니스 논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기무부대 내 테니스장을 올해에만 20차례 방문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무사는 군사 관련 정보수집과 수사를 목적으로 창설된 국방부 직할 부대로 군 관계자 외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 

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무사를 통해 받은 ‘전직 대통령들의 기무사 출입내역’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인근의 기무부대에 올해에만 20차례 방문해 테니스장을 이용했다. 

김 의원 측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는 전직 대통령이 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근거가 없고 보안이 필요한 군 시설에 민간 테니스 선수들과 함께 출입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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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