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MB 반격카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0:39:28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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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보수 방패로 노무현 찌르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청와대의 적폐청산 기조에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위기에 몰렸다. 각종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MB가 더 이상 뒤에 머물긴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MB는 어떤 승부수를 띄울까. <일요시사>는 MB의 반격카드를 들여다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잇따른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 전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국민 추석인사’ 형식의 글을 올린 이 전 대통령은 문 정부의 전임 정권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해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불거진 의혹
위기의 MB

이 전 대통령은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前前)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최근 여권이 제기한 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정치인 사찰 및 2012년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여권의 의혹 제기가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추가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첫 공식입장을 밝히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만큼 향후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정면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흐름은 MB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전 대통령을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해 고소·고발하면서 여권에선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서 “이 전 대통령이 댓글공작 심리전단 지원을 직접 지시한 보고서가 공개됐다”며 “직접 대답해야 할 차례가 오고 있는 것 같다”고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문 정부 ‘적폐청산’ 이명박 정조준
이구동성 한국당 “정치 보복일 뿐”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MB 저격에 힘을 실었다. 우 원내대표는 최근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여론조작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보기관 등을 동원한 불법 여론조작 의혹과 함께 이 전 대통령과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조사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공세수위가 높아지자 이 전 대통령 측도 즉각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25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적폐청산을 하자고 했는데 그 적폐청산의 본질이 뭐냐”며 과거 MB정부까지 수사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현 정부를 겨냥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적폐를 청산하자며 똑같은 방식을 되풀이하는 건 또 다른 적폐를 낳는 것”이라며 “저도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고 우리가 진지하고 침착하게 국정 현안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보자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MB정부서 정무수석을 지낸바 있는 정 의원이 MB정부 책임론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이러한 발언의 배경으로 보인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를 꼬집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요즘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관련한 보도를 보면 치졸하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힐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치졸한 댓글 논쟁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선동하지 말길 바란다”며 “현재 대한민국서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는 한풀이식 정치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이슈
물타기 시도

그렇다면 MB의 현 정부 반격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일명 ‘물타기’로 불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슈화가 꼽힌다. 여권의 이명박·박근혜정부 적폐 청산 프레임에 맞서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을 거론하는 것이다. 

반격의 선봉장으론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나선 모양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며 노무현 정부 당시의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서 “요즘 댓글 댓글 하는데 댓글 정치 원조는 노무현정부”라며 노무현정부 때인 2006월 2월 국정홍보처 문건을 예로 들었다. 

해당 문건은 지난 2012년 대선 전후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정부 정책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담당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뒤 정식 정부 문서로 내려 보낸 것이어서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또’ 노무현 이슈…물타기 전략  
친이계 모아 보수대결집 노린다

이에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해당 문건은 공개적인 정부의 활동이지, 이명박·박근혜정부가 받는 의혹처럼 정보기관을 동원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사찰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 의원이 궁지에 몰리니까 또 다시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함으로써 앞으로 이전 진보정권 10년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근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도 재점화했다. 

지난달 27일 홍준표 대표는 고려대 교우회관서 열린 고경아카데미 특강서 “본질은 노 전 대통령 가족이 640만달러의 뇌물을 받았느냐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재단이 정진석 의원을 고발한 것에 대해선 “권력을 잡았다고 그 과정서 일어났던 곁가지를 검찰을 이용해 본류인 양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640만달러는 70억원이 넘는 돈인데 뇌물이라면 범죄수익이고 그렇다면 내놔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특검을 재차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여의도 당사서 열린 추석 민생 점검회의서 전날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주요 사정기관장들이 총출동한 사실을 언급하며 “문재인정부가 반부패 의지가 있다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과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도 특검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보수단체 수사 등에 대해서도 “보수세력의 궤멸을 넘어 씨를 말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소름 끼치는 일”이라며 “정치보복, 내로남불의 사정이 되면 안 된다. 한풀이식 편파수사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이계 주축  
보수통합 플랜 

이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이슈를 띄워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보수대통합을 통한 반격 플랜도 점쳐진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이 포진해있다는 점이 이 전 대통령에겐 유일한 희망이다. 


친이계는 19대와 20대 총선을 거치면서 당내 친박(친 박근혜)계의 공천학살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나마 친이계 인사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으로는 한국당 심재철, 권성동, 정진석, 이군현,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김영우 최고위원, 정병국, 김용태 의원 등이다. 최근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국당·바른정당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문재인정부의 MB 저격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중진의원들은 만찬회동을 갖고 보수통합 실무 협의체 격인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회동에는 모두 12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한국당에선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의원 등 8명이, 바른정당에선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의원 등 4명이 자리했다. 

이날 김영우 의원은 회동 후 “‘대한민국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되는 것 아니냐’ ‘한국당도, 바른정당도 건강한 수권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약하다. 보수가 뭉치면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주축이 된 ‘열린토론, 미래’도 사실상 양당 통합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이 같은 통합 기류에 대한 비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사실상 바른정당 친이계 인사들은 통합 흐름에 호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보수대통합’이 필수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로 인해 야당으로서의 야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서 이 전 대통령은 보수 통합의 기틀 마련을 주도함으로써 적폐청산 프레임서 벗어날 여지를 만들 수 있다. 만약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에 이르게 된다면 여소야대 국면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용한 분위기
전면에 등장?

MB측근들은 전면에 나서기보단 때를 기다리는 눈치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사실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다만 이재오 전 의원이 MB를 대변하고 나섰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이 할일 없어서 남의 사생활이나 간섭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적폐가 있으면 있는 대로 도려내면 되지 이것을 바람몰이, 산양몰이 하듯 매일 여권서 수사하고 잡아가라고 하면 검찰이 없는 적폐라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 기무사 테니스 논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기무부대 내 테니스장을 올해에만 20차례 방문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무사는 군사 관련 정보수집과 수사를 목적으로 창설된 국방부 직할 부대로 군 관계자 외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 

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무사를 통해 받은 ‘전직 대통령들의 기무사 출입내역’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인근의 기무부대에 올해에만 20차례 방문해 테니스장을 이용했다. 

김 의원 측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는 전직 대통령이 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근거가 없고 보안이 필요한 군 시설에 민간 테니스 선수들과 함께 출입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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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