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문재인정부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18 11:05:53
  • 호수 1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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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하다 무너지게 생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위기에 빠졌다. 안으로는 인사문제부터 시작해 밖으로는 북핵문제까지 겹치면서 시름이 계속되고 있다.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 문 정부의 해법은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안팎으로 몰린 문재인정부의 현 상황을 짚어봤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국회는 지난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했다. 결과는 총 투표수 293표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표 2표로 부결됐다. 

인사 난맥상
야3당 맹공

청와대는 곧바로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다른 안건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연계하려는 정략적 시도는 계속됐지만 그럼에도 야당이 부결까지 시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김 후보자에게는 부결에 이를 만한 흠결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헌정질서를 정치·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오늘 국회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이자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의 낙마로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헌법재판소장이 국회 임명을 받지 못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번 부결이 특히나 충격이 컸던 이유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야 3당의 공세 신호탄이란 성격 때문이다. 

앞서 이낙연 총리의 경우 임명동의안이 국회서 통과한 바 있다. 재적의원의 과반수 이상 출석과 출석의원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임명하긴 어려웠다. 

당시 야당은 정권초기 허니문 기간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서 이 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김이수 임명동의안 부결…청와대 충격
대법원장 부결가능성↑…매서운 공세

문 정부 정책에 사활이 걸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도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야 3당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면서 문 정부에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야당 입장에선 더 이상 문 대통령의 독주를 두고 볼 수만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5대 비리’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제시했던 문 정부의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정부는 논란이 있던 인사를 강행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앞선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면서 ‘적폐청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광폭행보와는 별개로 김 후보자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선 ‘사법부 코드 인사’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김이수 전 후보자보다 김명수 후보자의 ‘이념 편향’을 더욱 문제삼고 있다. 만약 김명수 후보자까지 부결된다면 문 대통령이 추진했던 ‘헌재소장 김이수, 헌법재판관 이유정, 대법원장 김명수’라는 구상은 붕괴되는 셈이다. 

계속되는 인사 난맥상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최근 조현옥 인사수석,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수석·보좌관 회의서 “인사 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라” “인재풀을 확보하라”는 지시와 함께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임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보회의에 참석 했던 한 인사는 “상당히 엄하게 질책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라진 협치
인사 돌파구는? 

김 후보자 부결로 야당은 존재감을 표출한 반면 청와대와 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인사 관련해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 있다.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 탁현민 행정관부터 시작해 각종 논란에 휘말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이 물러나면서 문 정부의 앞날이 어두운 상황이다. 

특히 탁 행정관의 경우 정현백 여성부장관이 나서 해임을 건의할 정도로 문 정부 ‘인사실패의 아이콘’이 됐다.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이력, 뉴라이트 사관,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박 전 후보자는 여야 모두 부적절한 인사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즉 인사를 함에 있어 야당의 건의나 국민여론을 살피지 않고 독단적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가 인사에 있어서 전혀 협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서 협조만 요청할 게 아니라 정말 국민 대다수가, 또 정치권과 언론서 문제제기하는 잘못된 인사에 대해서는 전향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임명동의권이 필요 없는 인사들의 경우 논란이 됐더라도 임명을 강행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김 후보자 부결로 인해 문 대통령이 더 이상 ‘강경책’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향후 임명동의안이 필요한 인사의 경우 또다시 야당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명이 실패할 경우 결국 문 대통령이 구상한 정책과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문재인정부의 딜레마는 인사에 그치지 않는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나흘 뒤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 임시배치를 완료했다. 문재인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대응차원서 사드 임시배치를 단행했지만 그로 인해 정치·외교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특히 진보진영에선 ‘배신’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자문그룹 ‘10년의 힘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공개석상서 “이름과 용모는 같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드 배치도 그렇고, 전부 촛불 민심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정면비판했다.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현 상황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며 “정부는 한반도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해당 메시지는 청와대가 현 상황을 얼마나 위중하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이라는 평가다. 

사드 ‘갈팡질팡’
미·중 눈치보기


보수진영의 공세도 매섭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선 환영한다면서도 ‘임시’ 배치라는 점을 들어 중국과 사드 반대론자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임시배치’라는 단어만 반복했는데 이는 언제든 사드를 다시 철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이중 플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드배치는 대북 유화책의 처참한 실패로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안보정책 중 유일하게 칭찬받을 만한 조치였다”면서도 “대통령 입장문은 대국민 메시지가 아니라 일부 사드 반대세력과 중국의 반발에 눈치 보듯 변명하는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었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드를 악성 종양에 빗대며 원색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시진핑 주석도 문 대통령의 통화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등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은 한층 강화되는 모양새다. 

야권 일각에선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선 비대칭 무기인 ‘핵’을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를 놓고 야당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북한이 핵폭탄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해서 완성단계에 이르렀는데 한반도 비핵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 김학용 의원은 “북한서 7차 핵실험 하면 어떻게 하느냐. 그때도 전술핵 상시배치 안 할 건가”라고 강도 높게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했다.

북한 6차 핵실험…사드 우왕좌왕
문통 방미 주목 북핵·외교 분수령 

반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야당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과 관련해 “민주당은 평화보다는 오직 핵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술핵 주장을 반대한다”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 원칙 (훼손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전술핵 재배치 불가를 분명히 했다.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서 검토한 바 없다”며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 불가 이유로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 위배 ▲북한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명분 약화 및 상실 ▲동북아의 핵무장 확산 등을 들었다.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고위 당국자가 직접 공개적으로 전술핵 재배치 불가를 선언한 것은 6차 핵실험 이후 북핵 대응 차원서 전술핵 재배치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서도 북핵에 맞선 ‘핵균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전술핵 재배치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18일부터 시작될 방미 일정이 문 대통령 대북 외교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서 문 대통령은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다. 북한의 핵위협으로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서 강력한 대북 제재의 당위성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답답한 흐름
지지율 하락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한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취임 후 처음으로 70%가 무너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 하락한 69.1%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2.8% 오른 24.6%를 각각 기록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득주도 성장의 이면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이 곳곳서 삐걱대고 있다. 문 정부는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등 소득주도 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소득주도를 강조하다 보니 기업 등 재계에서는 산업정책이 실종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의 불만이 커지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그동안 혁신성장이 상대적으로 소홀했음을 인정했다. 

지난 12일 김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서 “모든 경제정책 방향이 소득주도에만 몰린 것으로 보이다 보니 전체 경쟁력과 비교우위를 높이는 쪽(혁신성장)이 간과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기대를 모았던 고용시장도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추경, 세법개정안까지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률 최고치 경신을 막지는 못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득주도 성장이 저성장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담은 것은 아니다”라며 “분배와 성장의 상충관계를 외면하지 말고 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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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