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발’ 경찰청장 교체설 내막

‘국감 타깃’ 이철성 끌어내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찰 수뇌부 인사발령이 난지 한 달을 갓 넘긴 상황서 경찰청장 교체설이 나돌고 있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민주화의 성지’ 발언과 관련된 경찰 수뇌부들의 다툼이 다가오는 10월 국정감사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번 국감에선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악화된 여론에 청와대와 정부서도 어떠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여기에 후임 경찰청장의 하마평 또한 무성해 교체설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지난달 경찰 수장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사이 한차례 공방이 벌어졌다. 강 학교장은 지난해 11월 광주경찰청장으로 근무할 당시 공식 페이스북에 ‘민주화 성지’라는 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올리자 “이철성 경찰청장이 질책하고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청장은 통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폭로 대잔치
진흙탕 싸움

두 사람 간 공방은 폭로전으로 치달았다. 당시 광주청은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강 학교장은 바로 이 게시글 때문에 이 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7일 한 매체를 통해 “이 청장이 ‘민주화의 성지에 근무하니까 좋으냐’는 등의 비아냥 섞인 질책을 했고 ‘바로 글을 내리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기술적으로 (처리)하든지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청은 당시 해당글을 삭제했다. 

이 청장은 같은 날 입장자료를 내고 “강인철 당시 광주경찰청장(현 중앙경찰학교장)에게 게시글 관련해 전화를 하거나 질책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강 학교장의 주장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기도 했다. 
 

두 사람 간 공방은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강 학교장의 폭로 직후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폭로 나흘 전인 지난달 3일 강 학교장이 이 청장과 독대한 자리서 “감찰 결과 비리가 드러나 곧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강 학교장이 수사를 받을 상황에 놓이자 이 청장에 대한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행안부장관이 나서 일단락됐지만
거세게 부는 ‘민주화 성지’ 후폭풍

실제 경찰청은 지난달 7일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강 학교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 강 학교장은 고급 관용차를 불법으로 개조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으며 상조회 돈 7000만원을 사용해 학교 내에 치킨 매장을 설치할 것을 지시(직권남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강 학교장은 감찰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강 학교장은 자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8일 이 청장의 발언을 더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강 학교장은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19일 전화통화 당시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벌써부터 동조하고 그러느냐. 내가 있는 한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덮으려 했지만
몰려오는 후폭풍

‘이철성 vs 강인철’의 진실공방에 제3의 인물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7일 오후 김모 경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 학교장의 갑질을 고발했다. 강 학교장은 김 경감의 주장 역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감은 “중앙경찰학교장 재직 당시 학교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자 문책성 징계를 받았고 ‘자기 일도 못한다’는 식의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에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강 학교장이) 차량업무 담당자를 불러 4시간 동안 추궁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튿날 전체 회의석상에 불러 재차 추궁하면서 모욕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 학교장에 대한 경찰청의 ‘표적 감찰’ 논란에 대해서는 “대기발령, 관련자 회유, 제보자 색출작업 등 갑질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했다”며 “저의 진정에 따라 경찰청의 감찰 조사가 시작됐고 민원 내용들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화 성지글 논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 시기에 논란이 이는지 그 배경에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경찰청장 흔들기는 아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작동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경찰 수뇌부의 진흙탕 싸움을 덮기 위해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까지 나섰다. 김 장관은 경찰 지휘부서 벌어진 이번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경찰의 자체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지난달 13일 김 장관은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소재의 수뇌부 회의를 찾았다. 당시 회의에는 논란의 당사자인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을 비롯한 경찰 고위 간부와 경찰청 본청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 장관은 자리에 앉아마자 “혼신의 힘을 다해 일을 하셔야 할 여러분이 이번에 국민께 걱정을 넘어 분노를 끼치고 있다”며 “이 시각 이후에도 불미스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에 논란의 중심이었던 이 청장은 “매우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고 강 학교장 역시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정말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김 장관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마평 무성
진짜 바뀌나?

이어 김 장관과 이 청장, 강 교장 등 경찰 수뇌부는 방송 생중계가 진행된 가운데 다 함께 손을 잡고 머리를 숙였다. 

김 장관은 일각서 나오는 경찰 지휘부 경질설에 대해서는 “제가 답할 자리는 아닌 거 같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 간부들 사이의 분쟁을 두고 행안부가 지휘권 발동이라고 밝히면서 직접 개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장관의 경찰청 방문에는 경찰 수뇌부의 갈등을 봉합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경찰 개혁의 동력이 끊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장관은 이 청장과 강 교장을 향해 향후 비방·반론을 중지하라고 지시하고 국민을 향해서는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자세를 낮췄다. 이번 사태를 봉합하겠다는 의도였다. 

최근 김 장관은 최근 갈등이 봉합이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국민들의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조금 미루는 게 좋겠다”며 당장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한 언론서 김부겸 안행부장관이 이철성·강인철 두 경찰 수뇌부 인사에 대해 질타한 것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인권경찰로 거듭나라는 말씀을 분명히 하셨다“며 “그래야만 검경 수사권 독립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무시하는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에 경찰이 안하무인했던 그런 관행서부터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실수가 반복적으로 벌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며 “이번 기회를 빌어 일벌백계해야 한다. 특히 경찰 수뇌부가 견제받지 않고 자신들의 내부 문제를 외부로 외화시켜서 국민들에게 민망한 모습을 보인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김 장관도 사과했지만 우리 집권여당서도 대단히 민망한 일”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매듭지어져 새롭게 거듭나는 경찰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도 했다.

10월말 전후 여론 불씨
차기에 인천청장 유력

이렇게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후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찰 내부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들도 국정감사 기간인 10월 말을 전후로 경찰청장 교체설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화의 성지’ 발언이 국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악화된 여론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경찰청장 등 관계자들의 국감 증인출석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는 다음달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 동안 열린다. 

국회 여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행안부 장관이 가까스로 중재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지만 국감서 쟁점이 되면 악화된 여론에 청와대와 정부서도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 경찰청장 인선을 놓고 하마평 또한 무성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물러날 경우 외형상으론 치안정감 6명 모두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이 된다. 이들 중 김정훈 서울청장과 이주민 인천청장이 유력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정훈 서울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때 유연하게 대처해 현 정권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당시 승승장구했던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주민 인천청장도 최근까지 계속 차기 경찰청장 유력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는 과거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서 파견근무하면서 현 정부 주요 인사들과 손발을 맞췄던 만큼 코드가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인천청장으로 부임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다는 게 승진 인사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남은 임기 1년
한치 앞도 깜깜

정부는 최근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며 경찰청장을 유임시켰다. 경찰청장의 임기는 2년으로 정해져 있으며 이 청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이 청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자신의 임기를 온전히 마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왔다. 이 청장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과 논란을 이겨내고 임기를 온전히 마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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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