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덮친 세풍 ‘키워드5’

세무조사도 적폐청산…걸리면 털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을 목표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정부 기조에 맞춰 세무조사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물론 재계도 예외일 수 없다. 적폐로 분류되면 시작되는 세무조사. 정부의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세무조사를 분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청와대 여민관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서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 문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의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산비리

문 대통령의 일성에 방산업계에 시선이 쏠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3일전인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원가 조작을 통해 개발비를 빼돌린 혐의(사기 등)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방산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자연스레 방산관련 업체에 눈길이 쏠리는 모양새가 됐다.


사정당국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동력 삼아 KAI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관련 임직원들을 출국금지하고 협력사 등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하성용 KAI 대표가 20여개 협력업체들 중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과대계상한 후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수사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큰 성과는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수사당국은 당초 분식회계 혐의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수사의 틀을 짰지만 수사 착수 두 달이 흐른 현재 핵심 인물에 대한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지 않다. 

특히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채용 관련 의혹이라 전체적인 수사 방향이 이미 틀어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MB 4대강 관련 건설사 정조준
방산비리 일성에 대기업 벌벌

이 같은 상황서 지난달 25일, 국세청서 한화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자 방산비리와 관련된 전선을 넓히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화 측은 통상적인 세무조사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렸다. 조사 4국은 일반적으로 탈세와 관련한 혐의점을 발견했을 경우 조사에 착수한다.
 

따라서 최근 방산비리와 관련해 정부의 의지가 높은 상황서 정부가 KAI 조사에 이어, 방산 관련 주요 계열사가 많은 한화까지 전선을 확대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실제 조세당국은 방산비리 계열사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한화 방산부분, 한화테크원,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김승연 회장 비서실 등 4곳에 대해 회계와 재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한화테크원의 경우 KAI의 수리온 헬기와 고등훈력기 T-50, 경공격기 FA-50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한화시스템은 전장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한화는 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와의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된 기업이기도 하다. 감사원은 지난 7월 앞서 세 차례의 면세점 특허심사서 관세청이 점수 조작으로 결과가 바뀌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당락이 바뀐 업체 가운데 심사에 통과한 업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특히 시기가 박근혜정부 시절이었기 때문에 최순실 국정 농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면서 면세점 사업권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은 고조됐다.

한화 역시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된 업체 가운데 한 곳이었다. 2015년 11월 면세점 사업권을 땄지만 이 과정서 점수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박근혜정부 시절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서 비리가 있었다고 발표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이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세무조사에 따라 수상한 자금의 흐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한화의 상황이 더욱 비관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는 현재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이태종 한화 대표이사는 최근 세무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배경을 잘 모른다. 정도경영을 해왔으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에선 정부의 사정기관이 칼날을 겨누고 있는 한화의 상황을 ‘시계 제로’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면세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한화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때문만은 아니다. 건설사로서 면세점을 새먹거리로 택한 현대사업개발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요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소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회계장부를 영치하는 등 세무조사에 나섰다. 현대산업개발 본사뿐만 아니라 HDC그룹 계열사 일부에도 조사요원이 파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HDC신라면세점 관련 의혹을 겨냥한 세무조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손을 잡고 사업권을 따내 현재 서울 용산서 영업 중이다.

물론 현대산업개발이 건설사인 만큼 건설업계 역시 이번 세무조사를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후 이명박정부 시절 국책 사업인 4대강 관련 감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당시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의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었다.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SK건설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4대강 관련 감사를 위한 세무조사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요원들이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SK건설 본사에 투입되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2012년 4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조사를 받은 지 5년 만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정부가 4대강 관련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국정 농단

또 공정거래위원회서 적폐로 분류되는 불공정하도급 문제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기조에 발맞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월 공정위원장직에 오르면서 불공정하도급 문제를 척결할 것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 부는 긴장감은 상당했다. 현재 공정위의 행보는 불공정하도급을 개선하기 위해 실태 조사에 착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정위는 최근 대림산업의 최대주주 대림코퍼레이션과 부영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이번 SK건설의 세무조사를 두고 불공정하도급 조사에 대한 전초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 것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SK건설이 하도급업체와 체결한 공사계약서와 달리 대금을 부풀려 계산서를 발행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하청업체에 부당한 갑질 또는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조세를 포탈한 흔적은 없는지, 그리고 정상적으로 법인세를 신고 및 납부했는지를 조사할 예정으로 보인다.

최순실 그림자 면세업계 긴장
프랜차이즈 갑질에도 ‘메스’

SK건설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부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기업에도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마무리돼 추후 상황에 주목되고 있다. 국세청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조세회피 행위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방침을 세워 관심이 모이고 있다. 

<조세일보>에 따르면 앞서 미국의 종합금융회사인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다국적기업

지난 4월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조사요원들은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에 들어가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세거래조사국은 통상 기업의 역외탈세와 해외거래 흐름을 조사한다. 일정 지분율 이상의 외국 투자법인 등을 주로 조사하며 국내법인 가운데서도 국제거래가 활발한 기업에 대해 조사하기도 한다.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측은 올해 1월10일부터 현재까지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 국제조사1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세무조사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국세청 조사 결과에 따라 세금 리스크가 같은 씨티그룹 기업집단에 속한 한국씨티은행까지 옮겨 붙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은 앞선 2015년 2월부터 5월까지 해외용역비 과다 문제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경영자문료라는 명목으로 미국 본사 등 해외에 자금을 송출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외국계 기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커피브랜드 스타벅스, 명품브랜드 루이뷔통, 구찌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수익은 본사인 외국으로 송금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로열티나 배당, 용역비 등을 통해 본사에 수익을 보내는 데 그 규모가 비공개라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씨티그룹의 세무조사는 단순 세무조사로 그칠지 전선이 확대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국세청이 박기영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을 세무조사 실시하면서 프랜차이즈 관련 업체를 사정 칼날 위에 올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선 미스터피자의 MP그룹이나 bbq의 제너시스와 같이 논란이 있었던 프랜차이즈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 25일 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박기영 회장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프랜차이즈 본부의 편법적 탈세를 엄정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갑질 사태 등과 무관하게 지난해 주식 변동이 있어 그와 관련된 문제로 세무조사를 받은 것”이라며 “2주 전에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개별 납세자 세무조사 사항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박기영 회장은 영유아 놀이 교육 프로그램 ‘짐보리’를 국내에 들여온 짐월드 대표다. 지난 1월 제6대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편법 승계

대표적인 적폐 의혹 기업으로 분류돼 사정 칼날에 선 기업도 있다. 하림이 그 주인공이다. 하림은 얼마 전인 2015년 특별 세무조사가 있은 지 불과 2년 만에 다시 세무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림은 공정위가 적폐라고 판단하고 있는 ‘경영권 편법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두 가지 사항 모두 해당하는 의혹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최근 편법 경영권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10조원에 달하는 그룹을 물려받는 과정서 증여세 100억원을 내는데 그쳤으며 이 또한 사실상 회사가 대납해줬다는 비난이 일었기 때문이다.

준영씨는 20살이던 2012년 김 회장으로부터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받았고,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통해 하림그룹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지배력을 확보했다. 

에코캐피탈은 올품의 100% 자회사로, 2015년 올품이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로부터 매수한 후 사실상 준영씨 개인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 하림 역시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후 상황이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논란의 세무조사 “다시 꺼낸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달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 없이는 국민이 바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며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일부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 청장은 지난달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세청은 이날 발표한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통해 과거 정치적 논란이 됐던 세무조사를 돌이켜보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한 청장은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별도 TF를 구성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세정집행의 공과를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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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