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프랜차이즈 황제경영 -감탄떡볶이(구 아딸)

오너 리스크에 가맹점 휘청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현 정부서 프랜차이즈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태의 심각성이 위험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일성도 이 같은 맥락서 나왔다. <일요시사>서 프랜차이즈의 황제경영 실태를 점검했다.
 

‘아딸(이하 구 아딸)’은 오투스페이스가 운영하는 국내 유명 떡볶이 프랜차이즈였다. 하지만 최근 오너 리스크를 겪으며 진통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구 아딸 간판을 ‘감탄떡볶이’로 교체해야 했다. 오너 리스크가 또 발발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오투스페이스가 구 아딸 프랜차이즈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아딸이라는 법인에 해당 상표권이 넘어갔다. 상표권 주인이 갈린 것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63부는 “상표권이 부인 이현경씨에게 있다”라며 오투스페이스가 아딸 상표권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횡령·배임

오투스페이스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부부인 이경수 오투스페이스 전 대표와 이현경 아딸 회장이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부터다.

구 아딸은 한때 프랜차이즈 업계서 전설이었다. 구 아딸의 경영자 이 전 대표와 이 대표는 가난했다. 1994년 이 대표와 결혼한 이들 부부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2000년 겨울 3000만원을 빌려 8평짜리 떡볶이 가게를 창업했다. 


당시 간판을 새로 달 여력이 안 돼 걸려있던 ‘자유시간 호프’ 간판에 ‘자유시간 분식’이라고 덧써야 했을 정도로 시작은 열악했다. 가게는 잘돼 2년 만에 이화여자대학교 앞으로 이전할 수 있었다. 

가게를 옮긴 이들 부부는 상호를 ‘아딸’로 바꿨다. 이때부터 이들 부부는 거짓말처럼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경수․이현경 부부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 위해 오투스페이스를 설립했다. 남편의 지분 70%, 부인의 지분 30%였다. 부인 이현경씨는 본인이 등록한 아딸 브랜드를 오투스페이스가 사용하는 것을 묵시적으로 허락했다.
 

구 아딸이 본격적으로 체인사업을 시작한 2005년부터 회사가 급성장했다. 3년차인 2008년에는 기존 250개 가맹점 재계약률 98%, 7년 만인 2012년에는 1000호점을 돌파한 후 한때 매출 1200억원을 달성했었다.

하지만 오너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이 전 대표는 식자재 업자와 인테리어 업자로부터 수십억원의 리베이트를 받고 빼돌린 혐의로 2015년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했다.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다툼 끝에 이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0억2998만원을 받고 풀려날 수 있었다.

오투스페이스 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쪽 기소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업체로부터 60억원을 수수했지만 30억원 수준이고, 그 가운데 20억원을 2010년 식자재 업체에 돌려준 이후 나머지 금액 중 8억원은 가맹본사에 입금했다는 것이다. 


또한 가맹점의 탄원에서도 알 수 있듯 식자재 가격이 경쟁업체에 비해 저렴했다고 했다. 요약하면 횡령액수가 크지 않고 가맹점주에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는 것.

오너 부부 갈등으로 간판교체
이혼 소송에 따른 리스크 유효

그러나 오너 일가의 비위로 구 아딸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했다. 이 전 대표가 대표직서 물러났지만 가맹점주들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빠르게 빠져나갔다. 한때 가맹점이 1000여곳을 구가하던 구 아딸은 2015년 기준 566개로 외형이 축소됐다.

심지어 당시 부부사이였던 이 대표가 상표권을 두고 법정 소송을 벌이고 이혼소송까지 제기하자 가맹점 주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상표권과 관련 법원이 이 대표에게 손을 들어주자 가맹점주들은 오너 리스크에 노출되는 양상이었다.

재판부는 “부인이 오투스페이스에 브랜드 사용을 허락한 사실은 있지만 남편이 범죄를 저질렀고 남편 동생이 오투스페이스 대표로 취임했으며 부인 본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상표사용중지를 요구했다”며 “브랜드 사용과 관련한 부부간 신뢰관계는 이미 파괴돼 (상표사용 등)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오투스페이스는 감탄떡볶이로 간판을 바꿔 사업을 벌이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새로 구축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오너 리스크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현재 공식적인 직함을 가지고 있지 않고 그의 막내동생 이준수 대표가 감탄떡볶이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오투스페이스의 지분 70%를 쥐고 있어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특히 2014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이 대표와의 이혼 소송서 재산분할에 따라 최악의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혼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에 있다.

이와 관련 오투스페이스 이준수 대표는 “오너 리스크로 가맹점주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감탄떡볶이로 간판을 바꾼 후 매출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특수상권으로 분류되는 40개 전 매장 가운데 감탄떡볶이로 간판 전환이 완료된 38개 매장의 지난 2개월간 매출이 모두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이 전 대표의 재산은 주식 중심이고 이 대표는 주식을 제외한 부동산 등에 재산이 집중됐다”며 “이 대표가 이들 재산을 처분해 이 대표가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 몫으로 경영권을 흔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최대주주이자 현 대표의 친형으로서 회사 내에서 여전히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엔 “이미 대표이사직서 물러났다”며 “(일반적으로 회사에)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로 있다고 회사에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느냐”라며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했다.

가족간 갈등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아딸을 운영했던 오투스페이스의 경우 오너 리스크에 시달리면서 애꿎은 구 아딸 가맹점주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며 “모든 위험요소가 제거되지 않은 상황이라 경영자 입장에선 가맹점주에 피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너 부부는 지금…

이경수 전 대표와 이현경 대표 사이의 앙금은 여전히 남아있다. 감탄떡볶이와 아딸의 공식홈페이지에 이혼과 상표권 분쟁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남기고 있는 것. 

이혼 소송이 진행될수록 이 같은 여론전이 치열해질 조짐이다. 일각에선 재산분할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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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