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삼각연대설 추적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11 10:34:22
  • 호수 1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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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뭉치면 아무도 못 말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들어섬과 동시에 민주당의 독주가 지속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연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현재 정치권서 떠오르는 연대론은 다양하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제안한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을 포함한 ‘야권통합론’부터 시작해 한국당-바른정당의 ‘보수통합론’, 국민의당-바른정당의 ‘중도통합론’까지 거론된다. <일요시사>는 정가에 떠도는 연대설을 기초로 향후 정국을 예측해봤다. 
 

연대론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취임 이후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극중주의’를 표방한 안 대표가 선명 야당을 주창하면서 야권연대가 용이해진 모습이다. 야3당 연대에 신호탄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쐈다. 이들은 여당이 50% 안팎의 지지율로 야3당을 압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되면 ‘공멸된다’는 위기론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처럼 내년 6월 지방선거서 야권이 각각 광역단체장 후보를 공천하면 승산이 없다”며 “야3당이 최소한 수도권 3곳서라도 시·도지사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지방선거 연대를 해야 한다”고 야3당 연대를 공식 제안했다. 

정책연대 ‘솔솔’
곧바로 선거연대?

그가 언급한 수도권 3곳의 광역단체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한국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의 3당 연대 구상은 현 시점 바로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당-바른정당’ 연대론은 대선 이후 정치권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빠지지 않고 거론돼왔다. 앞서 대선을 앞두고 바른정당 의원 10여명이 집단 탈당했다가 한국당으로 복귀했다. ‘혁신보수’를 기치로 내세웠지만 세력 확장성의 부재는 일부 의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후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을 ‘첩’으로 비유하며 한국당에 흡수되는 방식의 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의 대표적 ‘자강론’자로 알려진 이혜훈 의원이 당 대표에 오르면서 바른정당은 ‘자강’ 분위기에 더욱 빠졌다.

통합의 방식도 두 당의 합당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통합전대’를 통해 새 지도부 구성을 주장하는 바른정당과 ‘박근혜 출당→바른정당 흡수통합’ 방식을 구상 중인 홍 대표와의 의견 폭이 좁아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두 당의 합당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원도 존재한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한국당이 (바른정당 의원) 몇 명이라도 빼가려는 작전”이라며 “박 전 대통령 출당으로 그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 명분을 만들어주려 하는데 박 전 대통령 탈당은 유효기한이 지났다”고 탈당 논의에 선을 그었다.

위기의 한국당…연대론 띄우기 감지
정책 공감대…내친김에 선거연대도?

그러면서 “한국당 자체가 폐족이고 무엇을 해도 수구정당이 돼버린 것이다.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하 의원을 만난 자리서 “바른정당이 한국당과 손을 잡는 것은 정치 퇴행”이라며 “국민의당과 함께 ‘제3의 물결’을 일으켜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다만 최근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초당적 토론 모임인 ‘열린토론, 미래’가 두 당 연대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열린토론, 미래’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문재인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을 저지하자며 만든 정책연대 모임이다.


출범식서 열린 토론회 주제는 ‘원전의 진실, 거꾸로 가는 한국’이었지만 토론 내용보다는 참석자들 면면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한국당에선 김성태·김학용·이만희·장석춘·정종섭 의원 등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이 참석했다.

바른정당에선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 지도부와 대선 과정서 유승민계로 분류된 의원 12여명이 참석했다. 

해당 모임을 이끈 김무성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책연대를 위해 출범했지만 양당 통합의 베이스캠프로 갈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 및 바른정당 일각서 야권 통합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선 “다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한국당 ‘YES’
국민-바른 ‘NO’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당과도 정책연대를 통해 통합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민의당과 정책연대 모임의 중심에는 바른정당 내 중도파들이 자리하고 있다. 두 당을 잇는 역할은 바른정당 내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정운천 최고위원이 맡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내주 국민의당 의원들과 함께 가칭 ‘중도통합포럼’을 만들어 본격적인 정책연대를 시작할 것”이라며 “바른정당 내 상당수 의원들이 참여의 뜻을 보이고 있으며 국민의당 의원들과도 이미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모임 추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확대 해석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당 차원서 바른정당과 공식적으로 연대하는 것은 적절치도 않고 그런 얘기를 꺼낼 필요도 없다”면서도 “바른정당과 우리 당이 안보를 제외하면 비슷한 부분이 많으니 중도통합포럼 모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개별 의원들끼리 의견을 공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은 포럼뿐만 아니라 정기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서도 교감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6일과 7일 각각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 주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평가했고 바른정당도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 연설을 “속 시원하고 공감된다”고 호평했다.

양당의 교섭단체 연설 내용을 들여다보면 각 분야서 겹치는 부분이 많아 연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양당 원내대표는 나란히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주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혁신주도 성장이어야 한다”며 “정부가 새로운 산업혁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민간기업 차원서의 준비라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 역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이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개혁과 혁신, 기업의 신규투자가 뒤따라야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있어서도 입장을 나란히 했다. 주 원내대표는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과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통한 탈원전은 절차적으로 큰 문제를 갖고 있다”며 “적법절차를 무시한 설익은 정책 남발은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당 소속 의원은 주 원내대표 연설에 대해 “국민의당 연설인 줄 알았다. 바른정당은 우리와 노선이 비슷하다”며 “북핵에 대응하는 부분에 있어서 바른정당이 조금 더 강경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해 정책연대에 긍정적 입장임을 시사했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를 지적한 점과 복지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지적한 대목은 어제 우리당 원내대표가 밝힌 진단과 해법의 방향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진단과 해법이 같다는 것은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협력해갈 수 있다는 뜻일 것”이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바른정당도 국민의당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오랜만에 국민들 가슴속을 들여다 본 듯한 속시원하고 공감되는 연설”이라고 평했다. 

정국 소용돌이 
연대 시너지


정치적 이념이 서로 다른 3당 사이에 물리적 결합이 당장 이뤄지긴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하지만 3당 중 2당이 정책연대를 넘어 선거연대로 나아간다면 정국은 소용돌이 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안보를 제외하고는 정책적 측면서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연대 가능성은 한껏 높아진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당이 선거연대에 나선다면 명실상부한 원내 3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아울러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높다. 국민의당은 호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탄생한 정당으로 호남의 지지 없이는 정당이 유지되기 힘든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반면 한국당을 박차고 나온 바른정당 의원들의 경우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있다.

또한 바른정당 의원들은 대부분 재선·3선 이상으로 국회 및 지역서 정치적 영향력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서 양당이 선거연대에 나선다면 양당 입장서 가장 큰 숙제인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일각에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민주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꾸준히 대두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서 반발할 가능성이 커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게 사실이다.

지지율 50% 정당이 지지율 5%대 당과 합쳐 ‘득’ 볼 게 없다는 얘기다. 진퇴양란의 상황서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연대가 유일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바른정당은 원내 20석으로 간신히 교섭단체를 구성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세력의 차이로 인해 한국당으로부터 흡수에 대한 요구를 꾸준히 받고 있다. 또, 바른정당서 한국당과 합당한다고 하더라도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합친다면 한국당과 비교해 동등한 위치서 협상이 가능하다.

국민-바른 시너지↑…한국당 물음표 
민주당 적폐세력 주장…과연 결과는?

또한 양당 의원들도 나란히 인정하는 부분인 정책적 공감대도 합당 혹은 연대 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봄직하다. 그렇다면 국민의당과 한국당의 연대는 과연 가능할까. 일단 두 당 간 연대 그림은 내년 지방선거 전략적 연대가 거론된다.

즉 특정 광역시에 연대를 통해 전략공천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3당 간 지방선거 연대를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지방선거 연대에는 선을 긋고 있다. 

우선 ‘자강’의 아이콘인 국민의당 안 대표가 연대에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섣불리 한국당과 연대에 나설 경우 여당으로부터 ‘적폐세력’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또, 각종 부정적 여론속에 당선 된 안 대표가 정치적 계산에 바탕을 둔 연대에 나설 경우 호남 민심의 이반 가능성도 예측된다. 

특히 이번 당내 경선서 안 대표는 호남 민심을 상당 부분 잃을 것으로 파악된다. 우여곡절 끝에 당의 선장이 됐지만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다만, 한국당 입장에선 국민의당과의 연대가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연대를 거론한 만큼 선거연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당 홍 대표가 안 대표와의 회동서 ‘NO연대 제스처’를 분명히 했지만 이면에는 연대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인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서 패할 경우 향후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맞이하기도 전에 당이 존폐 기로에 설 수 있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한국당의 연대 강조가 국민의당에게 공을 넘기는 액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이 한국당과의 연대설에 휘말릴 경우 국민의당 내부에선 민주당과의 연대 및 합당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국민의당) 대 (한국당-바른정당)의 양당 체제를 형성코자 3당 연대설을 키웠다는 것이다. 

민주 적폐프레임
3당 명분 딜레마

만약 3당이 실질적으로 연대에 이른다면 정국은 소용돌이 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적폐’ 프레임을 내세워 3당 연대를 거세게 압박할 경우 당 색깔이 뚜렷한 3당이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정치권에 쏟아지는 3당 연대에 대해 민주당 최재성 정당발전위원장은 “연대를 성립시키는 3당의 목적도 불분명하다”며 “이미 여소야대인 상황서 그들의 연대는 근본적으로 다른 큰 세력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는 명분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당을 연대의 중심으로 세우게 된다는 점에서 적폐 본진 입장에선 흡수고, 적폐 이탈 세력인 바른정당은 회귀며 적폐를 나무랐던 국민의당은 배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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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